아래는 도시계획가 알랭 베르토(Alain Bertaud)의 2018년 저작
Order Without Design: How Markets Shape Cities
를 발췌, 편역한 내용입니다.
정부는 흔히 도시 인구 대부분이 처한 열악한 주거 환경이 시장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은 감정이 없는 차가운 메커니즘이며, 예측 가능하게도 저소득 가구에게는 매우 낮은 품질의 주택을 제공할 것이고, 저소득 가구는 거의 전적으로 식량에 소득을 지출해야 하므로 그들에게는 주택이 전혀 제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저소득 가구에게 주택을 제공해야 하는가?
정부가 시장을 대체하여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는 정부의 역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주택이 적절한 학교 및 의료 시설과 연계된다면, 이는 단지 동정적 노력에 그치지 않고 모든 도시 시민의 미래 복지에 대한 투자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노숙자에게는 당연히 주거지를 제공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저소득 가구를 위한 주택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순간,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1. 몇 가구를 포함해야 하는가? 즉, 소득 구간의 어느 정도까지 정부가 시장을 대체해야 하는가?
2. 어떤 기준을 제공해야 하는가?
3. 매년 몇 개의 주택 단위를 정부가 보조해야 하는가?
4. 모든 잠재 수혜자에게 보조 주택을 제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인가?
5. 매년 필요한 예산 배정은 얼마인가?
정부는 주택 정책 수립의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공해야 한다. 최종 정책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여러 차례의 피드백과 재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수혜자 수와 선정 기준이 정부가 매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된다.
공공 주택 프로그램은 흔히 다섯 가지 질문 중 하나 또는 두 개에만 대응하는 수치만 포함하는 잘못을 범한다. 또, 그러한 수치는 대개 신뢰성 있게 체계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하리라고 간주된 대로 정해진다. 그 결과, 많은 주택 프로그램이 제공된 기준의 낮은 수준과 약속된 것보다 적은 공급량, 예산 문제, 행정적 제약 등으로 단기간에 신뢰를 잃고 만다.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주택 프로그램은 기준, 수혜자의 소득, 그리고 전체 수혜자 수를 연계한 정량적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초과하는 대규모 수혜자를 포함시키려는 유혹에 자주 빠지게 된다.
최소한의 주택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거지에 거주하는 가구 수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최소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 수에 따라 정책 옵션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인구 100만 명의 도시에서 500명만이 판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주거지에 거주한다면, 아마도 이들을 적절한 중앙 위치에 있는 주거지로 이주시키고 교육훈련을 제공하여 이들이 도시 노동력에 통합되도록 하는 복지 예산 배정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도시에서 인구의 30%가 판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집에서 생활한다면, 이 경우 정책 해결책은 토지와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검토하는 매우 다른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 개입이 필요할 것이며, 일부 수요 보조금도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주택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택 적정성 결함을 겪고 있는 가구 수와 그 결함의 정도를 연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득 증가나 구매력 증가로 인한 수요 자극은 도시 경제에서 매우 바람직하지만, 주택 공급이 규제의 부족과 개발 가능한 토지의 부족으로 인해 제한될 경우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가계 소득에 변화가 없을 경우, 정부는 공급 측 제약을 제거함으로써 주택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일부 공급 측 제약은 단순히 행정적인 것으로, 예를 들어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한 규정된 절차 등이 있다. 다른 제약은 규제에 의한 것으로, 예를 들어 건물의 높이, 주변 지역의 밀도, 단위 주택의 바닥 면적, 도시 확장 억제 제도(그린벨트), 건축 설계, 혁신 또는 기술에 대한 제한 등이 있다. 또 다른 유형의 공급 측 조치는 주요 도로 및 인프라 네트워크를 확장하여 개발 가능한 토지의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가계가 공급 측 제약을 제거함으로써 혜택을 얻지만, 그 혜택의 크기는 소득 그룹마다 동일하지 않다. 최하위 저소득층의 혜택은 중간 소득층에 비해 훨씬 적다. 시장이 더 잘 작동하더라도 최하위 저소득층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의 주택을 소비하게 될 수 있으며, 신축 주택은 중간에서 고소득층에 의해 구매되면서 저소득층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공급 측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후에도 매우 가난한 계층의 주택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종종 필요하다.
공급 측 제약을 제거한 후 주택 소비의 증가는 상당히 클 수 있고, 이는 보통 정부에게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되어 세수 기반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모든 시민에게 주택 소비 증가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행정 규칙과 규제 시스템을 감사하지 않는가?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공급 측 개혁이 결과를 보이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개혁을 시작한 사람에게 공이 돌아올 가능성이 낮으므로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다. 또한, 규제 개혁이 민간 부문의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주택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성급한 충동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택 상황과 규제의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정상적인 주택 시장에서, 빈곤한 가계는 중산층 가계에 비해 훨씬 적은 주택을 소비한다. 정부의 첫 반응은 보통 최소 주택 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하의 주택 건설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소 주거 기준을 도입함으로서 정부는 사실상 그들의 도시를 빈곤으로부터 규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더 많은 주택을 소비할 수 없는 것이다. 규제로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
최소 주거 기준을 규제하는 것은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 최소 주거 기준의 유일한 효과는 새로운 기준 이하로 건설된 정착지를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법 정착지의 주민들은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퇴거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최소 주택 소비를 고정하는 규정은 강제되지 않을 때조차도 무해하지 않으며, 보통 대부분은 집행할 수도 없다. 이러한 규정의 유일한 효과는 최소 기준 이하로 생활하는 가난한 가계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첫째, 제도권 밖으로 밀려남은 소유권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따라서 보상 없이 철거 및 수용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둘째, 물 공급, 폭우 배수 및 쓰레기 처리와 같은 많은 공공 서비스가 불법 정착지에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강 및 교육과 같은 사회 서비스는 제공되더라도 종종 열악한 수준이다. 어떠한 정부도 영속적이지 않은 정착지에 학교나 진료소를 건설하는 데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이 적어도 일정량의 바닥 면적, 인프라 및 사회적 편의시설을 누리기를 바라는 정부의 바람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가 이러한 최소 기준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통해 임대료 차이를 보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최소 주거 수준에 대한 논쟁은 따라서 감당 능력에 대한 논쟁이다. 가계가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은 정부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정부는 주택 소비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주택을 보조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이를 이행할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부가 최소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하여 가계나 정부 모두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가난한 가계는 불법 정착지에 살게 되어 공공 서비스에 연결될 수 없다.
최소 주택 기준 규제는 기술적인 업무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이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도시뿐만 아니라 뉴욕과 파리 같은 도시에서도 최소 기준은 비현실적으로 높다. 정치인들은 국민 중 일부의 매우 낮은 소비 수준을 허용하는 것을 마치 빈곤을 영구적인 상태로 인정하는 것처럼 느낀다. 반면 주택에 높은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진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하게 높은 주택 기준의 존재에 대한 또 다른, 심지어 더 악의적인 설명은 가난한 이주민을 도시에서 쫓아내고 가난한 가계를 특정 지역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이다. 선진국의 주거 구역 법률 중 많은 것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이웃으로 이사 오는 것을 방지하여 '동질적인' 커뮤니티를 보장하도록 설계되었다.
만약 최소 주택 기준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와 같이 명백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한다면, 왜 대부분의 도시 계획가들은 여전히 이들을 그들의 마스터 플랜에 포함시키는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계획가들의 유토피아 성향과 현실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구굴
최저임금 논란이 연상되는데 정부의 정책 실패들은 전혀 다른 분야라도 비슷한 점이 많네요
ery
훌륭한 시리즈
쀓꿻휋쮉뛟쀍휇꿿
감사합니다.
사실생각같은거안함
딱 유럽 코쟁이들이 생각할만한 우울한 공공주택에 어울릴 소리네
렙은과학
잘 보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