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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바빌론, 2023 짧은 후기

 

 

 

 

바빌론.webp

 

 

 1920~30년대 사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사이로 넘어가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 extravaganza 라는 단어가 떠오를만큼 화려한 파티장면과 두서없고 혼란스러운 영화촬영장면이 교차해서 나오는데 영화가 조울증 걸린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성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며 성공적으로 재기하거나 안착한 글로리아 스완슨이나 그레타가르보 같은 인물들이 언급은 되지만 주인공이 아니다. 외면당하고 비웃음당하며 쓸쓸히 추락하는 스타들과 그 외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아주 재밌는 인물이 나오는데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제임스 맥케이란 인물이다.

 

제임스는 좀 과거에 머물러있는 사람이다. 영화라는 새로운 구경거리가 등장하기 전 존재했던 난잡하고 저열한 프릭쇼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주인공들이 영화가 가진 마법적인 힘과 화려함을 찬양한다면 이 쪽은 대중 쇼비니즘의 가장 저열하고 밑바닥에 존재하는 저열한 프릭쇼나 스너프 필름을 낱낱히 보여준다. 

 

주인공인 매니는 영화를 만드는것이 삶의 인상적인 장면을 포착하고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하고있다고 믿었지만 제임스가 서스럼없이 보여준 대중이 영화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냉소적인 현실과 추악함을 본 대니는 도망치듯 영화계를 떠나버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드엔딩이 아니다. 십수년 후 우연찮게 다시 LA로 돌아와 극장에 간 제임스는 그 화려하고 웅장했던 시대가 웃음거리로 전락된 것이 아닌 영화사에 남긴 큰 족적이었음을 확인하며 막을 내린다. 


제목의 바빌론은 최초의 아이콘 같은 느낌으로 넣은것인가 했는데 다 보고 나니 더 나아가 성경에서 예언자 다니엘이 풀이한 꿈에 나오는 차례대로 반복해서 흥망성쇠하는 문명을 나타내는 순금으로된 머리(바빌론), 은으로된 어깨(페르시아), 청동으로 된 배(그리스), 놋쇠로 된 다리(로마)를 가진 동상에서 따온 느낌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흑백에서 테크니컬러, 매니가 LA로 돌아온 50년대 상업 스튜디오시스템의 저항으로 뉴 아메리칸 웨이브 사조가 탄생하고 계속해서 퇴색과 부흥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해나가는 것을 비유한듯 하다.

 

이 영화 엔딩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영화사에 중요한 레퍼런스를 남긴 작품들이 나열된다. 영화를 꽤 많이 봐왔다고 자신했지만 여전히 모르는작품도 있었고 중간에 트론이 나오는데 당시엔 호평받지 못했지만 최근 매드맥스 퓨리오사 아역배우에게 성인배우의 얼굴을 합성하여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기사가 생각나면서 조금씩은 후대에 영향을 끼치고 이 거대한 영화산업이 뭔가 유기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3.5/5

4개의 댓글

3 일 전

제임스 멕케이가 당시 시대가 품은 컬트를 상징하는 인물인 느낌이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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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 전
@번째붐업

오 자세하게 설명 좀 부탁해 흥미롭다

0
3 일 전
@트윈픽스

<주인공들이 영화가 가진 마법적인 힘과 화려함을 찬양한다면 이 쪽은 대중 쇼비니즘의 가장 저열하고 밑바닥에 존재하는 저열한 프릭쇼나 스너프 필름을 낱낱히 보여준다. > 요부분이랑 상통하는 느낌? 다만 제임스 멕케이는 영화의 마력을 그런 면에서 봤고

 

저열하다기보단 헐리우드에 몰려든 그런 기조들이 처음엔 그런 프릭쇼나 컬트들이 영화로 찍어졌지만 작품 안에서도 나왔듯 로우 아트->하이 아트로 가기 위한 몸부림에서 묵인하고 쉬쉬되었던 그런 것들이 있었으니까

 

0
3 일 전
@번째붐업

저열하다고 썼지만 사실 그런 쇼에 행해지는 윤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인간의 관음에 대한 욕구는 당연하고 판타지를 이용해서 상업적으로 판매하는것이 나쁘다고는 생각은 안함. 화려한 헐리우드와 지하동굴클럽이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음.(이제 사람들이 찾지않는 식상함도 그렇고..)그런사람들이 있어서 또 새롭고 재밌는 시도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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