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왕따였는데 방관 해준거 참 고맙더라.
동참 안한게 어디임.
불쌍한 듯 쳐다보는게 더 상처 됨.
정말 고마운 애들은 학교 밖에서라도 인사 해주는 애들이야.
성장기에 어떤 트라우마가 생기면, 정서적 나이가 그 시기에 멈춰버린데.
난 초6에서 멈춰 있다가 지금은 고딩 정도로 자란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이지. 이런게 치료가 된다는 거.
당시에 내 가 뭘 잘못해서 왕따인게 아니라
그냥 재수가 없어서 왕따라는 걸 알았으면 덜 아팠을텐데 ㅠㅠ
내가 중딩 땐 타 학교에까지 소문 난 왕따였어.
딱 고 시기가 가치관이 잡히고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래.
근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자꼬 승질내고 비웃고,
숨쉬면 숨쉰다고, 안쉬면 안쉰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울면 웃는다고,
정말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뎌낸건지.. ㅎㄷㄷ
그나마 방학이 있으니까 버틴거지.
가끔, "난 왕따 당하는 애들 불쌍해서 잘해줬다."라고 하는 애들 있어.
죄책감이나 연민을 느끼는 건 정상이라 보는데,
저렇게 떠벌리고 다니는 건 존나 뒤가 구려 보임.
전 직장에서 누가 저런 소리 하는데 아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렇잖아도 저 소리 하는 사람이 딱 왕따 주동자감이라 조심하고 있었음.
직장은 방학도 없고, 재 취업은 해야되는데 무섭다. ㅠㅠ
난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에 약해서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가슴이 철렁해.
엄살 아니고 심장이 너무 아픔. 너무 놀래서.
사회성 개 좆박아서 사람 대하는게 넘 힘들다.
웃어도 되는지, 방금 내 대답이 이상했던건지 항시 긴장하며 머리 굴리니까 더 이상하게 행동하거든.
제일 싫은게 이거야.
"왕따 당하는 애들이 이상하긴 하더라."
맞는 말일 수도 있어.
근데 왕따를 당해서 심해진거지, 그 전엔 평범하게 이상했었음.
지금도 고향 갔을 때 나 괴롭혔던 남자애랑 마주치면,
존나 넓은 보폭으로 쾅쾅쾅 걸어가서
"개씨발새키야 아직도 살아있냐? 십새키 미친새키"
걍 욕 겁나 하거든. 걍 행동이 먼저임.
그럼 그 새끼는 날 모르는 사람인 듯 대함.
사정 모르는 그 새끼 일행들은 날 동네 미친년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그러든가 말든가임.
너무너무 아쉬운게, 저새끼는 남자라 얼굴이 똑같아서 내가 알아 볼 수 있는데, 다른 여자 주동자들은 얼굴 꽤나 고쳤을거란 말야.
얼마나 뜯어 고친 건지 졸업 한 뒤로 한번을 못 마주침. ㅠㅠ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이 문동은에게
"거지같은 애새끼들나 주렁주렁 달고 살 줄 알았더니 어쩌고 저쩌고"
이런 대사 치는데 딱 내가 하던 생각임.
양아치중에 양아치 만나서 지 닮은 애 주렁주렁 달고 남편한테 맞고 살면 좋겠어.
근데 걔 애들은 왕따는 안당하면 좋겠어.
애들에게 세상은 가정과 학교인데, 가정이 개판이니 학교 가서라도 쉬어야지.
하 현자타임 온다.
이 나이 먹고도 이러고 있는데 존내 패배왕이네.
걘 내 이름도 기억 못할텐데.
그래도 약간 후련하다.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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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bd1e4
3줄요약해라
5bbadd82
3줄 요약
1. 왕따 방관은 좋은 선택이었다. 고맙게 느껴질 정도.
"나는 왕따들 불쌍해서 잘해줬었다."라고 하는 애들은 왕따질 했을 가능성 농후함.
2. 가치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당하는 왕따는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다.
3. 왕따 부작용은 학교를 벗어나면 빛을 발한다. 그래서 아직도 고통스럽다.
bbd8a34a
혓바닥이기네
5bbadd82
칭찬이지? 고마웡!
4349ae79
힘내시오 명절인데 퇴근준비 하자
5bbadd82
ㅇㅇ 너도 즐거운 퇴근!
48823323
동정이 더 비참할 때가있지
9ae778b3
5bbadd82
ㅇㅇ 친구 한명만 있어도 엄청 큰 힘이 됨.
"내가 밑도 끝도 없는 병신은 아니구나."라는 믿음의 근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