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개붕이들아. 건설쪽 업무에 종사하는 개붕이다.
사실 내 친구들도 많이 물어보는 사항이고 친구들이 물어볼때마다 이 글을 보여줄까 해서 늦은시간이지만 글을 써봤음.
1. 순살아파트인가
- 순살아파트라고 놀리긴 하지만 철근이 안들어간게 아니다.
아래 붕괴된 사진을 첨부함. 보면 철근이 있는지 확인할수 있다. 순살로 알려진것과는 달리 철근이 빽빽하게 있지?
2. 그렇다면 뉴스에서 말하는 철근이 빠졌다고 하는게 무슨말인가?
- 전단력에 저항하는 전단철근은 30cm에서 1m정도 되는 철근으로 10~13mm의 아주 얇은 철근을 수직방향으로 배근해줌.
이 철근이 전단력에 저항하는 스터럽 또는 전단보강근, 전단철근이라고 부름. 특히 바닥(슬라브) 주철근과 기둥 주철근 연결부위는 이 스터럽이
빽빽하게 들어가는게 맞음.
3. 건설인들이 억울해하는 오해 : 철근 아껴서 공사비 아끼려고 한다
- 그런데 흔히 하는 오해가 이 전단보강근이 빠졌다고 하는데 이거 건설인들이 원가 절감 하려고 한거 아니냐?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음.
그런데 이 전단철근은 많아봐야 기둥당 30~40개 정도가 배근되고, 진짜 많이 들어가서 100개 정도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자,
10개 기둥이라고 쳐봐야 40EAx10기둥=1000개임. 개당 길어봐야 1m니깐 빼먹는 철근의 양은 철근의 단위하중과 수량을 곱해주면 0.995kg/m x 1000EA
= 1톤 내외가 나오는걸 알수 있다.
- 엥 근데 철근 비싼거 아니야? 라고 물어볼순 있겠지만 현재 철근 시세는 톤당 80만원으로 가공비 조립비를 합쳐봐야 톤당 120~130만원정도임.
즉,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빼돌려봤자 현장 한번 회식비도 안나오는걸 알 수 있다.
- 건설사에서는 돈 만들고싶으면 업체들 쪼아서 돈 만들어오는게 훨씬 쉽고 빠른길임. 원가율이 점점 높아지면 ESC를 한다거나 고급자재로 바꾸게 돈 더달라고 스펙이나 수량 관련하여 설계변경을 요청하기도 함
4. 그렇다면 전단철근을 누락한 이유가 문제인가
- 이건 여러가지 문제점이 중첩되어 사고가 터졌다고 볼수 있따.
1) LH의 문제(문제의 원흉, 최소 무량판 전단철근 누락의 70%는 이새끼들 잘못임)
보통 설계를 할때, 설계의 미스, 시공의 미스, 품질이 안좋은 자재를 고려해서 안전율이란걸 고려하게 됨. 즉 1의 철근이 필요하면 1.5의 철근을 넣어두는것임. 근데 LH특허의 핵심은 이 안전율을 낮추는데 있음. 1.5이 기준인 안전율을 1.1까지 낮춰버리게 됨. 즉, 현장에서 정밀시공하면 문제될거 없잖아요? 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정밀시공을 하라고? 공기라도 넉넉하게 주면 모르겠지만 가능한일이 절대 아님. 아래 왼쪽 플랫플레이트 슬래브가 이번 LH특허였고, 일반적인 민간 현장에선 드롭패널식 많이 씀. 기둥에 보가 들어가는 라멘조가 제일 좋긴 한데 입주민들이 기둥이 깔끔하지 않다고 싫어한다더라...
2) 설계사의 문제
이게 웃긴게 LH특허같은 생소한 공법을 구조설계사에서 실전에 써먹으려다가 결국 사단이 나버리고 말았음. 보통 구조도면에 구조일람표를 주는데 여기 일부 기둥에 전단철근을 아예 안그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했음. 거기에 현장담당자는 같은하중조건에서 1~8번 기둥은, 전단철근이 없는데 9~12번은 전단철근이 있네요. 이게 뭐가 맞는거에요? 하고 설계사에 질의를 때려버림. 그런데 원 설계자는 이직한 다음이고, 인수인계받은 다음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네 없어도 될것같은데요 하는 희대의 병크를 터뜨림(구조설계사는 대부분 저연봉 많은야근 잦은 이직으로 유명함)
3) 시공사의 문제
- 일단 현장은, 구조도면을 검토하는곳이 아님. 구조도면은 구조심의라는 인허가 과정을 거쳐서 현장에 납품이 되기 때문에(LH에서 제공) 구조적인 문제점은 없다고 보고 시공을 하는거야. 그런데 난 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최소한 정밀검토를 할 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됨. 물론 이게 법적인 사항이 아니라서 일부 건설사들만 이렇게 하고있는데 법적의무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장은 점점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는데 인력배치는 너무 조금해주고 있음. 이거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아파트 한동에 직원 한명 주면 그거는 많이주는 현장임 ㅋㅋ. 현장 관리 인원도 현실화가 필요함.
4) 자재의 품질 문제.
이거 자재는 반은 시공사 잘못이 맞고 반은 납품자 잘못이 맞음. 우선 시공사 잘못이 맞다고 하는건 품질직들이 레미콘 품질검사를 안한다. 무슨말이냐하면 레미콘사에서 나온 영업직원이 공시체(품질검사를 위한 레미콘 덩어리)를 만드는데 이게 원래 품질 직원이 랜덤으로 뜨게 되어있음. 근데 품질직원이 이거 제대로 안하고 레미콘사 직원이 하니까 어떻게 되겠음? 특정 레미콘차 제품을 받아서 공시체를 만들어버리니까 다른것보다 단단한 레미콘이 되는거임. 즉, 장난질을 쳐도 품질이 그걸 제대로 못잡는다는게 맞는거네.
여기에 추가적으로 예전엔 모래가 많아서 자갈과 모래, 시멘트로 레미콘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모래가 없어서 돌가루로 레미콘을 만들고 있음. 그런데 자재의 함수율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배합비가 적용되어야 하지만, 대기업 레미콘은 석분(돌가루)에 맞는 최적배합비를 연구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중소 레미콘 회사들이 기존 모래를 쓰는 배합비대로 석분을 섞어버리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음. 거기에 러시아랑 무역 막혀서 시멘트 생산가격이 올라가버려서 조금만 넣는다는 얘기도 있고.
근데 문제는, 공시체를 만들고 레미콘 강도검사를 했는데 강도가 기준 미만이 나온 경우면 문제가 생겨버림 2~3개층이 올라갔는데 다시 다 까부술수가 없음. 시공사에서 까부수려고 해도 이거때문에 공사기간 늦어지면 시공사에서 지체보상금 물어내야 하기 때문에 이부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광주 아이파크에서도 레미콘 품질이 문제가 됐었음)
5. 해결법
당연히 위의 문제점을 뒤집으면 그게 해결법임.
1) 안전율을 극단적으로 낮춘 공법은 특허라는 명목으로 적용을 못하게 해야함. 최소 1.3, 넉넉하게 1.5정도의 안전율을 줘야함.
2) LH 또는 시공사에서 설계인원을 확충하고(직접설계는 못합니다. 법적으로 시공과 설계를 분리하게 되어있음) 검토.
하다못해 다른 구조사에 의뢰해서 크로스체크 해야함.
3) 건축허가 할때 인원배치 계획을 제출하도록 해야함 여기서 관에서 보고 최소한의 인원은 배치될수 있도록 보완할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리고 기준대로 인력배치가 안된다면 해당 인건비보다 더 큰 벌금을 매달 지불하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함.
4) 최저가입찰의 배제, 보통 하도급계약을 최저가 업체한테 주는데 나는 무리한 저가투찰을 방지하기 위해 2등 업체와 계약하는걸로 바껴야 된다고 봄
5) 적정공기의 현실화. 공사가 늦어지면 지체보상금을 물게 되어있음. 그래서 현장에선 구조미스 잘 잡아내는 직원보다 업체들 닥달해서 공구리 빨리 올려버리는 직원이 인정받음. 이제 한국이 후진적인 건설문화에서 벗어나려면 너무 빠른 시공을 못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6) 철근이나 레미콘같은 LH의 관급자재는 LH에서 품질을 책임지게 해야함.
(민간공사현장의 경우 레미콘사들끼리 경쟁이 붙기 때문에 LH발주 레미콘보단 상황이 더 나음)
그리고 이건 공사품질과 상관없는 의견인데
7) 안전직은 건설사 직원이 아니라 감리직이 되게 해야함. 안전들 알겠지만, 소장눈치에 공기 늦어질까봐 할말 제대로 못함.
8) 감리새끼들 뇌물쳐먹는거 현장끝나면 익명으로 조사해야함. 뭐 맨날 등산화 사달래
6. 마치며
사실 원가가 너무 올라서 마감재를 구린건 넣는다든지, 수주하려고 뇌물을 뿌린다던지 그런일은 없다고는 말 못하겠음. 그런데 아예 철근 안넣는줄 아는거랑, 그거 아껴서 공사원가 절감한다고 오해하는거 같아서 바로잡아야 할거같아서 글을 써봤음. 물론 건설사들 요즘 품질문제 많은거 알고있음. 근데 철근은 진짜로 억울하다 이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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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괴물
교과서 내용이 잘못됐다면..?
FDBG
팩트는 순살에 원가절감이 맞다는거임
네크론워리어
아니 노답인생들 이걸로 싸우고 자빠졋네 뭘 사실은 어쩌구 인건비가 어쩌구 하고있냐 그건 지들 사정이지
걍 병신같이 지었고 병신같이 감리했어 이게 끝이야
년째금식중
신축은 무섭다 이말이야
아냐포저
그래서 몇년 이전 아파트 사면 됨?
아랍국가황토
이걸 방지하려면 결국 비용 시간이거든. 최근에 안전은 강화하면서 그에 대응되는 건 하나도 개선 안되는 거 보고 심각하다 느꼈다. 위험성평가니 자율점검이니 그거 다 하는데 사람이랑 기간은 같아 ㅋㅋㅋㅋ
영일상회
저거 다 사람이 작업하지? 작업량 줄이면 그 인건비도 덜 들어가고 시공일 줄일 수 있잖아 꼴랑 자재비만 계산하면 어캄
촉수괴물
인건비도 녹인거임. 철근가격은 톤당 80만원인데 120~130으로 계산했잖아
영일상회
톤당 40-50으로 가공이랑 시공이 다 된다고요???
촉수괴물
ㅇㅇ 됨 그정도 해
탈건의꿈
3년차 5위권 정직인데 탈건마려워요
앙겔루스노부스
우리집 50년 됐는데, 요즘 집 짓는 꼬라지보니 그냥 100년 채워 살아야겠다 싶음. 아직 튼튼하기도 하고.
여자는자슴감남자는자진감
10개 들어갈거 1개 들어갔다매
으으으으으으그
오호 그렇군요
여름날
형이 욕먹는거 막줄 억울하다고 덧붙인거 이거때문에 그런거 같아. 사실 "그럼 잘 짓든가 콰아아!!" 라는 말 앞에서 억울할건 없지.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아니지만 업계인으로써 죄송할 따름이지.
근데 그거랑 별개로 원인이 뭔지는 잘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야 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을테니. 아 그냥 업계가 썩었다고!! <- 이런 인상 비판은 아무것도 못바꾸지 않겠어?
한번 이렇게 접근해보자. 철근을 빼서 누구에게 이득인가를 생각해보자고.
시공사 시행사 혹은 개인적으로 횡령했을시 각 개인에 이득이겠지?
일단 후자는 성립 못한다고 보자. 왜냐면 철근 수십톤의 부피가 엄청난데 개인이 손대면 바로 티가 나지 않겠어? 보통 현장에서 철근을 빼서 엿바꿔먹는건 시공하고 남은 똥가리철근이지 이렇게 규칙적이고 일관되게 빼먹진 못해. 개인의 행위라기에는 너무나도 규모가 크다.
그럼 시공사, 시행사가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시공이전 단계에서부터 이미 조직적인 철근 빼먹기를 했다는 가정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근데 과연 그런 게 시스템화 되어있을까? 요즘같이 이직이 활발한 시대에 "철근을 빼서 원가를 절감케 하는" 게 시스템화 되어있다면 큰일이 나지 않겠어? 이직자들이 온동네방네 저회사 철근뺀다고 소문낼거 아니야. 그리고 현장마다 감리를 받고, 외부에서도 감사를 하고, 노동부 조사도 받는 판국에 철근을 빼먹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는건 말이 안되지. 게다가, 설령 그런게 시스템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각 개인이 직장과 미래를 걸고 "철근빼자"라는 행위를 할 리가 없지. 왜냐면 그렇게 해서 원가절감해봐야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성과급 20%정도 더받는거 말곤 없으니까.
결국 이건 철근을 빼먹는 조직적, 고의적인 결과가 아니라, 착오로 인한 결과로 보는게 맞다는 거지.
그럼 어느단계에서의 착오일까?
그건 본문에 더 잘설명되어있음. 건설업계는 VE라고 해서, 당초 설계를 분석해서 불필요한 시공이나 비효율적인 시공을 효율적으로 설계변경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음. 앞에서 말한 철근빼먹는 시스템이랑은 좀 다른게, 이건 어디까지나 안전을 담보로 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거임. 그래서 설계변경 후에 감리도 받고 구조검토도 받고 발주처 승인도 받고 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진거임. "이렇게 시공하는게 더 효율적이겠지?" 하고 제안한거에 각 검토주체가 다 놓쳐버린거임. 한군데라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그 한군데가 나오지 않았던 거. 그 결과가 순살아파트였음
한줄요약 : 고의로 빼먹진 않았고 효율적으로 시공한다고 설계변경했는데 검토단계에서 안정성을 검토하는 주체들이 전부 놓쳐버려서 생긴 사건
참고로 설계변경의 행위자체는 못없애. 당초 도면으로 끝까지 시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구조검토나 감리행위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