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혈향(血香)

혹시 여러분들은 창작물에서 피에 뒤집힌 묘사를 볼 때, 이런 묘사를 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피가 주인공을 뒤덮었다. 전장은 그새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로 가득찼으며...'

 

그렇습니다. 비릿하고 달콤한 피의 냄새. 저는 궁금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인지 아닐지, 어쩌면 생생한 묘사를 위해 작가들은 그런 경험을 실제로 해 봤을지가요.

 

물론 보통 사람들은 피냄새를 그렇게 공들여 맡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저 역시 그냥 궁금하다 뿐이지 맡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있었던 일로, 저는 잊지 못할 냄새를 경험하게 됩니다.

 

 

 

 

 

 

작년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묘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릿하지만 무언가 달콤한 향이 섞인, 살면서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던 냄새. 향기와 악취의 사이에 있는 그 냄새를 인지하고 저는 근처 마트에서 페브리즈를 뿌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다음날, 그 다음날이 되어서도 그 이상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고 하여도 당췌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싱크대 하수구도 보고, 화장실 하수구 등등을 꼼꼼히 청소했지만 냄새의 근원은 알 수 없었습니다.

 

고민하다가 물을 마시려 냉장고를 여는 순간, 저의 눈에는 냉장실 벽면에 흘러내린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것은 핏물이 흐른 자국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냉동시킨 고기를 해동시키면서 흘러내린 것 같은데, 저는 그 곳에서 집에서 풍기던 냄새의 액기스를 맡았습니다.

 

 

설마 하면서 냉장고 아래를 보자, 그곳에는 무엇이라고 해야할까요... 혈석(血石)이 적당하겠습니다. 핏물이 냉장고 내부 벽면을 타고내려 밑에서 굳어버린, 마치 찰흙이 벽면에 부딪쳐 사방팔방으로 튀어버린 모습으로 굳어버린 핏물이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냄새의 실체를 알아버렸습니다. 진짜로 피는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냄새가 났던 겁니다...

 

 

 

 

 

 

이러한 현장을 목격하고 저는 기겁한 채로 냉장고를 빡빡 청소하였고, 환기시키며 왜 그런일이 일어났나 고찰했습니다. 냉장고를 자세히 보니, 20년 이상 된 냉장고라 문쪽 자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열려져 있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고 집주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며 냉장고를 바꿔달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월세 16만원에 그거 고치면 수리비도 안나오니 그냥 살아주면 안되겠냐는 집주인의 말에, 저는 근처 원룸들의 월세는 두 배 이상임이 떠올라 수긍하였습니다. 대신 창문 고정 밴드를 사 냉기가 빠져나오지 않게 막아두었습니다. 

 

그 해결책이 먹힌 덕일까요, 그 뒤로는 그러한 혈석 및 혈향을 볼 수 없었습니다.

 

펨붕이 여러분들도 해동을 할 때는 그냥 싱크대에서 해동을 하고, 냉장고 점검 잘 하시길 바라요.

 

 

 

세줄요약

 

1. 이상한 냄새 맡았는데 

2. 알고보니 피냄새였음

3. 냉장고 점검을 잘 하자

 

 

 

타 커뮤니티에서(한곳이지만) 봤다면 개붕이가 다른데에도 쓴 글임

1개의 댓글

2024.06.19

입술뜯겨나가서 맡은건 딱히 달콤하지않고 동전만진 손냄내라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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