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지 방공포대 출신.

우리 대천해수욕장에서 일년에 두번 사격하는거 준비 하느라고 교육소대에 화포 모아놓고 추적훈련하고 있었는데 점심에 밥먹으러 반씩 나눠서 포차타고 식당가고 나는 다음 차례 기다리다가 사수석에 앉아서 반쯤은 놀고 반쯤은 훈련하는 기분으로 입으로는 '삐리리링~'하면서 건담의 뉴타입이라도 된 흉내내면서 혼자 포탑 키융키융 돌리며 폭격훈련하느라고 이륙하고 있던 우리기지 전투기들 조준경 안에 넣어 추적하고 있었는데(레이더 빔 방사는 안했음. 그거 밟으면 전투기 조종석에 레이더 경보울릴게 빤하니까 파일럿님이 혹시라도 기분나쁘다고 뭐라하면 좆되잖아?) 이 양반들이 혼자 아무데나 표적삼아 전투기동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역시 나랑 마찬가지로 사격훈련 하느라고 화포 모아놓고 있는 기지 방공포대를 표적을 삼더라고...

F4들이 초저공으로 날아오더니 코앞에서 급상승해서 배뒤집고 다시 급강하해서 내 머리위에서 토스 한다음에 에프터버너 켜고 똥구녕에서 화염을 콰아아-악 하고 뿜으면서 갈짓자로 왔다갔다 하다가 급상승 하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이탈하면서 대공포 사거리 밖으로 사라지는걸 실시간으로 당했는데 '으헤....' 하고 입이 절로 벌어짐.

이건 대공포 조준기로는 따라갈수 없는(포탑 너무 빨리돌리면 조준기 망가짐) 속도와 기동이었다...

맨날 느릿느릿하게 날아다녀서 둔한 비행기로 생각했던 팬텀이 실은 저런게 되는구나...팬텀이 힘을 숨김 ㅋ

당시에 이미 밀덕심이 있어서 남들 다 싫어하는 방공포대에 끌려온게 그리 나쁘지 않았던 나로선 아이돌 콘서트 혼자 직관한 기분이었다....이때 너무 뻑가는 공중기동을 코앞에서 구경하는 바람에 그 이후에 에어쇼 부지런히 다녔지만 그때만한 카타르시스가 없어 좌절함.

아, 그리고 원래 곤운은 파일럿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걸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군출신들은 딱히 불만도 없었던듯?

시발 해군은 해상직 애들이 육상직 애들한테 끌려다니는데ㅠㅠ

ㄹㅇ 관사 새로 지으면 조종사 관사로 먼저 쓰게하려고 한다고

무기통제사는 왕국군 관리 쯤되는듯

맨날 지방영주들한테 반쯤 무시받으면서 어쩔수 없이 명령은 하달해야하고…

나 1비에서 T-50 항공기 정비병으로 근무했던 시절에 보통 앞좌석이 학생 조종사 (중위진, 중위) 가 타고 후방석에 교관 조종사 (대위, 소령)이 탔음. 근데 저 중세시대 기사와 같은 취급받는다는 말 듣고 공감했던게 조종사가 비행기 탈때 장구 가방같은걸 정비병한테 전달하는데 어떤 학생 조종사가 우리한테 던지듯이 줬던 적이 있었음.

그때 교관조종사가 한번 딱 노려보더만 비행 끝나고 착륙하고 비행기 내리자마자 그자리에서 얼차려주더라ㄷㄷ 그리고 비행장구 찬 채로 구보뛰게함

파일럿은 수틀리면 민간으로 나가버리니까 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맞는듯?

족같으면 바로 때려치고 민간 갈텐데 ㅋㅋ

공군에서 군생활하면서 가끔 조종사랑 대화하거나 마주칠일 있었는데 다들 매너있고, 젠틀했음

자기 직업이나 직책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외적으로 잘보여야된다 라는 생각도 좀 있는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