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유화를 그리던 사람의 이야기

유화를 그리던 사람의 이야기 

 

 

나는 그 형의 이름은 모른다. 그 형에 대해서 알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존중하는 사람이기에는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신입생 때부터 그 형은 줄곧 화화실에 있었고 입구 오른쪽 구석에 벽면 만한 호수의 캔버스에 주로 유화를 그렸고 추상적인 그림이었다. 설명을 해주어도 모른다며 설명을해주는데 모르겠었지만 확실한건 일단 규모에서 부터 압도적인 그림이었다. 

 

입학 첫날부터 그 형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나이도 잘 모른다.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고 적어도 내 주변엔 그 형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형이라고 불렀고 오빠라고 했고 교수님들은 찾지 않았고 수업도 안들어가는 것 같았다. 졸업했는데 그림 그리러오는거다라는 말도 있었다. 복학한 동기들도 다 졸업했고 본인도 군대는 갔다왔는지 학교 예비군에서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말이 없는 사람이었고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엔 말을 섞지도 못했다 그림이 크다보니 앉았다 일어났다 섰다 뒤로갔다 사다리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데 항상 왼편 바닥엔 소주병들이 있었다. 빈 병과 아직 남아있는 병들. 

 

언젠가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냥 인사만 하기 어려워서 작업이 크네요라고 했던 때였다. 나는 아는게 없어서 그렇군요만 반복했지만대충 굉장하 철학적인 축면으로 접근하는 중이었고 그 큰 캔버스 뒤에 여러개의 큰 캔버스들이 또 있었는데 말리는 중이라고 했었다. 그러니까 대충 대 여섯개의 커다란 그림들은 완성도 안된 채로 자꾸 다른 그림을 그리는 건데 뭐라더라 대화가 끊겼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았다 아직할 얘기가 남았지만 대답이 없어서 기다리는 중이다라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방의 작은 회화과 이지만 나는 그 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고 언제나 그림만 그리며 사실 그리는게 아니라 대화를 하는 건데 본인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답을 얻기위한 여정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갈 쯤 이었다 나는 그날도 수업은 다 끝났어도 그 형의 뒤에서 몰래 훔쳐보며 그림이나 그리고 있었다. 도대체 뭘 그리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저 그 그림을 그리는 저 형의 그 행위자체가 예술적으로 느껴졌었다 왼편의 굴러다니는 소주병과 생수통 조차도 멋있었다. 그냥 그형은 모든게 멋있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멍하니 있던 형이 내 쪽으로 물러서서 자기 그림을 쳐다보고 있을 때 붓을 들고있지 않는 오른손을 파르르르 떠는 걸 봤었다. 정말 파르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놀라서 그 형을 쳐다봤지만 깡마른 뒷모습은 너무 듬직해 보여 물어 보질 못했다. 

 

한 번 그렇게 보고나나 신경이 쓰여 자꾸 관찰하게 됐는데 붓을 놓으면 손을 떨었고 붓을 잡으면 손이 멈추고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신기했고 대단했다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저게 되는 것도 신기했고 그 전까지의 동경은 존경이 되어갔다. 

 

첫 학기를 마치고 본가에 갔다가 일주일 뒤에 다시 학교를 갔다. 아직 다 못그린 그림이 한개 있었는데 그대로 두면 상할 것 같아서 치워두려했었다. 학기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었지만 그형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학기 내내 그리던 그림이 아닌 다른 그림 앞에 서있었다. 

 

이건 처음보는 거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거 끝낼거야 이번달 안에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완성이라는 기준이 있기는한건가! 뭔가 나 역시 벅차 올랐다. 뭐라도 마실거라도 사다 주냐고 물었는데 이온음료 큰거 하나만 사와 달라며 주머니에서 잔뜩 꾸겨진 만원짜리하나를 쥐어줬다. 바로 매점으로 달려갔지만 학기가 끝나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정문 건너 편의점으로 가서 이온음료와 김밥을 샀다. 새로 본 그림에 대해 생각하며 물어보고 싶은걸 정리하며 화실로 돌아갔다. 

 

화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형은 누가봐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잠깐 쉬려고 누운거라고 생각 할 수도 았겠지만 낯빛이 이미 아니었다. 그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형은 그렇게 맨바닥에 누워 있었다. 바닥엔 소주병과 생수통이 뒹굴고 있었고 더럽고 기름냄새에 찌든 앞치마만 곱게 얹어져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 

 

경찰들이 왔고 곧이어 친구들이, 선배들이 왔다. 그형은 화실에 없었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그리던 그 붉은 빛 그림을 쳐다보며 울고만 있었다. 잔뜩 상기 된 얼굴로 한달 안에 끝난다고 했는데 한시간을 못기다리고 사람이 끝나버렸다. 

 

장례식엔 가지 않았다. 장례식날 화실에 있던 그형의 그림들이 없어졌었는데 처음엔 장례식장으로 옮겼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첫 전시회가미완성작들로 자신의 장례식장이라니 도저히 용납이 안됐다. 나중에야 누군가가 치웠갔고 장례식장엔 사람만 있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못갔을 것이다. 안갔을 거다. 

 

그 해 나도 학교를 그만 뒀다. 

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군대간 사이 집안이 망해서 복학을 못했다. 그 뒤로 그림은 안그리고 일만 했다. 집에서 떨어져 나와 살아야했고 혼자 힘으로 살아야 했기에 점점 그림을 안그리다보니 10년이 지나도 한번도 그림을 그린적이 없었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냥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주방직원 일 뿐이다. 

나도 이제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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