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옷장에 남길 옷 - M65 필드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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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누구든

입을 수 있는


 거의 3개월만에 글을 쓴다. 직업적으로 시즌이 굉장히 바쁜 편이라 도저히 원고를 쓸 엄두가 안 났다. 매일 푸른 색 셔츠를 입고, 청바지와 카키 치노를 번갈아가며 입었다. 현장에 갈 때면 뉴발란스를 신고 사무실에 갈 때면 브라운 스웨이드 처카 부츠를 신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아우터를 입을 수 있는 날씨가 와있었다. 이 계절이 되면 항상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아우터가 사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욕망에는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사봐야 어차피 M65 입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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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로부터 시작된 유행


 M65 필드자켓은 미군이 전쟁 당시에 입던 군복이다. 전쟁 이후 남아도는 군수물자가 시중에 값싸게 풀리면서 그걸 사입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았고, 전역한 군인들도 백화점의 값비싼 코트나 자켓을 몇 벌씩 살 수는 없으니 가져온 군복 자켓을 걸치고 다녔다. 실제로 혼란스러운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들에서는 필드자켓을 입은 캐릭터가 1-2명씩은 무조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은 M65 필드자켓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언급되는 <택시 드라이버> 라는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 놀랍게도(?) 한국의 노가다판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질기고 주머니가 많고 아무데나 걸치기 좋으니 작업복으로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모양.

 

 하지만 미국 문화에 심취한 일본에서는 영화에 계속 나오는 M65 필드자켓은 이미 하나의 상징이 되어 영화 속 패치워크와 상태를 고스란히 고증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구)리얼맥코이에서도 진행했었고, 지금은 뿔뿔이 흩어진 멤버 중 한 명이 설립한 토이즈맥코이에서도 꾸준히 택시 드라이버 컬렉션에서 M65 필드자켓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의 부자재와 컨디션을 정밀하게 복각하는 제품이라 가격이 미친듯이 높다. 사실 작업복에 가까운 옷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어느 분야에나 덕후는 있는 법이다.

 

 M65는 디자인에 따라 1세대부터 3세대까지로 크게 나뉘는데, 1세대(어깨 견장이 없고 은색 지퍼)나 3세대(어깨 견장이 있고 황동 지퍼)보다는 2세대(어깨 견장이 있고 은색 지퍼)가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단순히 <택시 드라이버>에 나온 게 2세대니까..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제작사와 안감 재질까지도 차이가 있지만 이 부분은 패션으로 입을 사람에게는 별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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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의 시대


 만약 나처럼 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 자켓을 한 번쯤은 이미 봤을 수도 있겠다. 중학교 쯔음에 배정남의 모드 바이커 룩이 유행하면서 필드 자켓 붐이 크게 불었기 때문이다. 다들 저런 자켓 하나 갖겠다고 구제 샵을 돌며 혈안이 되어있었지만 당시에는 밀리터리 빈티지에 대한 지식을 얻을 곳이라고는 영어나 일본어로 쓰인 해외 매거진이 다였고, 그로 인해 악독한 구제 사장들에게 눈탱이를 맞는 케이스가 허다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량이 많은 캐나다군/스웨덴군 자켓을 속여팔거나 일본 보세에서 찍은 옷을 오리지날이라고 속여 파는 등.. 악행의 시대였다.

 

 물론 나도 당시에는 코흘리개 꼬마였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보세에서 찍은 악성 매물을 떠안았고, 겨우 5번을 입었는데 지퍼가 고장나고 모자의 털이 우르르 빠지는 참사를 겪었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회의 시대였는데, 동묘에는 1만원 - 2만원대에 데드스탁 M65 필드자켓이 꽤나 자주 나왔고 최근 크게 유행한 M65 피쉬테일 파카도 3-4만원 대에서 구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을 알아볼 안목과 지식이 없었던 점이 안타까울 뿐.. 정남이 형도 당시에 동묘에 허구헌 날 출석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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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5는 어떻게 입을까?


 사진의 우디 앨런은 엄밀히 말하면 M65가 아니라 M51을 입긴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그리고 이전의 글들에서 다뤘던 카키 치노 - 블루 옥스포드 셔츠 - M65필드자켓 조합을 정말 좋아한다. 여기에 컨버스를 신으면 캐주얼해지고, 밀리터리 서비스 부츠를 신으면 섹시해진다. 앞머리를 내리면 시티보이가 되고 앞머리를 올리면 마초남이 될 수 있는, 중간선상에 있는 훌륭한 옷차림이다. 

 

 M65 필드자켓은 올리브그린 컬러이기 때문에 블루/네이비/카키/화이트와의 조합이 좋은 편이고, 블랙/그레이와의 조합이 어색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지를 카키 치노나 데님으로 맞추고, 이너는 블루 옥스포드 셔츠 / 네이비 터틀넥 니트 / 그레이 스웻셔츠 중에서 골라입는다. 신발은 화이트 스니커즈나 블랙 로퍼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의외로 재밌는 조합이 있는데, 이너로 재즈/락 계열의 콘서트 굿즈 티셔츠를 입고 M65 필드자켓을 걸쳐주면 미국 덕후 느낌이 꽤 맘에 든다. 피티워모 같은 곳에서는 클래식 수트 위에 입는 것도 꽤나 크게 유행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M65 필드자켓을 입고 나가면 종종 재입대하냐는 말을 듣는데, 경례 한번 해주고 웃어넘긴다. 어차피 남성복의 절반 이상이 군복에서 왔는데 군복 하나쯤 입는다고 뭐 이상할 게 있겠는가. 트렌치 코트도 군복인데 그러면 가을마다 여성징병이 꽤 많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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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사실 나는 밀리터리 자켓은 특히나 그 시대의 미군 오리지널을 사는 게 거의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용하지 않은 데드스탁으로. 해마다 수많은 브랜드가 미군 군복을 복각해서 내보내지만 특이한 패치나 사양을 재현하고 싶은 게 아닌 이상은 보통 미군 오리지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빈티지샵을 몇 군데 주기적으로 구경하면서 매물을 보는 편이다. 주로 보는 빈티지샵은 아래의 2개 샵과 개인 매물들. 

 

https://www.doublearms.com/category/shop/23/

http://unicoshop.co.kr/index.html

 

 다만 사이즈에 있어서 상당한 장벽이 있는데, 경우의 수가 브랜드 의류들과 다르다. 군복의 경우 체격에 따른 사이즈(S~L)와 길이에 따른 사이즈(Short - Regular -  Long)을 병기한다. 나는 현재 보통 100-105 사이즈를 입고 키가 170인데 Small-Short을 핏하게 입고 있다. 미군 옷이다 보니 크게크게 나오는 걸 고려해야 하고, 가능하면 실측을 반드시 확인해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물론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된 옷을 원한다면 폴로라는 최고의 명답이 있다. 미국 군복의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해석은 폴로 이상의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 시즌마다 항상 밀리터리 자켓이 나오고 있으니, 매장에 가서 입어보는 걸 추천. 

 

52개의 댓글

잘 읽었다 난 m65 2세대 보유중인데 세대별로 구분하는 거랑 제조사 별로 사이즈 다른 점도 추가하면 좋긴 할듯?

나도 밀리터리 패션 좋아해서 개드립에도 올렸는데 항상 패배자 마인드가진 새끼들이 댓글 달아서 글쓰기 싫더라

나대신 열심히 올려줘

1
2021.10.30

그냥 카이아크만 살래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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