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a6fafbbb 2021.10.22 16

나한테는 대학생이 되면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일찍 시작된 고민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들으면 나를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본 적이 없는 고민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다소 철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질문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한번쯤은 고민해본 이야기. 그러나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 그런 이야기. 나한테도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질문을 스스로 묻고 또 물었던 적이 있었다. 더 자세히는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끝없이 묻고 묻던 이런 이야기는 아마 내가 재수생활을 하던 20살 무렵 시작됐던 것 같다.

 

 

재수를 하던 당시의 나는 학벌에 목숨을 걸었었다. 명문대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만 같았다. 아침 8, 학원에 등원하면 한 교실에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닭장의 닭처럼 좁은 책상에 나눠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생 간에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차가운 공기의 그 교실에 들어섰다. 나는 꽉 찬 교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나의 책상에 않아 나또한 한 마리의 닭이 되었다. 목표를 알지도 못한 채로 눈앞의 모이만 쪼아 먹는 닭처럼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노트를 정리했다. 저녁 10시가 되면 학원의 일정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 멍을 때리고는 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고민을 무수히 되뇌며 여차저차 재수생활을 마쳤다.

 

 

결과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나의 욕심대로 원서는 모두 명문대학교에 지원했고 당연히 모두 탈락했다. 나는 눈앞에 목표를 잃었다. 사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왜 명문대를 가고 싶어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20살 그 꽃다운 나이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채워나갈 때 닭장 같은 곳에서 모이만 쪼아 먹던 나는 길을 잃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때쯤 그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명문대를 원한 것이 아니고 그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수능에 매달렸던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민을 남에게 이야기하면 하나의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부끄러워서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마음 한 구석에 처박아두고 나는 바로 군에 입대했다. 그냥 도망쳐버렸다. 군복무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버지의 문방구에서 일을 돕다가 입대한 사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을 하다가 입대한 사람, 심지어는 외국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를 운영하던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나는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황금 같은 20살을 날려먹은 사람이다. 공부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했다. 목표가 확실했으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1년을 날려버린 나는 그들을 한심하게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그래도 무언가 하고 있었으니까.

 

 

군생활을 한지 1년이 넘었을 무렵, 나는 다시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목표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무엇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대학에 가기로 한 것이다. 대학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 에세이에서 처음 얘기하는 것이지만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광고기획자가 되고 싶어.”라고 답해왔다. 꿈은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영상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맞는 직업이 광고기획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광고기획자가 꿈이라고 이야기해왔다. 다만 나의 꿈을 존재하는 그럴듯한 직업에 끼워 맞추기 위해 구겨 넣은 듯은 듯한 기분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 솔직히 이야기하겠다. 나는 처음에 이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누가 집에서 2시간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싶겠는가?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마치 내가 모자라서 밀려나와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1학년 생활을 하던 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주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던 그 손님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사람이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길 원하기에 누군지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영국에 유학을 보내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확히는 모기업에서 진행 중인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영국 런던대학교로 유학을 보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유학을 다녀와서는 그 기업에 인턴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후려 맞은 것 같았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나는 당연히 수락했고 그 날 자취방에 돌아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왜일까? 왜 나한테 이런 기회가 찾아온 걸까? 퍼즐을 맞춰봤다. 만약 내가 그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이 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인생은 참 모르는 거구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

 

 

나는 그 이후로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왔다. 학교 방송국 국원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교양수업에 참여해 다양한 전공의 학우들을 만났고, 대외활동에 지원도 했다. 그 어떤 일도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 미래는 예측하는 영역이 아니고, 대응하는 영역이니까. 이것이 내가 지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박재갑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것이다. 박재갑 교수님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강연하셨다. 놀랍도록 나의 생각과 같았다. 본인의 삶을 돌아봤을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것이라는 교수님의 강연. 이것은 단지 신기한 일이라고만 할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를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나서 무엇을 해야 될지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박재갑 교수님이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확신을 줬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을 가지게 해주셨다. 나는 내가 지금 당장 끌리는 것을 할 것이다. 그 결과는 감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까.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2배로 늘리는 방법을 아는가? 간단하다. 복권을 2장 사면 된다. 우습지만 맞는 이야기다. 반대로 복권을 한 장도 사지 않으면 그 확률은 0%가 된다. 0%1%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 그럼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셀 수도 없이 많은 복권을 사야 된다. 당첨확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 많은 것을 해봐야 한다. 공부를 해도 좋고, 일을 해도 좋고, 유튜브를 시작해 봐도 좋다. 글을 써보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더 이상 긴 미래의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당장 1년 후 지금 이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 되면 된다. 앞서 얘기한 영국 유학 건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산되었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영국에 갔다면 무슨 일이 벌여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영국에 가지 못하게 됐다. 이걸로 끝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관철해 나가려 한다. 이 에세이를 빌려 다시 한번 나에게 확신을 준 박재갑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1개의 댓글

0a75daa7
2021.10.22

야 너 글 왤케 잘쓰냐 술술 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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