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코로나 백신과 혈전증에 대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글

1.

현재 응급실은 백신 관련 부작용 환자들로 넘쳐난다. 너무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증상으로 내원해 백신과의 연관성을 묻고 있다. 대규모 접종 이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공포심을 조장해온 것에 비해 부작용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 이 글은 대표적인 부작용인 혈전에 대해 다룬다. 현재 모든 환자들이 혈전에 대해 묻고 있기 때문이다.

 

2.

혈전 부작용은 세계적으로 대부분 아데노벡터(아스트라제네카, 얀센)백신에서 보고되었다. mRNA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서는 거의 보고된 바가 없다.

 

3.

혈전의 유발 기전은 비교적 명확히 밝혀져 있다. 백신 접종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혈소판 인자(PF4) 관련 항체가 혈소판 수를 감소시키고 혈전을 유발한다. 헤파린 노출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과 기전이 비슷하지만 헤파린을 맞지 않은 환자에게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질환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Thrombosis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TTS) 로 명명했다. 이하 편의상 백신 혈전증이라고 한다.

 

4.

백신 혈전증은 기전이 밝혀져 있으므로 진단 방법도 명확하다. 일단 혈전 증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성 기전상 혈소판 감소를 필수적으로 동반하며 혈전과 관련된 피검사 수치인 D-dimer가 상승해 있다. 이 모든 징후가 일치하면 MRI 등의 영상 검사로 혈전을 확인할 수 있다. 혈전이 확인되면 혈소판 인자(PF4) 항체를 확인하는 ELISA 검사로 백신 혈전증을 최종 진단한다. PF4 ELISA 검사는 현재 전국의 샘플을 위탁받은 한 군데의 병원에서 검사하고 있고 해외 위탁도 병행해서 진행한다. 현재까지 백신 혈전증 사례 두 건 모두 이렇게 확인되었다. 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백신 혈전증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5.

이미 대규모 아데노벡터 백신 접종을 마친 국가들에서 백신 혈전증과 관련된 연구와 통계가 나와 있다. 최신 통계상 백신 혈전증은 영국에서 100만 명 당 14.2명, 독일에서 100만 명당 12.4명 정도의 빈도로 보고되었다. 진단받은 환자 중 사망률은 10% 초반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아데노벡터 백신 접종 건수는 현재 1000만 건이 넘었고 백신 혈전증은 2건 확인되었다. 아직까지 확인된 500만 명당 1건이라는 확률은 대단히 낮은 수치다. (로또 1등 확률이 814만 분의 1이다) 하지만 근래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었고 혈전이 의심되는 많은 환자들이 검사받고 있으며 PF4 ELISA가 적극적으로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분명히 늘어날 것이고 추후 얼마나 더 확인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추세로는 해외 데이터보다는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6.

백신 혈전증은 주로 머리(뇌정맥동)와 배(복부내장정맥)에 발생한다.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면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쪽에서는 두통, 경련, 시야 흐릿함, 복시, 배에 발생했을 경우에는 복통 등이 나타난다. 국내 2 건은 모두 머리 쪽에 발생했다.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백신 혈전증은 심장, 폐, 사지 등에도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증상이 호흡곤란, 흉통, 사지 부종, 발적, 창백해짐 등이다. 그리고 혈소판이 감소해서 발생하는 증상이 있다. 전신 어딘가에 자반이나 혈종이 생기거나 외상 없이 멍이 드는 증상이다. 혈전의 직접적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백신 혈전증으로 발전하는 일은 드물다. 종합하자면 대단히 다양한 증상이 백신 혈전증에 포함된다.

 

7.

백신 혈전증은 드물게 확인되었지만 두 건 전부 중증이었고 한 건은 사망 사례였다. 밝혀지지 않고 지나간 경증이나 중증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첫 번째 사례가 확인되기 전에는 감시 체계가 느슨했다. 하지만 현재 당국은 대규모 접종과 더불어서 모든 사례를 수집하고 검사하는 중이며,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혈전 증상을 홍보하고 있다. 이미 전국민 데이터베이스로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신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병원에 찾아온 사례를 신고하고 있고, 혈소판 감소 등의 유사 사례를 신고하면 확인을 위해 응급실로 바로 연락이 온다. 향후 사례가 더 발견되고 누적될 것이다. 일단 접종 후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8.

아데노벡터 백신의 이상 반응은 체감상 상당히 심각한 편이다. 또한 혈전 증상과 비슷한 이상 반응 또한 많이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관련된 증상이 있다면 검사해서 확인하지 않고는 혈전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보건소나 병원에 유선상으로 문의하거나 일차 병원에 방문하면 대형 병원 진료를 권유받게 된다. 덕분에 현재 대학병원은 혈전 의심 환자들이 마비될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 뒤에 시작된 대규모 백신 접종이 야기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관련 업무가 기존의 코로나19 관련 업무와 함께 전부 응급 의료 현장으로 집중되어 상당한 부하가 걸리고 있다.

 

9.

응급실에 내원하면 일단 혈전 관련 증상을 확인한다. 혈전 증상은 워낙 다양하고 넓게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검사를 진행한다. (증상이 너무 연관성이 떨어지면 검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피검사상 혈소판 수치가 정상이라면 백신 혈전증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나중에 수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에 추적 관찰은 시행한다.) 혈소판 수치가 정상에 비해 낮고 D-dimer가 높고 명확한 혈전의 증후가 있다면 MRI로 혈전을 확인한다. 혈전이 존재하면 PF4 ELISA 검사로 백신 혈전증을 최종 진단한다. 현재까지 이 흐름에서 벗어나면 백신의 치명적 부작용과는 관련 없는 증상으로 파악한다. 치료는 관련 임상 양상이 있으면 최종 진단 전에도 백신 혈전증에 준하여 진행한다.

 

10.

해외에서는 백신 혈전증이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직 국내 여성 사례는 없다. 또한 나이가 젊을수록 확률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국내에는 30대 남성 두 명만이 진단되었다. 당국은 아데노벡터 백신의 접종 연령을 30세에서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아마 사례는 더 발견될 것이고 그에 따라 방침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11.

백신 혈전증은 발생 기전과 진단 방법이 확립되었고 발생 빈도가 어느 정도 연구된 백신의 명확한 부작용이다. 백신 혈전증이 아닌 다른 혈전증은 현재까지 백신 접종 이후 발생 빈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타 다른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예컨대 백신 이후 '사망'은 직접적으로 인과 관계 파악이 어렵다. 인간에게는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사가 일정 비율로 발생한다. 모든 환자가 부검으로 사인을 조사하면 부정맥이나 심근경색 외에는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 직접적 인과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직 우리에게 밝혀지지 않은 기전으로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모든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의 발생 빈도 차이가 발생하는지 비교한다. 차이가 없다면 접종 후 발생한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은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부족한 것이다. 언론에서 많이 보는 '접종 이후 사망, 인과 관계 부족'은 대부분 이러한 연구로 도출한 결과다. 실제로는 케이스마다 조금 더 복잡하고 세분화된 인과 관계 판단 기준이 있다.

 

12.

이런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질환에 대해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비단기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 중 입증된 것은 백신 혈전증 외에는 없다. 국내 접종 후 사망 사례 중에는 기저질환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질환의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 30대 백신 혈전증 사망은 당국이 백신과 사망 관련성을 인정한 '첫' 사례가 되었다. 현재 전 국민 데이터베이스로 드문 질환들의 다양한 부작용 사례를 모으고 있다. 아마 백신 혈전증은 더 발견될 가능성이 높고, 추후 다른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발견될 수 있다.

 

13.

현시점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상을 호소하는 군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고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분명히 백신 혈전증 발생 빈도에 비해 언론에서 홍보를 너무 공격적으로 한 탓에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한 면이 있다. 환자들은 모든 증상과 진단을 백신과 연관 짓고 있다. 하지만 정말 백신과 연관되어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의료진에 입장에서 솔직히 너무 많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힘겹다. 허나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은 다른 백신에 비해 분명히 심각하다. 본인에게 이전과 다른 증상이 있다면 백신과 연관 짓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또한 당국이나 의료기관에도 필요한 일이다. 사례를 모아갈수록 백신은 안전해진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므로 차라리 많은 환자가 찾아오는 편이 더 낫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령에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백신 혈전증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14.

종합하자면 현재 상황은 최선이다. 코로나19의 해악에 비한다면 결국 백신은 모두가 맞아야 한다. 백신 혈전증은 사례가 추가로 밝혀진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빈도는 대단히 낮을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접종 횟수가 많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빈도가 높은 치명적 부작용이 새롭게 발견될 확률 또한 높지 않다. 그럼에도 혈전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현재 백신 혈전증은 정확한 기준과 인과관계에 의해서 확인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백신 혈전증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면 실제 가능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 글은 현재 시점에서만 사실이고 향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백신은 현재진행형이고 의학은 끝없이 사실을 수집하면서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https://www.facebook.com/ihn.namkoong/posts/4104338419619544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글

10개의 댓글

무슨 MRI를 찍는거지...?

0
2021.10.13
@응급환자우선입니다

혈관조영술아님?

0
@주안멋쟁이

조영술은 CT일텐데...MRA를 부위별로 찍으시나..

0
2021.10.13
@응급환자우선입니다

뇌랑 복부에 많이 발생한다고 했으니 Brain MR 조영제넣고 찍나보지

0
2021.10.14
@응급환자우선입니다

뇌는 MRI.. 복부는 CT..

0
2021.10.13

모더나 1차맞고 4주째 가슴 아픈데 피검사나 심전도검사결과는 정상이라 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0
2021.10.13
@겨울이온다

심장초음파 해봐 그럼 직빵으로 나옴 거기서도 문제없다 하면 신경성일듯

0
2021.10.13
@겨울이온다

4주째면 99% 스트레스성

5
2021.10.13

부작용는 혈전 외에는 명확한것은 없거

이상반응이오면 피 검사 받는게 중요하단 말인가

 

0
BAN
2021.10.13

무식한 새끼들은 의사가 아니라 신이 강림해서 말해줘도 안 믿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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