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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친누나가 있었다

4a30c732 2021.08.18 2445

고등학생 때 인가 아니면 대학생때 부턴가

 

꿈에서 내가 문 밖에 있고 안에서 누가 피아노를 치는데 교복을 입고 있을때도 있고 그냥 사복을 입고 있을때도 있었어

얼굴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많이 젊었어 지금 내 또래나 한두살 어렸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몰래 숨어서  보다가 안에 있던 여자랑 눈 마주치면 그 여자가 나한테 이리 오라고 하면 내가 막 좋아서  여자 무릎위에 올라가서 앉는 꿈을 꾸곤 했거든

 

가끔 식당을 가거나 티비를 볼때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그때 꾼 꿈이 떠오르면서 되게 울컥 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았는데

난 그냥  같은 꿈을 너무 자주 꿔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릴떄 만화 영화 이런걸 되게 많이 보기도 했어서

기억은 안나는데 감명깊었던 장면이 있어서 그냥 그때 감정이 올라오는건가 싶었어

친구들이랑 있을때도 가끔 그러면은

농담삼아 친구들이랑 어리? 왜 눈물이? 하면서 장난도 치고 그러다가

 

취업하느라 바쁘고 스트레스 받다보니 그 꿈이나 울컥하고 아련한 그런 일은 점점 줄었들었어

그러다가 이번주 월요일에  퇴근길에 갑자기 그 장면이 또 떠오르는데 이번엔 진짜 막 감정이 너무 터져나와서 차 잠깐 세워놓고 한 삼십분은 울다가 겨우 퇴근 했단 말야

 

이번엔 조금 이상하다시피 너무 생생하고  그 여자랑 나랑 대화도 나누는데 내가 누나 누나 하는거 있지

그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왜이러지 싶어서 그날은 하루종일 멍떄리다가

어제 어머니랑 통화 하는데 그냥 평소에도 엄마 나 사실 어디 부잣집 아들이지?  이런 장난을 자주 했어서

그냥 장난으로 엄마 나한테 누나 있지? 하니까

 

어머니가 되게 놀라시면서 기억이 나냐고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나도 당황해서 그냥 위에 적었던 그 장면에 대해서 설명 해주니까 어머니가 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서 집으로 오라고 하셔서 집에 갔었거든

 

어머니 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나는 그냥 단순히 내가 늦둥이 인줄 알았는데

내 위로 12살 많은 누나가 있었대

피아노 잘 치고 

내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서 우리 엄마보다 날 더 이뻐해주고 그랬나봐 

내가 꿈꾸고 가끔 떠오르던 그 장면이 우리 집이고 누나 방이었대

어머니 아버지가 맞벌이 하셔서 어릴때 부터 누나랑 계속 붙어있다 보니 나도 누나를 너무 잘따르고 좋아했었대

 

내가 초등학생때 누나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는데

 

내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울다가 기절하고 일어나서 또 누나 찾으면서 울다가 기절하고 며칠을 그랬다더라

 

그러다가 내가 충격을 못견딘건지 누나에 대해서 기억 자체를 못하게 됐다고 하더라고

의사가 심인성 기억상실인가 그랬다고 하네..

내가 기억상실 증상이 회복되는게 오히려 더 안좋을 수도 있다고 해서 이사를 갔고, 누나 사진을 다 숨겼고, 나를 위해서 누나의 흔적을 숨겼다고 하시더라..

 

어느날 기억을 하다가도 다시 재발해서 잃어버리고 그랬었대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이사를 갔던것도

집에 내 어릴적 사진이 몇개 없던것도 

티비에서 피아노만 나오면 니 아빠는 피아노 싫어한다면서 채널을 돌리고 외식 할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절대 안가신다던 어머니 행동이 이해가 되더라..

 

그래서 오늘은 연차내고 하루종일 누나에 대해 생각했어

 

그런데  기억이 안난다..

영화보면 갑자기 번쩍 하더니 전부 다 기억나고 그러는데

난 그냥 내가 꿈을 꾼 그 장면만 기억나

누나가 있었다는건 이제 기억이 나

근데 누나 얼굴, 목소리, 나한테 하던 행동들은 하나도 기억 안나

내가 누나를 많이 사랑했던 감정만 기억나고

누나 무릎 위에 앉는게 좋았고 누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게 좋았던것만 기억나

 

누나한테 너무 미안하다

내가 그렇게 좋아했고 날 그렇게 좋아해준 누나를 여태까지 기억을 못했고 

이제와서 기억을 하려 해도 떠올리질 못한다는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번이고 누나를 잃어버리고 그랬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

 

지금 기억하는거도 다시 잃을수도 있다고 해서

개드립은 종종 내가 쓴 글 보니까 기록 해둘 겸 적어본다

휴대폰 컴퓨터 일기 어디에다가도 일단 다 적어놓으려고..

 

내가 다시 누나를 잃을 순 있어도 지금 나는 누나를 너무 그리워 하고 있다고

 

미안해 보고싶어 누나 내가 많이많이 사랑해

 

 

 

 

11개의 댓글

e354e60a
2021.08.18
0
25a38648
2021.08.18

ㅜㅜㅜㅜ 너무 사랑하니 상실감이 커서 그런걸꺼야 미안해하지말자

0
806e5d9c
2021.08.18
0
a1057b36
2021.08.18

와...시발

0
908add61
2021.08.18

부모님한테 말해서 사진이라도 봐라...

0
d27e3146
2021.08.18

윗 개붕이 말처럼 사진이라도ㅜㅜ

0
d41f4320
2021.08.18

와....

0
a5178aab
2021.08.19

ㅠㅠㅠㅠㅠㅠㅠㅠ

0
a41397d5
2021.08.19

이거 진짜라고?

0
eac4aaaf
2021.08.19

출근길에 눈물흘리고갑니다

0
4b53827e
2021.08.19

이 글보고 눈물찔끔함ㅠ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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