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자작소설] 광역시 히어로 집단 5화

5화

 

 

저녁을 지나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
환하게 불이 켜진 1, 2층과 달리 3층부터는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피부관리샵을 야간에 하진 않을테니까 어두운게 당연하다 쳐도
4층까지 불이 없는 것은 좀 이상한데.


어둠에 눈을 적응해가며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갈 때 
네비의 말대로 '띵동'하는 알림음이 울렸다.
미리 알려준 덕분에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그대로 4층에 올라가니 암막커튼이 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무서운 느낌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 커튼을 들추니 그곳에는 약한 붉은 조명과 매표소가 보였다.

 

매표소에는 일반 목욕탕에 비해 비싼 요금표와 함께
'남성 전용'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가격표에 나와 있는 액수만큼 현금을 지불하자 
매표소에 있는 아저씨는 말없이 라커 키를 나에게 건넸다.

 

찜방의 구조는 낡은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번호가 쭉 붙어 있는 신발함과 라커가 보였다.
유난히 낡고 불결한 느낌이 든다는 것 이외엔 이상한 것은 없다.

 

[라커로 걸어가면서 화재경보기 위치를 확인해.]

 

네비의 목소리는 다행히 건물 안에서도 잘 들렸다.
내가 받은 키의 번호는 14번, 입구에서 가까운 라커열의 아래 쪽 칸이다.
라커를 찾는 척하면서 한바퀴를 도니 라커룸 끝 벽면에 화재경보기가 보였다.

 

화재경보기를 확인하고 다시 14번 라커로 가려는데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손목을 쥐고 수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가운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가운에 비해
밑단이 성기나 엉덩이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짧았다.

 

'네비의 말대로 확실히 수상한 곳이긴 하군.'

 

귀를 기울이면 수면실 쪽에서는 남자가 내는 신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라커를 열고 가방 안에 넣어 두었던 것을 꺼내.]

 

나는 자연스럽게 라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아랫 쪽이 짧은 가운이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이걸 입을 일이 없어 다행이네.'

 

나는 가방에서 사전에 네비가 건네준 물건을 하나씩 꺼냈다.
소방훈련용 연막탄 4개
처음보는 물건이지만 뚜껑을 벗기고 와이어 고리만 당기면
연막이 분사되는 형태라서 사용에 어려움은 없을 듯 하다.

 

[이제 연막을 터트리면 돼.
 터트린 연막은 라커 입구마다 하나씩 놓고 나서
 마지막엔 화재경보기를 울려. 
 그리고나선 최대한 빨리 뛰어 나오면 돼.]

 

설마 진짜 불이라도 나는 것은 아니겠지.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연막탄의 와이어 고리를 당길 때 너무 긴장한 탓에
하마터면 고리를 끊어먹을 뻔 했지만 연막탄은 작은 불꽃이 
몇 차례 튀더니 다행히도 연막이 분사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지마! 계속 움직여야 돼.]

 

아차. 나도 모르게 멈춰섰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연막탄을 라커 입구마다 터트리자 서서히 탈의실은 연막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다간 탈출이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다급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지막으로 화재경보기를 눌렀다.

 

화재경보기를 누르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경보음이 건물 전체에 울렸다.
나는 네비의 말대로 최대한 빨리 목욕탕 입구를 지나 
매표소를 통과하여 무사히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화재경보기는 건물 전체에 연동되는 듯 내가 심호흡을 하는 동안
1층 고깃집의 손님들과 2층에서 내려온 BAR 손님들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밖으로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나체 혹은 나체에 가까운 가운을 입은 남성들이 내려왔다.
연막에 가려 라커를 찾지 못한 채 여기저기 부딪혔는지
얼굴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나체남들에 놀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큰 길가로 나와. 나도 카페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한바탕 소란을 뒤로 하고 큰 길가로 가기 위해 등을 돌리려던 찰나
골목쪽에서 아까 보았던 하회탈을 쓴 남자가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

 

 

카페 앞에서 만난 그녀는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테이크 아웃잔에 담은 레모네이드를 건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차가운 레모네이드는 두 세모금만에 모두 없어졌다.

 

"이제 오늘 일은 끝난거야?"

 

"목격자도 많으니 아마 SNS같은데 많이 올라올 거야.
 아마 지역신문같은 곳에서도 기사가 뜨지 않을까?
 이슈가 되서 뉴스 같은데서도 나와주면 좋을텐데."

 

한 밤에 나체로 튀어나온 남자들이니 조용히 묻히지는 않겠지.

 

"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성병을 옮기는 남자 아니었어?"

 

그녀는 웃는 얼굴 그대로 대답했다.

 

"왜? 그 남자 얼굴에 원투펀치라도 먹이게? 
 그건 우리 방식이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그건 우리 방식이 아니야.

 

"그건 그렇고 슬슬 네 능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을거 같아."

 

"내 능력?"

 

존재감이 없는 걸 말하는 거겠지.

 

"오늘도 딱 한번 너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있었어."

 

건물에 올라가기 전 왠지 시선이 느껴졌던
하회탈을 쓴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인가?

 

"평소보다 적게 들킨 편이지만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하려면
 더 완성된 능력이 필요해. 
 혹시라도 중간에 발각되어 경찰서 신세라도 지게되면 곤란하니까."

 

"그건 진짜 곤란한데."

 

그녀는 내 눈을 자신없이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런 눈으로 봐도 나는 몰라.

 

"네비의 능력은 어떻게 강화시키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후 명상 30분."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귀찮다면 귀찮은 수련법이구나.

 

"명상을 하면서 쓸데없는 것들을 잊어버리면
 평소보다 목표에 대해 선명하게 보여."

 

"그럼 나도 오늘부터 명상을 해볼까?"

 

"설마."

 

그녀는 싱긋 웃으며, 진지하게 고민해보자고 말하며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꼭 고민해봐~!"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다른 고민을 했다.

 

이렇게 끌려다니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하지?

 

 

-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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