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자작소설] 광역시 히어로 집단 4화

4화

그녀와 함께 히어로 활동을 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며 체력도 많이 늘었고
복싱장에서는 원투를 활용한 콤비네이션도 좀 더 능숙해졌으며
나쁜 사람도 물론 꾸준히 처벌했다.

 

낯선 해프닝이 어느새 일상으로 바뀐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

 

 

공과대학의 한 수업에서 나는 필기하려고 펼쳐 둔 노트 한켠에
그녀의 특징을 쭉 나열해보고 있다.

 

1. 그녀는 예쁘다.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한 단정하고 예쁜 이목구비에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탄력있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다.

 

2. 성격도 좋은 것 같다.
아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사교성도 좋은 것 같고
히어로를 자처할 만큼 정의심도 남다른 듯 하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별표 두 개와 함께 
'그녀는 예쁘고 성격이 좋다.' 라고 적어 두었다.
이런 미인을 알게 되었고 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남자로서 굉장한 행운이지만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다음부터이다.

 

3.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믿고 나 역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목표를 잘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고
나의 능력은 '자신의 흔적을 잘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녀의 믿음 덕분에 우리가 함께 행동할 수 있는거지만
솔직히 망상증 환자같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요 한달 간 그녀는 초능력까지는 아니지만
단순히 촉이 좋다는 말로는 부족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를 찾아냈을 때는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했지만
소위 말하는 '히어로 활동'을 할 때면 그녀는 마치 고성능 정찰기처럼
주변 인물이나 사물의 행동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그것은 그녀가 나를 볼 수 없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초능력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으며
놀랍게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초능력자를 이용한 
첩보부대를 만드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절래절래 흔들었다.
비현실적인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더 이상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은 주제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물음표 두 개와 함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어쩌면 남들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적었다.

 

단순히 그녀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존재감이 없는 것이라면
더이상 우리는 만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접점은 이거 하나 뿐이니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교수님은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는 나를 보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안풀리는 것이 있긴 하지만 교수님도 이건 해결 못해주겠지.

 

 

----

 

 

수업이 끝나고 그녀가 다니는 학교 주변의 카페로 갔다.
어느 대학 주변의 카페가 그러하듯 
레포트를 쓰는 학생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도착했다.
실키한 블라우스에는 연분홍색의 속옷이 어렴풋이 비쳐보였다.


나는 시선을 괜시리 이리저리 돌리며 뭐라도 마실건지 물었다.
그녀는 이곳은 너무 시끄러우니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녀와 함께 이동한 곳은 교내 호수 주변에 있는 벤치였다.
물이 오른 버드나무가 만들어낸 그늘이 제법 여름 분위기가 났다.

 

그녀는 오늘따라 진지한 분위기였다.
뭔가 말할게 있나보군. 괜히 불안하네.

 

"지금까지 계속 고민해봤는데."

 

그녀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었나보다.

 

"뭐를?"

 

그녀는 주저하듯 입술을 오믈거리다가 포기한 듯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야."


라며 오늘은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

 

 

그녀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에 처벌해야하는 대상은 게이야."

 

"게이가 나쁜 거야?"

 

"아니."

 

버드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려 스스스 하는 소리가 났다.
몸에 닿는 바람은 없지만 소리만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성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퍼트린다면 충분히 나쁘다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금부터 갈 곳은 시내에 있는 '찜방'이라는 곳이야.
혹시 '찜방'이라는 곳을 들어본 적 있어?"

 

"찜방이 뭔데? 찜질방같은 건가?"

 

그녀는 단어선택이 어려운 듯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표면적으로 찜방은 일반적인 목욕탕이나 수면방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성욕을 해소하는 곳이야.
 그곳에서 게이들은 오직 성욕해소를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와 섹스를 하곤 하지."

 

내 얼굴이 붉어졌을까? 
그녀의 얼굴은 조금 붉어진 듯 보이는데.

 

"낯 뜨거운 표현은 하고 싶지 않지만 요지는 전달된 것 같은데?
 어쨌든 이번 목표는 찜방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가 불가한 성병을 퍼트리고 있어."

 

나는 경찰이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증거가 불충분하겠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성병을 퍼트리는 것은 이성애, 동성애 할 것없이 나쁜 행위이지만
 이번 목표는 성소수자의 인권이라는 그늘에 숨어 있어
 공권력을 통한 처벌이 더욱 어려워. 
 성소수자 탄압이니 뭐니 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어서
 오히려 양지로 끄집어내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지."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처벌할 수 있지?"

 

"그건.."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네비의 지시를 따르면 돼."

 

 

----

 

 

그녀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한 찜방은
시내의 큰 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좁은 골목에 있었다.
1층은 고깃집, 2층은 BAR, 3층은 피부관리 로드샵이 있었다.

 

그녀는 시내에 도착하고 나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간 후
이어폰을 통해 통화로 나에게 지시를 했다.
나는 평소 히어로 활동과 마찬가지로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의 지시를 따라 움직였다.

 

[찜방은 네 앞에 있는 건물 4층이야.
 아무 간판도 붙어있지 않지만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목욕탕처럼 매표소가 있을거야.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CCTV와 경보알림센서가 있으니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들어가면 돼.
 어차피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서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을거야.]

 

설마했더니 이곳에 직접 들어가야 하다니.
지금까지 했던 히어로 활동 중 가장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잠시 주저하는 사이 골목에 살짝 기대서있는 남자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를 직접 쳐다본 사람이 없었던 탓인지 조금 놀라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인상은 정말 괴이했다.

 

가로등 빛이 잘들어오지 않아 정확한 복장은 모르겠지만
개량한복처럼 보이는 품이 넓은 옷에 
얼굴에는 민속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아마도 저거 하회탈이라고 하지?
아직 여름이라 할로윈은 한참 남았는데 이상하군.'

 

남자는 손에 들고 있는 나무막대로 보이는 물건으로
벽을 불규칙적으로 두드리는 것 이외에는 미동도 없었다.

 

아마 남자가 나를 보았다는 것은 착각인 듯 했다.

 

[이제 올라가면 돼. 올라가다 보면 센서가 작동해서
알림음이 울릴텐데 걱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계속 올라가.]

 

나는 왠지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하며 
네비의 지시에 따라 계단을 올랐다.

 

 

-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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