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2007년의 한국은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https://youtu.be/YKy7631-MzQ

 

2006년의 한국은 얼마나 살기 좋았나?

 

저번 2006년 황금기론에 이에서 1년 후 시점, 2007년에 대해서도 이어지는 글로서 저번 2006년 글의 2부 형식의 글이다.

 

 

 

 

2007년은 2006년에 비해서 뚜렷하게 황금기라거나 굵직한 일들이 많은 해는 아니었다.

그 중에서 사상 최초 1인당 GDP 23000불 돌파와 사상 최초 코스피 2000 돌파 정도가 있으나, 모두들 알다시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위협이 단계별로 영향을 끼치던 시기였다. 다음 해 2008년은 뚜렷하게 경제가 나빠지고 4년이 지난 2011년이 되어서야 23000불을 회복할 만큼 치명적인 시기를 앞 둔 때가 2007년이다.

 

굵직한 일들은 2007년에 없었지만, 웰빙 트렌드가 다각도로 발전하던 때가 2007년이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삶의 질은 여전히 좋았다.

24시간 매장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카페형 매장이 카페와 무관한 곳(심지어 한식까지)에서도 늘어났으며, 맥도날드가 배달 서비스를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패스트푸드 배달 시대를 연 때가 2007년이다.

 

물가는 정말 여전히 저렴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5000원대 식사 선택지가 어디서나 충분히 있던 시기였고, 전체적인 물가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것과 창렬 드립(2009년 등장한 드립), 질소 과자 드립(2011년 등장)과 같은 문제가 없던 양과 질이 준수했던 점을 고려하면 생활 물가가 현재의 절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2007_x6.png

(영문/일문 표기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가격 대가 낮은 곳은 아닐 확률이 높음에도, 5000원대 메뉴가 보인다. 화질이 낮아 영상에선 제외한 사진)

 

 

의외로 2007년이 되어서야 공항철도가 들어섰다. 1단계 구간이라서 홍대와 서울역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공항철도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국에선 첫 아이폰이 출시된 해가 2007년인데, 한국에서는 정말 거의 95%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프라다폰을 비롯하여 터치폰이 조금 보급되는 정도의 영향력만 있었다.

 

웹2.0 열풍과 함께 유튜브를 모방한 UCC 서비스들이 한국에도 넘쳐났고, 듀얼 코어를 사용한 센트리노 듀오 등의 동영상 편집을 위한 컴퓨팅 환경 보급도 크게 개선되었다. 이 당시 웹사이트들은 온갖 확장 기능으로 엄청나게 무거워져 해외에서는 한국 웹사이트 접속하기가 어렵다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도 충분한 100Mbps 인터넷도 한국에선 2006년 상용화 시작되었고, 2007년 당시 OECD 평균 인터넷 속도 13.7Mbps에 비해 한국43Mbps로 크게 웃돌면서 '인터넷 강국'이란 말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2007_x7.png

(윈도 비스타 출시 그리고 듀얼 코어 보급과 맞물려, 2007년 당시 노트북 수요가 굉장히 많았다)

 

물론 이런 '인터넷 강국' 여론은 수년 뒤 죽어가는 싸이월드와 세계를 휩쓴 페이스북이 대비되며, 정말 한국 인터넷 강국이 맞냐는 반론으로 뒤바뀌게 된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와 유사한 서비스들(엠엔캐스트/미투데이/싸이월드)은 한국에서 굉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기는 했다. 더욱이 아이리버/코원/스카이/아이스테이션/빌립같은 모바일 기기 면에서도 세계에서 손 꼽히는 혁신을 기대할 수도 있는 낙관적인 상황이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2007년부터 궤멸적인 타격이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도 기록적인 증시 폭락과 같은 영향 또한 일어났다. 한국은 방어를 잘 하며 지나갔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 2007년의 한국은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웰빙 이후 테크 트렌드에 합류할 수 있는 갈림길이다.

2000년대도 닷컴버블의 테크 산업의 영향력이 있었지만, 2010년대는 FAANG으로 대표되듯이 더더욱 테크 산업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였다.

지금 시간이 흘러 2007년을 돌아보면, 당시 상당한 가능성을 갖췄지만 몇 가지 걸림돌로 빛을 보지 못 했다.

 

• 2007년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한국에서의 테크 산업은 작은 그릇에 그쳤다.

이를 테면 동시기 MS는 엑스박스 360을 경쟁자 플레이스테이션 3를 넘어서기 위해 1년에도 여러번 향상된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의 열정이 보였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았고, 구글은 2006년에 인수했던 유튜브에 2007년부터 현지화 작업을 비롯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인텔은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와이브로 기능을 무선랜에 통합시키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2007년이 시작이었는데, 한국에서도 엠엔캐스트/판도라/엠군 등 충분히 이러한 시도를 할 만한 기업들이 많았다.

 

이러한 시기 휴대폰 국내향 모델 와이파이 탑재 제외나 외산폰 출시 저지 등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었다.

2011년에는 논란의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었고, 2006년 포털사이트에만 한정적 적용되던 인터넷 실명제라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은 2008년에 이르러 사실상 모든 한국 웹서비스에 적용되기에 이른다. 2009년에는 유튜브가 중요하던 시기에, 한국인은 인터넷 실명제라는 모순 때문에 영상을 업로드조차 하지 못 하는 우스운 상황까지 나타난다.

 

소리바다는 멜론을 앞세운 여러 대기업들과 음협의 공격 아래 사실상 완전히 패배하면서, 유능하더라도 작은 기업들은 저런 꼴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사례를 애플의 아이튠즈같은 생태계 하나를 망쳐서, 여러 긍정적 파생 효과의 씨를 말려버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10년 유인촌 문화부장관의 아이패드 사태(아이패드는 와이파이를 이유로 오랫동안 반입이 금지되었다)는 얼마나 쇄국이 일어나고 있었는가를 단박에 보여주는 대표 사례 중 하나였다.

 

• 그래서 2007년은 좋았는가?

2007년은 좋았다. 2008년은 경제적으로 심각했지만, 2004년 무렵부터 이어진 웰빙 트렌드의 여파가 2008년까지는 이어졌다.

그러나 2006년에 비하면 미지근하게 좋았다.

 

2007년은 갈림길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으로는 좋은 시기였다.

 

또, 충분히 자유로웠다. 이 시기의 사람들이 유난히 밝고 개성있는 옷을 입고다니는 것이 그냥 기분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맥도날드가 24시간 매장을 2007년 전국 확장 (2005년 강남 청담 매장을 시범으로 운영)한 점도, 늦은 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놀러다니는 모습의 첫 배경 중 하나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이후로 패스트푸드 뿐만 아니라 카페 등으로도 24시간 매장이 확대되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이 시점 이후로 한국의 새벽이란 밝고 사이버펑크스러운 또 잠들지 않는 그런 독특한 자유로움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2개의 댓글

2021.07.08

잘보고있음

1
2021.07.10

그리운 시절이네. 잘 읽었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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