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군휴학 때리고 띵가띵가 놀면서 집에 있으니까 엄마가 나 데리고 회사 출근시키더라.
엄마가 사장이라 솔직히 눈치 안볼줄 알았는데, 회사 근무하는 이모들이 사장 아들~ 뭐라뭐라 해서 솔직히 눈치 보여서
더 열심히 하게 된거 같음.
근데 일하다보니 약간 뭐 무슨 이유로 나보다 두살 많은 미혼모 누나를 취직시켜야하는 법안? 조건? 그런게 있었는데
그 누나가 와서 업무 보고 있더라. 애기는 회사 바로 밑에 있는 어린이집에 있고
난 원래 여초과인데다 누나가 항상 편한 복장에 화장도 안한 얼굴로 하고 다녀서 여자에 대한 뭐 어려운거 없었고 오히려 그 누나한텐
이성적인 호감 전혀 없었음
근데 또래라서 그냥 이런 저런 얘기했어.
애기 때문인지 학교 못다녀서 나한테 대학교 생활과 관련해서 자주 물어보기도 하고 인스타,페북 끊은지 한참 됐다고 당시 유행하는 트렌드들 전혀 몰라서 솔직히 또래는 맞지만, 아줌마와 대화하는 기분이었음. 확실히 고민거리나 이런것도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기도 했고.
한번은 출근했는데 누나가 안온거야. 그래서 그냥 엄마한테 엥? 누나 안왔네? 하니까 애기가 아파서 집에서 애기를 보고 있다는거야. 그래서 엄마가 그냥 연차 빼고 이런거 없이 하루 쉬어라고 휴가를 줬대. 그래서 많이 안좋나보네 이 생각했는데 일 끝날때쯤 보니까 또 생각나는거임.
그래서 마침 일도 끝났고, 나야 엄마한테 월급받고 일하는거 아니니까 누나한테 한번 가보겠다고 했음.
그니까 엄마가 돈 주길래 죽이랑 음료수 같은거 사서 들어감. 초인종 누르니까 누나가 문열어주는데 울었던건지 눈이 부어있고 좀 초췌해보이더라
그래서 죽이랑 음료수 건네주고 괜찮냐? 뭐 이런저런 얘기하니까 집에 들어오래서 집 들어왔는데 애기 키우는 집치곤 깨끗하더라.
애기는 금방 잠들었는지 새근새근하고, 누나는 부엌에서 뭘 하더니만 내가 사온 음료수 하나 꺼내오고 귤 몇개 꺼내주면서
집에 먹을게 없다면서 부끄러워하더라.
아무튼 난 원래 입도 짧고 먹는거 안좋아해서 됐다고 그랬는데 누나가 너무 힘들어보이길래
많이 힘들죠? 하니까 갑자기 스위치라도 킨거마냥 펑펑 우는거 있지?
너무 당황해서 아.. 말 잘못 꺼냈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이런거 원한건 아닌데 갑자기 집 엄청 가고 싶은거임.
근데 일단은 달래줘야겠고 막 달래주는데 누나가 진짜 너무 힘들다.. 막 신세한탄하는거임.
깊은 얘기는 들어주기 싫어서 그냥 어깨만 두드려주고 뭐 안물어보고 그냥 펑펑 우세요만 했음.
그래서 한 이십분동안 누나가 고개 푹숙이고 울고 난 등 쓸어주고 다 그칠때쯤 휴지 하나 갖다주고 죽 끓여주고 나왔음.
이 이후부터 누나가 나한테 고마웠는지 카톡을 하나 보냈더라. 그래서 그냥 별거 아니다. 많이 힘들어보여서 찾아와봤다 이렇게 보내고
쭉 연락을 이어갔음. 이때도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 어느날 누나가 바다 사진 보내면서 바다 가고 싶다고 그러길래 그럼 애기 데리고 오라고.
엄마 차끌고 나간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좋아하더라.
그래서 애기랑 셋이서 해운대 갔음. 갔다가 횟집 들어갔는데 거기 가게 보시는 아주머니가 엄청 젊은 부부가 왔네 하고 신기해하시더라.
누나는 막 웃고, 난 아니라고 하고 근데 솔직히 좀 부부같은 느낌이 들긴 했음.
뭔가 이렇게 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길래 오 씨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지? 방금? 하고 바로 정신차림.
그 뒤로 누나가 나한테 기대오는것도 잦아지고 안하던 화장을 하고 회사 출근을 하고 그러는거임.
난 슬슬 입대날짜 다가오고 날짜 다가올때부터 나한테 계속 어디 가자, 뭐 먹고 싶다, 요런 얘기 정말 많이 했음.
만날 사람도 없었고, 솔직히 난 해운대 갔다온뒤로 뭔가 감정이 생기긴 했어서 계속 어딜 가긴 했는데 선은 그었다.
진짜 선 넘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솔직히 애기도 좋고 누나도 좋은데 책임은 못지겠더라고.
입대 전날, 누나가 전화가 왔는데 진짜 펑펑 울더라.
보고 싶을거 같다고. 나도 우는 목소리 듣자마자 눈물 핑 돌아서 바로 울었다.
첫휴가때 꼭 보자고 얘기했는데 누나가 알겠다더라. 인편 써서 보내주겠대.
훈련소에서 인편 계속 받으면서 진짜 주말부부? 그런 느낌이었다.
훈련소 끝나고 자대배치 받기전 집 잠깐 들렀는데 누나가 엄마한테 나 주라고 이것저것 보냈더라고.
엄마는 이때 뭔가 누나랑 나랑 뭔가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얘기 엄청했음.
책임질거 아니면 정확히 행동하라고, 상처많은 애고 너도 앞길 생각해야되지 않냐고
알겠다고 그랬다.
솔직히 알겠다고 입밖으로 말은 나왔는데 도저히 행동으로 못 옮겼음.
전화 걸었는데 말은 못하고 그냥 잘 지내고 있냐, 잘지내고 있다 이런 얘기만 하다가 자대 들어갔음.
부대 내에서 힘들고 막 서러운데 누나 생각하면서 참고 있다가도 누나 책임 못질거 같아서 누나한테 연락 오는거 일부러 씹기도 하고
자연스레 연락을 줄였음.
첫 휴가때 일부러 누나 안보다가 누나가 전화왔음.
좀 화난 목소리로. 왜 휴가 나왔는데 얘기 안했냐고.
근데 나도 도저히 어쩔줄 모르겠더라. 솔직히 좋아하긴 하는데 책임을 못지겠으니까.
누나가 막 쏘아붙이다가 펑펑 울더라. 나도 울면서 이러는거 아닌거 같다. 내가 너무 미안하다. 막 그러면서 끊었음.
그러고 들어가고 뭐 이후로 연락 없었음.
전역하고 나서도 엄마한테 그 누나 얘기 안 물어봤고 엄마도 그 누나 얘기 안했음.
근데 얼마전에 엄마가 잠깐 일 좀 도와달래서 엄마 회사 출근했는데 누나 앉던 자리엔 다른 사람이 와서 일하고 있더라.
누나 요새 뭐하는지 궁금은 하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지만서도 말은 못꺼내겠다.
아직 자신 없어서.
1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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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b909b8
애만 없었더라도..
66760f79
엄마도 옆에서 조마조마 했을듯
cf918c03
엄마성격 좋으시던가 미혼모분 성격이 엄청좋았나보네. 미혼모인데도 저렇게 말씀하시니...
f94e5d8f
어머니가 대단하시다.
885c4cb5
진짜어머니가 대단 하시네.
397efd0e
새로운 만남에 애가 걸림돌이네
cd72f2ac
너무 현실적이고 모두에게 공감이가서 슬픈 얘기구만...
b162f386
조제같다
139928d9
울었덩...
3c3f91aa
여자랑 애는 책임져도 주변 시선이 쉽지 않은거 같다...
a14e36f8
씁쓸행...
b5304d4c
주변에 보면 저런 여장부 스타일 어머님들이 계시지.
fffe75a7
8b126dcb
씁쓸허다... 궁금한게있는데 만약에 외부적인 조건 빼고 그 누나만 놓고 보면 어땠냐 스타일이라던지 이야기가 잘 통하거나 이런거
91c686d5
그냥 꾸미면 대학교 애들이랑 다른게 없음
그런건 있지, 나랑 만나기 시작할때부터 웃음이 밝아졌다 그런거? 그냥 예뻤음
8b126dcb
에혀 씁쓸하다 ㅜ
137637a9
너가나쁘다 미혼모에 어린나이였으면 본능적으로 의지하고싶고 애기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고싶고 자기삶도 바뀔수있다는희망을 가졌을거다 애초에 미혼모인거알았으면 적당한선에서 끊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