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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고졸에 살아온 이야기

85649388 2021.06.14 806

그냥 합격하고 이제서야 내가 해냈다는 체감이 왔고,

그래서 내 일대기를 한번 정리 해보고 싶어서 남긴다.

 

뭐 남들 다 그랬듯이 2000년대 초반에는 이혼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창피한 일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유치원때 이혼하셨고, 나랑 누나는 어머니를 따라서 지방에 내려와 살게됐다.

 

당시에 정말 무일푼으로 여기까지 우리 남매를 키운걸 보면 내 어머니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 맞다.

하지만 그땐 어머니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건지 몰랐다.

그래도 집안이 힘들다는건  알고 있었서 그때에 아이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사달라고 투정한번 해본적이 없다.

 

그렇게 커가면서 중학생이 됐고, 매일 찬물에 밥말먹던 생활에서 일주일에 외식 한번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좋아졌다.

하지만 나아진 생활에 비해 가정분위기는 안좋아졌는데 

우리 남매의 사춘기와 삶에 치인 어머니의 히스테리가 만든 결과였다.

 

그럴수밖에, 일하고 와서 모든 집안일 까지 혼자 처리 하신 어머니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지금와서 생각한다. 

 

점점 어머니한테 혼나는 횟수가 늘었고, 마음속에 별것도 아닌걸로 짜증을 내는 어머니의 모습에 천천히 사이가 멀어져 갔다.

 

어느덧 중3이 되었고 나는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때문에 공고를 통해 빠르게 취업하길 희망했지만 어머니의 바램은 인문계를 가길 원하셨다. 

 

바램대로 그 학군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인문계로 진학 하게 됐지만 그 선택이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절을 만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바에 군대를 한번 더 가는게 나을정도로 그 시절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몇 가지 요소중 첫째가 통학거리였고, 둘째가 선생, 셋째가 감옥같은 학교생활이었다.

 

나는 또래보다 집중력과 참을성이 안좋았고, 내가 흥미 있는거 외엔 능력을 발휘해본적이 없었다. 이런 내가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해낼리 없었고,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머니에게 풀었고, 어머닌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나에게 푸셨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가정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나는 수능을 봐서 지방의 전자전기학과로 들어가게된다.

앞서 말하자면 나는 재수를 했다. 내가 이런 지방대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주위 친구들과 비교해서 너무 창피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그렇게 두번째 내 암흑기로 접어든다.

참을성도 없고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던 내가 재수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었고, 결국 수능을 보지않고 도망쳤다.

 

도망친뒤 내가 선택한 삶은 21살 백수였다.

목표도 없이 그저 게임, 밥, 자위의 반복이었고 무간지옥에 빠진것 처럼 영원히 계속 될것 같았다.

 

이 생활은 끝낸건 다름아닌 군대였고, 그렇게 22살 겨울에 입대하면서 백수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2년간의 히키생활로 늘어난 몸무게와 단절된 인간관계가 어려움을 겪게했지만, 적응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순탄치는 않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179포병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고, 10키로 체중감량과 미래의 대한 목표를 가지고 사회로 나오게 됐다.

 

24살에 전역해서 제일 먼저 한건 알바였다.

당시에 전역뽕이 빠지기전에 힘든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여러 알바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25살이 되자 미래의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졌다.

여러 가능성중에 내가 선택한건 공기업이었는데,

고졸에 대해 관대했고, 보장된 워라밸과 높은 연봉때문이었다.

나는 전기를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 누구나 알고있는 공공기관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앞서 더이상 어머니께 손을 벌릴수 없다고 생각했고, 수험생활비를 벌기위해 숙식 노가다를 1년간 하게된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숙식 노가다로 출발하게 된거다.

 

그곳에서 나는 이름이 없었고 몇달간은 이새끼, 저새끼, 등으로 불렸다. 그 험악한곳에서 버티고 나니 나도 이름을 되찾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3천만원을 모은뒤에 취준 생활을 시작 했고, 노가다로 꼬박 15개월을 날렸지만, 경제적 여유를 통해 훨씬 만족하는 취준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 달려서 27살인 지금, 1년이 조금넘어서 드디어 공공기관에 입사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도, 회사에서 꽃다발을 받았을때도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13년전 중학교시절때 통학로를 우연히 가게되었는데, 갑자기 모든 감정이 쏟아졌다.

해냈다는 기쁨, 끝났다는 후련함, 어머니께 효도 했다는 대견함, 등등 쌓였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실 나는 전역후 삶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정말 재밌었다. 목표가 있었고, 하나하나 달성했을 때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나는 내가 기사공부를 할 줄 몰랐다. 수능6등급 언저리인 내가 말이다. 심지어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된뒤엔 공부가 재밌었다.

 

내가 2년간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은, 정말 많은걸 경험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노가다를 통해 직업에 귀천이 없다것과, 수험 생활을 통해 공부하는게 정말 재밌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끝으로 나를 갑자기 덮친 감정들을 해소 할 곳이 없어서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되었다. 

 

 

 

 

 

 

 

 

 

15개의 댓글

3da1b53b
2021.06.14

앞으로 건승해

0
6f38ed29
2021.06.14

수고하셨어요. 동갑인데 많이 배우고 갑니다

0
d244ee11
2021.06.14

나랑 비슷하네 ㅎㅎ 잘되어서 다행이다

0
1ba68d71
2021.06.14
0
3b86c874
2021.06.14

열심히 살았네 앞으로 좋은일만 가득하길 바랄게

0
228b376d
2021.06.14

공기업인데 연봉이 높고 고졸을 사람대접해준다고??

운이좋구먼

0
1ada4249
2021.06.14
@228b376d

공기업 중에 상위 클라스면 사람대접 잘해줌

0
738ec2bc
2021.06.14

축하햇

0
b826089d
2021.06.14

나도 27살인데..

개붕쿤은 노력할줄아는 개붕쿤이구나

나는 노력도 할줄모르고 쓰레기라 조졋다 ㅋㅋ

0
de793c87
2021.06.14

스스로 그만큼 노력하고 인내했기에 받을수있는 마땅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걸 깨닫고 너를 단단하게 만들었냐

그 과정이 너라는 사람의 정수를 만든거다

0
8ac52147
2021.06.14

멋있고 축하하요

0
8ac52147
2021.06.14

잘 읽었습니다

0
714ac59d
2021.06.14

고생 많았다

0
7ce7a067
2021.06.14

멋져 멋져

0
64295301
2021.06.14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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