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괴담] 할아버지는 자기가 죽음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by u/MisterSkulk)

 

<할아버지는 자기가 죽음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Grandpa thinks he can fight Death.>

원글 링크: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ngz7x6/grandpa_thinks_he_can_fight_death/

 

할아버지는 천 조각에 대고 기침을 했다. 선명한 붉은색. 그는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문가에서 '그 씹새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지난주, 그는 나한테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자기 옆에 앉아있어 달라고 요청했다. 할아버지가 쭉 깨어 있던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지나간 시대와 정신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것에 질식해버릴 것 같았다.

 

"할배*," 나는 그의 모국어로 말했다. "아무도 안 와요. 기다릴 필요가 없다구요, 좀 있으면 나 다시 학교에도 가야 되는데. 그럼 누가 할배랑 같이 기다려주나?“

 

그의 눈은 그 곳을, 나와 같은 곳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의 대리석 무늬의 초록 눈동자들은 뒤에 있는 각진 기계 장치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래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나? 이런... 것들 대신에.

 

"아가, 인생에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야. 사건이 너한테 일어나기도 하고, 네가 사건을 찾아가기도 하지. 다들 말하는 것처럼 그냥 누워서 죽기만 기다릴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 씹새끼'가 너한테 찾아오면 맞서 싸울 수도 있는 거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너는 그냥 내가 말하면 버튼 누를 준비나 하고 기다리려무나.“

 

우리는 기다렸다.

 

오전 12. 조용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렬함으로, 굳게 문을 향하고 있었다.

 

오전 1213. 따스한 5월의 공기가 차갑게 식고 무겁게 가라앉는다. 나는 할아버지의 눈을 보았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모든 게 고요하다.

 

밤의 어둠이 더욱 어두워진다. 소리도, 빛도, 우리 말고는 어떤 생명도 없는 공간. 우리는 가만히 멈춰 있었다. 가장 깊은 동물적 본능에 따라.

 

오래되고 무거운 철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 맞닿는 모든 것을 천천히 감싸며 스며들어 왔다.

 

"지금이다, 얘야!“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넋이 나가 그가 말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할 뻔했다. 버튼을 눌렀다. 투광 조명등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살아나, 어둠의 중심을 불태워, 어둠을 벗겨내며 한 남자를 드러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러면서도 익숙한 그의 검은 옷차림이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힌트였다.

 

"이렇게 적대적으로 나올 필요 없네, 필립.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남자가 말했다. 그는 부드럽게, 마치 언어의 구름처럼 말했다.

 

"어림도 없지. 아직 때가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너도 알 텐데.“

 

"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닐세.“

 

"개소리. 우리 모두 그 전쟁을 기억하고 있어. 거래를 했잖아.“

 

"원하는 거래조건이 있나?“

 

"내 목숨 대신에 얘를.“

 

전기의 물결이 나를 통과하며 내 신경들이 광란 상태에 빠졌다. 나는 혼란스럽고, 화나고, 슬프고, 불안했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왜 이런 짓을?

 

"좋네 그럼, 필립.“

 

남자는 나를 바라보았고, 내 정신은 마치 스위치처럼 탁 꺼졌다.

 

나는 다음 날 병원 침대에서 깨어났다. 의사들은 할아버지의 폐가 드디어 끝장이 났고, 나는 충격을 받아 기절한 거라고 한다. 내가 정말 괜찮나 검사를 한번 해봤는데 혈전이 내 폐로 이동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늦기 전에 잡아냈다고.

 

할배는 나한테 쪽지를 하나 남겼다. 딱 한 마디 써있었다.

 

"싸워라."

 
 
 
 
 
---
*할배의 원문은 Deda= 보스니아어로 할아버지라는 뜻. 친근하게 할배로 번역했습니다.
 
레딧에 올라온지 9시간 밖에 안된 따끈한 신작. 반전도 있고 감동적이라 맘에 들어요.

 

13개의 댓글

2021.05.21
1
2021.05.21

순간 할배가 손자를 팔아버린줄.. ㅠㅠ

3

할배가 죽고 애 살린거구나

1
2021.05.21

몬소리인지 몰겟네

0
2021.05.22

직역이라 이해하기 힘들구먼

0
2021.05.22
@오이대가리

영어 문장 자체가 단순히 우리말로 옮기기만 하면 잘 안 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문학적 표현이나 영어 특유의 사물 주어 문장이 한국어 화자한테는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문장이나 대화에서 생략하는 정보도 우리말이랑 포인트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저도 번역하면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거의 새로 쓰다시피 의역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어요.

근데 이해하기 힘들어도 개인적 해석이나 감상이 들어가는 의역은 최대한 배제하고 원문의 느낌만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냥 동의어 중에서는 가장 쉬운 단어로 고르는 정도? 무조건 이해하기 쉽게 설명적인 번역을 하기보다는 써있지 않은 부분에서 의미를 곱씹어 보는 맛이 있는 괴담의 묘미를 살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마다 차이도 좀 있어요. 이번 작품이 위에 말한 어려운 조건들이 좀 많은 편이긴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어려운 작품 같은 경우엔 좀 더 수월하게 읽히도록 균형을 잡아보겠습니다.

2
2021.05.22

할아버지가 손자 팔아먹으려다가 실패하고 죽았다는건가? 그 와중에 훈계까지 하고 죽음?

0
2021.05.22
@물티슈

반대임

0
2021.05.22
@물티슈

할아버지 대사가 "내 목숨 대신에 얘를 (데려가)" 가 아니라

"내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에) 얘를 (살려)" 였다는 거

1
2021.05.25

와 말을 끝까지 해야하는 이유네

마지막 부분 두번 읽고 이해함

0
2021.05.25
0

잘 보고 갑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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