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에 올라간 한남 운운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 '사랑하는 일' 을 읽어봤다.

은호라는 주인공과 연인인 영미, 그리고 은호의 가족들 이야기더라.

 

은호는 레즈비언이고, 영미도 마찬가지로 레즈비언인데 무성애자(성적인 충동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개드립에 올라온 부분은 영미와 은호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한남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과 은호의 올케 현영이 남편을 '한남' 이라고 부르며 은호는 레즈비언이니 한남과 결혼하지 않아도 되서 좋겠다고 위로해주는 장면이다.

 

일단 전자의 장면이 작가의 의도로는 '연인간의 유쾌한 농담' 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미 기혼자인 현영이 자신의 남편을 '손도 까딱 안하는 한남'이라고 비하하는 은호에게 맞장구를 치며 위로하려는 시도를 하는것도 놀라웠고..

 

(현영은 은호의 올케다. 즉 은호는 현영에게 '그새끼 결혼하기 전에도 집에서 빈둥대는 한남이었어' 라고 한 셈이고, 현영은 그걸 또 받아준거다. 그 와중에 은호는 또 현영이 하는 말을 꼬와한다..)

 

아니 거기서 묘사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상당히 뒤틀려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더라.

 

예를 들어볼까?

 

은호의 아버지는 은호가 커밍아웃을 하자 숨도 쉬지말고 죽은척 살라며 윽박지르다가, 나중에는 술을 마시고는 술주정으로 '그래도 내 딸 사랑해' 같은 소리를 한다.

(이 장면은 틀림없이 옛날 아버지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잘 몰라서, 평소에는 윽박지르다가 술기운을 빌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자식들은 '흑흑 아부지 그런것도 모르고' 하는 클리셰를 냉소적으로 비꼰 장면이다.)

 

당연히 이런 악역 캐릭터가 갑자기 사랑한다는 둥 헛소리를 하니 은호는 '제발 지랄하지 말라' 며 호쾌하게 사이다(?)를 독자에게... 준다...

 

은호의 엄마와 할머니는.. 가부장제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해서 가해자가 된 피해자 같은 포지션이고..

 

특히 할머니는 은호가 커밍아웃 하자마자 돌변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정말 그런 인물들이 있을수는 있겠지.

 

아니 분명히 어디에는 있을거다.

 

누군가는 이보다는 덜해도 이와 비슷한 일로 고통받고 있을거고, 어딘가에선 온 마음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고있겠지.

 

 

 

그런데 이게 정말 상까지 받을만큼 뛰어난 주제의식을 담고있는가?

 

우리 현실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아픔들을 사려깊게 읽어낸 글인가?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적어진다..

 

내가 보기에 이 글의 주제는 동성애자의 '사랑하는 일'이 이성애자의 사랑하는 일 처럼 쉽지 않고, '일'이라는 부분에 강세가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는 글인 것 같다..

 

특히 무성애자인, 즉 성욕이 없는 영미와 은호의 관계는 일반적인 동성애 관계보다 더 힘든 일이다. 한쪽만 성욕이 없으니까..

 

또한 가족들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일을 수행하는... 캐릭터인것 같다.. 아마 그런의도일거다.

 

그게 아니라면 레즈언냐 사이다 팡팡 걸크러쉬! 하는 소설일테고, 그건 상을 줄만한 글은... 아닌거같다....

 

아닌가..?

 

아무튼 글 자체는 한남죽어 보다는 소수자의 사랑이 가지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 글이다.

 

다만 글 전체에 배어있는 시선에서 한남죽어의 향이 느껴질 뿐.

 

 

 

 

문학계는 젊은 나이로 올수록 여초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번 2021년 12회 젊은작가상은 수상자 전원 여성이다.

 

이것도 성 평등을 위해 남성 작가 쿼터제같은걸 도입해야 하는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기득권 작가층은 대부분 남성이니, 뭐 심사위원 누구누구는 전부 남성이고 남성 심사위원 누구는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여전히 떵떵거리니.. 아직도 유리천장은 있고 여성이 절대적 약자이므로 아무튼 그 발상은 오히려 여성혐오다' 같은 답변이 돌아올것인가?

 

 

 

이런 이야기들은 늘 내 좁은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를 잔뜩 남기고 간다.

 

중심점이 끝없이 변하는 천칭을 들고 평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기분이다..
 

1개의 댓글

2021.04.07

글 잘 봤음. 나도 한번 읽어볼까 한 참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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