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구상 중인 공포 판타지 1, 2화

 별들과 달이 동쪽에서 은은히 반짝이는 저녁.

 

 숲속에서 자고 있던 한 남자가 깨어났다.

 

 그는 부스스 일어나 기지개를 죽 켠 다음 하품을 했다. 그리고 눈을 비빈 그는 잠시 후 자신이 어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야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노란빛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는 의심일 것이다.

 

 다시 눈을 비볐지만 경치는 그대로였다. 나무, 풀, 바위, 흙, 안개 등이 노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노란색도 아니고 노란빛이었다. 사방에서 몽환적인 노란빛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황금이 녹아내린 듯한 경치 속에서 그는 조심히 일어섰다.

 

 '도대체 이 광경은······ 뭐야······'

 

 흘러넘치는 노란빛 때문에 숲 어디에도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숲은 원근감이 무너져 마치 한쪽 눈을 감고 보는 것처럼 평면적이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광경에 시선을 어디로 처리해야 할지 당혹한 그는 언뜻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하늘은 정상적이었다. 하늘은 잿빛 조각구름과 보랏빛 황혼, 화려한 별들로 칠해져 있었고,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제비 떼도 검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 오직 땅의 풍경만이 현실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니, 풍경만이 아니었다. 소리마저··· 이상했다.

 

 지나치리만큼 조용했다. 바람은 적당히 불고 있었다. 풀소리나 새소리, 물소리 중 어느 하나는 들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째서?' 이상함에 주위를 둘러본 그는 더 가관인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일그러지고 혹이 가득한 열매들과 덩굴처럼 생기고 서로 엉킨 잎사귀들, 사람 키보다 길쭉한 줄기로 땅을 기는 풀들, 선인장처럼 가시로 뒤덮인 꽃들, 이끼로 반죽된 바위들과 흙, 그리고······ 저건?

 

 그는 한 나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옆으로 걸었다. 그리고 열 뼘 정도 걸었을 때 잘못 본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나무 뒤에 한 사람이 등을 기대고 누워 있었다. 아니, 엄밀히는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등을 기대고 누워 있었다. 그것이 사람인지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 가죽이 노란 경우는 없으니까. 그것이 사람이라면 처음으로 발견된 노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사람이라 추정되는 것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가까이서 확인해 본 결과 역시 사람은 아니었다. 그것은 시체였다. 더 가까이서 살펴보자 그것은 반쯤 결정화된 시체였다. 시체의 가죽은 돌처럼 굳어지고 문드러져 있었고, 그 곁에서 파리들이 불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썩는 냄새는 없었다. 구더기가 다닥다닥 들러붙어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부패 중인 게 맞겠지만.

 

 그는 시체에 관심을 가지는 대신 상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보통의 시체라면 꺼렸겠지만 조형물이나 다름없는 이 시체는 그에게 그리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멀리 가지 않고 그냥 시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그는 체념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연갈색 옷, 약지에 끼워진 은반지, 허리에 찬 칼집과 칼, 그리고 약간의 음식이 담긴 배낭만 가지고는 어떤 단서나 정보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여권이나 다른 신분증도 없어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그보다 지금이 언제인지도, 더 나아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제비가 날아다는 걸 보면 대충 시기가 여름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다면 기억 상실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눈을 뜬 그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멍하니 시선을 던졌다. 시선은 먼 절벽에 머물렀다. 절벽에서 무지개를 그리는 폭포 아래로 작은 용소가 물결쳤고 그곳을 중심으로 여러 가닥의 여울이 길게 흘렀다. 굽이쳐 흐르는데도 여울은 제법 물살이 거셌다. 하지만 절벽이고 나발이고 죄다 노랗고 노랗다 보니 운치로서는 그닥이었다. 그런 운치 속에서 하나 장점이 있다면 눈도 어지럽지 않고 고요하니 명상하기에는 적합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명상할 시간을 가질 여유는 없었다. 등 뒤에서 섬뜩한 살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등 너머로부터 주체할 수 없는 소름이 끼쳤다.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 시체가 경련하고 있었다. 시체의 손과 발, 팔과 다리가 서로 어긋난 방향으로 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발작과는 달랐다. 근육이 녹고 뼈가 닳은 시체의 기괴한 발작은 형언할 수 없는 혐오감과 구토감을 유발했다. 그는 못 참고 그만 토해 버렸다. 숨을 고르고 손바닥으로 입가를 닦은 그는 다시 시체를 노려보았다.

 

 무언가에 짓눌렸는지 시체는 두 다리가 뭉개져 있었고 목이 꺾여 초점도 제대로 못 잡고 있었다. 시체가 위협적으로 접근한다 해도 달팽이만큼 느릴 테니 몇 발자국만 물러나면 안전할 것이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시체를 경계하며 두 손을 칼집과 칼자루로 옮겼다. 하지만 시체는 다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여 왼손으로 돌멩이를 줍더니 그것을 신중한 태도로 던졌다. 돌은 시체의 머리에 툭 맞았지만 여전히 시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마 잘못 본 걸까?'

 

 몇 분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가 착각했다고 생각할 때쯤, 시체가 다시 움직였다. 착각이 아니었다.

 

 시체는 망가진 목뼈를 억지로 맞추려는지 고개를 주억거렸고, 주억거릴 때마다 조금씩 기울던 시체의 머리는 급기야 목과 끊어졌다. 검게 마른 피가 그 목에서 즙처럼 새어나왔고 떨어진 머리는 바닥을 굴렀다. 파리들이 어지러이 휘날렸다. 그의 발치에서 툭 멈춘 머리는 여전히 버둥거렸다. 그는 할 말을 잃고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체의 머리는 느리게 입을 벌렸다. 오므려지고 펴지고 다물어지는 입. 그 입에서 목소리는 없었다. 폐가 없었으니 당연했다. 시체는 침묵으로 독백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보다가는 비위가 상할 것 같아 고개를 든 순간, 그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철렁이는 기분을 느꼈다. '어쩐지 낌새가 불길하더라니.' 그는 바로 칼집에서 칼을 뽑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칼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진 않았다. '차라리 목을 찔러 자결하는 게 나을까?' 그의 발걸음은 불안정했고 눈은 떨렸다. 애써 그는 침착을 유지하며 사방을 주시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는 시체 무리가 그를 에워싸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 보니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후회하며 자신을 저주했다. 깊은 저녁이었고 해도 저물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노란빛으로 이글거리는 시체들의 모습은 선명했다. 대충 보이는 수로만 어림잡아 몇 백은 되었다. 역시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시체들이, 선 채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는 어금니를 사리물며 검을 꼬나쥐었다.

 

 시체들의 몰골은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허리가 휘어 걸을 때마다 삐걱이는 시체, 몸 반쪽이 검게 그을은 시체, 온 관절이 뒤틀린 시체, 후두부가 깨져 그 틈새로 뇌가 훤히 보이는 시체, 터진 뱃가죽에서 쏟아져 내린 내장을 질질 끌고 다니는 시체, 뼈가 부서져 덜렁거리는 발로 걷는 시체, 파인 살들 사이로 앙상한 뼈를 드러내는 시체, 화살에 꿰뚫려 벌집이 된 시체. 나머지 시체들에게도 평범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제발 꿈이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과 반대로 감각은 점점 곤두서고 있었다. 유해의 밀물이 사방에서 차오르고 있었다. 긴장과 피로 속에서 숨이 점점 가빠졌고, 그는 지금이라도 유언을 남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에 휘파람 소리가 대답했다.

 

 휘파람 소리의 정체는 화살이었다. 날아든 화살이 한 시신의 이마에 정확히 꽂혔고 그 충격에 시신은 기우뚱 넘어졌다. 두 번째로 날아든 것은 화살이 아닌 목소리였다.

 

 "거기서 뭘 하는지는 몰라도 길을 열 테니 얼른 이쪽으로 오게!"

 

 어리둥절한 그는 고함이 울려든 뒤쪽을 쳐다보았다. 아까 보았던 절벽 끝에서 한 사내가 활을 겨누고 있었다. 사내가 다시 외쳤다. "어서 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절벽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고, 그 동시에 사내가 활시위를 놓았다.

 

 활시위에서 튕겨 나온 화살이 곧게 활강하여 시체의 미간에 명중했다. 정확히 조준된 화살들은 가로막는 시체들을 하나둘 쓰러트렸고, 나머지 거슬리는 시체들은 어떻게든 그가 칼을 휘둘러 걷어냈다. 그러나 베이고 밀려난 시체들은 비명없이 무너나면서도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잘린 살점들이 그의 몸 곳곳에 들러붙었고, 옷은 검붉은 피와 끈적한 토사물로 얼룩졌다. 넘어진 시체들은 다시 일어서면서, 다리가 없다면 기면서까지 그를 좇았다. 턱이 부서져라 부딪치는 시체, 찢어진 볼의 구멍으로 혀를 내미는 시체, 광대뼈에 닿을 정도로 눈이 튀어나온 시체. 그는 안간힘으로 근처의 모든 것을 뿌리치고 조금의 지체와 휴식도 없이 돌파해 나갔다.

 

 드디어 그는 시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절벽 밑동에 도달했다. 하지만 너무 무리했는지 어지러움이 그를 괴롭혔다. 발이 멋대로 움직였고 땅이 출렁였으며 하늘이 빙빙 돌았다. 탈진한 그는 실수로 돌뿌리에 걸려 자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내가 욕설을 뱉고 말았다.

 

 "젠장!"

 

 사내는 다급히 활을 내려놓고 말뚝에 칭칭 감겨 있는 밧줄 똬리를 들어 절벽 아래로 힘껏 던졌다. 던져진 밧줄은 곧 팽팽해져 땅에 닿을랑 말랑 출렁였다.

 

 그는 상처 투성이인 몸을 억지로 일으켜 절벽에서 내려온 밧줄을 바라보았다. 그는 허우적대는 발걸음으로 걸으며 밧줄이 있는 곳으로 팔을 뻗었다. 하지만 발목을 삔 탓에 뛰는 건 무리였다. 그리고 시야가 흐려 밧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절벽도, 밧줄도 노랗다 보니 일종의 위장색이 되었다. '망할.' 절벽과 밧줄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의 난처함을 알아차렸는지 사내가 밧줄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밧줄이 다시 흐늘거리면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는 재빨리 밧줄을 잡고 곧장 절벽을 밟아 올랐다. 절벽 마디마디에 파여 있는 홈들 덕분에 수월히 디딜 수 있었다. 저 아래에서 시체들이 노란 파도를 그리며 절벽으로 몰려들었으나 그저 고개만 치켜들 뿐 더 이상 그를 뒤쫓지 못했다.

 

 위에서 사내가 손을 내밀자 그는 악수하듯 그 손을 덥썩 잡았다. 사내는 그를 위로 잡아당겼고, 절벽 위로 마저 올라온 그는 발라당 누워 숨을 헐떡였다. 안도의 숨이었다. 사내는 늘어진 밧줄을 감아올리며 말했다.

 

 "저 어슬렁이는 고깃덩이들이 당신을 위해 벌이려던 잔치가 겨우 무마되었군. 아까 장관이었어. 잘 헤엄치던데? 아, 물론 살아서 다행일세. 내 소개를 원하면 말해 주지. 나는 고리라 부르오. 성은 비에지. 당신은?"
 "하아, 하아, 하아······ 저기 조문객도 많이 모였으니 즉석 장례식이나 한번 치뤄 보려고 했더니만, 참 멋지게 나타나 방해해 주셨군요. 하아. 정말 고맙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말 그대로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는······"

 

 

 

 "그러니까······ 납득이 안 되는데."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고리였다. 고리는 어처구니없다는 태도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을 정리하면,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자기 자신도 누구인지 모르지만, 단지 잠에서 깨고 보니 숲이었다는 건가?"
 "······네."

 

 고리는 골몰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뱉었다.

 

 "기억 상실이야 그렇다고 쳐. 하지만 온갖 독초와 맹수가 우글거리는 저 쑥대밭에서 퍼질러 자고도 멀쩡히 일어났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원래라면 자네는 그것들의 먹이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어. 어제 새벽에 말이야."
 "죄송하지만······ 정말 저도 모르겠습니다."

 

 고리는 마지못해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을 때, 고리는 더 따지는 대신 그의 왼팔을 목에 걸쳐 그를 부축했다. 그는 고리에게 기대듯 일어섰다. 고리가 말했다.

 

 "일단 장소는 좀 가려서 대화하지. 여기서 노숙할 마음은 없을 테니 일단 내 집에서 하루 정도는 자고 가게나. 다친 발목도 나아야 할 테고."

 

 그 말을 끝으로 그렇게 반 시간 정도는 걸었을까. 걷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흡만이 유일한 소리였고 그래서 마치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발목의 통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아렸고, 절름거리면서 걷는 탓에 그는 금방 지쳤다.

 

 그의 상태를 본 고리는 잠시 근처의 바위에 앉기로 했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는 없었고 그래서 두 사람은 다른 바위에 따로 앉아야 했다. 바위에 앉아 부어오른 발목을 주무르던 그를 고리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군. 내게 궁금한 건 없나?"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손으로 허공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노란 것의 정체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그의 손에서 노란 공기가 흐물거리듯 흘렀다. 그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공기는 질감을 띠며 부드럽게 퍼졌다. 마치 물결처럼.

 

 고리는 시선을 위로 올렸다. 포돗빛 밤과 총명한 은하수, 요괴스럽게 붉은 달, 그런 달빛에 반사된 조각구름이 어울려 하늘에서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고리는 시선을 유지한 채 말했다.

 

 "저 달이 왜 붉은지 아나?"

 

 그는 달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월식인가요?"
 "월식은 아냐. 자세히 보면 달의 모양이 반쪽이지? 마치 반달처럼. 하지만 저건 반달이 아냐. 보름달이지. 보름달이 될 때마다 달이 저렇게 붉어지는데······ 이제 곧 시작되겠군."

 

 그가 무엇이냐고 묻기 전에 그것은 벌써 시작되었다. 달이 하얗게 묽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노란빛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그는 당혹한 눈빛으로 고리에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요구했지만 고리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노란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묵혀 있던 온갖 소리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잎이 술렁이는 소리,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 개들이 짖는 소리······ 그리고 달은 온전한 보름달의 모양이 되어 있었다.

 

 "이건······"
 "보름달이 떠오를 때마다 달은 붉어지고 사방은 언제나 노랗게 되거든. 그 시기가 되면 모든 식물은 독을 품게 되고 모든 동물은 광분하게 되지. 과즙 대신 피를 마시고 열매 대신 뇌를 파먹는 것들이 되어 버려. 죽은 것들은 본능만을 지닌 채로 되살아나 생명을 공격하지. 방금 자네가 겪은 일처럼. 하지만 붉은 보름달은 점점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해. 그러다가 절반 정도 가려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이 현상을 우리는 극광이라 부르네. 다만 왜 발생하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언제부터 발생했는지는 말해 줄 수 있겠지."

 

 고리는 바위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어느 밤의 일이었어. 언제였는지는 나도 더 이상 기억이 안 나는군. 하여튼 참 아름다운 밤이었어. 하지만 동시에 끔찍한 밤이었지."

 

 고리는 고개를 내리고 품 안으로 손을 넣었다. 뒤적거리던 손에서 나온 것은 곰방대였다. 설대에는 특이한 무늬가 양각되어 있었고, 그 밑으로 노리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고리는 설대를 잡고 대통을 기울여 연초를 넣었다. 연초가 잘 다져졌는지 확인한 고리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 손가락의 끝에서 작은 불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연초 속으로 파묻혔다. 고리는 연기가 솟아오르는 곰방대를 입에 물면서 말했다.

 

 "그날 밤. 별 하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어. 처음에는 단순한 유성이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전혀 아니었어.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달리 할 만한 표현이 없으니 되는 대로 말하겠어. 그것은 빛 덩어리였어. 그것은 떨어지면서 점점 빛을 흩뿌렸지. 빛이 쏟아지면서 하늘은 서서히 밝아져 갔고, 별과 달은 희미해져 갔어. 마치 밤이 낮으로 역행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빛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부풀었어. 열기 없는 태양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얼마나 눈부셨는지 나중에는 아무도 하늘을 쳐다보지 못했지. 동물들도 놀라서 막 괴성을 지르더군. 하지만 무색하게도 빛은 돌연히 사라져 버렸고, 곧바로 어둠이 가라앉았지. 그리고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고리는 한참 동안 곰방대만 피우더니 그것을 뒤집어 연초를 탈탈 털었다. 그리고 다시 품 안에 넣었다.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해했지만 누구도 그 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낼 수 없었어. 추측만이 오갔고 그중 태반은 되도 않는 농담이었지. 나는 그런 농담들에 질렸고 그냥 기묘한 날이었구나 생각하며 더 이상 이해하기 싫은 하루였기에 얼른 잠에 들었지. 하지만 그게 실수였어. 그때 자면 안 됐어."

 

 고리의 시선이 천천히 달로 향했다.

 

 "그날······ 처음으로 극광이 나타났어. 붉은 보름달이, 부활한 시체들이."

 

 


 사람의 왕래가 거의 드물어 무인도에 가까운 유배지에서, 한 해동청이 장대 고리에 초롱을 매달고 밤을 거닐고 있었다. 흔들리는 초롱불에 어둠이 양옆으로 치워졌다.

 

 풀들이 무성한 들은 벌레들의 울음과 속삭임으로 가득했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가는 곳마다 동물 사체가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동청은 피할 생각이 없다는 듯 사체 무더기를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해동청의 눈은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하고 있었다. 해동청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멀리서 치솟고 있는 한 줄기의 기다란 연기였다. 무시하기 힘든 그 뚜렷한 연기는 해동청의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연기는 오두막의 마당에서 피어난 모닥불 위로 솟아나고 있었다. 모닥불은 한 여인의 정성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여인은 마당에 앉아 자신의 나비뼈에 박힌 의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모닥불을 지피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인이 모닥불에 다시 장작을 집어넣으려 할 무렵, 짙은 어둠 속에서 둔한 기척이 들렸다. 여인은 장작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으로부터 한 덩어리가 서벅서벅 분리되더니, 해동청의 형상이 되어 여인의 앞에 도달했다. 윤곽뿐이던 그 형상은 모닥불에 비추어져 잎사귀처럼 생긴 녹색 깃털들과 얼굴의 이목구미를 환하게 드러냈다. 여인은 해동청의 외양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검은 두루마기, 흉터가 가득한 부리, 문신이 새겨진 손등, 하얀 매듭에 묶인 발목. 그런 특징들을 통해 그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인은 그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뵈네요, 몰실. 이 도린곁에 정말 와 주실 줄은 몰랐는데.』

 

 먼저 인사한 쪽은 여인이었고, 해동청은 목례로 답하며 여인에게 보따리를 건넸다.

 

 『초롱이 꺼져서 좀 늦었어, 섬소.』

 

 보따리를 건네받은 섬소는 살포시 웃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오히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한 걸요. 날이 좀 추운데 집에 들어오시겠어요? 꽤 고프실 텐데, 소소하지만 저녁이라도 차려 드릴게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지만 몰실은 그 제안에 생략되어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네 식습관과 관련없는 재료로만 차려 준다면.』
 『아쉽게도 그런 재료는 마땅히 없네요.』
 『그러면 차라리 안 먹고 말아.』
 『뭐, 정 드시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섭섭하네요. 사람 보는 게 오랜만이라 같이 먹고 싶었는데. 으으, 잠만. 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이게 뭔 냄새예요. 숲에서 송진으로 머리 감으셨어요? 어지간하면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네요. 저쪽 대야에 목욕하려고 미리 데워 둔 물이 있으니까 가서 몸 좀 씻고 오실래요? 집안에 풀내가 들어차면 저도 곤란해서요. 혹시 몰라 당신 여벌 옷을 마련해 뒀으니 다 씻으시면 그걸로 갈아 입으세요. 절대 그 비린내 밴 옷 다시 입지 마시고요.』

 

 머리카락 대신 깃털뿐인 해동청에게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몰실은 종족적 관점을 이해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지.』

 

 몰실이 장대와 배낭, 솟대를 옷이 마련된 쪽마루 아래에 놓아두고 섬소가 가리킨 대야로 걸어가 허름한 옷을 벗는 동안, 섬소는 보따리의 매듭을 풀어 그것을 활짝 펼쳤다. 그 안에는 네 개의 팔다리와 몸통 하나가 들어 있었다. 담기 편하게 팔다리는 모두 잘려 있었고, 또한 들기 편하게 필요없는 내장은 이미 버려지고 없었다. 섬소는 그 고기들의 냄새를 음미했다.

 

 '한 열 살 정도 되는 크기의 계집아이. 단면을 보아하니 참 깔끔히도 손질하셨네. 기특하셔라. 어디, 상태는··· 별로 상하지 않은 냄새. 좋아.'

 

 섬소는 음식의 재료가 될 그것들을 하나씩 들어 가마솥 안에 조심히 넣었다. 그러자 끓는 물 위에서 그것들이 둥둥 떴다.

 

 


 천둥과 벼락이 들끓던 날, 바람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몰아치는 소나기와 거센 바람에 나무들이 스산히 술렁였고, 새벽의 빛은 숲의 걸쭉한 안개를 뚫지 못했다. 그래서 숲속의 두 사람은 마치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 그림자들 사이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둘 중 더욱 작고 지쳐 보이는 쪽이 쫓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도피임을 수긍했는지, 아니면 더 달릴 힘이 없는지 그 그림자는 얼마 못 가 주저앉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그림자의 걸음도 느리게 멈추었다. 두 그림자의 시선이 서로를 겨냥했다.

 

 두 그림자의 정체는 한 소녀와 한 해동청이었다. 갓 열 살은 되어 보이는 인간 계집과 두 발로 걷는 동물 중에서 가장 육중한 해동청 남자가 주고받는 시선은 수직에 가까웠고, 그 눈높이는 소녀에게 막연한 공포를 일으켰다. 소녀의 몸과 옷은 온통 흙투성이였고, 치마 끝자락은 모두 헤져 있었다. 소녀는 덜덜 떨리는 입을 꾹 참으며 가재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상대를 자칫 자극할까 두려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소녀가 무슨 짓을 하든 해동청은 무정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왔고, 그 걸음에 소녀는 신음하며 다급히 달아났다. 뒤로 기어가듯 발버둥 치는 소녀를 지그시 바라보던 해동청은 자신이 쥐고 있던 미늘창을 높이 세우더니 그대로 옆에 있는 바위를 내려찍었다. 바위가 쪼개지는 굉음에 소녀가 질겁했다. 새들이 잇따라 날개를 치며 요란히 솟아올랐고, 고요함 속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는 선명했다. 의지를 상실한 소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너털었다. 그 위에서 해동청이 그늘진 얼굴과 매서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고, 소녀의 입에서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녀는 두 손을 비비며 애원했으나 해동청의 살의 넘치는 눈에서 희망은 좌절되었다. 언어가 달랐기에 소녀의 말은 해동청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나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해동청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으나 단검을 뽑아든 것은 기억할 수 있었다. 칼을 보자마자 소녀는 절규하며 다시 도주했으나 몇 걸음만에 머리채가 붙잡히고 말았다.

 

 해동청은 산 채로 소녀의 가죽을 벗겼고, 비명과 피범벅 속에서 소녀는 숨을 거두었다. 해동청은 개의치 않고 소녀의 몸을 다섯 조각으로 나누고 머리를 떼어낸 다음, 순수하게 고기만 남은 부분을 들어 보따리 안에 담았다. 내장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간과 허파만을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그 자리에 내팽개쳤다. 해동청은 폭우 속에서 소녀의 잔해를 흘겨보고는 무심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피비린내 대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거지?

 

 해동청은 왼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그러자 시야가 흐릿하게 허물어지며 어느새 풍경은 별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너무나 생생했기에 몰실은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틀 전에는 그게 꿈이 아니었지만. 맛있는 냄새는 오두막 안쪽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기지개를 죽 켠 몰실은 가슴 아래가 물렁거린다는 느낌에 고개를 숙였고, 그제야 자신이 욕조 속에서 물에 잠긴 채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쪽마루에서 여벌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오두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집안을 비추는 두 호롱불과 그 사이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섬소였다. 그 음식은 고기들이 떠 있는 국이었고, 그것이 아까 자신이 가져온 고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틀 전의 그 아이가 음식이 된 자기 미래를 보았다면 도망을 망설였을까. 국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보니 깊게 자지는 않은 듯했다. 섬소가 태연히 말했다.

 

 『안색을 보아하니 밖에서 잘 주무셨나 봐요? 집에서 주무시라니까 거기서 주무시네.』

 

 몰실은 그 말을 흘겨들으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천장에는 실에 매달려 떠 있는 뼈들이 보였다. 반년 전엔 없던 것들이었다. 그녀가 먹고 있는 음식의 뼈와 천장의 뼈가 같은 종의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몰실이 말했다.

 

 『요즘 사냥도 하나?』
 『네? 뭘 보고··· 아, 저거요? 가끔 집 근처에 덫을 깔면 동물이 잡히더라고요. 저번엔 다람쥐가 잡혔는데 제가 잘못 끓여서 그런지 질기고 맛도 없었죠. 물론 당신 올 때 덫은 다 치워 뒀어요. 제가 멍청이도 아니고. 그런데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시죠? 설마 저한테 홀리셨나요? 호오, 인간에게 반한 해동청 이야기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아, 됐어요. 저도 시덥잖은 소리인 거 아니까 진지하게 묻죠. 뭐가 문제예요? 뭐가 문제길래 그렇게 낯짝이 불만스러워요?』
 『동족이 그렇게 맛있나?』

 

 그 말에 섬소는 약간 놀란 말투로 되물었다.

 

 『왜요? 드셔 보시게요?』
 『내가 먹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라 사람을 음식으로 여길 만큼 안 먹고는 못 배기겠냐는 거다.』
 『글쎄요. 인간을 먹는 것이 잘못인가요?』

 

 고민의 흔적도 없는 즉답에 도리어 몰실이 당황했다. 섬소가 이어서 말했다.

 

 『식인은 제 취미가 아니에요. 이건 앙갚음이에요. 제가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그러니 다른 종족을 섭취하지는 않아요.』

 

 섬소는 시선을 국에서 몰실로 옮겨 그를 바라보았다. 섬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인의 피로 연명하는 인간은 세 종족 중 가장 문명이 발달했죠. 그것은 칭찬할 만해요. 해동청보다 작고 갸날프면서도 망량보다 질병에 취약한 몸으로 그렇게 질기게 살아남아 장대한 문명을 이룩했으니까요. 하지만 생명의 희생으로 세워진 문명이기에 그 문명을 지탱하고 증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피가 필요해요. 문명의 재료는 피니까요. 그렇기에 인간은 서로 싸우고, 괴롭히고, 빼앗고, 죽이는 짓을 가없이 거듭해요.』

 

 섬소의 시선은 다시 국을 향했다. 섬소의 오른손은 나무 받침대에 올려진 호롱불을 건드렸다.

 

 『가차없이 동족상잔을 저지르는 종족은 사람을 상징하는 세 종족 중 인간뿐이에요. 해동청이나 망량은 그러지 않죠. 해동청은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합작인 문명에 귀속되지 않고, 다른 해동청이 자신을 방해하는 경우에만 동족과 맞서죠. 망량은 순혈주의적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통해 깊은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이웃을 자신보다 더욱 아끼면서 사랑하죠. 오직 인간만이 그렇게 해요. 서로 싸우고, 괴롭히고, 빼앗고, 죽여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느끼는 인간들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그들에겐 이 비극을 잠재울 힘이 없거나, 자신들이 힘이 없는 것을 알기에 비극을 방관해요. 느슨한 제어 장치인 도덕은 비극의 유발을 막지 못하죠.』

 

 섬소는 왼손으로 턱을 괴었다.

 

 『이 불가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예요. 자멸이죠. 인간들이 알아서 말라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 방법은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너무 오래 걸려요.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이상적인 방안이지만 그만큼 비현실적이죠.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책이 있죠.』

 

 섬소는 국을 가리켰고 몰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섬소는 자신의 행동을 말로 바꾸어 말했다.

 

 『인간을 멸절하는 거죠. 스스로 뿌리를 뽑을 수 없다면 남이 그 뿌리를 대신 뽑아 주는 거죠. 자멸을 앞당기는 거예요. 목적이 변질되는 것도 아니니 가능하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요. 할 수 있고, 해야 하면,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인간에게 제가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앙갚음이에요.』

 

 말을 마친 섬소는 턱을 괸 채 수저를 들어 국을 떠 마셨다. 섬소는 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섬소의 주장은 명백한 허점이 있는 자가당착이었고, 그 논리를 받아칠 수 있는 말들이 부리 뒤에 있었으나 몰실은 구태여 반박하지 않았다. 섬소의 과거를 유일하게 아는 몰실은 분노하는 대신 마음 한 켠에서 애절을 느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몰실은 오두막을 나온 다음 모닥불 앞에 섰다. 모닥불은 거의 다 타 버렸고 작은 불씨만 남아 끄먹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몰실은 갑자기 모닥불을 짓밟고 걷어찼다. 소음 속에서 빛이 꺼지고 재가 흩뿌려졌다. 흥분한 몰실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하늘은 실로 아름다운 밤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몰실에게는 그 밤이 슬프게만 보였다.

7개의 댓글

2021.04.01

세상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가진 왕국, 제국, 대국이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괴한 별 하나가 제국의 영토로 떨어졌고, 별이 추락한 지점으로부터 균사체가 마구잡이로 퍼지기 시작했다. 얼룩처럼 번져나가는 균사체는 닿는 모든 것을 타락시키며 괴물로 만들었고, 아비규환이 된 제국은 끝내 나흘 뒤 멸망하고 말았다. 왕국과 대국마저 몰락할 지경에 놓인 지금, 인간과 해동청, 그리고 망량이라는 세 종족으로 이루어진 결사대가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나서면서 만물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비밀들이 켜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줄거리
 

 

 

우리는 타오르는 죽음의 장작이요,

덧없는 삶의 낙서일지니.

 

- 가장 위대한 공학자였던 펠할트 케다긴의 묘비명

0
2021.04.01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 주세요!

0
2021.04.01
@설월신서향

재미있는데 전혀 공포스러운부분이없음

1
2021.04.01
@최모험

음 잔혹 판타지로 수정해야 하려나요 8ㅅ8

 

문피아 장르 목록에 잔혹이 없어서 대신 를 사용했는데

0
2021.04.01
@설월신서향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사어구가 너무많아서 몰입이 덜되는거같아

1
2021.04.01
@최모험
0
2021.04.02
@최모험

일단 줄거리는 간략하게 수정해 봣어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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