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 중반 

여자친구는 30대 초반

연애한지는 1년 좀 넘었고 

연애 시작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거라고 둘이 얘기 했음

 

나는 회사다니다 개인사업 하는중이고 

여자친구는 회사다니다 직장내괴롭힘 때문에

양극성장애, 공황장애, 대인기피 등 서너가지 정신적 장애 판정 받고

2년가까히 2주에 한번 정신과 다니면서 산재휴업급여 수령하고 있음

나 만나기전 그러니까 코로나 전에는 프리랜서로 아주 간간히

외주 들어오는 일을 조금씩 하고 보수는 어떻게 어떻게 해서 돌려서 받았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쪽 업계도 코로나 때문에 간간히 들어오던 일도 요즘엔 거의 안들어온다 하고.

 

이 사실 몰랐던거 아님. 사귀기 전에 다 알고 있었음.

대신에 너가 재활하려고 노력한다면 기다려줄수 있고 도와주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2주마다 병원 가는거 정말 불가피한 상황 아니면 내 하루 일정 다 빼서

데려다 주고 가끔은 같이 진료실 들어가서 상담도 받고 

지방 출장 갈일 있으면 일부러 데리고 나와서 드라이브도 하고 바람도 쐬고 

거기 맛집도 찾아서 맛있는것도 먹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근데 여자친구는 재활의 노력을 전혀 안하는 것 같다.

담배도 두보루씩 사서 집에 박아놓고 절대 안나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동물의 숲, 유튜브만 보고 

뭔가 구직활동을 하거나 외주 일을 알아본다거나 그런게 전혀 없다.

그래서 전화통화를 하더라도 나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일 얘기 밖에 없고

여자친구는 동숲얘기, 유튜브 얘기 밖에 안한다.

 

작년 4월 한참 닌텐도 스위치 열풍일 때 어디서 정보를 들어서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려고 매일매일 사이트 대기하다가 실패하고 

결국엔 내가 어느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온다는 정보 확인해서 

거기 2시간 동안 줄 서서 사다주고 그랬었고 

최근엔 무슨 한정판 카드가 나와서 그걸 되팔이 해서 용돈좀 벌어보겠다고

해외직구로 4~50만원어치 주문을 하고 한국판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넷으로 구매하려고 대기하고 구매 못했다고 또 우울해하고

직구 한거 언제오냐 우울해하고

 

결국엔 오늘 내가 답답해서 터뜨렸다.

 

누가 해외직구로 2만원이면 구할수 있는 카드를 10만원씩이나 주고 사냐

너 아프기 전에도 밖에 잘 안나간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계속 집에만 있는게 너 치료에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것 같은데

밖에 나가서 하루에 30분이라도 바깥 바람좀 쐬던지 

아니면 어디 나가서 뭘 배워보던지 

아니면 너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도 찍으러 나가보던지 

그런걸 혼자 하기 힘들면 나한테 같이 해달라고 부탁을 하던지 

자꾸 너 자신을 놓고 사는거 아니냐

나 만나는 1년 넘는 시간동안 너 자신한테 투자한게 뭐가 있냐

옷 몇벌이나 샀냐, 미용실은 몇번이나 갔냐, 살 쪘다고 살 쪘다고 하는데 

빼려고 실천은 하고 있냐

내가 왜 요새 너랑 하는 전화통화가 짧은것 같냐

그래 나도 너랑 할얘기가 일 하면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다른얘기를 섞어서 

어떻게든 대화가 안끊기게 이어가려고 하는데 너는 이번달 내내 하는 얘기가 

다음달 제주도 갈 얘기 10% 나머지 90%는 동숲얘기랑 유튜브 얘기밖에 더했냐

그러니까 내가 몇번은 거래처에서 전화왔다고 이따 다시 통화하자고 할때도 있었고

일부러 다른 얘기해달라고 너 말에 건성건성 리액션 친적도 많았는데 그거 못느끼겠냐 

 

등등 결국 마음속에만 담아두던 얘기를 다 했다.

 

 

이틀이따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어떻게 지출을 줄이고 

어떻게 건강관리를 할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여자친구는 앞으로 자기 정신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것이고

그걸 위해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고 어떤건 안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경제활동 복귀는 어떤식으로 준비 할 것이다 같은 계획을

 

짜서 만나서 얘기 하기로 했다.

 

그냥 뭐라도 적으면 

이 답답한 마음이 풀릴것 같아서

두서없이 주저리 주저리 지껄여봤다.

 

미안해 개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