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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관점에서 본 영화 '도화선' 액션 장면

 

(고양이도 블랙 벨트로 만들어주는 브금)

 

 

현대 액션 영화 중 명작이라 부를 만한 게 몇 개나 있을까.

 

아마 요즘 사람들이라면 존 윅을 떠오르겠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존 윅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먹혔던 것뿐이지, 액션 자체가 수준 높다고 하기엔 어려워.

 

이유는 간단해. 정확히는 제작비를 많이 들여서 쾅쾅 터지고 화려한 액션은 만들 수 있지만, 정작 심도 있는 '무술' 장면은 어렵다는 거야.

 

거기엔 여러가지 고충이 있는데

 

좋은 CG나 소품, 스턴트로 가능한 다른 액션들과는 달리, 몸을 쓰는 액션은 결국 시간이 말해주는 법이고, 미국에서 시간은 곧 돈이거든.

 

안 그래도 제작비가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박투술에까지 긴 공을 들일 순 없다는 거야. 게다가 무술 액션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80년대 유행하던 B급 가라데 쿵푸 영화처럼 보여질 수 있거든.

 

다운로드 (1).jpg

 

존 윅 3에서 그렇게 혹평을 들었던 무술 장면도 마찬가지야.

애초에 키아누는 액션 배우가 아니야. 물론 스피드라는 근본 넘치는 액션영화부터 시작해서 매트릭스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었 건 맞지만, 제이슨 스테이섬처럼 타고난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하물며 할리우드에선 고작 하나의 액션 씬 때문에 한 달 이상 투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그 결과 존윅 3는 재미는 있었을지 몰라도, 정작 맨몸 액션은 엄청난 혹평을 들어야 했지. 많은 평론가들도 이제 그만 쿵푸는 놓아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할리우드 시스템의 피해자가 또 한 명 있어.

 

바로 성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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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사형도수와 취권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점점 발언권이 세질 때였지.

 

그리고 우리가 아는 성룡식 액션과, 아직도 홍콩에서 먹어주던 경극식 액션이 섞인 과도기적 작품이 바로 '사제출마' 라는 작품이야.

 

이 작품은 성룡이 여러가지로 인생을 건 도박과도 같은 영화인데,

 

1. 처음으로 영화에 대한 전권을 받았으며

2. 그러는 와중에 성룡을 잃기 싫었던 거물 영화 감독이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었고

3. 심지어 그 과정에서 삼합회에게 납치까지 당했던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던 영화였지.

 

성룡은 납치를 당하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영화를 완성시켰고, 거기에 기존의 경극인 액션 대신 자신만의 화려하고 진짜 같은 '성룡식' 액션을 교묘하게 섞었어.

 

코믹경극 액션은 이소룡 이후 혼란기였던 홍콩 액션계에 새로운 대세였지만, 성룡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거든.

 

한 마디로 성룡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액션을 창조하는 모험을 했던 거지.

 

그 결과가 바로 이거야

 

 

 

 

보면 엑스트라나 조연들은 여전히 경극 액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간 물을 마시고 각성을 한 악역이 진짜 제대로 된 액션이 뭔지 보여주기 시작해. (발차기에 맞아서 와이어로 날아가는 장면 역시 성룡이 최초로 고안해낸 연출이라 알고 있어)

 

참고로 저기 나와서 발차기를 보여주는 악역은 황인식 선생님으로 성룡이 가장 존경하는 고수 중 한 명이야. 저 빠른 몸동작이 사실 빨리 감기 아니냐고 기자들이 묻자, 직접 편집실에 가서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인증할 정도로 무술에 도가 튼 사람이었지.

 

이 사제출마의 성공으로 액션은 공식적으로 홍콩 영화계에 거물이 됐고, 더 이상 삼합회 밑에 있는 감독이나 연예계 거물들 역시 함부로 건드리기 힘들어지는 결과가 됐어.

 

지금 성룡은 권력에 미친 배우 정도로 이미지가 안 좋지만, 젊었을 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야. 결국 성룡이 납치를 당햇을 때 두려움에 굴복했었다면, 이후 그가 만들어냈던 수많은 명작들은 없었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어쨌거나 러시아워로 돌아와서, 왜 성룡이 할리우드의 피해자냐 말하면, 할리우드 시스템은 홍콩 영화계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야.

 

이미 아시아에선 엄청난 거물인 성룡과는 다르게, 할리우드의 성룡은 그냥 신기한 동양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

 

액션의 수준 역시 마찬가지야. 성룡이 전권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수십 번을 다시 찍을 수 있겠지만, 할리우드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니까.

 

어렸을 때 러시아워를 보고 난 후 소감은 성룡도 이젠 늙었다였어. 더 이상 예전 80년대 스타일의 액션이 나오지가 않는 거지.

 

하지만 나중에 실상을 알고 나서는 그냥 아쉽기만 하더라. 

 

 

서론이 길었지?

 

내가 왜 쓸데없이 할리우드와 무술 영화의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했냐면, 견자단의 영화 '도화선'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마지막 액션 명작이기 때문이야.

 

이유는 간단한데

 

1. 견자단 처럼 정통무술과 현대무술(태권도, 무에타이, 종합격투기, 유도, 레슬링)에 내공을 갖춘 배우가 어디, 얼마나 있으며

2. 견자단 처럼 전권을 쥐고 모든 액션과 편집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으며

3. 현재 중국 영화계의 사정이 굉장히 나쁘기까지 핟.

 

이렇게 축약할 수 있어.

 

할리우드? 액션의 천재인 제이슨 스테이섬이라면 짧은 테이크로도 얼마든지 멋진 액션을 가질 수 있겠지만, 어디 그런 배우가 흔하겠냐고.

 

심지어 도화선의 마지막 액션 씬은, 내공이 남다른 견자단과 예성이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든 장면이야.

 

아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도화선을 능가하는 무술 액션 영화는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럼 도화선이 어떤 영화인지 알았으니, 액션의 깊이에 대해 설명해볼까 해.

 

먼저 도화선은 단순히 성룡식 액션이나 기타 B급 액션 영화(언디스퓨티드)와는 달리 종합격투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영상에 녹여냈어.

 

첫 번째로 설명하기 전에 각 캐릭터의 특징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주인공인 견자단과 악역인 예성의 차이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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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이다.)

 

 

먼저 견자단은 극중 웰라운드 파이터라고 볼 수 있어. 펀치, 무에타이식 빰클린치와 니킥, 테이크다운, 주짓수에 능통하고, 특히 쉽게 백포지션(상대를 뒤에서 잡는 것)을 잡을 정도로 레슬링에 능한 캐릭터로 나오지.

 

그리고 상대역인 예성은, 엄청나게 거친 타격가로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발차기를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나와. 그냥 쌈마이 액션 영화에서 나오는 360도 뒤돌려차기를 쓰는 게 아니라, 레그킥, 헤드킥, 백킥을 제대로 쓰고, 굉장히 거친 근접전을 할 줄 펼치는 거야. 종합식으로 말하자면 크로캅과 정찬성이 합쳐진 거라 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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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종합격투기에서 발차기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어. 단순히 일격필살의 필살기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시키고 구석으로 몰 수 있는 역할을 해주거든.

 

코너 맥그리거가 뒤돌려차기를 많이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떄문이야. 크고 동작이 큰 뒤돌려차기로 상대방을 크게 뒤로 보낸 뒤, 사우스포 앞손으로 상대를 압박, 카운터 펀치를 넣는 게 그의 패턴 중 하나니까.

 

좁은 공간에서 싸우던 견자단은 상대가 거친 타격가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스탠스를 바꾸는데, 바로 테이크 다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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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캐치를 성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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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그라운드로 들어가서 상대에게 압박을 넣음.

 

 

정석적인 패턴이지? 하지만 이대로 끝나면 재미가 없지. 

 

상대는 그래플링이 특기는 아니지만 주짓수에 대한 어느 정도 방어 능력이 있었고, 이후 무대는 1층의 넓은 공간으로 움직이게 돼.

 

 

하지만 발차기를 제대로 할 줄 아는 타격과와, 복서가 붙으면 제대로 된 싸움이 날 리가 없잖아? 그것도 타격가가 날아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선 더더욱 그래.

 

결국 타격에서 밀린 견자단은 자신의 장기인 레슬링식 태클로 테이크 다운에 들어가게 되는데,

넓은 공간 + 그 어떤 셋업도 없이 들어간 태클은 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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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프롤에 카운터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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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롤 카운터에, 언더훅도 실패. 참교육 당할 일만 남음)

 

결국 제대로 된 테이크 다운에 실패한 견자단은, 이번에 미오치치가 은가누한테 맞았던 것처럼 제대로 참교육을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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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대부분 격투기는 한 번 기세에 밀리면 원사이드하게 당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눈빛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거야. 아,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이기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역전승이 반드시 없는 건 아니야. 일류 파이터, 그것도 챔피언 급의 파이터들은 경기 중 전략을 바꿔서 역전해내는 경기를 반드시 하나쯤 가지고 있거든.

 

마찬가지로 주인공 역시 전략을 바꾸게 되는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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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가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넓은 곳 대신, 좁은 공간에서 머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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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도복 없는) 테이크 다운이 아닌, 상대의 옷깃을 잡는 유도식 테이크 다운을 시도하는 거야.

 

당연히 맨몸일 때는 유도보다 레슬링이 강한 게 사실이지만, 도복이나 튼튼한 재킷 같은 붙잡을 수 있는 게 생겼을 때 유도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발휘하거든.

 

심지어 도복에 익숙한 주짓수 선수들조차 도복 그라운드 유술엔 익숙해도, 유도식 테이크 다운에는 약할 정도니까. (익숙하지 않으면 당하는 거야)

 

아무리 상대가 타격가에 테이크다운 방어가 강하다 하더라도, 유도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지.

 

 

그렇게 악역은 견자단의 유도식 테이크 다운을 통해 바닥 쓸기를 잔뜩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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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을 당하게 된다라는 그런 흐름이야.

 

이유는 간단해. 상대가 타격을 하게 될지, 테이크 다운을 하게 될지 경우의 수가 너무 늘어나서 제대로 된 방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지.

 

많은 장면들이 생략됐지만, 이후 예성은 주인공에게 타격, 그라운드, 테이크다운 아주 골고루 당하거든.

 

 

이렇게 도화선은 아무런 스토리도 없는 단순한 액션 영화지만, 액션의 내공과 깊이만큼은 보통이 아니야.

 

물론 무술 영화 특유의 과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견자단이 종합격투기를 얼마나 제대로 배웠고 녹여냈는지 알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보는 것을 추천해. 비록 마지막 액션에 스포성 브리핑을 하긴 했지만 생략된 것도 많고 액션 자체가 너무 뛰어나서 앞에 말한 건 다 잊어버리게 될 테니까.

 

 

 

102개의 댓글

2021.03.30

난 도화선영화를 높게 평가함

예성한테 여태까지 자기 기술들 사용하게 하고

mma로 부순건 역시 무술가 답다고 생각했음

 

견자단 왕팬이지만

도화선에서 저격총으로 난리친건 용서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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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브금 개좋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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