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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장문) 내 기억의 천안함 그날.txt 

1024px-2010.4.16_천안함_마지막_훈련_모습_(7445518816).jpg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공교롭게 오늘도 금요일이네.

 

내가 있던 참수리 편대에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었는데,

 

VJ 특공대를 절반 쯤 볼 때면 어김없이 편대 긴급출항이 걸리곤 했다.

 

긴급출항은 시동 꺼져있는 참수리를 5분 안에 출항시켜야 하며,

 

우리가 있던 막사는 항구와 뛰어서 3분 거리에 있었으므로 (걸어서 아님)

 

모두가 시발시발 거리며 줜나 뛰거나 운좋게 기지대 운전병이 있으면 두돈반 타고 이동했었다. 

 

 

 

 

 

 

나는 당시 2000 - 0000 까지 막사 통신실에서 통신당직을 서고 있었다. 

 

통신당직은 2인 1조로 따땃한 통신실에 앉아서 전 해군 부대가 들어와 있는 단톡방 같은것을 보며 (단톡방이라 칭함)

 

명령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 해군 개꿀이다. 그래도 참수리 2년 탔으니 너무 욕하지 마라.

 

 

 

 

 

 

여느때와 같이 꼬깔콘 먹으며 당직을 서고 있던 도중, 심상치 않은 일이 단톡방에 벌어진다.

 

서해 전 도서 편대는 물론 남해 전 편대가, 심지어 동해 일부 편대도 하나둘씩 긴급출항에 걸리기 시작한다.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이게 뭐가 무서웠나면, 

 

평소에는 훈련 등의 이유로 한두개 편대가 석식 전후인 16시경, 19시경 긴급출항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크게 놀라운건 아니지만

 

이때는 30초 간격으로 대한민국 전 편대가 하나씩 하나씩 긴급출항에 걸리고 있으니 이유도 모르고 환장할 노릇이지, 

 

게다가 대충 통밥을 보니 조금 있으면 우리 편대도 긴급출항 각인거라.

 

 

 

 

 

 

통신실은 좆짬찌한테 맡겨두고 나는 통신실을 잠시 나와 

 

우리 배 수병들이 있는 막사로 가서 "놀라지 말고 들어라, 조금있으면 긴급출항 걸릴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라고 전해줬지.

 

그때 분명 TV 에서는 VJ 특공대가 나오고 있었다.

 

이새끼들은 "0수병 재수없게 그런소리 하지 마라 VJ 특공대 트라우마 걸릴거 같다" 하며 지랄지랄을 하더라.

 

그러고선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영내에 머물던 부장(중위)를 불러 통신실로 안내했다.

 

"지금 이러이러한 일이 있다.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것 같다" 라고 보고를 하니, 장교도 어디론가 전화를 몇차례 하더라.

 

아마 주요 부서장(원, 상사)이랑 정장(대위) 한테 보고를 하는거였겠지.

 

이윽고 우리 편대도 비상소집이 걸렸다. 

 

긴급출항은 바로 배를 출항 시켜야 하는 것이고, 비상소집은 바로 배를 출항 하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출항 하냐 마냐의 문제지 그게 그거임.

 

지체없이 모니터 옆에 있는 비상 스위치를 눌렀고, 전 막사에 그 재수없는, 주차장 싸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막사 내 전 병력은 긴급출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고속정 복이랑 전투모를 챙기고 미친놈들처럼 배로 뛰기 시작했다.

 

여담으로 참수리 편대에는 보통 2 ~ 3 척의 참수리가 배정되는데, 

 

우리 편대의 경우 긴급출항 시 비교적 가장 늦게 소집이 되는 배는 군기가 개 쳐 빠졌다며 온갖 살벌한 쿠사리를 먹는다. 

 

우리 배는 아까 내가 해준 귀띔으로 가장 먼저 소집되어 출항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 일련의 사건이 지나고 나서 점호시간에 개 털리는 상황을 면할 수 있

었다.

 

 

 

 

 

 

그런데 이제 긴급출항으로 전 병력이 배에는 모였는데, 뭣때문에 모였는지 아는 사람이 없는거라.

 

평소같으면 훈련이기 때문에 모이자 마자 인원점검 하고 해산하는데, 이날은 모두 전투태세로 배에서 출항 대기를 했단 말이지.

그때, 어느 중사 하나가 아까 YTN 에 군함하나 좌초 됐다고 특보 뜨더라 라고 말을 꺼냈다. 

 

이 당시 스마트 폰 도입기라 다들 옵레기를 들고 다녀서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무언갈 검색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바로바로 확인하기가 사실 매우 힘들었다.

 

 

 

 

 

 

한 30분 지났을까, 고속정에 엔진은 켜 놓은 채로 다들 배에서 대기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처음에는 좌초된 배가 772 라더라 라는 얘기가 돌았다.

 

원상사 등등 해군밥 몇 십년의 배태랑들은 "그 배가 772라 원래 띨띨이로 불렀었다. 띨띨하니 좌초가 된거다" 등등의 농을 주고 받으며

 

중갑판에서 맥심을 홀짝거렸으며,

 

수병들도 "좌초라면 그배 갑판병들은 죽어나겠다, 역시 PCC 는 피철철이다" 등등의 얘기를 해댔다.

 

그러다 서서히 단순 좌초가 아니라 침몰했다더라, 함 번호 772 가 천안함이다 등의 얘기가 스멀스멀 돌기 시작했다. 

 

다들 무슨 침몰이냐 그게 말이되냐 만에 하나 적의 공격으로 PCC 가 침몰이면 전쟁이다 등등의 얘기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장교들은 편대장(소령) 실에 모여 나오질 않았고 (아마 괜한 말로 인한 뜬소문 방지 등의 이유 였으리라)

 

부사관들은 그 배에 자신이 아는 동기나 선후배가 타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핸드폰에 불이 났고

 

수병들도 함수나 현측에 모여 담배를 피며 자기 훈련소때 친한 누구가 천안함으로 갔다더라, 

 

그 배에 자기 대학 선배가 타고 있는데 걱정이다 진짜 전쟁나면 어쩌냐 등등..

 

 

 

 

 

 

그렇게 몇 시간을 여기저기 업데이트 되는 무성한 소문을 들으며 담배를 피워댔고,

 

이윽고 동이 틀 무렵이 되서야 막사 복귀가 떨어졌다. 

 

새벽에 복귀하여 취침하고 중식때가 되서야 일어나 식당에 내려가니,

 

그제서야 언론사 보도를 보며, 그 긴밤 우리가 궁금해 하던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때 당시의 심정이나 기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당시 천안함의 그들은 그 상황이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이었을 것이며, 

 

운명의 장난으로 내가 그 배에 타고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천안함 침몰 이후 고작 그 쪼마난 참수리를 타고 출동임무를 할 때에도 뭔지 모를 공포감이 엄습 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이후, 시즌별 훈련이 오면, 시험관도 귀찮아서 패쓰하던 이함훈련 (배 탈출 훈련)을 가장 중요하게 점검 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전역할 때, 천안함 추모공원인가에 가서 두 동강 난 천안함을 견학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전역을 앞둬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던 장난기가 하늘을 찌르는 20대 초반의 말년 병장들도 천안함 앞에서는 진심으로 묵념을 했다.

 

 

 

 

갑자기 개붕이들 천안함 글들 보고 생각나서, 또 한번 기록해 보고 싶어서 적어봤다.

 

글이 두서 없어서 미안하고, 다들 무병불사하고 불로소득해라.
 

75개의 댓글

2021.03.26
@좌현방현물잘대

ㅋㅋㅋㅋㅋ 현당 난 정통병이라 막걸리나 타고 통당섰는데 ㅋㅋ 목소리가 커서 함미 전화수는 했음 현문위치! 뒤로 7!

0
@DSIR

통신 애들 맨날 수발 간다고 크로스백 메고 자전거 타던거 생각나누ㅋㅋㅋ

0
2021.03.26
@좌현방현물잘대

크로스백이 얼마나 중요한지암? 거기 심부름 가서 담배 과자 등등 넣어와야한다구! 짬차선 내가 시켰지만 낄낄 ㅋㅋㅋ

0

병신같다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나..

 

2
2021.03.26

실제 전투상황 걸리면 기분 묘하지.

삼척에서 총기 탈취사건 있었을때 무장공비 내려온 줄 알고 진돗개 걸리고 대대장이 전병력 실탄 지급하고 완전군장 상태로 대기하라 한뒤 부대원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하는데 실전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실제상황이 벌어지면 전장에서 죽는 각오로 싸우라 하는데 기분 씨벌....

1
2021.03.26
@보너

진짜 교전하면 죽을 각오 보다는 내가 잘못하면 우리 부대원 죽을까봐 그게 제일 무섭더라

1
2021.03.26

난 해작사 내부벙커에 있어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2XX RS에 XX영상으로 북한이 포탄 내려꽂는거 실시간으로 다봤었지. 그 이후 실내에서 영결식을 하면 거의 참석을 다했는데 나의 부모님 나잇대분들이 나와 비슷한 자식분들 이름 부르면서 구슬피 우는게 10년이 지난 지금도 꿈에서 나온다... 북괴새끼들 진짜 갈아서 다 쳐죽이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도 남는다... 씨팔새끼들 지들 권력강화를 위해 그 지랄하다니 그 이후 빡센 UFG에 잠 못자고 고생한건 기억 안나고 그 구슬피 우는 소리만이 기억에 남는다. 일각에서는 pcc의 대잠 군인이 경계기만이다 이 ㅈㄹ하는 새끼들 있었는데 눈감고 귀없에고 얼굴에 칼던지면 피할수있냐 묻고싶더라...

1
@포모사넘버원

육상 개꿀쟁이였네

0
2021.03.26
@좌현방현물잘대

전산병이라 타다 내림ㅋㅋ 갑판에 비하면야 근데 잠못자는건 힘들어 시방 ufg때 저땐 72시간내내 훈련돌리고 마지막엔 탄도미사일추적땜에 이지스 다시 끌려감.

0
@포모사넘버원

전산과 전자전이 배에서 개꿀 양대산맥인데 육상 제일 빡쎈 애들한테 지자너ㅋㅋㅋ

0
2021.03.26
@좌현방현물잘대

갑사 존나빡셈 사령부갑사는 흑인노오예임 3주도와주고 튐.

0

정장 승함!

1
2021.03.26
@좌현방현물잘대

닉값 ㅎㄷㄷ

0
2021.03.26

몇년도 인지 말은 못하겠는데 당시 나도 NLL침범한 북한군과 교전했는데 정말 내가 잘못하면 우리 배 선후임들 정말 죽을거 같아서 임무에 바짝 집중했던거 같다. 정말 위험했는데 나중에 상황 종료되고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양말 짜면 물나올 정도 그때 당시 편대 이뤄서 같이 교전한 참수리 승조원분들 너무 감사하고 같이 싸워줘서 너무 고맙더라 평택에서 아군 함대가 줄기차게 대열 맞춰서 올라오는거 보니까 너무 감격스럽고 고맙고 멋있었다 이제는 추억이지만 지금도 고생하는 내 동기 선후임들 너무너무 수고 많습니다

1
2021.03.26
@편편편

대청해전 아잉교?

0
2021.03.26
@편편편

필승

0
2021.03.26
@마그마다이버
0
2021.03.26

나도 그 때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지만 좆도 모르는 머저리들이 패잔병이니 미국잠수함이니 지랄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그게 표현의 자유니까. 근데 요즘 우리나라 보면 그게 그렇게 가벼운 가치였나 싶을 때가 많음

1
2021.03.26
@꼬부덜덜

지금은 와이프지만 그때 연애할때 7번방인가 보고도 눈물 한방울도 안흘려서 냉혈한이라고 한소리 들었는데 연평해전 보면서 우니까 감정 이입됬냐고 하더라 너무 슬프더라 절때 가벼운 가치가 아니야 숭고하고 고귀한 일이지

0
2021.03.26
@편편편

난 어려서부터 울보였어서ㅋㅋ지금도 글 읽다보니 눈 살짝 빨개졌음. 나도 해군 나왔거든. 해군 특성상 근무지가 전국 단위로 계속 바뀌는데 그러다 보면 발이 넓어질 수 밖에 없어. 뉴스에는 몇 명 실종됐다 사망했다 한 줄 나오고 말지만 그게 내 친구고 동기고 선후임이면 어떤 기분일지 감히 상상도 안 가네

0
2021.03.26

2함대 참수리 앵카였음. 기수 비슷할 거 같은데? 554기

 

저당시 ytn 뉴스가 소식이 존내 빨라서 우리도 출항중에 뉴스보고 그랬음.

분위기 존나게 살벌해서 누구한 명 말도 못하고..

1
2021.03.26
@껍질인간

전생에 가스실 밸브 돌렸니 난 553 이야 ㅋㅋ

0
2021.03.26
@화신크립

필승! ㅋㅋㅋ

각자 유서 쓸 종이 나눠주고 손톱 깎아 넣으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천안함때도 그렇고, 연평도 포격때도.. 군 생활 파란만장 했음ㅋㅋㅋㅋ

 

제대할 때 TOD병이었던 동기 만났는데

자기는 당시 상황 다 봤다고 하는데 절대 말은 안해줬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입 턴거 아닌가 싶긴 함.

1
2021.03.26
@껍질인간

ㅋㅋㅋㅋ 개붕이도 같은 시기에 고생했다. 항상 건강하렴

아래는 선물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HVMzYK8u500

0
2021.03.26
@화신크립

엿드세여 수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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