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이고 이제 막 대학교 졸업하고 취준하는 놈이다.

아까 10시에 자소서 쓰려고 평소보다 독서실 좀 일찍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그냥 갑자기 고3 때가 생각나더라.

어린애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고3 하면 굉장히 암울하고 불쌍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나는 고3때가 내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행복했던 시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고역이었지만, 학교가는 봉고에서 자는 쪽잠이 너무 달콤했고

아침에 하나 둘 씩 등교하는 반 친구들이랑 인사 나누면서 헛소리나 해대고

수업 땐 열심히 공부하는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기도 하고

야자 때 공부 안 되면 반 애들이랑 운동장 나가서 노가리나 까던 것도 재밌었다.

학원 끝나고 야자하려고 걸어서 학교에 제 발로 간 적도 있다. 

썸타던 옆 학교 여고생 애랑 수줍게 나누던 카톡도 생각나고, 

재수 없지만 여자는 잘 알 거 같은 애한테 연애상담도 해보고..

아무도 자습하러 안 오는 주말에도 학교 꼬박꼬박 나가서 친구들이랑 점심도 사먹고

혼자 교실에 남으면 다른 반에 있는 친한 친구가 지나가다가도 들려서 이야기 상대 해주고~

그런데 취업 준비는 좀 외롭네.

사소한 거 하나하나 알려주는 사람 없고,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뭔가 잘 돼가도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고, 친했던 친구랑도 묘한 경쟁심으로 좀 멀어지고 서먹해진다.

인생은 진짜 고독한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