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잘 알고 있는 7세기 초반의 동아시아 국제 정세임

 

결국 남북 세력이 패배하며 돌궐은 서쪽으로 도망치고 고구려와 백제는 멸망하고 왜는 섬에 갇힘

 

 

그러다 그 혼란을 틈타 고구려 유민 출신(혹은 고구려 휘하 말갈 출신)의 대조영이 발해를 세우게 됨

 

근데 왜 후고구려나 후대의 고려같은 이름이 아닌 발해(渤海)라는 애매한(속되게 말하면 근본 없는) 이름을 쓰게 된 것일까?

 

 

일단 발해의 지도층이 스스로를 고구려인이라 생각하던 것은 맞다고 판단됨

 

발해 3대 왕 문왕이 일본에 문서를 보낼 때 스스로를 고려(고구려)국왕 대흠무라 칭한 것도 그렇고, 고구려가 쓰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그 증거의 예임

 

 

당 입장에서 보면 정말 힘들고 힘들게 고구려를 무너뜨렸는데, 그 유민들이 다시 강력한 나라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자존심상하고 이득없는 행위임

 

그래서 고왕 대조영때부터 발해와 당은 심심찮게 부딫혔고, 8세기에 들어서는 신라도 이 공격에 참여했으나 발해는 그 둘의 공격을 전부 격퇴함

 

결국 신라도 당도 발해를 공격해서 쓰러트리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그렇다고 발해가 당을 전면 공격하거나 신라를 제압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님

 

뭔가 타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거지

 

 

삼국지 당시의 군을 나타낸 지도임

 

당시 당나라는 발해에 대해 감정이 커서 발해를 나라가 아닌 군(郡)으로 취급해버려서 발해왕도 발해군왕이라고 불러버림. 니들은 나라도 아니고 그냥 우리 군이랑 동급이다 이거

 

근데 이후에 발해가 너무 강해지자 발해국왕으로 칭호를 올려줌. 자기들도 그만 싸우고 싶다 이거지

 

신라 또한 예전에 대조영에게 대아찬(大阿飡) 직을 제수해서 "그래도 니들도 우리 왕족이랑 비슷한 급이다"를 인정한 셈이 되었으니 그만 싸울 수 있는 명분은 예전에 만들어 둔 셈

 

신라나 당 쪽에서도 발해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됨

 

근데 이거랑 발해랑 무슨 상관이냐고?

 

 

"선 넘네.."를 좀 거창하게 표현한 게 명분임

 

신라는 백제-고구려 멸망 후 삼한일통(三韓一統) 명분을 바탕으로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을 흡수했고 꽤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냄

 

당나라 또한 고구려 멸망이 당 고종의 큰 업적 중 하나이며 동쪽의 강대국을 제압한 큰 사안이라 할 수 있지

 

근데 발해가 대놓고 고구려의 후예를 자칭한다? 그럼 이게 신라의 삼한일통도 물먹이고 당나라의 큰 업적 하나가 물 건너감

 

그럼 화해고 나발이고 그냥 죽자살자 달려들지. 발해가 아무리 강해도 당나라를 이길 순 없는 일이고 결국 힘들게 세운 나라가 멸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구려의 부활"은 당나라와 신라에게 표면적으로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거

 

이런 명분적인 이유 때문에 발해는 멸망까지 발해라는 국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는게 내 추측임 

 

 

사실 이건 아주 안타까운 일임

 

역사서에 따르면 대조영의 출신이 다 다름. 고구려 소속 말갈, 고구려 장수, 아니면 그냥 말갈 등등...

 

근데 말갈족은 큰 틀에서 보면 후대의 여진족,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과도 이어진단말야. 민족적인 차원에서만 보면 대조영의 출신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발해가 한민족의 역사가 아니다! 란 주장 또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임

 

물론 내-외부적으로 고구려의 계승자임을 드러냈지만, 발해의 국호가 그냥 고구려(高句麗) 였다면 있지도 않았을 논란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아쉬운 일이라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