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협력과 배반 중 어느쪽이 우월한 전략일까?

1980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로버트 엑설로드는 당시 유명했던 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를 연구하고 있었다.

죄수의 딜레마란 2명의 죄수가 자신의 죄를 자백하거나 또는 동료를 배반하는 선택을 통해 얻는 이득을 연구하는 이론이다.

 

엑설로드 박사는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협력과 배반 중 어느쪽이 우월한 전략인지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여러개의 전략이 쉽게 우열을 가릴수 없을 정도로 모두 좋아보였다.

 

그래서 엑설로드 박사는 신문에 광고를 내고 가장 우월한 전략을 찾기위한 대회를 열기로 한다.

그것이 유명한 '엑설로드 대회' 다.

 

 

 

<대회 규칙>

엑설로드 대회의 규칙은 다음 4가지다.

 

1. 각 참가자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참가해야 한다. 즉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코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한다.

 

2. 참가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1:1로 만나서 협력과 배반 중 하나를 선택한다.
 

3. 협력과 배반 선택시 점수표는 다음과 같다.

 a) 둘다 협력을 선택함: 둘다 +3점

 b) 둘다 배반을 선택함: 둘다 +1점

 c) 한쪽은 협력을 선택하고 한쪽은 배반을 선택함: 협력한 쪽은 0점, 배반한 쪽은 +5점

 

4. 각각의 프로그램은 다른 모든 프로그램과 반드시 200번씩 만나야 한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이전 만남에서 상대가 했던 선택들을 기억한다.

 

 

 

 

 

 

<참가 프로그램들의 전략 소개>

2번 개최된 대회에서 총 76개의 프로그램이 참가했다.

다음은 참가 프로그램들이 채택한 전략이다.

 

 

1. 골든룰

선량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만남에서 무조건 협력을 선택한다.

높은 점수가 예상되었던 전략이지만 의외로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했다.

그 이유는 같은 선량한 전략을 만나면 많은 점수를 얻었지만 사악한 전략을 만나면 일방적으로 착취당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채택한 유기체에게 있어서 인간 사회나 자연 환경은 그야말로 가혹한 정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골든룰 자체가 처세술보다는 이상적 지향점에 더 가까운지라...

 

 

2. 불신자

사악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만남에서 무조건 배반을 선택한다.

이 전략은 예상과 다르게 의외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놀랍게도 이 전략은 진화적으로 볼 때 극도로 안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일단 이 전략을 취하는 개체들이 그 집단이나 사회의 주류가 되고 나면, 다른 대안적 전략을 표방하는 개체들이 세력을 얻어서 상황을 바꾸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이쯤 되면 그 집단이나 사회는 가히 "난세" 라고 불러도 무방할 지경.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을 다루는 많은 대중매체에서 등장인물들이 "지금은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야"라고 대사를 읊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이 취하는 전략이 바로 이거다. 상황과 여건만 받쳐준다면 무조건 배반 전략은 어디서든 나타난다.

 

 

3. 예측자

선량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상대가 지금까지 내린 선택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선택을 예측해서 그에 맞는 결정을 내린다.

상대방이 지금까지 협력을 많이 선택했다면 이번에도 협력을 할 것으로 예측해서 나도 협력을 하고, 상대방이 배반을 많이 했으면 이번에도 배반을 할 것으로 예측해서 나도 배반을 한다.

그러나 예측자 전략은 대회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예측자의 천적은 바로 아래에 설명될 '계산자'였다. 예측자는 이 교활한 사기꾼 계열의 프로그램에게 지독하게 착취당하고 농락당했다.

 

 

4. 계산자

사악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처음에는 선량한 척을 하며 공고한 협력관계를 쌓다가, 만남이 충분히 누적된 이후부터는 비율이 25%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 선에서 랜덤하게 선제배반을 한다. 배반 이후에 보복이 들어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얼마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뒤통수를 친다. 그러나 한 번의 배반을 위해 여러 번의 협력을 시도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협력의 비중이 매우 커서 상당히 괜찮은 전략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딱 봐도 예측자 계열을 노리고 만들었다. 계산자에게 제대로 걸린 예측자는 그 교묘한 속임수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전폭적인 협력만을 유지하면서 빨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배반 가능성이 50% 이상으로 올라가야 뭘 어떻게 해 보든지 하는데, 아무리 높아도 25% 이하의 배반 가능성을 유지하는 계산자에게는 손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초반에 거쳐 온 협력 이력이 쌓여있는 이상, 예측자가 보기에 계산자는 선량한 프로그램이었다.

 

 

5. 팃포탯 (협력과 보복)

선량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을 선택하고, 그 이후부터는 상대가 바로 전에 했던 선택을 따라한다.

즉 내가 협력을 했는데 상대도 협력하면 그 다음에도 또 협력을 하고, 내가 협력을 했는데 상대가 배반하면 그 다음에는 나도 배반으로 보복한다.

하지만 내가 배반으로 보복했는데 상대가 협력을 선택하면, 곧바로 상대를 용서하고 그 다음에는 협력을 선택한다. 상대가 계속 배반을 하면 나도 계속 배반한다.

이 전략은 죄수의 딜레마의 정답으로 여겨졌던 전략인 만큼, 가장 강력한 전략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6. 팃포2탯

선량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팃포탯보다 더 관대한 버전이다. 상대가 2번 연속으로 배반해야만 나도 배반으로 보복한다.

팃포탯보다 좀더 높은 점수를 얻을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졸전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하여 분석해 봤더니, 일부 교활한 사기꾼 프로그램들에게 열심히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이하에 설명될 '불량배' 프로그램은 팃포2탯에게는 아예 천적이었고, 팃포2탯은 마땅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했다. 팃포탯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였던 이 프로그램은, 교활한 프로그램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로 우승의 기회를 잃었다.

 

 

7. 불량배

사악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잔혹한 전략을 구사한다. 만나는 상대방마다 적당히 몇번 배반도 해보고 보복하는 패턴도 관찰해 보면서, 만만해 보인다 싶으면 가혹하게 착취하고, 만만치 않다 싶으면 깨끗이 단념하고 손을 내미는 프로그램. 소름끼치게 영악한 프로그램으로서 현실의 기회주의자들과 비슷한 타입이다.

일단 선제배반을 채택하는 교활한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교활한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자신의 그 악의성이 자신에게 손해로 작용하기 전에 상황판단을 해서 전폭적인 협력으로 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즉, 자신이 뒷감당을 하기 힘들 정도로 보복이 강하게 들어올 경우, 그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협력 노선으로 갈아타는 전략이다. 실제로 상술되었듯이 불량배는 팃포2탯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불량배는 팃포2탯이 연속배반에만 반응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 점을 교묘히 악용해 지능적으로 괴롭혔다. (배반-협력-배반-협력을 반복했다.)

 

 

8. 응징자

선량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을 선택하지만 상대가 한번이라도 배반을 선택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배반을 선택한다.

배신자에게는 철저한 복수만을 한다는 얘긴데, 이 프로그램은 대회의 모든 선량한 프로그램 중에서 최하위가 되었다.

그 이유는 불량배와 같은 교활한 프로그램이 처음에 몇번 보복을 당하고 응징자와 화해를 하고 싶어했지만 절대 용서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모든 사악한 프로그램과 배반만을 끝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9. 욕심자

사악한 계열의 프로그램으로 기본 전략은 팃포탯과 동일하다. 하지만 10%의 확률로 랜덤하게 선제배반을 한다.

팃포탯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것을 기대했지만 욕심자가 승리자가 되는 일은 없었다. 고득점의 필수조건은, 어쨌든 누군가와는 완벽한 협력이 달성될 수 있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팃포탯 계열의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선량함을 지키기 때문에 1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없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욕심자처럼 슬쩍슬쩍 배반을 한다면? 팃포탯에게 배반이 적발되는 순간 얄짤없이 보복 확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10% 확률로 발동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시행 중에서 여러 차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팃포탯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더라도 좋은 대접을 받을 만한 전략은 아니었다.

 

 

 

 

<대회 결과>

2번 치뤄진 엑설로드 대회에서 2번 모두 팃포탯 프로그램이 우승을 차지했다.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팃포탯 전략은 4가지의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1. 선량함: 고득점(생존성)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
2. 보복성: 상대방이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자 할 때 단호하게 개입하여 저지함.
3. 관대함: 보복 이후 상대방이 상호협력 관계를 회복하도록 허용함.
4. 명료성: 팃포탯 전략의 기본 원칙과 의사결정 기준을 상대방이 눈치채기 쉽게 하여 현명한 판단을 유도함.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선량한 프로그램과 사악한 프로그램을 그룹으로 나눠보면 선량한 프로그램들이 최종점수에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협력이 배반보다 일반적으로 우월한 전략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출처: 나무위키

 

 

 

 

 

 

60개의 댓글

2021.02.28
@착한말착한말

응 난 그냥 휩쓸려 다니는 짓은 안하거든

지 생각들은 없고 그냥 높은분이 잘난분이 이거다~~ 그러면 그냥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게 편하것지

0
2021.03.02
@힘내라

실례지만 그건 당신이하고 있습니다

1
2021.02.28

꽤 공감되는 이야기인거 같음

 

실제로 처음에는 일단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게 안전하고

 

내가 좋게 대해줬는데 상대방이 좆같이 굴으면

나도 좆같이 굴어줘야함

 

왜냐하면 좆같이 구는 놈에게 계속 좋게 대해주면

만만하고 피 빨아도 되는 놈인줄 알아서 계속 빨아먹으려고 하더라

 

 

반면 내가 도와주면 자기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얘는

계속 도와주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

정말 크게 나를 도와주는 경우가 생겨서 유용했음

 

 

아주 단순한 예로

우리 회사의 4조 2교대 시스템에서

 

야간근무는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데

이 야간근무를 다른 사람한테 별별 이유로 다 던지고

다른 사람 근무는 안 받아주는 놈이 있었는데

 

결국 집단 내에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결혼식, 부모님 병원입원 등 별별 일 다 일어나도

근무를 바꿀 수 없어서 문제가 생겼고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사람은

교대근무 변경 요청하면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음

7
2021.03.05
@카베이라

선량해 보이되 만만해 보여서는 안된다.

지금 일하면서 채택하고 있는 노선인데 나름 만족스러움.

1
2021.02.28

스티븐 잡스 배반의 아이콘인데 좆부자됨

 

조프 베좆스 또한 통수의 달인 좆부자됨

0
2021.02.28

저거 실험을 바탕으로 한 게임도 있는걸로 아는데 그거보면 이해좀더 쉬울듯 ㅋㅋ

0

좋은글인데 찐따 한명때문에 댓글창 곱창났네

3

흥미로운 글이네 ㅋㅋㅋ

0
2021.03.06

이기적 유전자 보고 첨알은거임. 진짜 맞는 말인듯

0
2021.03.07

200회가 에바임. 횟수 적으면 배반이 무조건 좋음 ㅎ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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