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뭐라도해서
나 이런거라도 했습니다 하는 마음가지고 싶어서 사진이나 찍으러 다녀왔다.
생각해보면 주말아니라 평일에도 맨날 노는 신세지만..
밤낮이 바뀌어서 오후 느즈막히나 일어나는게 일상이 됐는데
일어나서 나가려니 벌써 해지고 있더라.
도착해서 운좋게 노을이나 찍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벌써 차에서 해떨어지는 구경했음.
집이 대전이라 세종까지 멀지는 않았는데, 도착하니 커닝시티로 잘못 온건 줄 알았다.
초딩 때 몬스터 카니발 쩔해서 메소번다고
커닝시티 꼭대기에서 자살하면서 경험치 떨궜던 기억이 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세종 지나가다 보이면
정부청사만 으리으리하고 주변엔 완전 논밭이었는데
매년 뚝딱뚝딱 하더니만 이제는 진짜 도시 처럼 보이더라.
특히 차로 다리 위에 지나가면서 도시 불빛 보면 진짜 신도시 같음.
내가 서울을 안살아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서울 정도는 분명 아닐꺼다.
세종 뭐 볼건 아무것도 없고 기껏해야 가끔 코스트코만 갔었다.
아니면 야밤에 그냥 고독한 척하면서 드라이브 갔다오고..
호수 공원은 처음 와봤는데 나름 잔잔하니 좋더라.
사진은 새벽에 찍어야 예쁘다고들 하던데
나는 저녁에 살짝 배고플쯤 그 때 나가면 참 좋더라.
여름에는 노을이 쨍하게 시뻘겋게 타고
겨울에는 희미하게 해떨어지는 감성이랄까.
그냥 사진 안찍고 밖에 나와서 해지는거 보기만해도 갬성있을 시간임.
어떤 연구에서였나, 사람이 노을지는 시간 쯤에는 감성적이게 돼서
고백하려면 노을이 질 때 하래. 그게 성공률이 높다나..
좀 더 가니까 고양이들 뛰어 놀더라.
새끼들은 치즈색인데 입양된 애들인지 성묘 두마리는 치즈색이 없더라.
요즘 어딜가도 고양이는 늘 보이는 것 같아.
어릴 때는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면서 사람 근처엔 얼씬도 안했던 애들인 것 같았는데
요즘은 사람한테 먼저 오기도하고, 참 세상이 퍽퍽해지니까 얘네들도 약아가는구나 싶다.
흑백 사진은 원래 잘 안찍었다.
근데 어쩌다 평생 찍을 흑백 사진을 다 찍었다..
스튜디오를 창업했는데, 코로나로 좀 힘들어져서 문을 닫아놨어.
사진찍으러 밖에 나오는 것도 참 오랜만이고..
퍽퍽하다고 했는데, 소녀상 추울까봐 옷 입혀주는 따듯한 사람들도 있다.
공원에 자주가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소녀상이 어디가나 있다.
소녀상 자체로는 참 슬프지만, 공원이랑 잘어울리는 느낌이기도해서
늘 공원가면 내 모델이다.
한강에 떠다니는 그거 같다.
한강에 새빛섬인가 예전에 간 적 있다. 20살에.
지방사람한테 한강이라고 말하면 생각나는건 치맥이랑 라면인 것 같다.
서울 길은 잘 모르지만, 가끔 운전하다 지나가면
우레탄 도로 따라서 개랑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 보이거든
뭔가 내가 서울에 살게 된다면 꼭 개를 키워야겠다 하면서 버킷리스트가 됐다.
대전에도 갑천이 있는데 너무 휑해서 그냥 꺼려짐.
혼자 시골 도랑 옆에 걸으면서 서울 기분내는 촌뜨기 되는 것 같달까.
에어팟을 사기 전에는
바람소리, 사람들 소리, 발걸음 소리 들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좀 덜 우울했는지 몰라.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거의 우울한 노래가 태반이라,
촬영도 보정도 좀 음침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인스타에 하나 둘 올릴 땐 몰랐다가, 나중에 피드를 쭉 훑어보면
사진도 별로고 느낌도 별로고...
그냥 유리창 있길래 세종 온 기념 개붕이 남겼다.
전에는 보름달 뜰 때만 기다렸는데,
요즘은 초승달, 그믐달 우연히 뜬 날 하늘보다가
내일은 달 사진 찍어야지 생각한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요즘 달이랑 비행기 지나간 구름자국 합성한 사진들이 유행이더라.
뭐 보정도 합성처럼 진하게 묻을 때가 있지만, 그런 감성은 나랑 잘 안맞더라..
날 어둑해지니까 슬금슬금 주차장에 차들이 빠지더라.
많이 보이던 커플들도 다 집에가고 없고,
근처 식당에서 밥먹고 커피 들고 나온 중년들만 남았다.
근데 혼자인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ㅜㅜ
멀리서 사진 찍을 때 계속 뭐지, 예술의 전당인가 했더니 어린이 도서관이었음..
출생률 떨어진다고 어린이들은 이런 도서관을 지어주는구나...
나같이 알바도 못구하는 백수 취업자리나 알선해줄것이지..
물이 꽝꽝 얼었더라.
나올 땐 분명 안추웠는데 여기 걷다보니 개춥고 바람 존나 셈.
걷다가 마스크가 축축해져서 좀 앉아서 쉬었다.
요즘 눈사람 부시는게 논란 되더라.
난 20년 전쯤 엄마랑 만든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난 김에 조만간 눈오면 소주 한 잔 먹고 놀이터 나가서 만들어야겠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래서 진짜 4명씩만 다니더라.
한 번도 5명 이상 다니는 걸 본 적이 없음.
그냥 오늘의 베스트 컷이다.
예쁘더라. 세종 가까우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날씨 따뜻하면..
렌즈 바꾸고 있는데 아까 봤던 새끼 치즈 고양이가 쫄래쫄래 오더라.
앞에 앉아서 야옹 야옹 울길래 나도 야옹해줬다.
집에서 나오면서 말 한마디도 안했었는데 처음 대화한게 고양이였음.
결국 즈그 엄마한테 혼나고 집으로 들어감.
저 나무 안에서 사는 것 같은데, 누가 밥도 주는 것 같더라.
일회용 용기 꽤 있는데 가까이 가니 막 입맛을 다시더라 새끼가.
배고파서 뭐 줄거 있냥? 하고 온 것 같음.
근데 난 백수인걸...
마지막은 크로스필터로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뭐 당분간은 또 사진 생각은 안나겠지.. 밖에 눈도 오고.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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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이글스
가본곳이 많아서 ㅎㅎ
사진조아
그렇구나 세종 다음 가볼 곳 추천 받을 수 있을까?
모태 이글스
난 영동도좋고 옥천도 좋고 ㅎㅎㅎ
부여공주 ㅎㅎㅎㅎ
사진조아
영동은 안가봤는데 찾아봐야겠네 고마워!
모태 이글스
사진찍으면 또 보여줘
사진조아
또 올릴게! ㅋㅋ
곰붕이
세종 개붕인데 하잇 사진 잘보고 음악 잘듣고 가요
사진조아
감사합니다 :)
8541
노래 좋은데 혹시 다른 노래도 추천 좀..
사진조아
짙은 - 고래
짙은 - 백야
짙은 - 사라져가는 것들
뮤지 - 사랑한만큼
서교동의 밤 - Walking In The Moonlight
박지윤 - Fade Away
검정치마 - 나랑아니면
검정치마 - Everything
출사중에 들었던 노래들이양..
854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봉
사진 줍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