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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얼마 전, 강아지가 죽었다.

안녕.

담배피는 개붕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강아지를 키우던 개붕이 이고,

치매 걸리신 할머님 모시는 개붕이 이기도 하다.

위의 두 줄로 내 주변사람들은 날 특정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강아지 사진은 못올리는 점, 양해 바란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위로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거다.

 

며칠 전, 우리집 강아지가 갔다.

그것도 아주 아프게

난 그 자리를 지키지도 못했다.

새벽이었다.

 

내가 군대에 있을 적에 한 마리가 갔고, 이번이 두번째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래, 첫글자를 따서 S와 L이라고 할까.

S와 L은 나를 참 좋다고 따랐다.

S는 3년 전에 죽었고, L은 며칠 전에 죽었다.

산책도 몇번 시키지 않았는데도, 둘은 유달리도 나를 따랐다.

S가 내 무릎에 올라오면 L은 질투를 하며 S를 쫒아내고 내 무릎에 올라오곤 했다.

 

미안하다.

글이 두서없다.

L의 이야기만 하도록 하자.

 

L은 아팠다.

신경에 문제가 있었고, 뇌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적으면 한달에 한번, 잦으면 일주일에 두세번 발작이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L의 발작이 가라앉는 것을 기다리고, 

달래고, 끌어안고, 처방받은 약을 먹이는 것 뿐이었다.

그런 시간이 흘러가며 때로는 심해지고, 때로는 나아지기를 반복했다.


L의 발작이 멎은지 한 달이 넘었다며.

가족들에게 그런 말을 하며 나는 기뻐했다.

L이 죽기 12시간 전에.

 

새벽에 나는 L의 죽음을 들었다.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새벽이었다.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L의 잠자리에서 

장난감 나무블럭이 나왔다.

 

L은 분명 심심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이유로

L에게 향하던 가족들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왜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을까.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어쩌면 현실적으로

눈물은 흘러넘치지 않았다.

 

눈물을 흘려도 되는 상황인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이 바뀌는가.

 

내가 L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만큼,

나는 충분히 슬퍼할 수 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깨달았다.

내 마음 한 구석이 부서지는 것을,

담담하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마음의 일부가 바스라져, 다시는 가질 수 없도록 사라져 가는 것을.

그것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내가 더욱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을.

다시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자동차를 깨닫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사실이 나에게 다가왔다.

 

L에게 자주 했던, L이 죽기 얼마 전에도 L에게 했던 말이 내 안에 맴돌았다.

밥을 먹는 동안, 식탁 밑에서 기다리던 L에게 먹을 것을 주며 했던 말을.

"내가 먹으면 너도 먹는거야."

 

이제는 그 말을, 약속을 지킬 수 없다.

나는 살아가겠지만.

L은 죽었으니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고, 해나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그 순간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던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매 순간을 잊는 누군가가 L을 찾을 때, 매번 거짓을 말하고.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L이 죽은 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감정들은 나에게서 떠나갔으니까.

 

 

 

L이 죽고 난 후, 바뀐 것들이 있다.

음식이나 물건을 떨어뜨려도 급하게 주울 필요가 없고

손님이 왔을 때 진정시킬 존재가 없다.

 

 

집에 들어와서 나를 반기는 L이 없고,

누군가가 집에 찾아왔을 때, 어김없이 들리던 짖던 소리가 사라졌고,

내가 소파에 앉았을 때 내 무릎에 올라와 만져달라며

내 손을 쉴새없이 핥으며 어리광부리던 존재가 사라졌다.

 

글을 어찌 맺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그 정도의 일이다.

누군가가 슬퍼하는 정도의 흔한,

딱 그 정도의 일.

 

누군가는 그랬다.

내가 죽으면 내가 기르던 강아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다.

 

그러니까 부디, 내가 가기 전에,

다른 가족이 먼저 간다면 그들을 따라가라.

더 오래 외롭지 않게.

내가 미안하다는 말 조차 할 수 없게.

 

 

38개의 댓글

2021.01.14

댕댕이 사진이라도 올렸으면 위로받기 쉬웠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걍 머 읽판에 올라온글 읽는 느낌이네

0

나도 우리집 첫 고양이 하늘로갔을때 진짜 엄청슬펐는데

다시는 동물 못키울거같기도 했고 근데 다시 고양이 키우는중

1
2021.01.14

나도 무섭다 내 주위에 무언가 사라질때 느껴질 감정이.

1
2021.01.14

좋은곳에서 다시 만나, 걱정마

1
2021.01.14

힘내라...

1
2021.01.14

하.. 나도 강아지 키우고 있는데 아직 3살 좀 안됐지만.. 언젠간 이런 감정 느낄날이 오겠지

무섭다

3
2021.01.14
@死4死4

그때까지 힘차게 사랑하면 그걸로 돼 형..

 

1
2021.01.14
@타찌
0
2021.01.14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될지 모르겠다...힘내라는 말밖에는...

1
2021.01.14

힘내 그리고 그 친구를 위해 생각해줘 그럼 그 마음이 닿을거야

1

이런거 보면 난 못키우겠다 앞으로도 계속

0
2021.01.14

담배충 ㅂㅁ 제발 좀 끈어라

2
2021.01.14
@방구뿌지직

대부분의 흡연자는 어쩌면 담배충이니 흡연충이니 이야기를 들을만한 여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금연구역 다 지키고, 길빵 안하고, 꽁초 개인 재떨이에 버리니 해당사항은 없겠지만,

보편적인 경우에 담배 피운다고 하면 그런 이야기를 들을만한 사람이겠구나 라고 판단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글을 쓴 내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쓴 글 속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그 한가지만 보는군요.

당신은 당신이 보고 싶은것만 보고, 당신이 욕하고 싶은것만 욕하는 삶을 사는군요.

정말 편하겠습니다.

나도 당신처럼 단순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낄 필요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축복일겁니다.

 

저는 맨 위의 세 문장처럼 전후사정을 파악하려 하고,

왜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지도 얼추 짐작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복잡하게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기본적으로 매너나 배려라는 개념은 존재하고,

그것을 지키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보통 끊어라 라고 표현합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사람은 참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뭐 이렇게 장문으로 적어도,

누군가는

"평소엔 제대로 쓰는데?"

라며 오히려 저를 비웃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제 짐작에는 당신도 그런 사람일 것 같습니다.

삶이 힘들고, 돌파구가 없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풀고자 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난 당신으로 인하여 사람이라는 존재에 다시금 실망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같은 사람은 바뀌지 않을테니까요.

 

"담배충 ㅂㅁ 제발 좀 끈어라"

한 문장 쓰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이건 당신의 한 문장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끔찍한 사람입니다.

5
2021.01.14

미안하다 3줄 요약좀

0
2021.01.14
@nebula2018

얼마전

우리강아지가

죽었다

0
2021.01.14

강아지 나도 두마리 떠나보냈는데 이거 후유증 사람만큼 가더라

힘내

1
2021.01.14
@만성피로맨

의외로 사람보다도 더 가기도 하더라

나만을 바라보고 맹목적으로 응원해주는 팬같은 존재라

0
2021.01.14
@타찌

ㅇㅇ.. 신기한건 아직도 본가에 가거나 하면 집에 강아지가 기다리고 있을거같은 기분?느낌?이드는데 아부지도 그러신다더라 ㅋㅋㅋ

1

떨어진 음식을 급하게 줍지 않는 날 보면서

 

슬픔이 몰아치더라.

0
2021.01.14
@고양이보다강아지

친구네 멍멍이 스무샇일때 놀러간적 있는데 친구 침대위에 올라가고싶은데 기운없어 바라만 보는데 짖을 힘두없어 바라만보는데 안쓰럽더라.

0
2021.01.14

미안하다.

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답글을 달았겠지만,

오늘은 좀 힘들 것 같다.

다들 고맙다.

붐업은 달게 받는다.

1
2021.01.14

난 내손으로 제니를 안치했어

이해해 기운내 괜찮아

너같은 녀석을 만나서

그녀석들도 행복했어

서로 괜찮은 녀석들이야

0
2021.01.14

https://www.youtube.com/watch?v=b2ysSvtPlxA

 

불현듯, 너가 생각 날 때가 있다.

 

길거리에 지나치는 강아지들에서

방 구석에 놓여 있는 장난감들에서

먼지가 쌓여 있는 푹신한 네 집에서

 

창 문 밖으론 네가 누워있는 곳이 보인다.

한 번씩 창 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 보고 싶어서, 딱 한번만 더 안아보고 싶어서 그랬다.

 

내 품 속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솜뭉치, 하늘에 날려 어디론가 가버린 날 , 세상이 떠나가게 울었지

 

며칠 전 내리던 눈을 보며 또다시 불현듯 네가 생각났다.

 

하늘에 가는 날, 마중 나와 주길

 

그날이 오면 너와 함께 하늘 공원을 마음껏 달리길 상상하며

 

그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글쓴아 나도 울집 강아지 떠나보내고 거진 6년만에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어

 

언젠가 죽어서 하늘에 갈때 가장 먼저 마중나오는게 우리가 만났던 반려동물들이라던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0
2021.01.14

그냥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 네 글 읽고 공감하고 간다

그냥 그렇듯 흘려보내보자

0
2021.01.14

힘내라 좋은 곳에 갔을 거다.

0

라이토?

0

나중에 아주 먼 훗날에 먼 길 갔을때 마중하러 올꺼다.

 

0
2021.01.14

나도 교통사고로 너무 이쁜 애를 보냈고, 5년전 일인데 아직도 눈물이 난다. 유골함은 아직도 내 책상에 있어... 언젠간 다시 꼭 볼거다ㅎ

0

작년 12월 9일날 10년 넘게 같이 지낸 반려동물 구름다리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보이는게 밥그릇과 강아지가 좋아하던 장난감들 이더라 보내고 나서 집에 돌아왔을때 집 바닥이 이상하게 차가웠고 내가 일 가거나 밖에 볼 일을 보러 나갔을때 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나를 하루종일 기다렸을 생각에 하염없이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있네 반려동물 보내고 나서는 개드립 할 때나.유튜브 볼때 강아지 관련글은 왜 인지 보기 힘들더라

0
2021.01.14

나는 십수년 키웠던 강아지의 궁극적인 행복을 모른다 어미에게서 억지로 떼어놔놓고 이런 환경이 전부라고 강제했을뿐이다 받은것은 넘쳐나고 한없이 잘해줘도 모자른다는 생각이든다 마음 한구석이 그러니 열심히 잘돌봐줬다고 믿고있다 그래도 만약 죽어서도 이러한 관계가 유지된다는건 매우 가혹한 일일거라 직감하고있다 어떤 생명체던 한때 주인이더라도 모든 지배에서 해방되고 완벽한 자유를 맞이할 자격이있다 자기홀로 혹은 원한다면 피로 이어진 떼어놨던 진정한 가족들과 안식에 떠나는것이 올바를것이다 다만 영원히 떠나기 직전 딱 한번이라도 뒤돌아봐주고 기억해준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할거다

1
2021.01.15

이별은 언제나 힘들지

0
2021.01.15

존나 오글거리네 찐따 새끼들

0
0
2021.01.15

키우던 강아지 죽고나서 5년 넘게 아파하는 지인이 어쩔땐 이해가 안됐는데, 애기 낳아서 키우다 보니 아 그 사람에게는 젖먹이부터 키운 자식이었고 친구였구나 싶어서 확 와닿더라

0

작년3월15일 우리집 둘째가 4살도 채 되지못한채 온몸에 암으로 무지개다리 건넜다. 마냥 너의 이별이 가벼울거라 판단하여 괜찮다 토닥여 줄 수가 없을거 같다. 실컷 슬퍼하고 실컷 울어줘라

0
2021.01.15

데스노트냐?

0

섹.스 와 루져?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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