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테크노마트 회상-2; 부동산 가격은 아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 테크노마트가 지어졌던 90년대 후반의 상황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몰론 저는 너무 어려서 그떄 상황이 어땠고,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건 그 당시 대한민국엔 1.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  2. IMF 로 인한 경제적 타격, 이 2가지는 확실히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짐작컨데 개발 당시 분위기를 보면, 테크노마트는 장점이 대단히 많은 부동산이었습니다.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 보자면, 

1. 강변역 역세권, 고속버스권 (동서울 버스 터미널) 

=> 버스와 지하철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이며, 강남까지 전철로 불과 10분이면 갑니다. 부동산에서 교통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중요한데, 테크노마트는 지금봐도 이렇게 좋은 입지가 또 드물 정도입니다. 

2. 한강변 

=> 전망의 우수성. 지금도 테크노마트의 전망대 정원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한강변 전망은 오히려 요즈음 더욱 가치를 조명받고 있습니다. 한강변이 눈앞에 보이는 고층건물은 지금도 드물 정도이니까요. 

3. 거대한 배후수요 

=> 광진구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을 두고 있는 배후수요가 있었으며, 지금도 중랑구나 구리시 등을 고려하면 잠실의 배후수요에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4. 전자, IT 기기 전문점

=>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전자기기나 컴퓨터 등 IT 기기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은 자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진 게임이나 오피스 소프트웨어조차도 PC 다운이 아닌,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CD로 구입해서 다운받던 시대이고, 손정의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도 1인 1 PC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유통의 성장이나 스마트폰을 상상하기엔 아직 거리가 멀었습니다. 건설/분양 당시에는 ADSL이 막 도입되고, 국내엔 포털 사이트도 이제 막 생겨났었습니다. 전자상거래는 미국에서조차 이제 막 아마존/이베이가 창업했던 시기였고요. 

그때는 디지털화를 상상하면, 전자기기 및 패키지 등 하드웨어의 증가를 생각하지, 소프트웨어 서비스나 O2O의 증가를 생각하기엔 일렀을 것입니다. 즉, 당시엔 누구나 디지털화가 가속화 될수록, 핸드폰, 컴퓨터, 소프트웨어 패키지 및 전자기기 등이 잘 팔려 나갈거라고 예상했을 것입니다. 거기 들어간 입주자들의 사업이 잘 될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란 거죠. 용산과 쌍벽을 이루는 전자상가로 거듭나서, 서울시민의 디지털 기기 수요의 절반을 담당할 목적으로 세웠을테니 무리도 아닙니다. 

 

5. CGV 1호점, 롯데마트 최초입점 

=> 멀티플렉스 상영관이나 대형마트 등 향후 문화/유통을 이끌 비즈니스들을 최초로 입점시키는 트렌드 셋팅 능력이 있었으며, 바꿔말하면 CGV나 롯데 등이 향후 첨단 문화를 이끌 지역으로 테크노마트를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6. 대형 시행사의 관리 

=> 현대건설마저 부도위기를 맞는 건설사 연쇄부도 시대에, 끝까지 개발을 완공시킨 능력있는 대기업의 자산관리가 있었습니다. 테크노마트는 실제로 00년대 초반까지 계속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효율적인 관리를 보여줬습니다. 

7. IT 버블 분위기 

=> 닷컴버블로 대표되는 시대에,  스타크래프트 대회장을 마련하는 등, IT라는 트렌드에 최대한 부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같이 디지털화와 부동산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은 삼성그룹도 보였습니다. 삼성 사이버아파트 21 이라는 아파트가 지금도 충정로 인근에 남아있죠. 게다가 세운은 이 당시 이미 거의 기울었고, 용산의 악평이 높아진 가운데, IT 전문 첨단 상가로 디지털 기기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은 지금봐도 타당성이 있어보입니다. 

8. 다양한 입점구성 (오피스부터 쇼핑몰까지) 

=> 그렇다고 IT 한가지 업종에만 올인하지 않고, 1층과 지하1층 및 9층 등은 쇼핑몰, 푸드코트, 영화관, 종합몰 등 다양한 입점구성을 마련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분산투자를, 다른 한편으론 쇼핑온 고객들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좋은 전략이었죠. 상권이 부숴진 지금도 1층과 지하 1층엔 꽤 지역주민들이 바글거린 걸 보면 분산투자는 항상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 

9. IT, 전자산업 및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 

=> 당시에는 단순히 닷컴버블의 분위기 만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에서 IT 지원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어주던 시기였습니다. IMF를 극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려야 했던 시기에 벤처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정부규제나 정책에 항상 신경을 쓰고 했던 부동산 개발업자 입장에선, 중장기적으로 비전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항상 정부의 의도대로 개발되었고 흘러간 역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이쪽 산업을 밀어줄 것이라 천명했다면, 그만큼 명확한 트렌드 예측의 근거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서, 테크노마트는 당시 벤처기업 집적시설로 지정되었었고, 여기에 입주하는 벤처기업들은 법인세를 면세 받았습니다. 덧붙여 소프트웨어 진흥구역으로도 설정됬었죠. 단순히 IT 기기 파는 상가가 아니라, 일종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터 건물로서도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테크노마트는 입주한 벤처기업과 협력해서 첨단 빌딩 서비스나 기능을 구현하는 등, 입주 벤처기업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10. 마천루로써의 거대규모

=>  단순히 입지만 좋은게 아니라, 건물의 규모 자체도 거대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단일 건물로 63빌딩 연면적의 1.6배고,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비이터 설치대수도 최대였으며, 설치된 조형물 조차 최대규모였습니다. 대체로 건물은 작은 것 보단 큰게 입주자에게 더 신뢰받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테크노마트는 합격점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테크노마트는 잘될 이유만 많이 있고, 망할 이유는 거의 안보이던 시기였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상가, 용산보다 퀄리티/편의성에서의 월등한 경쟁력, 훌륭한 입지와 정부지원책 등, 어떤 면에서 봐도 전망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당시 IMF 로 인한 시행사의 재정난이나 건설사 부도 정도가 있는데, 테크노마트는 IMF 떄문에 망하진 않았습니다. 건설사가 준공을 그만두지도 않았고, 시행사가 망한건 IMF 를 극복하고도 10년뒤의 이야기 입니다. 오픈 당시에는 불경기에 불구하고 1일 유동인구 10만명을 기록했을 정도였고요. 때문에 지금은 임대료도 안받는 것과 달리, 그때는 매우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가 전자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테크노마트가 바라보던 디지털화에서 파생된 온라인 유통이 상권을 추락하게 할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내엔 아마추어적인 홈페이지만 있고, 미국에서조차 아마존이 아직 온라인 서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2개의 댓글

2021.01.10

강동구에서 전자기기 사려면 딱 생각나는 곳이었는데, 2010년 이전에 성인이 된 후 가보았을 때(특히 연인이 생기고 이것저것 경험해본 뒤), 테크노마트를 보면 항상 같은 생각이 떠올랐음. "이곳에선 할게 없다".

 

테크노마트는 성황일 때나 지금이나 용산의 분신처럼 통수치는 이미지는 동일했고, 계속 끌고 갈 연료가 너무 한정적이었던 것 같음.

초반엔 으른들이나 갈 만한 쇼핑몰이어서 한산했고, 비교적 최근에서야 좀 근사한 쇼핑몰이 생겨서 좀 붐비는 듯 했지만 결국...

 

동네에 뭐가 없다는 것이 테크노마트를 추락시킨 이유가 아닐까 싶음.

 

마치 양분 없는 땅에 심어놓은 큰 나무처럼

1
2021.01.10
@불쌍한사람

올 탱큐 그 생각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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