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독한 술은 못 먹지만,

 시발. 아닌 밤 중에 방금 전 끝낸 롤 한판을 생각하던 중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어색하게 고백하거나 좋아하던 걸 티나게 행동한 흑역사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 더한 기억이 구정물 마시듯 더러움이 은은하게 풍겨와 내 수면 욕구를

분노로 조금씩 차오르게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모니터에 비처진 절름발이

남자는 독한 술을 한 번에 먹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났다.

조니워커 블랙. 1년에 술 먹는 날이 몇 없지만, 생일날 친구들과 기분좋게 한잔만

먹어보려고 사놓은 내 인생 최초의 위스키. 흔들어보니 반쯤 찰랑이는 게 듣기 좋다.

유리잔에 자작하게 깔아놓고 절름발이 남자처럼 흉내를 내본다. 흔들며 냄새를 맡아

본 후, 원샷. 얼굴이 저절로 구겨지는 걸 느낀 후 무표정으로 이걸 물 마시듯 마시는

서양 사람들이 문득 존경스러워지고 나의 이런 행동이 잘못이지 않을까 후회가 될 참에

문득 그 구정물이 생각나 다시 한 번 자작하게 따라본다. 그리고 절름발이를 보며

우울한 표정으로 쿨하게 원샷. 내 입 속으로 들어온 독극물을, 죽기 전에 찬찬히 하나

하나 뒤져본다. 혀로 굴리며 그 풍미와 맛을 느껴보려고 할 때마다 내 혀는 고추냉이를

먹은 듯 마비가 되어가고 양 볼 안 쪽은 알코올로 절여가고 있을 때 쯤 어느덧 코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아닌 알코올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카라멜과 오크통 뭔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모르겠고. 그냥 나무 냄새가 조금 난 거 같고 더 느끼기 전에 위장으로

넘겼다. 독극물은 잘 들어갔고, 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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