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명작) 신림동 신선 1~3.txt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인데 개드립 올리니까 긴글은 잘 안읽더라고.. ㅠ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여기올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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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들으면서 천천히 읽어도돼!

 

 

 

신림동 신선 1

 

신림동 신선

 

이들은 신림동의 지형상 가장 꼭대기 층에 존재하는데 그 이유부터 설명을 하겠다.

 

 

물론 그들도 과거에는 고시에 푸른꿈을 안고 신림동에 입성한 ‘초시생’의 신분이었다.

 

 

열정도 낭만도 패기도 있던 시절..

 

 

신림동 주민들은 알겠지만 도로와 가까울수록 신림동 방의 방값은 더 비싸진다.

 

 

대체적으로 초시생들은 도로와 가깝고 학원이 가까이 있는곳에 방을 잡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에 초기에 부모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초시생들이 아무래도 그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그러니까 초시에 붙어서 나가면 신선이 될 일이 없는것인데, 바로 저 위의 이유가 그것이다.

초시, 재시, 삼시, ... N시 이렇게 될수록 금수저자식이 아닌다음에야 자본의 압박이 생기고 언제나 비싸고 좋은방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장수생들일수록 학원 중심가에서

 

 

멀어진곳에 방을 잡게 된다. 장수생들은 신선들의 바로 밑라인인데 이 장수생들이 10년차를 넘어가면 비로소 ‘신선’이 된다.

 

 

신선들의 행동반경은 무척이나 좁아서 학원가에서만 생활하는 초시생들은 목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당연히 그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는편이며, 어떤 고시생은 신림동 신선에 대해 존재유무도 모른채 합격해 나가곤 한다.

 

 

신림동 신선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곳은 바로 고시식당인데, 그들은 이 고시식당에서 식사를하며 친목을 다진다. 운좋게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청강하길 권한다.

 

 

아, 그들의 나이는 대체적으로 40대초반에서 40대 후반이 주류를 이루는데, 법학적 지식과 고시생이라는 특유의 곤조 덕에 신림동 주민들과 간혹 마찰을 일으키곤한다.

 

 

그들의 대화는 단순히 일 이년전의 시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전 이야기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의 시험과 현재의 시험은 차이가 있으며, 요즘시험의 장단점과 10년전 시험의 장단점을 줄줄이 읊어대며 현실비판을 하기 시작하는데 초시생들이 듣다보면 무슨 국가기관장들의 청와대모임을 방불케 한다.

 

 

각종 고시시험에 대한 경험이 웬만한 학원강사보다도 식견이 높기에 신림동 강사들의 평가는 이러한 ‘신선’들의 평가에 상위권이 되느냐 마느냐로 판가름이 나는경우가 많다.

 

 

신선들이 요새 어떤 강사가 요즘 트렌드에 맞다더라 라고 몇마디 떠들어주면 그걸 무슨 고대의 잠언인양 마음에 품고 소곤소곤대는 수험생들이 생기고 이게 곧 주류가 된다.

 

 

그들의 지식수준은 10년이상의 구력이 말해주듯이 교과서의 대부분은 눈에 익었기에 강사와 교재배틀을 떠도 강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들은 그 실력으로 간혹 지상학원으로 내려와 채점자 알바를 하곤 하는데, 그 정확도가 상당하다.

 

 

이들은 좀처럼 신림동 주변을 벗어나지 않으며, 신림동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기도 하는데 그들에게 법적 자문을 묻는 신림동 주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편의점주인데 알바생이 어떻게 어떻게 해서 임금지불관계가 틀어졌다. 어떻게 해야하느냐

 

 

그들은 경찰보다도 이 ‘신선’들을 더 먼저 찾는데 더 웃긴건 이 신선들은 경찰이 와서 캐물어도 경찰을 오히려 당황하게 만들만큼 언변이 뛰어나다는데 있다. 신림동 경찰들은 그래서 이 신선들과의 언쟁에 개입하는걸 꺼려하며 신선들은 그렇게 신림동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신선들의 하루 패턴은 대체로 아주 비슷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신선로를 가볍게 한바퀴 돈 후 고시식당에 출몰하여 밥을 먹으며 신선동기들과 요즘 국정운영의 세태에 열변을 토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맞담배를 한 후 뿔뿔이 흩어지는데 그들의 종착지는 대부분이 고시원이다.

 

 

고시원에 도착하여 오전시간동안은 책을 보는데 다아는것들이니 보는 듯 마는 듯 천페이지짜리 책을 10분만에 독파하는 기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오전을 지나면 오후시간에 점심을 먹으로 고시식당에 나타나는데 이시간에는 친목을 따로하지 않는다. 신선들이 낮밥먹는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조용히 밥을먹으며 옆사람들의 대화를 관전하는데 옆 초시생의 말이 잘못됐을 경우 그 자리에서 정정을 해준다. 아주 정확하고 자세하게 정정해주기에 초시생들은 ‘뭐하는 분이시죠?’ 라고 묻곤 하지만 씨익 미소한번 짓고 사라진다.

 

 

저녁에는 다시 신선로에서 신선놀음겸 산책을 하고 저녁ㅇ 역시 고시식당에서 먹는다. 그러니까 고시식당 사장님은 많은 신선들과 친분이 있는데, 이분들은 거의 인맥이 주변에 판검사 있는 친구들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자기 밥주는 아저씨가 이런분쟁엔 어찌해야하냐고 물으면 신선들은 선심을 다하여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식은 앞에도 말했듯이 정확하고도 틈이 없다.

 

 

그렇게 하루를 마친 신선들은 고시원에서 그날 밀린 티비프로그램을 즐기며 현세대들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도 캐치해 낸다. 요새는 어떤 걸그룹이 인기인지도 꿰고 있으며, 방송사의 핫이슈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신림동에서 10년이상 고시를 공부한, 스카이대학을 나온 지식엘리트 집단이며, 비록 고시에는 실패했지만, 신림동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신림동 신선 2

 

신림동 신선..
그들은 대체적으로 고시원 안에서의 공부를 선호하지만... 신선들도 바둑을 두듯 하루의 작은 일과에서 벗어난 여흥을 즐기고 싶어할때가 있곤하다.
그런 그들이 콧바람을 쐬고 싶을 때 주로 이용하는곳이 바로 공용 도서관이다.

그들은 공용도서관역시 자기집 안방처럼 편하고 아늑하게 이용을 하는데 그들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다보면 역시나 제법 비범한 면모들을 목격하게 된다.

도서관안에서는 여러가지 수칙이 존재하며, 굳이 글자로 적혀있지않아도 불문률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이용자들 전체의 편의를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면 도서관안에서 떠들지 않기라든지, 열람실 안에서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아야한다든지 하는것들,등등의 대한민국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심도있게 밟은 지식인들이라면 다 알고있는 것들말이다.

아주 사소한것들에서 우리의 신선들은 비범함을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휴대폰 이용수칙이다. 그들은 핸드폰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여 무음기능따위는 사용하지 않는데 간혹 이 폰을 책상위에 그대로 올려두고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든지, 화장실을 간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여 대참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usually하게 존재한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열람실안에 울려퍼지는 워낭소리같은 폰의 무게감은 단연 그들의 폰이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진동 소리도 세련된 맛이있는데, 신선들이 사용하는 폰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열람실전체에 존재감을 과시한다. 흡사 전투에서 이기기위한, 전의 고취를 위한 나팔소리처럼 말이다.

이들의 폰의 울림은 여타 수험생들이나 젊은 도서관이용자들과는 또 다른면이 있는데, 바로 진동의 지속성이다. 신선들은, 어울리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과연 범상치않은 부분을 엿볼 수 있는데 바로 '끈기'라고 일컫겠다. 그들은 신선이 전화를 받을때까지 연락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이고, 집요하며, 인내한다.

주인잃은 진돗개마냥 울어대는 폰의 진동에 짜증이 난 이용객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하나 둘 들어 올릴때 쯤 신선은 그렇게 등장한다. 잠결에 보면 '관상'의 이정재가 등장하는씬의 뺨따구는 후려치는 임팩트를 선사한다.
자신의 폰이 존재감을 과시하는것에 만족한다는듯이 여유롭게 폰을 들어올리는데, 이는 신선들 처럼 여유로운 자들만 가능한 패시브 스킬이라 하겠다.

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선들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가볍게 흘려가며, 울려대는 폰을 들고 열람실 밖으로 나가기를 시도하는데 그들의 비범함은 여기서 또 한 번 드러난다. 바로 열람실 출입구를 1미터정도 남겨놓은 곳에서 폰의 통화기능을 사용하는데, 이게 무척 자연스럽다. 굳이 한발자국을 더 걸어 문을 여닫고 통화하는 수고로움따윈 개의치않는다.
"어어,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고?그게..~"

문장의 첫마디까지 듣게되어 신선이 무슨통화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되는데, 이들이 대단한 점은 대화내용이 무려 '궁금하게'만든다는 점이다. 저런신선들은 누구와 통화를 하는걸까? 결혼한거 같진않으니 처자식은 아닐테고, 대화의 시작점으로 보아 부모님이나 가족은 아닌듯 한데, 도무지 그 상대가 누구인지 몹시도 궁금하여 추리를 하게 만든다.

놀라운 능력이 아닌가? 폰울림의 짜증을 종국에는 호기심으로 승화시켜버리는 그 능력이..

필자는 저런 호기심에 한번은 신선을 따라나간적이 있다. 휴게실로 향하며 폰을 붙잡고 연신 웃어대는 신선이 무척 궁금했기 때문인데, 대화내용이 놀랍다.
'중요한 내용이 전혀 없다'

요새 어떻게사냐는 대학교 동창의 전화인듯한데
"으응,나야 여기서 잘지내지 으응,너는 사업 잘되냐? 와서 밥한번 사 임마 ㅎㅎ"

그렇다.신선들도 평범하게 학교다니며 친구도 만들던 때가 있었고 신선이 되지못한 평범한 인간들과 가끔 조우한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통화하는 신선을 보며 흡족한 미소로 내 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신선들은 도서관안에서 매우 바쁘다.
열람실 이용객들 신원 조사도 해야하고, 무슨공부를 하는지 눈치도 살펴야하며, 열람실에 좌석이 불편하면 민원을 넣을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바로 자신의 옆좌석과 앞좌석에 앉은 이용객이 '무슨 수험공부'를 하는지에대한 관심인데, 신선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건 역시 '고시공부하는 자'이다.

무슨일이든 10년정도하다보면 인이박히고,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우리의 신선들이야 오죽하랴. 혹시라도 옆좌석 이용객이 고시과목이라도 공부하고 있으면 마치 비밀리에 귀국한 헤이그특사를 마주한 고종인것처럼 기뻐하는데, 그친구는 그 날 하루를 그 신선의 보살핌에 보내야 한다.

필자도 신선들의 보살핌을 받은날이 꽤나 여러날이라 많은 기억들이 남아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집필에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그들의 따사로움은 꽁꽁 언 겨울 눈을 녹이는 봄 볕과도 같으며, 봄을 시기해 샘을 부리는 꽃샘추위를 밀어내는 봄바람처럼 자애롭다. 한여름 밤의 태풍처럼 몰아치다가도, 익은벼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가을바람처럼 살랑인다.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오지랖.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존재케 하였다'
라는 말이 있다.
신림동에는 이런말로 대치할 수 있겠다.
'강사가 모든곳에 있을 수 없어 신선을 존재케하였다'

신선은 어디에도 없지만,어디에나 존재한다.

 

 

신림동 신선 3

 

신림동 신선...
그들은 신림동의 수호자들 답게 주변과 사방에 지대한관심이 있으며, 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치 정령처럼 나타나곤 한다.

정령처럼 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들이 정말 어느순간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인데 필자가 여러번 경험한 기억이 있어 간단하게 풀어볼까한다.

때는 2012년..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원룸을 구해서 살던 난 원룸과 독서실에서의 공부가 지겨워 신림동에 위치한 관악구의 모대학 도서관을 사용한적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된 곳인지라 정답게도 나는 그곳에서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뚜벅이는 발자욱소리를 남에게도 들려주고싶어하는 탭댄서들이나, 15초에한번씩 코를 훌쩍여대는 훌쩍이(이들은 그 15초를 듣는이가 신경쓰게 만들어서 15초가 지났는데 훌쩍이지않으면 그를 바라보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열람실내에서 모든걸 지워버리겠다는 의지로 혼신의 지우개질을 하여 그 열의 책상을 모두 흔들거리게 만드는 흔들흔들열매를 먹은 흰수염지우개, 그리고 자신의 연필끝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아보기위해 받침따위는 치워 버리고 종이한장만 책상위로 올려 글을 써보는 딱따구리들.

모두 하나같이 우리에겐 친숙한 인물들이다. 우리의 신선은 저 위의 예들 중 한가지나 두가지 이상은 기본적으로 갖춘 도인들이기에 특별할건 없지만 신선들의 비범함은 이런것들이 아니다. 말했듯이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유저들을 찾아내는데 그 일가견이 있다.

나는 그때 경제학을 공부중이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경제학은 인류사에서 손꼽는 천재들이 그 예민한 감각의 영역으로 돈을 어떻게 벌어볼까해서 나온 학문이다. 당연하게도 나같은 둔재는 그 영역을 이해하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고있었는데, 이를어쩜.
내 옆자리에 신선이 앉아계셨던것이다!

나는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부여잡고 솔로우모형을 이해하려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던걸 옆자리 신선께서 무척 안타깝게 보신모양이다. 잠시 머리에 산소를 넣어주기위해 로비로 나와 바람을 쐬며 음료 한잔을 마시는데 그 신선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하셨다.
"경제학이 많이 어렵죠? 허허, 저도 초반엔 고생 많이 했습니다 허허"

??

그 때 당시엔 초시생인데다 신림동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때라 신선의 존재에 대해서 나는 모르던 때였다. 하지만 그 때에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신선의 모습을 본 순간 직감적으로 느꼈다.
'오래 공부하신 분이구나!'

"하하;;네 좀 어렵네요..하하;"

걸어오는 말에 대꾸를 안 할 수 없어 나도 옅은미소와 함께 대답을 해드렸는데 그게 바로 신선의 부성애를 자극했던지 신선께선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자신이 가진 지식들을 지하철 잡상인마냥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까 잠깐 보니 솔로우쪽 거시경제에 대해 공부하는거 같던데, 그 부분은 사실 어려운 부분은 아니예요. 많은 수험생들은 거시부분에서 많이 애를 먹지만 사실 경제학이라는게 그런식으로 접근하는게 아니거든~ 그런문제는....~~~..."

약 5분간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내용이 지금 기억이 나질않는다. 단지 기억나는건, 그 분의 한껏 고취된 얼굴과 참 안 되었다는 듯한 표정, 거기에 얼핏얼핏 첨가된 자신감어린 눈빛 이정도다.

"어때요? 이제 이해가 좀 되요? 경제학 강의는 누구껄 들어요? 미시는 황xx가 유명하지만 거시는 좀 다를텐데? 강사선택이 중요한건 알죠?"

"......."

고백하자면, 난 그의 말을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해가 된척, 그의 말에 깊이 감명을 받은 척, 거기에 그의 지식에 감탄하는 척 까지 섞어 3척의 조화로 그의 흡족함을 이끌어 내었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왔을때 나는 솔로우 모형보다 그의 존재가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가 5분마다 한번씩 나를 쳐다보았기 때문인데, 간혹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려운거 말해요 내가 다 해결해줄테니' 라는 말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대신 하곤 했다.
사실 '제발 물어봐줘' 라고 느낀 건 그냥 기분 탓이다.

음...
그 날 저녁을 집에와서 먹지 않은게 내 실수라면 실수다. 신선께서는 내가 밥먹는것까지 보살피셨기 때문이다.
"아휴. 아가씨가 밥을 그렇게 적게 먹으면 어떡해요. 수험생활이란건 마라톤이거든. 마라톤 선수가 밥 적게먹는거 봤어요? 쭉쭉 잘나가는 디젤차가 기름 안먹는거 봤어? 그러니까 마르는거고, 그러니까 아가씨가 경제학이 어려운 거야. 여자들 수험준비하면서도 다이어트 어쩌고 한다고 하는거 보면, 나는 참 안타까워~. 합격하고 빼면 되잖아? 안그래요?"

모두 맞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고도 옳은말이라 나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마 딱히 반박할 말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신선들의 대화방식은 늘 그렇다. 틀린 말이 없어 반박할 수가 없는게 그들의 공통된 점인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가 불편하다. 분명 아무 영양가없는 친구들과의 시시콜콜한 농담따먹기보단 나에게 피가되고 살이되는 말일진데 그 자리가 영 가시방석이다.

"...하하;;네..오늘은 제가 속이 좀 안좋아서요 하하;"

이 말을 들은 신선께선 또 다시 한껏 찌푸린 얼굴로 "아유, 저런..쯧쯧"
하시며 혀를 찬다.
그리고 다시 수험생에게 건강관리란 또하나의 수험과목이라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으셨다. 자신은 매일 한시간씩 신선로를 거닌다는 말을 버무려가면서.
느끼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내가 말을 바보같이 한면도 있긴하다. 좀 노련하고 감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런자리를 야무지게 빠져나올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신선의 영역은 나에겐 개미지옥과도 같았다. 허우적댈수록 그의 영역에 더더욱 가까워져만 갔다. 개미지옥에 빠져들어 한참을 허우적대다 '아아...난 끝났어' 라며 포기할때 쯤되서야 신선께서 먼저 일어나셨는데, 오늘은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셨다.
꽤나 들뜬 모습으로 말이다.
'무슨 약속이길래 저녁을 먹고 만나는거지?'라는 쓸데없는 물음이 내 뇌리를 스쳤지만 난 감히 궁금함을 표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조언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민트향처럼 쿨한 제스처를 한 번 보이신 후 그분은 구름처럼 발을 놀리며 멀어져갔다. 축지법을 사용하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빠른걸음으로 사라져간듯한 착각은 덤.

그 이후로 가끔 도서관에 갈때면 신선께서 친히 나에게 친밀함을 표하곤 했는데 그런 날은 난 집에서 밥을 먹고 오곤했다. 아, 내가 어려워 하는 경제학 문제를 아주 쉽게 설명해준 적도 몇번 있다. 아주 탁월한 강의력을 지니셨길래 놀란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신선께서 나를 매우 귀찮게 한다거나,중년들이 젊은 아가씨에게 찝적대는듯한 느낌을 준 건 전혀 아니다. 단지 그 분은 같은 걸 공부해온 선배로써 후배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는게 기뻐보였을 뿐이다.

신림동 신선들은 대체적으로 신사적인 편이다. 최소한 같은 고시공부를 하는 후배들에게는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야기도 2차 스터디를 하며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다음 편에서 상세히 다루어 보고싶다. 나도 매우 흥미롭게 들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그들을 보며 느낀건 신선들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들역시, 당연하게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사회적 동물이었으며, 오랜 수험생활로 인해 대화를 나눌 상대가 부족하기에 나같은 고시수험자들을 보면 기뻐하며 대화를 걸곤 했던 것이다. 나중에 그런 것들을 깨달았을 땐 나도 그분들이 해주는 보살핌에 악의없이 고마움을 표하곤 했다. 그러한 일종의 '반응'만으로도 신선들에겐 충분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잠시 다른이야기를 하자면, 신선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본적은 없지만,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그 커뮤니티엔 여자신선도 나타난다고 한다. 드문일이나, 그런 모임을 한번가질때면 여자신선은 '홍일점'으로서 인기를 독차지한다는 걸 들은적이있다. 여자신선도 분명 존재한다는게 중요하다.

그들은 신림동에서 많은 수험생들을 관찰하고 돌보며 밤의 자경단처럼 수험생들에게 호의와 애정어린 오지랖을 부리곤 하는데 나는 그것을 '보살핌'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에게 고시생활이 평탄하고 즐거울 수 없다는 걸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영화'다크나이트'를 보면 영화 말미에 배트맨에 대해 이런 설명이 나온다.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좋아하는 장면이라 이 글을 마치며 첨부하고싶다.

'신림동 신선'
그들은 침묵의 수호자이자, 자애로운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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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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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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