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한국의 철학적인 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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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고가는 성원性圆 이 있노라고. 실实은 성원은 오고감이 없노라고. 병자년 팔월 십일일 생

 

 일단, 성원이라는 말은 의상조사의 법성게 제1구인 법성원융무이상 法性圓融無二相 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 같아.

풀이하면, 법성은 원융(이치가 하나로 융합함.)하여 두 모습이 없다라는 뜻이야. 여기서 두 모습이 없다는 말은 모두 하나란 말은 아니고, 모두가 둥글게 화합되어 다른 모습을 가진 채로 하나란 뜻이래. 모습이 다르더라도 모두 같은 존재고 평등하다는 말인 것 같아.  여기서 성원은 (불)성원(융)을 줄인 말이고,  저 비의 주인공을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

 성원의 오고감이 있었다가 없다는 거는 도덕경의 첫 구절인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 에서 따온 말인 것 같아. 대충,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것을 이름으로 부를 수 있으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뜻이야. 

  세상 만물은  모두 이름이 있어. 심지어 형언이 불가능하다는 신이나 도 마저 이름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떠올릴 때 이름을 떠올려. 하지만, 이렇게 이름을 부르게 되면 우리는 이 이름에 속박이 돼. 우리가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이름의 특정 이미지에 구속되거든.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말에 집착하면 더 깊은 의미를 알지 못하게 돼.

 위의 도덕경 구절은 이것에 대해 말하고 있어. 도라고 부르는 것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에는 그러지 못하는 것도 있고,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으나 이것 또한 그리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거야.

비문 또한, 성원의 오고감이 있었으나, 그것이 성원이 오고간다는 말로 한정지어서는 그 의미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말인 것 같아.

 저 비문이 어느 절의 산신각 근처에  있었는데,  아마 어느 스님이나 불자께서 돌아가신 후에 그분이 개인적으로 깨달은 것을 비문으로 적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 내가 한 설명이 맞을 수 있고, 아닐 수 있어.   

 혹시 이런거 관련해서 잘 아는 개붕이 있으면, 아니면 다른 의견이 있는 개붕이가 있으면 댓글에 써줬으면 좋겠어.

 

15개의 댓글

2020.11.03

짱깨식 한자 쓰지 말고 정자로 씁시다

0
2020.11.04
@시게

예전에 내가 놀랐던게, 이이가 사임당하고 주고 받은 편지가 간자체로 써있더라

0
@요즘세상

간화자가 현대에 생뚱맞게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옛날부터 암암리에 쓰던걸 공식화한 것임

 

정도가 덜하면 일본식이고 좀 과격하면 중국식이고

0
2020.11.04
@히드라전투절단기야생불애호가

그니까 "짱깨식"이 아니란 거지

0
2020.11.03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0

성원이 있음과 동시에 없다는 건

세계에서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공 사상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우리 각자의 나 중심으로 보는

가의 현상세계를 통해 인식하지만

그것이 아예 없다는 것을 가정하진 않는것처럼

실제로 공을 너무 중요시한 중관사상이

후일 비판받고 유식사상으로 넘어오기도했고

다르게는 이문일심 개념이 생각나기도 하고

 

말에 집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언급해줬는데

그 얘기는 불교에서도 이야기 많이 하잖아?

그런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교리 공부보다는 참선 공부를 해야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어보이기도 하네

이것도 분별이라면 화쟁 쪽으로도 생각이 나고 ㅋㅋ

이것도 주절주절거리는 내 개인생각이야ㅋㅋ

재밌네 고마워

2
2020.11.04

생사일여란 뜻이지.

오고(출생) 감(죽음)이 있었지만.

부처의 입장에선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고 그자리에 공으로 그대로 있을뿐.

태어났다는 것도 죽었다는 것도 육신에 구속된 개체의 인식에 불과할뿐.

10억광년 멀리서 지구표면에 살았던 한 중생의 삶을 바라본다면 그 태어남도 죽음도 경계가 없고, 태어나기 이전과 죽고난 이후도 다름이 없다. 즉 처음부터 우리는 온 적도 간 적도 없다는 거지, 무아의 입장에서는.

2
2020.11.04
@도리토스00

난 사실 이런 관점이 어느 정도는 맞다고 보지만 과학이 미시와 거시를 구분하듯 하루살이의 생을 인간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불교도 그렇고 도교도 그렇고 미시세계에서의 해답이 너무 두리뭉실하고 시공간만 너무 넓혀버리는 것 같더라고

 

실제로 시공간이 거의 무한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사람이 살수는 없지 무한히 작은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0
2020.11.04
@국밥햄

종교와 철학을 과학적 잣대로 보면 두리뭉실하죠 당연~

우리가 아는 미시세계의 거의 대부분은 과학이 일궈준 세계라는걸 잊으면 안됩니다~

종교와 철학은 셀프 현자타임으로 들어가 마음을 다잡는 가이드로 삼아야죠

0
@도리토스00

별로 안 두리뭉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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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여기타오르는빛의성전이

두리뭉실하다고 말한 건 종교의 목표를 해야하는 인간의 행동이 두리뭉실하다는 말임

 

해탈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막상 물어보면 불교에서는 확실한 답을 구하기가 어려운 게 일단 말로 표현을 못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단순히 신자들에게 있는 행동강령(?)같은 것도 제각각임, 경전은 참고서 수준으로 많고 민간신앙과 섞인 부분도 크게 문제삼지 않음

 

물론 기독교나 유교에서도 깊이 들어가면 구체적인 것이 없지만 불교나 도교에 비해서는 막연하지 않다는 거임

0
@국밥햄

불교와 도교는 현실 비참여 철학이라서 그래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일러주면 거의 모두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말이라고 많이들 하는데

조선의 성리학 있잖아

 

우리가 유교탈레반이다 뭐다하면서 까는

성리학은 당시에 실학이라고도 불렸어

정약용 등의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실학으로 부르는건 현대적 해석이야

 

왜 성리학이 실학이였냐면

성리학 발흥하기 전에는 불교가 융성했는데

불교는 비참여철학이라서 그래

불교를 비판하면서 나온 사상이라서

물론 성리학은 불교와 도교를 비판하지만

불교와 도교의 사상적 배경들을

차용하기도 했지

0
2020.11.04

참다 가는 인생보다는 즐기다 가는 인생이 좋지 않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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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4

개드립에서 이런얘기를 보니 반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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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정동에 대한 지난한 이야기가 떠오르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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