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중2병

아침에 일어나면 가만히 깨어있는다. 늘 다시 잠들고 싶다. 깨어있는 순간엔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런 기분이 드는것이 싫다. 할 수 있는것이 없는데 이렇게 살고싶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있기에, 잠에서 깨어난 이상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이렇게 나의 아침은 늘 무엇을 해야하느냐의 대한 고민의 연속으로 얼룩진다.

그런데 하고싶은것도 해야할것도 없다. 빌어먹게 살아있는 것이다. 한심스럽다. 벌레유충만도 못할 삶은 산다는건 자괴감의 연속이고 아침 댓바람부터 나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가라앉기 시작한다. 엉망이다. 엉망이라 화가난다. 엉망으로 살고싶지 않은데 엉망이 되어버린 내 삶을 부수거나 타인에게 증여하고 싶다. 그러나 나에겐 그럴만한 용기도 없고 엉망인 내 삶을 가지고싶은 누군가도 없다. 아마 없을것이다 라는 말이 더 맞겠지만 속단하는건 나의 버릇이고.

나는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을 치우기위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화가난다. 화를억눌러야한다. 현관문과 붙어있는 주방에서 보울을 꺼내든다. 콘센트에 믹서기의 코드를 연결한다. 싱크대 수납장에 무더기로 사놓은 타이레놀을 세 곽 꺼내든다. 한알한알 믹서기에 넣는다. 36정의 하얀 알약이 믹서기에 가득찼다. 믹서기에 물을 조금 따르고 타이레놀을 갈아버린다. 물을 넣어야 한다는건 몇 번의 경험으로 알았다. 안그러면 가루가 심하게 날리고 잘 갈리지 않는다. 드드드득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눅눅하게 갈린 타이레놀을 작은 락앤락통에 쏟아넣는다. 다시 믹서기에 물을 조금 붓는다. 열심히 흔든다. 대충 닦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설겆이 하는것이 귀찮아진다.

이제 락앤락통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하면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근교는 다 돌았기에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는것이 좋을 것 같다. 머리를 말리면서 블르투스 스피커에 오늘의 날씨를 묻는다. 화창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다행이라는 생각이든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휴대폰에 멀리떨어진 아파트단지를 검색한다. 타이레놀을 옮겨담았던 작은 락앤락통을 메신저백에 집어넣는다. 500ml 생수패트와 무염참치캔도 함꼐였다.

버스에 올라서는 하지말까했다. 어떻게 생각하자면 하고싶지 않기도했다. 그런데 계속갔다. 버스가 서기 전 까지 그런 고민을 계속했는데 결국 목적지에 내렸다. 잠깐 고양이의 비명을 들었다. 그런데 비명을 들은적은 없다. 그러나 SNS를 보면 싸이코나 미친놈같은 말들이 자주보였다. 누군 CCTV설치를 말했고 누군 짐승의 생명을 가벼이 여긴다고 말했다. 모두 맞는말이었으나 그러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슬프고 그게 우스워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고민하곤했다. 지금도 그런 고민을 하고있으나 발걸음은 왠지 정직하다는 생각이든다.

나의 정직한 발은 나를 아파트 단지안으로 이끌었다. 사는지 안 사는지 보는것이 우선이라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걸었다. 흔적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캣맘 캣대디들 덕분이다. 이 아파트 안에서도 금새 발견했다. 사료그릇과 물그릇이 깨끗하다.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방에서 가만히 고양이용 참치캔과 락앤락 용기를 꺼낸다. 정확한 치사량은 모르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손대중으로 익혔다. 참치캔 뚜겅을 열고 락앤락통에든 눅눅한 타이레놀을 검지중지로 푹 찍는다. 잘 버무려야한다. 고양이의 후각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인간보단 기민할테니까. 그렇게 고양이의 사료그릇을 타이레놀이 잔뜩묻은 참치로 가득 채우고 돌아선다. 아파트는 충분히 넓고 또다른 그릇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2시간동안 4개의 사료그릇을 채웠다. 뿌듯하다. 오묘한 성취감에 입가가 실룩거린다. 나는 미첬나보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미처버렸나보다. 그게 나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보다 배가 고프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분식집으로 들어서 라면과 김밥을 주문한다. SNS를 켠다. 이 안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많다.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글을 찾는다. 지난주엔 4곳을 순회했다. 흔적이 없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있다. 글을 천천히 정독한다.

! 미친놈이 다녀갔습니다.

제가 보살피던 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몇일 째 안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곳에 죽어있더군요. 말도 안 나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료그릇에는 참치가 남아있는데 그 미친놈짓이 분명합니다. 같은 인간으로써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분하고 억울해서 밤 마다 잠이 안옵니다. 그새끼는 인간도 아닙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생명을 이렇게 가볍게 여겨도 괜찮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미친놈을 잡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당할수는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들은 경찰을 대동해야만 CCTV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경찰은 난색만 표합니다. 인물을 특정짓기어렵다. 조사중이다. 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정식으로 수사 할 마음이 없어보여요.

정식으로 수사해야합니다. 그 미친놈이 활개치지 못하게 우리가 힘을 합쳐야합니다.

라는 글의 제목인데. 마지막에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링크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이게 청와대에 청원 할 만한 일인가 싶어서. 그런데 누군가에겐 자각도못할만한 일이 누군에겐 큰 상처고 아픔일수도 있으니까 이해하려고한다. 얼만큼의 시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보다 사진이 문제다. 사진을 보고있자니 갑자기 서럽게 울고싶어진다. 별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수풀에 엎드린채로 죽어있다. 내가 죽였다. 아마 그럴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죽는지도 모르고 타이레놀 범벅이된 참치를 맛있게 먹었을것이다. 쓰지 않았을까. 고양이는 쓴맛에 아주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왜 먹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배가 고팠나. 그럼 그를 관리한다는 사람의 잘못이 아닐까. 애초에 배 부르게 좋은것만 줬으면 별이가 낯선 참치를 먹는일도 없었을 텐데.

라면이 나왔다. 한젓가락 먹다보니 애초에 낯선 참치를 먹은 고양이가 멍청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관리하는 사람의 보살핌이나 고양이의 지능수준이야 나는 모른다. 알고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별이가 수풀에 엎드린채로 죽었다는것이 중요하다. 잠든것처럼 죽어있는 고양이 사진을 바라보며 남김없이 라면과 김밥을 먹어치운다. 맛은 모르겠다. 어느순간 입맛을 잃어버렸는데 왜인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정말 잘 모르겠다. 라면 맛 말고. 내가 고양이를 왜 자꾸 죽이는지 정말 알 수 없다.

정말 왜 일까? 그러나 사실은 그냥 그러고 싶어서다. 그러니까 자꾸 타이레놀을 먹이지. 고양이들은 타이레놀을 해독하지못해서 죽는다고한다. 초콜릿도 해독하지 못한다고한다. 무슨 성분을 해독하지 못해서 중독되고 죽는다고 한다. 침을흘리고 안색이 파리해지고 기운없고 둔해져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 방금 본 사진속 고양이도 엉금엉금 기다가 수플에 풀썩 쓰러져 죽었을것이다. 그럴것이다. 그런것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것 같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오른다. 알 수 없을것도 같다. 앞으로 이렇게 조용히 살아가면 영원히 알 수 없을것도 같다. 사실내가 고양이를 죽였다고 소리치거나 병원에 가거나 내가 죽여놓은 고양이들의 보호자들을 만나다면 어떻게든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용히 살아가고 있으니 알 수 없을것도 같다. 나쁘지 않다. 좋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집으로 가는길은 기억한다.

집으로 가는길을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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