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지각

지잉-지잉-지잉-

 

침대 옆 책상에서 사연이 많아보이는 스마트폰이 '제발 나에게 관심을줘 !' 라는 기세로 온몸을 떨고있다.
침대위에선 아직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내가 몸을 뒤척인다.

 

지잉-지잉-지잉-

 

잠에서 조금 깨어난듯 사내가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며 소음의 정체를 파악하려한다.

 

'아, 무슨소리지'

 

사내의 의식이 잠이라는 달콤한 꿈속세계에서 비참한 현실세계라는 곳으로 머리만 삐죽 내밀었다.

 

지잉-지잉-지잉

 

곧 사내는 자신의 꿀같이 달콤한 수면시간을 방해한 소음의 정체가 스마트폰이라는걸 깨닫고,
눈은 그대로 감은채 익숙한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의 볼륨버튼을 눌러 무음모드로 바꿔버린다.

 

'아침부터 누가...아, 귀찮아 그냥 누워 있어야지...'

 

그렇게 사내의 의식은, 깊고 깊은 저 우주, 혹은 심해 어딘가로 날아고 있었다.
아니, 정확힌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문득 우주 저넘어, 심해의 바다속 끝자락에 있던 의식의 흐름에 한줄기 실낱같은 무언가가 없었더라면.

 

'어?'
'왜 이렇게 몸이 개운하지? 왜 이렇게 밝은거같지? 오늘 할일이 있었던거같은데?'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오늘따라 왜이리 아름답게 들리는거지?'
'왜 내 몸에 내리 쬐는 햇볕이 포근한거지?'
'잠깐, 포근하다..?'

 

침대위의 사내는 마치 부처의 가르침을 수행을 이어오던 승려가 큰 깨달음을 얻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엄청나게 바삭바삭한 망치가 머리를 한대 후려친 느낌이었다.
그렇다! 망치는 망치라고해서 꼭 단단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할 수도 있던것이다.
다만 이 사내를 후려친 망치는 다 타버린, 그래서 더욱 딱딱해진 그런 과자망치였다.

 

"어, X발 X됫다."

 

일단 확실하진 않은데 느낌상 그것이 맞다고, 아니 1+1=2 라는 완전무결한 답보다 더욱더 확실하게 맞는거같다고 느끼는 사내.

 

"...X발 지금 몇시야"

 

사내의 손이 불구대천지원수를 눈앞에서 만난것 마냥 스마트폰을 향하여 맹렬히 돌진하였다.
그와 동시에 사내의 의식이 구조밧줄에 매달린 나무늘보마냥 ㄷ 자로 휘어지며 수면위로 급부상 하였다.
아마, 그의 정신력이 지금 이순간 만큼은 열사(烈士) 들도 한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들만한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다.

평소에는 모두 각기다른 생각으로 화합이 잘 맞지 않아 버벅거렷던 입과 머리와 마음이 지금 이순간 만큼은 한자리에모여 '제발' 이라는 단어를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고있다.
그들도 '이미 늦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된 일이라고 꼭 그대로 흘러가리란 법도 없는게 바로 인생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사내는 온 우주에게, 그리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다시한번 빌고, 또 빌었다.

 

'오, 제발...시간의신 크로노스(Χρόνος)이시여 그대의 미천한 종이 이날, 지금, 바로이순간 그대를 필요로 하옵니다. 제발 저의 생각이 틀렸길, 인생은 그렇게 더럽고 비참하지 않다는걸 부디 몸소 보여주시옵소서'

 

그리고 사내의 손이 스마트폰에 닿았다.
동시에 얇디얇은 스마트폰 옆구리에 달린 전원버튼을, 엄지손가락의 옆부분으로 능숙하게 눌렀다.
이내, 사내의 눈앞에 스마트폰의 화면이 보이고, 그가 제일 궁금해 하던 그리고 제일 보고싶지 않았던 무언가가 눈에 보인다.
왼쪽은 자그마한 글씨로 '오전' 이라고 써있다. 아직 전체적인 숫자를 읽진 못했지만 그 '오전' 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놀란 가슴이 조금은 진정 되었다.
다만 놀란 가슴이 이내 다시 아려올 정도로 뛰기까지의 시간은 0.2초도 걸리지 않았다.

사내의 눈앞에 보이는 '오전 11시 52분' 이라는 시간. 그리고 그옆에 '검정색' 으로 적혀있는 단어.
그렇다. '검정색' 이였다. 대부분의 달력은 평일을 '검정색' 으로 주말을 '빨간색' 으로 적는다. 그리고 지금 사내가 보고있는 글자는 분명 '검정색' 이였다.
왜 몸이 개운한지, 왜 햇볕이 오늘따라 포근한지 느낌을 설명할순 없지만 육감이, 그리고 머리가 이해를 해버렸다. 마치 질문이 나오기전에 답을 맞춰버린 느낌이였다.

사내는 백수가 아니였다. 일을하여 월급을받고 생활하는 어엿한 대한민국의 청년이였다.

 

그리고 그의 평소 출근시간은 오전 9시 45분.
그리고 그가 보고 있는시간은 오전 11시 52분.

 

사내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한번 보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것은 1분이 더 흘러서 52분이 53분으로 바뀌는 마법뿐이였다.
그리고 문득 눈이 스마트폰의 중앙으로 향하였다. 동글네모한 박스안에 들어있는 수화기가, 옆으로 뉘여져 있는 모양.
그리고 그 전화기 옆에 쓰여있는 +7 이라는 숫자. 이건 전화기에 7을 더하라는뜻도 게임의 장비마냥 (마왕을 죽인 전화기)+7강 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부재중 전화' 아이콘이였다. 그것은 무려 7통의 부재중 전화.

 

사내가 꿈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헬파이어를 지상으로 뿜어대고 있을때, 현실에서도 그 마법의 스택이 쌓여가고 있던것이다. 다른점이라면 그 마법이 사내를 향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시간을 보며 자기위로뒤에 오는 이른바 현자타임의 기분으로

 

'일단 빨리씻고, 빨리가면 뭔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차라리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응급실에 갈까?'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말도안되고 정말 거지같은 생각이라며 바로 폐기처분될법한 허무맹랑한 계획들이 그럴싸하게 포장되고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제발 거짓이였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이내 사내의 결정력 장애를 보고있던 가슴깊은곳 어딘가에 있는 목소리가 그에게 명령하듯 들려왔다.

 

'이 X신아 일단 옷부터 입고 모자라도 쓰고 나가'

 

사내는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기로 하였다. 아마 그 목소리는 분명 소크라테스가 틀림없을것이다. 현자가 도와주지 않고서야 지금 이 혼란을 빠져나와 무언가 행동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이 내려와 신체가 일을 하기 시작햇다.

머리는 모자의 위치와 정리하기 귀찮아 던져놓은 옷가지들 속에서 입을 옷들을 생각해냈고,
몸은 머리가 내려준 명령에따라 착실하게 움직였다.
그중 제일 바쁜건 입이였다.
머리가 생각을 하는동안 몸이 잠깐 멈춘 상황에도 입은 쉬지않고 'X됫다' 라는 단어를 되풀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사포 래퍼들의 뺨을 신명나게 후려갈길만한 완벽한 발음과 적당한 템포였다.

 

마침내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집안 유일하게 거울이 있는 화장실로 뛰쳐들어가 대충 모습을 살피고는
'좋아, 이정도면 나쁘지않아' 라며 혼자만의 착각을 하곤, 바지 주머니엔 차키를 상의 주머니에는 담배와라이터, 그리고 스마트폰을 챙기곤 나가려는찰나
그와중에도 집에돌아오면 쾌적한 방을 맞이하고픈 생각이 자리잡아서, 창문을 급한대로 활짝 열어놓곤
신발장옆 서랍위에 널부러져있는 마스크를 한손에 들고 신발을 구겨신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의 엔진이 예열조차 제대로 되지않아서 살려달라는듯한 굉음을내며 멀어져갓다.
길다면 영원으로 느껴질 정도로 길고, 짧다면 정말 한순간 찰나와 같이 짧은 시간동안 방안에서 일어난 소동이 끝을 맺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진뒤, 그의 방에서 우우웅- 하며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낫다.
그리고 싸늘한 바깥 공기와 따뜻한 방바닥이 마치 아주 오래 연습한 댄서들마냥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나는 아래로 너는 위로'를 추었다.
아무래도 사내의 다음달 가스 고지서는 평소보다 잉크를 많이 먹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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