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응급실상식) 나폴레옹과 야전병원, 그리고 도미니크 장 라레.

18세기 세계사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걸출한 인물을 꼽으면 단연코 나폴레옹일 겁니다. 나폴레옹의 업적에는 여러 평가가 엇갈리나 유럽의 체제, 사회, 문화에 지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폴레옹.png

나폴레옹의 뛰어난 점을 굳이 한가지만 꼽자면 전략전술가로서의 능력일겁니다. 그리고 역사상의 모든 전쟁의 천재들이 그러했듯 나폴레옹은 보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병참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은 유명합니다. 병조림도 나폴레옹 시대의 발명품이지요.

 

병참과 더불어 나폴레옹의 전쟁터에서 발달한 것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부상병에 대한 야전의료입니다. 군의관이야 로마시대부터 다양한 기록이 남아있으나 현실적으로 근대이전의 부상병에 대한 취급은 매우 박했습니다. 전장에 남겨진 경상병은 대개 포로가 되었고 중상병은 거의 죽는다고 보는 것이 맞았습니다. 지휘관 입장에서도 부상병을 위해 군의관, 의무병, 야전의무실을 설치하는 것이 그다지 이득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무병을 줄이고 차라리 그 손에 무기를 들려주는 편이 전력상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지요.

 

그러나 나폴레옹 생각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은 부상병의 치료를 위해 200여명의 엘리트 의사들을 선발하여 군대에 합류시켰습니다.

“제군들은 두려워 마라. 프랑스 최고의 의사들을 데려왔다”

부상병.jpg

전쟁이 벌어지면 승전이든 패전이든 부상병은 급격하게 다수 발생하기 마련이고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의료진이 몸이 하난데 동시에 10명을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치료의 순서를 둘 수밖에 없었으나 당시에는 표준화된 분류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가장 흔히 치료순위를 결정하는 요인은 직급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야전의무실에서 손가락 베인 고급장교가 내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사병보다 우선으로 치료받고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네요.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환자 분류법을 도입한 사람이 외과의사 도미니크 장 라레입니다.

도미니크 장 라레.jpg

도미니크장 라레(Dominique-Jean Larrey, 1766 7 7 - 1842 7 25)

 

라레는 각 환자들을 색깔이 있는 카드로 분류하여 치료 순서를 정하였습니다.

지금 즉시 치료를 해도 되는 사람/지금 치료해도 늦은 사람/지금 치료하면 살릴 있는 사람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신분 고하에 상관 없이 치료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Triage”, 트리아제(불어발음은 뜨리아쥬에 가깝답니다.) 시작입니다. 영어로 동의어는 “Sort”입니다.

시작은 라레에 의한 나폴레옹 군대였지만 1 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베트남전등을 거치며 개선되고 틀이 잡힙니다.

 

의사나 응급실 간호사, 혹은 응급 구조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개념이고 요새 많이 홍보되어 있어 의료와 관련없는 일반인들도 들어본 있는 경우가 많으나 다시 한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의료 센터마다 Triage 방식은 약간씩 차이가 있을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볼까요? (지방의 소규모 응급실인 경우는 따로 Triage를 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KTAS.PNG

1~3등급은 응급환자, 4~5 등급은 비응급환자입니다.

 

응급실을 들어가서 처음 만나는 의료진이 대개는 Triage 하는 간호사 입니다. Triage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빠른 조치가 필요한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의료가 제공될 있겠지요.

1등급은 여러분이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1등급 환자가 걸어오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119에서 미리 병원에 연락하고 응급실 도착하면 박차고 들어오면서 “Arrest환자입니다!” 겁니다. 사실상 Triage대상도 아닙니다.

2등급 부터는 Triage간호사가 분류하여 응급실 진료의 순서를 정해줄 겁니다.

강조합니다. 응급실은 선착순으로 진료보는 곳이 아닙니다. 응급한 순서에 따라 진료하는 곳이예요. 물론 급한 응급 환자가 없으면 도착하신 순서대로 진료받을 수도 있죠. 그러나 나보다 응급한 환자가 먼저 진료받는건 내가 배려해줘서가 아니라 원래 응급실은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절대절대 응급실에서 내가 먼저 도착했는데 사람부터 봐주냐고 하지 말아주세요.

 

, Triage 일반인이 보기에 납득이 있습니다. 환자의응급 의료인의응급 개념이 많이 다를 있습니다. 응급실 오는 사람 중에 병이 응급같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아프고 힘드니까 응급실 것이지요. 응급실 환자 분류는 통증이 더 심한 사람을 우선으로 보기 위한 아닙니다. 시간을 다투는 환자를 먼저 보기 위한 것이지요. 의료진은 분류를 위해 고도의 수련을 받고 업무를 수년이상 반복한 전문가입니다. (보통 신규 간호사에게는 triage 안 맡깁니다.)

내가 보기엔 골절되서 덜렁거리고 있는 응급실내에서 제일 응급 같은데 의료진들은 왠지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건너편에서 흘리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뚱땡이 아저씨한테만 붙어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1번으로 진료받을 있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드릴까요? 응급실 Triage 간호사에게 가서 “30분전부터 가슴이 너무 쥐어짜는 듯하게 아파요. 죽을 같아요.” 라고 말해보세요. 앞에 10명이상 대기하고 있어도 모세의 홍해처럼 길이 열리고 나를 제일 먼저 들여보내주는 있을 겁니다. (정말 이렇게 하라는 절대 아닙니다.)

 

응급의료센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응급실에는 보통 응급의료 관리료라는 비용이 만원가량 붙습니다. 1~3등급의 응급환자는 거의 급여처리가 되기에 실제로 내가 부담하는 비용은 거의 없지만 KTAS 4~5등급은 응급관리료 본인 부담이 50~100%정도여서 비용이 많이 나올 있습니다. 열상 소독하나 해주고 만원이나 받냐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원래 응급실이 소독하나만 받으면 되는 분을 진료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응급실을 웬만하면 가지마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인은 자기 증상이 얼마나 응급한 것인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정말 응급실 가야하는 상황에도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하다가 큰일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응급실 도착 이후에는 의료진의 판단과 지시를 따라주세요.

 

응급실에서의 이런 중증도 분류는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1. 위독하거나 심각하게 다친 환자가 위독하거나 가벼운 손상 환자보다 먼저 의료진의 관심을 받도록 보장한다.

2. 중증도를 결정하고 필요한 의료 자원을 알아내는데 도움이 된다.(예를 들면, 치료실의 종류)

3. 재평가 빈도수를 확인할 있다.

4. 공간과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있다.

5. 시기 적절한 접근은 환자와 보호자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쉽게 의료진과 접촉할 있다고 생각하게 하여 불안감을 완화시킨다.

 

글을 쓰게 응급실 사례를 가지 써보려 합니다.

 

1. 의사가 아픈 아이 문진 중에 다른 환자가 경련발작을 시작하여 아이 어머니에게저쪽먼저 가봐야 같아요.” 하고 응급조치를 취하고 왔더니 아이도 어머니도 없더군요. 다른 응급실 간호사와 원무과 직원 말이 애기를 진료하다가 내팽겨치고 데로 가더라고 기분나빠서 여기서 진료 보겠다고 하고 나가셨대요. 나중에 병원에 불친절 의료인으로 민원 넣어주셨습니다.

 

2. 심정지 환자 CPR(심폐소생술) 중이었습니다. 의료진이 매달려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러면 다른 환자들에게 대기 시간이 생길 같다고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PR 15분정도 했을까요. 기다리던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살짝 말합니다. 저기는 어차피 죽어서 사람 아니예요? 우리 어머니 기다리느라 힘든데 여기부터 봐줬으면 좋겠는데.

 

3. 주기적으로 복수천자(배에 복수를 빼주는 ) 하는 환자입니다. 간경화로 병원을 오래다녀서 그런가 성격이 까칠해요. 오늘도 복수천자 받으러 왔는데 천자 준비를 하던 중에 다른 환자가 요양병원 구급차를 타고 밀고 들어옵니다. 들어보니 오늘 아침부터 토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혈압을 재보니 70/40입니다. 이제 환자 정리될 때까지 복수천자는 하염없이 밀립니다. 까칠한 환자는 간호사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여기 한두번 와본줄 아냐, 오늘은 왜이리 오래 걸리냐, 병원에 의사가 하나냐. 사람이 바쁘면 다른 사람이라도 내려와야 하는 아니냐.

 

아무리 남의 염병이 고뿔만 못하다지만 이러지 맙시다.

 

사실 이런 경우는 드물고 요새는 다들 응급실은 선착순이 아니다라는   알고계서서 대부분 매우 협조적이십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추석입니다. 명절에 노부모님 모시고 응급실 와서 전반적으로 검사 한번 싹해주고 링게루(영양제) 하나 달아주세요. 이것도 제발하지 마세요.

만성질환 관리나 건강검진, 영양제는 외래에서 취급하지 응급실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PS) 여담이지만 처음 언급한 도미니크  라레는 앰뷸런스의 창시자로도 유명합니다. 마차 앰뷸런스를 고안하여 전장에 투입하였고 이집트 원정때는 사막환경을 고려하여 낙타 앰뷸런스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12개의 댓글

2020.09.28

유익하다

0
2020.09.28

ㄹㅇㅋㅋ

0
2020.09.28

제발 대학병원 오지말고 작은 병원부터 가세요..

0
2020.09.28
@구라독스

이건 우리나라 의료접근성의 양날의 검입니다.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는 의료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경증 질환으로도 대학병원을 가게 됩니다. 누구나 내 몸이 가장 소중하기에 걸어서도 대학병원 갈 수 있는데 돈 몇 푼 아끼려고 굳이 작은 병원 갈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에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정말 위중한 질환도 대학병원을 갈 수가 없습니다. 시외버스 타고 2시간 반걸려서 응급실 가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환자는 자기 병이 동네병원 갈 질환인지 대학병원 갈 질환인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접근성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기왕이면 대학병원 가고 싶죠. 이건 그냥 의료전달체계의 홍보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2
2020.10.01
@구라독스

작은병원과 큰병원의 진료비가 같은데서 생기는 문제....

0
@구라독스

예 님 말대로 그렇게 해서 오진으로 저의 어머니가 죽었어요

0

잘봣습니다 출처남기고 퍼가도 될꺼요?

0
2020.09.28
@낙하산포장교육

넵 마음대로 퍼가세요

0
2020.09.28

오 응급실에서 일하는 개붕이? 반갑ㅎㅎㅎㅎ

그래도 요즘은 예전만큼 명절효자가 많지는 않은듯 언론에서 계속 명절마다 보도를 해서 그런지

0
2020.09.30

ㄹㅇㅋㅋ

0
2020.10.01

난 맹장염 걸렸다고 확신하고 밤11시에 지하철 막차타고 응급실까지 걸어들어갔음 ㅋㅋㅋㅋ

내가 운전하면 사고날지도 모를것 같고

멀쩡하게 걸어들어오니 보호자분은 여기오시면 안된다길래

한다리로 서서 오른쪽 허벅지를 가슴까지 닿을정도로 올린다음 이렇게 하면 배가 아픕니다

어제부터 아팠고요 하니까 바로 입갤함

0
2020.10.07

일요일에 손가락 탈골로 응급실 가본적 있는데 한국 트리아제로는 4-5급 밖에 안되는구나. 하긴 주말이 아니였으면 일반 정형외과를 갔을테니...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08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3 FishAndMaps 9 1 일 전
12407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3 지나가는김개붕 1 2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3 일 전
12405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0 Mtrap 10 3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3 4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1 Mtrap 14 3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4 일 전
1240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0 2 일 전
1240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4 일 전
12399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1 5 일 전
12398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6 LinkedList 9 5 일 전
12397 [역사] 미지에의 동경을 그린 만화 8 식별불해 5 8 일 전
1239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 그그그그 2 8 일 전
1239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9 일 전
12394 [유머] 웃는 자에게 복이 오는 삶 10 한그르데아이사쯔 7 9 일 전
12393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0 일 전
1239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만료 11개월을 앞두고 체포된 범인 그그그그 3 10 일 전
1239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범인으로 지목받자 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그그그그 4 11 일 전
12390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1 일 전
12389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2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