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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밀리터리] 아반떼 사려다가 그랜저 샀다 - Chakri Naruebet

안녕하세요
 
EAGLE입니다
 
기사시험을 끝내자마자 장염이 와버려서 앓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아팠던 적은 중학교 때 발가락 수술 받을 때 이후 처음이네요
 
아무튼 이제는 나름 지낼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시작하도록 하지요
 
 
 
 
 
 
 
 
Chakri Naruebet
 

1.jpg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뼈와 살이 되는 농담 중
 
자동차 쪽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아반떼 사려다가 그랜저 산다
 
 
자동차 제조사의 악랄한 가격 구성으로
 
풀옵 사느니 상위 모델 깡통이 낫다는 꼬드김에 낚여
 
삽시간에 지갑이 털린다는 의미인데
 
오늘은 저 말끔하게 생긴 항공모함이자
 
이 말이 국가 단위로 발동해버린 대표적인 예시의 이야기다
 
 
 
 
 
 
이번 이야기는 이 군함의 주인인 태국의 지형에서부터 시작된다
 

2.png

 
동남아의 지도를 보면 저 붉은 점이 태국인데
 
언뜻보면 이게 뭐가 문제지 싶겠지만
 
자세히 보면 태국은 미안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이 5개 국가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모양새
 
그쪽 나라들에 뭔 일이 나면 거의 무조건 파편이 튀는 구도이고
 
특히 앞마당인 타이 만은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세 국가가 같이 붙어있는,
 
각 나라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한 동거에 가까운 지형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려면
 
어느 정도의 해군력이 필수겠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다 그랬듯이
 
죄다 마땅한 해군력을 굴리기 힘든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 중 태국이 1980년대 경제성장을 한 번 터뜨리면서
 
본격적으로 빈약한 연안해군을 벗어나 몸집을 불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해군 증강 계획 중에 하나로 세워진 것이
 
바로 적당한 규모의 수송함을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원하던 배는
 
그냥 소소하게 수송 및 소규모 부대 상륙을 지원할 수 있는 배였고
 
1989년에 독일의 브레메 벌컨 사에게
 
배수량 7,800t 수준의 수송함 건조를 의뢰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으니
 

3.jpg

 
계약을 맺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11월에
 
대형 태풍 게이가 타이 만을 덮치고
 
(저 태풍 철자가 정말 그 Gay다)
 
태국을 직격으로 후려쳐
 
400여 명의 사망자까지 일으키는 등의 깽판을 치고 간 것
 
태국은 이 피해를 수습하면서
 
헬리콥터 운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생각하고보니 기존에 독일에게 주문했던 수송함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4.jpg

 
얘들이 슬슬 독도급 같은 물건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헬기 운용 능력이 섞이기 시작하니
 
7,800t 정도로는 감당이 안되게 생겼고
 
자연스럽게 저 수송함의 목표는
 
10,000t이 넘어가는 크기로 주변 해역을 순찰하고
 
여차하면 수송 및 상륙작전을 벌여 주변국에 무력시위도 시도해봄직한
 
본격적인 상륙수송함(LPD)으로 바뀌어버려
 
결국 태국은 돈 좀 더 얹어서 좋은거 뽑자고 마음먹고
 
기존에 독일 쪽과 맺었던 계약을 파기,
 
스페인의 국영 조선소인 바잔 조선소 건조를 의뢰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분명 납득이 가능한 흐름이다
 
여기까지는
 
 
 
 
 
 
본격적으로 일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바잔 조선소가 의뢰 내용을 보고 한 가지 제안을 하면서부터 였다
 
 
 
바잔 - 고갱님
 
태국 - ?
 
바잔 - 상륙수송함 주문하신거 맞죠?
 
태국 - 그런데요?
 
바잔 - 저희 스페인은 항공모함도 굴리고 있는건 알고 있죠?
 

5.jpg

 
태국 - 네.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를 굴리잖아요?
 
바잔 - 그게 마침 만재 16,000t 수준이라서요
 
태국 - 그래서 뭘 말하시려는건지……?
 
바잔 - 지금 돈에서 좀만 더 얹으면 저거 크기 좀 줄여서 만들어드릴게요
 
태국 - ?????????????????
 
 
 
그렇다
 
바잔 조선소에서 아예 돈 좀 더 얹어서 경항모를 사라
 
상상을 초월한 딜을 걸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태국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라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태국 - 아니 아무리 우리가 돈 좀 만졌다지만 경항모까지는 좀…….
 
바잔 - 3억 3,600만 달러
 
태국 - ?!
 
바잔 - 상륙함 값에서 딱 10%만 얹혀 주시면 됩니다
 
태국 - 어, 음… 그래도 함재기까지 살 돈은…….
 

6.jpg

 
바잔 - 부담되시면 저희가 쓰던 해리어 6기까지 덤으로 줄게요
 
태국 - 아이고 이러시면……
 

 
 
 
 
저 해리어 6기라는 서비스까지 들이밀자
 
태국은 기어이 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1992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사실 바잔이 제안한 경항모는 만재 11,000t 정도
 
일반적인 경항모보다도 더 작아서 이게 과연 항모가 될까 싶을 정도였지만
 
어차피 태국은 비슷한 체급의 상륙수송함을 원했고
 
아예 해리어까지 굴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싶은 생각으로 지른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한 국가를 낚는데 성공한 바잔은
 
계약 내용대로 착실하게 만들어
 
1996년 1월 진수해 1997년 태국에 인도하였고
 
태국은 국력을 뽐낼 수 있는 항모를 샀다는 에 제대로 취해
 
이 경항모에 태국을 다스리고있는 왕족의 이름을 따
 
차크리 왕조의 영광이란 뜻의 차크리 나루에벳으로 명명해
 
해군 기함으로 굴리기 시작한다
 
 
 
 
 
 

8.png

 
이렇게 만들어진 차크리 나루에벳은
 
 
전장 - 182.65m
 
선폭 - 30.5m
 
활주갑판 - 12도 각도 스키점프대
 
엔진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 2 (22,125마력)
Bazán-MTU 16V1163 TB83 디젤 엔진 × 2 (5,600마력)
 
배수량 - 만재 11,486t
 
최대속도 - 25.2kn
 
순항속도 - 17.2kn
 
항속거리 - 12kn 기준 19,000km
 
승무원 - 675명
 
함재기
AV-8A 해리어 6기
S-70B 시호크 6기
MH-60 6기
+ 최대 14기의 헬리콥터
 
 
이런 스펙으로 나왔는데
 
경항모라는 말이 아주 거짓말은 아니여서
 
최대한 넣으면 대충 10기 가량의 해리어를 운용하고
 
헬기도 나름 잘 굴릴 수 있는 배였다
 
 
 
 
 

9.jpg

 
얘가 내세울만한게 그걸로 이라서 문제지
 
 
 
 
 
 
당연히 그 외로 넘어가면
 
한 가정의 가장이 이렇게 차를 사버리면
 
배우자에게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는 사자후를 얻어맞으며
 
거하게 욕 먹을 정도로 무리수 투성이었는데
 
우선 함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해리어 6대 굴리는데도 공간이 너무 적다는 불만이 나올 지경이었고
 
돈 10%만 더 얹으라는 말처럼 얹어서 사긴 했지만
 
그 10%라는 것도 억단위의 달러로 계산하면
 
실로 대책없는 규모로 불어나기 마련이고
 
안 그래도 LPD로 바뀌면서 한 번 늘어난 돈에서 또 +10%가 됨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맨 처음의 7,800t 수송함에서 한참 벗어난 규모가 되어
 
이 돈을 내기 위해 무리한 태국은
 
이 배를 계약할 때
 
방어무장은 기만체 발사기 4기만 달고
 
시스템도 딱 배만 굴릴 정도로 최소화한 완전한 깡통으로 사서
 
나중에 예산을 따로 마련해서 넣겠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하였다
 
그 생각은 어찌보면 당시 태국의 사정상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10.jpg

 
이게 취역하자마자 IMF가 터지는 골때리는 일만 없었으면 말이다
 
흔히 IMF 사태라고 하면 우리나라만 떠올리겠지만
 
그 당시에는 동남아까지 단체로 경제 위기에 빠지고
 
태국은 기어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경제적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었고
 
당연히 군대에 추가로 넣을 예산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도 아예 방어무장이 0 인건 좀 심하다는 의견으로
 
어찌저찌 돈을 긁어모아서 12.7mm 중기관총 2정
 

11.jpg

 
미스트랄 미사일 2연장 발사기 3기를 달긴 했지만
 
목표했던 성능에는 근처조차 가지 못할 빈약한 무장이었다
 
이런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차크리 나루에벳은
 
이후의 업그레이드 계획까지 전부 없던 일이 되어
 
그냥 해리어를 실은 깡통배에 가까워진,
 
진짜 밥만 축내는 고철덩이 수준으로까지 위상이 추락했다
 
공짜로 같이 받은 해리어 또한 문제가 있었는데
 
스페인이 넘겨준 이 중고 해리어들은
 

12.jpg

 
스페인 군이 해리어 2를 도입하며 버리려던 걸 떠넘긴 것에 가까웠고
 
당연하게도 수명이 거의 다 된 상태라 툭하면 고장나고
 
너무 오래된 물건이었다보니
 
고장나도 수리용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거기에 이 배는 사실상 충동구매에 가깝게 도입되었다보니
 
정작 이 항모를 호위할 호위함 계획이 매우 미비한 상태로 들어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거 호위함이 필요하지 않나요? 하는 질문이 나오려던 찰나에
 
순식간에 국가 경제가 벼랑 끝까지 몰려버려 사라지니
 

13.jpg

 
이 항모는 나오자마자 반푼이 미만의 배가 된 꼴이 되어버렸다
 
(후일 이 호위함을 중국에서 샀는데 이것조차 멀쩡한 물건이 아니었다)
 
 
 
 
 
 
결국 왕실 전용 선실까지 갖추며
 
기함으로서 배치된 이 배는
 
거의 취역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욕을 먹었고
 
태국 정부는 욕을 하도 먹어 무병장수하게 생긴 이 배를
 
어떻게든 다른 데에 팔아서 급한 돈을 마련하려고
 
구형 항공모함의 후계함을 원하던 인도와 접촉해 팔려고 했으나
 
이걸 자신들이 굴릴 수 있는가 평가해본 인도는
 

14.jpg

 
이 코딱지만한걸 어디다가 쓰라고 들이미냐?
 
고 외치며 거절하고
 

15.jpg

 
그 말대로 러시아의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을 개조
 
만재 45,500t의 비크라마디티야를 사서 굴리게 된다
 
 
 
 
 
 
결국 너무 작았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사갈 나라도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은 태국은
 
IMF의 충격을 이를 악물고 어느 정도 넘긴 후
 
최대한 이 배를 굴려서 본전을 뽑으려고 하였다
 
대표적인게 2003년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반 태국 시위였는데
 

16.jpg

(당시 시위로 불타버린 태국 대사관)
 
아예 대사관이 불타버릴 정도로 격렬한 시위를 본 태국이
 
차크리 나루에벳을 출동시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었다
 
겸사겸사 자국민 소개 임무도 같이 수행한 이 배를 본 캄보디아는
 
수틀리면 해리어로 폭격하겠다는 경고에 긴장해야했다
 
그 후 1년 뒤인 2004년 크리스마스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남아시아 대지진이 벌어지자
 
지원함으로 출동해 구조 및 구호 임무를 맡았고
 
이후에도 뭔가 일이 있으면 바로 출동해서
 
항공기 운용 군함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도맡아 하였다
 
 
 
 
 
 
이렇게 어떻게든 활동을 한
 
차크리 나루에벳이었지만
 
이 녀석을 그나마 경항모 딱지를 달게 해준
 

17.jpg

 
저 6기의 중고 해리어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없는 댓수를 쪼개서 일부를 수리 부품으로 전환하기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한계에 부딫혀
 
태국군은 2006년 해리어들을 전량 퇴역시켜 박물관으로 보낸 후
 
차크리 나루에벳에 6 ~ 8기 정도의 헬기만 올려
 
함의 분류가 아예 원해초계용 헬리콥터 모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것이 참 여러모로 비극인게
 
바잔 조선소에 의뢰할 당시에 그냥 원래대로
 
제대로 된 상륙수송함을 구매했다면
 

18.jpg

 
웰덱(수몰갑판) 등의 시설들이 장착된
 
상륙작전 등의 임무에 최적화던 배로 만들어져
 
원래 목적으로 놓은 헬기 운용부터
 
화물 수송과 상륙 임무까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받았겠지만
 
항공모함과 공짜 해리어 떡밥에 홀라당 넘어가는 바람에
 
앞 뒤 안보고 지른 결과
 
해리어는 얼마 못쓰고 퇴역해 의미가 없어지고
 
상륙작전이 벌어지면 직접 병력을 실어다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헬기 지원만 해줘야하는 그냥 헬기모함을 사버린 꼴이 되어버렸으니
 

19.jpg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신에게 맞지 않게 욕심을 부린 것의 대가 아닐까 싶다
 
 
 
 
 
 
차회예고
 

20.jpg

 
토실토실 살이 오른 수송기

2개의 댓글

저거 왕실이 결정한건가?

0
21 일 전

잼있다 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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