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 - Shinano

안녕하세요
 
EAGLE 입니다
 
준비하던 기사시험이 한 번 더 미뤄져서
 
현자타임이 세게 오네요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긴 한데 시기가 시기라...
 
그럼 오늘도 시작하도록 하지요
 
 
 
 
 
 
 
 
 
Shinano
 

1.jpg

 
겉으로 보면
 
평범한 항모로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오늘은 이 짧아도 너무 짧게 살다 간 항공모함 이야기
 
 
 
 
 
보통의 군함은
 
같은 급 안에서 1번함은 프로토타입의 역할로써
 
실제로 굴려보며 설계 단계에서 계산되지 않은 문제점
 
직접 찾아내 이후의 함들에 반영하는 역할을 겸한다
 
이는 군함이란 것이 한 두푼 하는 물건이 아니기에
 
한 척이라도 알뜰살뜰 써야하기에 자리잡은 국룰이었는데
 

2.jpg

 
야마토급 전함 또한 마찬가지였다
 
1번함 야마토와 2번함 무사시를 만들어본 일본 해군은
 
직접 굴려본 결과를 3, 4번함 설계에 반영한다
 
이렇게 수정된 설계로 착공된 야마토급 3, 4번함은
 
착실하게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전함으로써 태어났을테지만
 
착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의 운명을 바꿔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1942년 봄에 미국과의 전쟁 계획이 본격적으로 정해지면서
 
핵심 전력인 항공모함 위주로 자원을 투자하기로 정해지고
 
그 결과 3, 4번함은 공사 중단,
 
4번함은 그대로 부품용으로 해체되었고
 

3.jpg

 
이렇게 돌아가던 와중에 미드웨이 해전이 벌어졌다
 
단 한 번의 해전, 그것도 항공전 위주로 굴러간 전투
 
그동안 핵심 전력으로 굴리던 4대의 정규항모를 날려버린 일본 해군은
 
진주만 공습으로 잡았던 우위를 도로아미타불로 날린 꼴이 되었고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어떻게든 전력을 충원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최대한 빨리 대체제를 찾던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이
 
바로 1942년 당시 반 넘게 만들어진 채 잉여가 되었던
 
야마토급 3번함이었고
 
그걸 보자마자 일본 해군은 이걸 항공모함으로 바꿀 것을 지시한다
 
물론 전함으로 한참 만들던 것을
 
갑자기 항공모함으로 바꾸라는 것은
 
딱 봐도 보통 공사가 아니었기에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으나
 

 
1942년 9월
 
무게만 해도 구축함 1척 수준이었던 
 
야마토급의 46cm 포, 주포탑 세트를 옮길 수 있는 유일한 수송선이었던
 
카시노가 미군 잠수함에게 격침당하며
 
전함으로써 핵심인 주포와 포탑을 배달할 방법이 없어졌고
 
그렇게 3번함은 항공모함으로 바꾸는 길 밖에 남지 않게 되어
 
1942년 말 항공모함 설계를 완성해 다시 공사에 들어가
 
최대한 빨리 완성하라는 말에 맞추어 1944년 10월 8일에 진수되었으니
 
이 배가 바로 시나노였다
 
 
 
 
 
 

 
이렇게 완성된 시나노는
 
 
배수량 - 기준 63,000t, 만재 73,000t
 
전장 - 266m
 
전폭 - 40m
 
출력 - 함본 보일러 12기, 증기터빈 4기 (150,000hp)
 
최대 속력 - 27노트
 
항속 거리 - 18노트로 10,000해리
 
함재기 - 운용 47기, 수송 139기
 
무장
2연장 127mm 40구경 대공포탑 8기
3연장 25mm 대공포 37기
28연장 127mm 대공로켓 12기
 
장갑
함체 - 160 ~ 400mm
비행갑판 - 75mm
 
승무원 - 2,400명
 
 
이렇게 완성되었는데
 
언뜻 생각하기로는, 그리고 보기로는 꽤 그럴싸한 항모였다
 
일단 야마토급의 함체 그대로 만든 것이었던만큼
 
항모 주제에 장갑이 전함급으로 발라졌고
 
덩치 또한 야마토급이었기에
 
만재 73,000t이라는 압도적인 배수량을 자랑했는데
 
이전 편인 미드웨이급조차도
 

6.jpg

 
그렇게 대공사들을 거쳐
 
배수량을 불릴대로 불린 크기가 65,000t 근처였고
 

7.jpg

 
다음 세대이자 최초의 슈퍼캐리어였던
 
포레스탈급의 기준 배수량이 시나노의 만재 배수량 수준이었다
 
이런 큰 덩치 덕분에
 
자연스럽게 활주로 넓이와 함교 아일랜드조차
 
카가, 아카기 등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로 만들어지고
 

8.jpg

 
사진처럼 옆으로 휜 연돌을 가진 두 항공모함과는 다르게
 
수직으로 높게 뻗은 연돌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커진 갑판 크기를 활용해
 
기존에는 갑판 아래에서 항공기들을 보급하다보니
 
유폭의 위험이 있었던 것을 고치기 위해
 
갑판 위에서 보급하도록 만들었고
 
갑판에서의 함재기 운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레스팅 와이어까지 만들어 깔아두었다
 
여기에 건조 도중에 바다에서 벌어진 전투들을 통해
 
대공포를 늘려야 산다는 피드백이 계속해서 들어와
 
큰 함체의 여유를 살려 대공포를 최대한 둘러치고
 
급강하 폭격기의 폭격을 막기 위해
 
장갑 갑판까지 도입하고
 
여기에 어뢰까지 대비하기 위해 벌지를 '나름' 강화하는 등
 
당시 일본군으로써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물건이었다
 
 
 
 
 
 

9.jpg

 
여기서 위에 적은 스펙을 잘 보신 분들이라면
 
한 가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덩치치고는 함재기가 심하게 적은게 아닌가?
 
하는 의문.
 
그렇다
 
이 녀석은 각잡고 들어가서 보면
 
당시 일본군의 문제점들이 한데 뭉친 결함 항모였다
 
 
 
 
 
 
저 47기 밖에 안되는 함재기 운용 능력은
 
앞에서도 말한 생존성 강화와 연관이 있었는데
 

10.jpg

 
우선 장갑 갑판의 경우
 
최초의 장갑 갑판을 도입한 일러스트리어스급이 그랬듯이
 
함의 무게 중심이 올라가버리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여기에 전함 함체 개조품이라는 것조차도 발목을 잡았는데
 
야마토급이었던 당시 시나노는
 
반 넘게 만들어진 상태였다는 것이 복선으로
 
이미 전함으로서의 갑판이 어느 정도 올라가버린 상태에서
 
항공모함으로 전환되어버렸고
 
이것들을 모두 철거해 속을 비우고 다시 만들었다면 몰라도
 
일단 돈도 없는 상태에서
 
당장 쓸 항공모함이 필요했던 그들로써는
 
이 철거공사 자체도 낭비로 보여서 최대한 손을 덜 대려고 하였다
 
결국 미완성 전함 함체에 그대로 장갑 갑판을 박으려 한 결과는
 

11.jpg

 
마치 순양함급 무장을 위해 함재기 운용력을 희생시킨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처럼
 
단층 격납고 밖에 못 쓰게 만들고
 
그나마도 격납고 크기를 줄여서 밸런스를 맞춘다
 
실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결과로 돌아왔고
 
이 때문에 시나노는 자신이 완공되기 전 만들어졌었던
 

12.jpg

 
배수량은 자신의 반 밖에 안되는
 
다이호보다 밀리는 처참한 운용 능력을 가지게 된다
 
선체의 장갑 수치로만 보면
 
구축함과 순양함 수준의 포격쯤은 그냥 받아낼 수준이었지만
 
포격이 안 닿는 먼 곳에서 함재기로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이 장갑조차도 그냥 시대착오적인 고철 덩어리에 가깝기도 했고 말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세계 대전 시기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세계 대전 이전과는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의미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등장한 장갑 갑판 등의 신기술들은
 
다 좋았지만 자칫했다가는 무게 중심이 올라가 함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그만큼 설계 난이도를 올려놓았다
 
그 결과 이전처럼 단순히 건조 중이던 전함 선체에
 
항공모함 부분을 따로 만들어 올린 시나노
 
카가, 아카기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무게 중심 등의 문제로 함재기 운용 능력을 크게 희생시켜야했으나
 

13.jpg

 
아예 처음부터 장갑 갑판 항공모함으로 설계한 미드웨이급은
 
그동안 미 해군이 쌓은 노하우를 총집결하여
 
장갑 갑판을 채용했음에도
 
100대가 넘게 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도 비행 갑판을 슈퍼 캐리어급으로 넓히고
 
거기에 장비들을 쑤셔넣는 대공사를 2번이나 거치고도
 
1990년까지 임무를 뛰는 극단적인 차이가 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공사 과정에서 다이호와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골때리는데
 
공사하던 도중에 다이호가
 
필리핀해 해전에서 첫 출전을 하자마자
 
어뢰 한 발에 항공유가 유출되어 유증기 폭발로 골로 가는 일이 벌어졌고
 
여기에 충격을 받은 일본 해군은
 
다이호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
 
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공사 중이었던 시나노의 항공기용 연료탱크
 
어뢰 방어용 벌지에 콘크리트를 부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만약 이전에 야마토급 이야기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14.jpg

 
어뢰의 충격에 약했던 설계 결함을 수정하고 저랬으면
 
충분히 효과가 있었겠으나
 
이쪽에는 큰 설계 변경없이 들입다 콘크리트를 부었던 관계
 
벌지는 강화되었어도
 
실제 침몰했던 당시에는 1도 도움이 안되는 뻘짓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영부영 만들어져 1944년 10월 8일에 진수한 시나노는
 
11월 19일 요코스카 항구에서 취역
 
구레 항으로 가서 마무리 공정을 받고 항공기를 싣기 위해
 
11월 28일 구축함들과 함께 항해에 나섰다
 
이 당시 일본의 바다는 미군 잠수함들이 우글거리는
 
그야말로 늑대가 쫙 깔린 어두운 숲이었고
 
거기에 홀로 길을 나선 어린양이었던 시나노는
 

15.jpg

 
발리오급 잠수함 USS 아처피쉬의 추적을 받아
 
11월 29일 새벽 3시 15분 어뢰 4발을 맞았는데
 
이 어뢰 4발은 모두 벌지 위를 때리도록 설정된 어뢰들이라
 
설계상 취약점을 제대로 때렸고
 
곧장 구멍이 나서 물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전함 함체로 만들었기에 방어력은 자신있었던 시나노는
 
어뢰를 씹고 그대로 항해하려고 하였지만
 

16.jpg

 
여기서 들이찬 물에 격벽이 무너지는 아무도 예상못한 사태가 벌어지고
 
승무원들도 대다수가 초짜들이라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이 겹쳐
 

17.jpg

 
시나노는 취역 10일 만에 허무하게 침몰하며 생을 마감해버렸다
 
이 당시 격벽이 무너졌던 이유도 실로 일본군스러웠는데
 
공사가 계속 지연되어
 
제대로 만들면 절대 1944년에 맞출 수 없었던 것
 
해군이 강제로 1944년 10월 내로 완성하라고 압박해
 
중요한 시험들을 죄다 생략하고 그냥 되는대로 만들어서 띄우느라
 
격벽 등의 주요 부분들이
 
성능 시험도 없이 날림으로 만들어진 것이 원인이었으니
 
(심지어 12기의 보일러들마저도 몇 개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야말로 당시 일본군이 가지고 있던
 
모든 어두운 면은 다 보여주는 물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역사에 IF는 없다지만
 
아예 제대로 각잡고 개조해서 최소한 에식스급처럼
 
함재기들을 90기 가량 빵빵하게 굴릴 수 있게 되었다면
 
무언가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시나노가 만들어진 시기는
 
일본 해군이 베테랑 파일럿들을 다수 잃어서
 
미 해군 조종사들에게 발리기 시작해
 
시나노가 취역한 11월이 오기 직전이었던 10월 말
 
레이테만 해전으로 수상 전력이 개박살나서
 
그대로 일본 본토까지 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승무원들이 우왕좌왕하다 데미지 컨트롤을 못한 것에서도 보이듯
 
승무원과 함재기 승무원들의 숙련도 문제
 
그저 허우대만 멀쩡한 군함 1로 종전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18.jpg

 
결국 뭘 해도 암울한 결말 밖에 없어보인다는 것
 
 
 
 
 
 
여담으로
 
이렇게 취역 10일 만에 삼도천으로 가는 바람에 벌어진
 
웃기지만 슬픈 일도 있는데
 
시나노를 장사지낸 아처피쉬는
 
시나노를 잡고 나서 월척이다! 를 외치며 신나게 칠면조 파티를 벌인 후
 
함장이 상부에 월척을 잡았다고 보고를 올렸으나
 
당시 저 배의 존재를 제대로는 몰랐던 상부는
 

19.jpg

 
쟤들한테 그런 큰 항모가 있겠냐?
 
하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 함장이 이후에 증거물들을 제출하고 나서야
 
진짜 월척을 낚았다는 걸 안 미 해군은
 
그 보상으로 항복 조인식에서
 
행사가 열리는 미주리 바로 옆에 아처피쉬를 세우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취역하자마자 미칠듯한 속도로 단명한 시나노
 
하지만 이런 시나노조차도 야 이건 좀 소리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예 태어나기 직전에 숨이 끊어진
 
눈물나는 항공모함이 있었다
 

20.png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3개의 댓글

2020.09.25

개추후 감상

0
2020.09.25

신나노...

0
2020.09.26

니나노 시나노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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