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가오는 광복절, 한국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책 추천

서양사 책 추천 

https://www.dogdrip.net/252468399

https://www.dogdrip.net/252476431

 

동양사 책 추천 

https://www.dogdrip.net/105893300

 

 

 

이 글은 비전공자이자 취미로 역사책을 읽는 입장에서 재밌게 혹은 의미 있게 읽었던 한국근현대사 서적들을 추천하기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취미로 독서를 하는 입장에서 역사책을 읽을 때 가장 큰 난관은 적당한 난이도의 서적을 추천받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무책임하게 너무 어렵고 딱딱한 고전, 논문을 추천하고 또 누군가는 지나치게 말랑말랑한 책들을 추천해주다보니 그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입장에서 뭘 봐야할지 고민이 많았죠. 아래에 소개될 책들은 그러한 고민 속에 여기저기서 취득한 단편적 정보와 독서 이력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추천이란게 으레 그렇듯 목록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기준은 세우고자 했습니다.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연구사 중심

2. 해당 시기 주요 연구자 중심(가급적 00년 이후에도 활동하는 연구자 중심으로)

3. 너무 어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도전적인 책

4. 차후에도 이 분야를 취미 삼아 읽고자 할 때 도움이 되는 책

5.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

 

 

기준을 보면 아시겠지만 단순 목록의 나열이 아니라 제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연구사, 연구자의 지명도 등을 이유로 설명하는 형태의 글에 가깝습니다. 비전공자의 글임을 감안하시고 이 점은 걸러서 들어주세요.

 

 

끝으로 이 글은 그래도 나름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유튜브, 위키, 교과서 등으로 관련 지식을 접한 혹은 커뮤니티 등에서 떠도는 역사글들을 통해 이러한 주제에 익숙한 사람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의 역할을 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아예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 또한 처음 한국 근현대사를 접할 때 나름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추천 목록에 넣어놨습니다. 그런 책들은 0. 시작하기 에 적어놨으니 해당 책들을 읽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0. 시작하기

 

 

 

 

1.jpg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의 수준에서 풀어쓴 책들 중 가장 읽기 편했던 책이었습니다. 개항 이후부터 80년대까지의 기간을 각 분야 전공자들이 맡아 총 10권의 분량으로 담았는데 평균적으로 300-400페이지를 넘어가지 않고 책의 디자인도 깔끔해서 읽기에 부담이 적습니다. 만약에 아래에 소개될 장황된 목록이 지루하게 보인다면 여기에 속한 시리즈 중 관심이 가는 분야를 읽는 것을 먼저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를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확장하면 본인의 관심 분야가 현재 어떤 연구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는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루는 몇몇 책들은 비단 교양을 넘어 학술적으로도 읽어볼만한 책들이 있기 때문에 뒤에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2.jpg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근현대사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 책이었지만 통사적 책이 아닌 각 주제에 대해서 전공자들이 심도 있게 다루는 앤솔로지 형태의 글이었기에 한국근현대사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공자의 입장에서야 각 과에 설치된 근현대사 과목을 들으면 되었지만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기에 찾다 찾다 알게 된 책이 바로 한국역사연구회 소속 학자들이 펴낸 시대사 총서였습니다.

 

한국 역사 전반을 다루고 있는 이 총서에서 근현대사 부분은 전공과목 실라버스 말미에 습관처럼 적어 넣는 오래된 개론서들보다 훨씬 가볍게 쓰여 있습니다. 더구나 각 집필진들이 한창 학계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기에 나름의 최신 연구 성과 또한 충실히 반영되어 있어 교양 수준에서는 별도의 지식 업데이트가 필요 없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다만 총 4권으로 이뤄진 한국근현대사 부분이 분량상의 문제(4권 모두 300페이지 내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나 도판, 참고자료 등의 문제로 인해 100년이 넘는 시간을 꽤나 압축적으로 다룬다는 점은 한계점입니다.

 

 

 

 

 

3.jpg

<동아시아 근현대통사>

 

 

앞서 언급한 책들은 한국근현대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준 책들이었지만 나름의 한계 또한 있었습니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느꼈던 한계 중 하나는 위의 책들이 일국사의 관점에서, 즉 한국사의 관점에서 한국의 근현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물론 언급을 안하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지난 100년은 외국 세력들 간의 파워게임과 끊임없는 체제 경쟁으로 점철된 역사인 바, 한국사의 관점에서만 근현대사를 이해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러한 갈증을 느끼던 차에 찾았던 책이 일본의 대표적 인문학 출판사 이와나미 서점에서 출판한 동아시아 근현대통사였습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째, 일본인 학자 중심으로 쓰여져 있음에도 아시아 전반을 꽤나 균형 있게 서술했다는 점, 둘째, 집필진 중 한국 역사 연구에 꽤 큰 족적을 남긴 와다 하루키, 조경달 등의 연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마지막 셋째, 분량 자체는 500여 페이지로 만만치 않지만 여러 나라의 역사를 하나에 담은 책 치고는 독서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비단 이 책이 아니더라도 동아시아라는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서술하고자 하는 역사책은 여러 권 존재합니다. 각각 특장점이 있기에 본인의 기호에 맞게 어느 책을 집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출간시기, 서술범위, 책의 편집 수준, 분량, 독서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읽을만한 책이었습니다.

 

 

 

4.jpg

<19세기 동아시아 시리즈>

 

 

어느 분야의 독서에서나 마찬가지지만 근현대사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가장 큰 난점은 이전 시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개항기~대한제국 시기를 다루는 책들은 조선시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바, 관련 시기에 대한 독서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500년이 넘어가는 조선시대의 역사를 다 살펴볼 순 없었기에 통사적 성격의 책을 읽기보다 조선에 대한 연구자들의 평가를 담은 책들을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고민의 결과 선택하게 된 책은 성균관대의 미야지마 히로시 선생님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19세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한 19세기 동아시아시리즈입니다.이 책은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가장 난이도도 높고 또 분량도 만만치가 않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특히나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읽게 되면 각 주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기존연구들에 비해 얼마나 신선한 관점을 던져주고 있는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만약 조선시대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해당 시기 주요 연구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민음 한국사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조선시대를 다룬 책은 사실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에서 분량, 읽기 난이도, 책의 편집 상태, 연구 성과의 반영 여부를 고려했을 때 가장 읽기 편했던 책이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의 목록을 살펴보면 도저히 독해가 불가능한 고유명사들의 향연에 비전공자가 읽기에 녹록치 않은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하나의 아티클 때문인데 시리즈의 1권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에서 1동아시아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부분이 한국근현대사를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체 시리즈의 서문 역할을 하는 이 글은 기존의 연구에서 관습적으로 적용되어온 서구중심주의, 근대주의를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더불어 대중들 사이에서 퇴행적인 것으로 여기지는 요소들을(가령 유교)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그간의 연구에서 간과했던 부분들을 짚어주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끝으로 근대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조선시대의 내외적 요인들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근대성 없는 근대(이 용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은 다양한 근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최신 연구 동향을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

 

 

 

5.jpg

<쟁점 한국사 시리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책 읽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과는 별개로 이따금씩 커뮤니티, 정치권에서 등장하는 역사 논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죠. 앞서 소개한 책들은 그러한 논쟁들에 초석이 될 만한 중요 주장들을 모두 소개하고 있지만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모든 책들을 거르고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쟁점 한국사>시리즈를 추천해주는 편입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책들과 비교할 때 내용, 집필진의 측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으면서도 간략하게 근현대사의 여러 논쟁들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다만 주요 주제에 대해서 아주 짧게 수록되어 있는 책이기에 개괄적인 이해 이상의 기능을 할 수는 없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6.jpg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만약 <쟁점 한국사> 시리즈가 2권짜리 책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다면 김호기, 박태균 선생님이 쓰신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또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400페이지 내외의 분량에 워낙에 많은 현대사의 논쟁거리를 담아놓았고 그 범위도 해방이후 부터 동시대(2018)에까지 미치는지라 주요 논쟁에 대해 깊이 알기는 어려우나 개괄적인 파악에는 좋은 책입니다. 사실 사회학과 역사학의 애매한 경계에 위치한 책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책 자체가 읽을만했기에 추천 목록에 올려둡니다.

 

 

 

 

이상의 저서들을 통해 개괄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맛을 봤다면 이번에는 좀 더 깊이 들어갈 차례입니다. 아래의 책들은 취미 생활의 범위에서 논문은 보기 싫지만 적당히 깊이 있는 글은 읽고 싶고 또 각 잡고 공부하기는 귀찮지만 유튜브 속 단편 지식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접한 책들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이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저서를 톺아보는 과정에서 찾은 것이기에 추천 또한 그러한 형식에 맞춰 진행하겠습니다.

 

 

 

 

 

 

1. 근대사

 

 

7.jpg8.jpg

연갑수

주요 연구 분야 : 대원군 집권기 정치사 / 개항기 정치사

 

 

고종대 정치변동 연구/ 조선정치의 마지막 얼굴

 

 

연갑수 선생님은 근대 초기 정치사 분야에서 석학의 반열에 오른 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학부생 시절 교양 레포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책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조선말의 복잡다단한 정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2011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이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성과들이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취미 독서의 수준에서 이 시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요한다면 여전히 들춰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9.jpg

서영희

주요 연구 분야 : 대한제국 정치사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앞서 언급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전 권을 모두 추천하고 싶지만 책 쓰는데 돈이 아깝거나 읽을 시간이 부족하면 서영희 선생님의 이 책이라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기력한 대한제국과 승냥이 일본제국이라는 일반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대한제국의 국정 운영과 정치 상황을 폭 넓게 다룬 고질의 역사서 중 하나입니다. 치욕의 역사일수록 더욱 냉정히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목적에 잘 부합한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 녹두꽃등의 매체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조선 말기, 대한제국의 의사결정권자들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입체적인 시각에서 대한제국의 역사를 습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10.jpg

오가와라 히로유키

주요 연구 분야 : 대한제국 정치사

 

 

이토 히로부미의 한국 병합 구상과 조선 사회

 

 

대한제국 시기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의 책을 읽다가 일본 연구자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어 찾던 차에 알게 된 책입니다. 일본인 학자의 시각에서 대한제국기를 본 책인데 저자가 일본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학자임에도 우리에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극과 극의 책을 읽기보단 비슷한 견해 속에서 몇몇 부분의 입장차가 보이는 책이 양자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1.jpg

염복규

주요 연구 분야 : 일제강점기 도시사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

 

 

일제병탄이라는 비극적 사건과 별개로 수도 한양은 총독부 하의 경성으로 바뀌면서 수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한 권으로 담은 책이 바로 염복규 선생님의 저작입니다. 이 책의 강점은 꼼꼼한 문헌연구를 기반으로 한양에서 경성으로의 변화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35년 통치 기간 동안의 도로정비, 구역정비 과정에서 총독부, 재조선 일본인, 조선인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일제의 국내외 상황 변화에 따른 총독부 예하 도시 정비 조직의 변천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담고 있으며 그러한 설명을 다수의 도판들로 뒷받침하기에 읽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다만 총독부 기관 자료와 당대 신문 사료의 치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저작인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책을 본다면 꽤나 지루하게 느껴질 단순 사실의 나열 파트가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하고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12.jpg13.jpg

정연태

주요 연구 분야 : 일제강점기 농업사 / 식민지 자본주의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화 논쟁

 

 

현대의 사회, 경제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인 바, 한국사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특히 70-80년대 일련의 논쟁 과정에서 논란의 초점은 조선 후기가 자본주의의 '기미'가 보였냐 혹은 일제 강점기의 여러 가지 변화가 현대 한국에 있어 어떤 영향력을 가져다 주었는가의 문제로 점철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의 제 1차 전쟁터는 당연히 일제강점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구자는 당연하게도 서울대 출신의 이영훈, 허수열 교수님일 것입니다. 특히나 두 분이 쓰신 저작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 후기(이영훈), 개발 없는 개발(허수열)은 해당 논쟁을 이해하는데 초석이 되는 저작들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막상 이 논쟁의 대열에서 순수 역사 전공자들의 저작은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식민지 근대화 논쟁의 또 다른 축이었던 서울대 사회경제사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식민지 근대화 논쟁을 소개한 책을 추천하고자합니다.

  

많고 많은 서울대 출신 사회경제사 연구자 중에 정연태 선생님의 저작을 꼽은 이유는 일단 첫째, 근현대 시기 대표적 경제사가인 권태억 선생님의 제자이기 이른바 주류의 의견을 가늠할 수 있고 둘째, 식민지 근대화에 대한 역사학계의 포괄적인 논의를 충실히 담고 있는 책을 쓰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화 논쟁은 식근론과 자맹론의 논의 과정, 각각의 논리에 대한 상세한 소개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분법을 뛰어넘어 소장학자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소위 식민지 근대성 논의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걸리는 점이 있다면 이 책이 현재 절판 상태라 도서관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 대안으로 추천할만한 책은 동북아재단 연구총서 중 하나로 나온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적 근대입니다. 책은 식민지근대화 논쟁 하나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해당 논쟁의 얼개를 이해할 수 있는 문영주 선생님의 글 경제성장론의 식민지 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이 식민지 근대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해 도움이 되니 대안으로 삼을만합니다.

 

 

 

14.jpg

정종현

주요 연구 분야 : 일제강점기 지성사 / 일제강점기 제도사

 

 

제국 대학의 chosen징

 

 

정종현 선생님은 본래 20세기 초 일본 지식인들의 주요 이데올로기 중 하나였던 동양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입니다. 하지만 점차 이데올로기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구현하는 주체들에 대해 관심 범위를 넓히고 있고 그것의 집대성이 바로 제국 대학의 chosen징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데올로기를 구현하는 주체를 바로 고등교육기관, 엘리트 등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35년간의 식민 통치 하에서 한반도 지식인들의 고등교육은 제국대학으로 통칭할 수 있는 일본의 엘리트 교육 기관들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서울에 있었던 경성제국대학을 비롯한 일본 전역에 있던 9개 제국대학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식민지 엘리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엘리트들이 일제의 패망 이후에도 자신들이 살던 국가에서 여러 중요한 보직을 맡으며 그 영향력을 발휘했기에 연구 범위는 근대사에서 시작하지만 종내에 가서는 현대사를 이해할 때 숙고할 지점이 많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5.jpg

한국근현대사학회

새롭게 쓴 한국독립운동사 강의

 

 

2019역사학보에 올라온 한국 근대사 연구에 대한 회고적 성격의 글에서 한 연구자는 현재 한국근대사 연구가 크게 볼 때 식민지 근대성 연구와 독립운동사 연구로 나뉘어져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따른다면 앞서 소개한 근대사 저작들은 전자에 그리고 지금 소개할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근현대사학회에서 엮은 새롭게 쓴 한국독립운동사 강의는 이 분야의 스테디셀러인 한국독립운동사 강의의 개정판입니다. 교양 수준에서 독립운동사의 전반에 대한 지식을 알고자 할 때 거의 강제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고 전공 기초의 단계에서도 자주 참고 되는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싯적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들었던 구세대들에게는 꽤나 익숙할법한 여러 단체들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꾸준히 개정을 거듭하며 최신 연구 성과들도 반영하고 있기에 관련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들춰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16.jpg17.jpg

박환

주요 연구 분야 : 만주, 연해주 독립운동사 / 일제강점기 아나키스트 운동

 

 

독립군과 무기/ 페치카 최재형

 

 

앞서 언급한 책의 집필진은 아니지만 독립운동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연구자 한 명이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박환 선생님은 독립운동사 연구자들 중에서 다큐멘터리, 대중서적 등을 통해서 익숙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잘 몰랐던 연구자 중에 하나인데 최근에 모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셔서 강연하는 것을 보고 그 존재를 알았던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35.jpg36.jpg

한석정

주요 연구 분야 : 일제 강점기 사회사 / 만주국 연구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 1932-1936/ 만주 모던

 

 

한석정 선생님은 1999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 1932-1936이라는 저작을 통해 초기 만주국 연구의 기틀을 다진 연구자입니다. 나온지도 오래되었음에도 관련 연구 레퍼런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책이고 그것은 2007년 개정판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한석정 선생님의 연구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16년에 내신 만주 모던이라는 책 때문인듯 합니다. 감히 말하건데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만주국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만주국의 국가 건설 모델이 이후 박정희 정권의 발전국가 모델이 되었다는 주장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사실 이러한 주장 자체는 학술지에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되고 있던 사안이었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이 주제를 조명한 단행본은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꼼꼼히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교양서적의 수준에서 이러한 논의를 심도 깊게 다룬 것은 만주 모던이 처음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 책은 만주국 연구를 통해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식민지 근대성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취하고 있기도 한데 다소 이론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이해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꽤나 좋은 지적 자극이 되었습니다.

 

 

 

 

2. 현대사

 

 

18.jpg19.png

서중석

주요 연구 분야 : 현대 정치, 사회사 전 분야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이승만과 제1공화국

 

 

한국 현대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구자를 꼽자면 당연히 서중석 선생님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90년대 처음으로 현대사 관련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1호 현대사 박사이자 한국 현대사 1호 전담교수님이기도 합니다. 주로 연구하신 분야는 해방 5년사의 정치인데 사실 현대사라 통칭되는 시기를 모두 다루셔서 현대사 쪽에서 이분의 흔적이 없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하고 이후에는 다시 학계로 돌아와 학자가 된 정말로 다이나믹한 인생사로도 잘 알려진 분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책이 읽을 가치가 있지만 현대사를 개론적으로 담은 역작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가 교양 수준에서 가장 읽을만하며 <20세기 한국사>시리즈로 출간된 이승만과 제1공화국또한 이 시기에 대한 개괄적 이해에 적합한 책입니다.

 

 

 

 

20.jpg21.jpg

강만길

주요 연구 분야 : 조선 후기 경제사 / 독립운동사 전반 / 현대 정치사

 

 

고쳐 쓴 한국근대사/ 고쳐 쓴 한국현대사

 

 

강만길 선생님은 오늘날 역사학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 근현대사 연구의 뿌리를 만든 분입니다. 그 영향력에 걸맞게 오늘날 주요 대학에서 근현대사를 강의하는 연구자들을 배출했으며 정년을 맞이한 뒤에도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귀감이 되었던 분입니다. 연구 범위는 일반적인 연구자가 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한데 조선후기 경제사 연구를 시작으로 이후에는 주로 근대사 연구로 많이 알려졌지만 동시에 좌우합작운동,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많은 연구 성과를 내셨기에 그 범위가 현대사에까지 이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만길 선생님의 저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독립운동사 연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한국민족운동사론, 분단시대라는 키워드 하에 자신의 역사관을 전반적으로 서술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이 있지만 나온지도 오래된 책이고 또 현재의 연구 성과라고 보기는 힘들기에 보다 개론적 성격을 지닌 고쳐 쓴 한국 근현대사시리즈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22.png23.jpg

김성보

주요 연구 분야 : 북한 정치, 경제사

 

 

북한의 역사 1/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

 

 

김성보 선생님은 명실공히 북한사 연구의 1세대로 최근까지도 활발한 저작활동을 이어가는 분입니다. 북한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분은 이 선생님의 저서는 물론 공저까지 전권 필독하기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주로 농업사와 경제 분야를 연구하셨는데 특히 해방 이후 50년대까지 남북한의 경제 구조를 비교하는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는 오늘날에도 두고두고 참고가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김성보 선생님의 연구 업적이 잘 녹아들어간 책은 2000년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역사 1를 읽고 보다 전문적인 책들을 읽는 것을 보다 권장하는 바입니다.

 

 

 

24.jpg25.jpg

정병준

주요 연구 분야 : 현대 정치사 / 대미관계사

 

 

독도 1947/ 우남 이승만 연구

 

 

앞서 살펴본 두 명의 현대사 연구자가 1세대 연구자라면 1.5-2세대 연구자들로 볼 수 있는 분들을 몇 명 소개할까 합니다.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세대기도 하고 다음 세대로 학계 인원이 채워지고 있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전임 교편을 잡은 세대기도 합니다. 정병준 선생님의 연구 중 가장 탁월한 것은 단연 대미관계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군정기와 미소공위를 전후로 하는 시기 대미관계를 당시 강대국들의 사료 교차 검증 작업으로 풀어내는 연구자입니다. 참고로 말하면 이 시기 대미관계 연구는 다양한 사료를 봐야 하므로 언어가 필수적인데 그 점에 있어서 정병준 선생님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은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정기 미 국무부 비둘기파와 국방부 매파의 의견 대립, 그리고 여기에서 교묘하게 선을 타는 이승만의 정치적인 움직임을 알고 싶다면 정병준 선생님 글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26.jpg27.jpg

정용욱

주요 연구 분야 : 해방 5년사

 

 

해방의 공간, 점령의 시간/ 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미군정기와 이승만 정권기는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정말 마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합집산하는 좌우 정당과 중도파, 미국과 소련의 점령 정책을 둘러싼 마찰, 냉전이라는 국제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손대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정용욱 선생님은 이러한 혼란상을 미군정기 정치 집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연구자입니다. 광범위한 군정기 사료 독해와 이에 대한 해석을 담은 일련의 책들은 해당 시기에 대한 교양 수준의 이해를 필요로 할 때 들춰볼 가치가 있습니다.

 

 

 

28.jpg29.jpg

박명림

주요 연구 분야 : 현대 정치사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역사와 지식과 사회

 

 

박명림 선생님의 저서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은 한국전쟁 기원론에 새 지평을 연 책입니다. 한국전쟁을 정치공학적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 역사학적 관점에서 본 책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관련 연구에 중요한 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전쟁 기원론에 수정주의적 경향을 대표했던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항해 이 시기에 굵직한 견해를 내놓은 한국학자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큰 저작입니다. 또한 여타 정치,사회적 이유로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했던 기존의 연구사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여기에 90년 이후 해금된 소련 문서의 영향까지 고려해 6.25전쟁의 실체를 밝힌 서적이었다는 점에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34.jpg

김태우

주요 연구 분야 : 전쟁사 / 해방 5년사

 

 

폭격

 

 

2013년 비전공자의 귀에도 들어갈 정도로 화제의 책 하나가 출간된 바 있습니다. 주로 전쟁의 원인, 경과, 결과 등에 집중하던 기존의 한국전쟁 연구 경향을 극복하고 피상적으로만 다뤄지던 공중폭격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들고 나온 독특한 연구서 하나가 출간된 것입니다. 김태우 선생님의 폭격은 일제강점기~한국전쟁기 미 공군의 공중폭격 양상과 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공중폭격이 하나의 국가적 트라우마로서 한반도 양국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탐구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론 사료가 깡패라는 현대사 분야의 격언이 빛을 발한 책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저자는 이 책을 위해 미공군의 폭격기록 자료 10만건과 러시아, 중국 남북한의 자료를 분석해 이른바 정밀폭격 신화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30.jpg31.jpg

박태균

주요 연구 분야 : 박정희 시기 경제사 / 대미관계사

 

 

원형과 변용/ 우방과 제국

 

 

박태균 선생님의 연구는 정병준 선생님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우방과 제국의 경우 책의 초반부로 한정하면 대미관계사에 있어 기존의 연구 성과와 다른 지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 분야에 있어 선배 세대의 기념비적 연구(가령 홍석률 선생님의 한국전쟁 직후 미국의 이승만 제거 계획에 대한 연구나 도진순의 민족주의와 남북관계 연구)가 워낙 유명하기에 쉬이 그들의 성과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박태균 선생님의 책이 여전히 읽히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연구성과에서 미답의 영역이었던 60년대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평가가 후속 세대 연구자들에게 좋은 전례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로스토우의 경제성장이론과 이에 따른 미국 대한정책의 변화, 60년대 김종필과 미국의 관계를 통해서 대미관계를 추적하는 연구, FRUS(미국외교사료집)에 대한 분석은 이후 역사학의 관점에서 박정희 시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런 연구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주로 60년대 경제사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쓰셨지만 최근에는 범위를 좀더 확장하셔서 70,80년대 박정희 유신체제 하에서의 경제 상황을 조망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계십니다. 젊은 연구자이니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고 또 대중화에도 거침이 없으신 분이니 현대 경제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분이 쓰시는 책을 주목해서 보셨으면 합니다.

 

 

 

 

33.jpg

이황직

주요 연구 분야 : 현대 정치 사상

 

 

군자들의 행진

 

 

군자들의 행진은 해방 이후 유교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정치운동을 조명한 책입니다. 조선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유학자들의 활동을 한국현대사의 연구주제로 삼은 것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러한 정치운동이 50년대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는데 있어 중요한 축이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더군다나 책에서는 이승만의 하야를 촉발한 604.19 혁명에서 유교 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바, 그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새로운 관점에서 제1공화국의 정치사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3. 오늘날의 경향들

2010년대에 들어 한국현대사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주제가 세 가지 있는데 후기식민주의, 젠더, 인구이동(난민, 이주민, 디아스포라 등등)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주제가 일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앞서 소개한 제국 대학의 chosen징만주모던의 경우 명백히 후기식민주의의 영향권 하에 있는 책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최근의 연구는 이전의 연구들보다 서구권의 이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고 또 이런 주제를 보다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세 권의 책은 이러한 동시대의 현대사 연구 경향을 대표하는 책들입니다.

 

 

 

37.jpg

김건우,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

 

김건우 선생님의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원에 있어 학병 세대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은 그간의 연구사로 보았을 때 꽤 독특한 것인데 많은 경우 대한민국의 기원을 하나의 세대로 잡기 보다는 특정 정당(이를테면 자유당)이나 소수의 인물 집단의 출신성분(일본, 만주국 장교 출신 등)으로 잡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건우 선생님의 책은 좌우, 친일과 독립 어느 하나에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태평양전쟁이라는 아사리판을 겪은 세대 전체의 삶과 경험이 이후 대한민국의 궤적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는듯한 뉘앙스를 줍니다.(사실 언뜻 보기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것을 실증 수준으로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본디 주간동아에 연재되었던 일련의 글들을 모아 출간한 서적이라 독서 난이도 자체도 부담이 없고 또 사학사적으로도 꽤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기에 한번쯤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39.jpg

홍양희 외, 스러운 국민 -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근대 국가의 법과 과학

 

 

역사연구자들 사이에서 젠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연구주제가 아닙니다. 국내의 여러 학술발표장에서 젠더 문제는 주요 주제로 등장하고 있으며 그것은 앞으로 학문 후속 세대들이 등장할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현대사에도 젠더의 문제는 꽤나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위안부, 양공주, 퀴어 문제와 같은 첨예한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뿐만 아니라 국가 폭력을 동원한 남성 신체의 통제와 징집 문제까지 꽤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젠더 연구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은 그러한 연구 경향 중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이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연구서로 관련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38.jpg

이연식, 조선을 떠나며

 

해방이라는 사건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일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떨까? 이런 의문을 해소해줄 수 있는 책을 찾던 차에 알게 된 이연식 선생님의 조선을 떠나며는 그런 의문에 해답을 준 책입니다. 이연식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의 인구 이동 문제에 있어 재조일본인들의 일본 본토 이주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분입니다. 최근 이 분야의 연구 경향에서 재조일본인, 재일조선인의 문제를 난민 문제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연구가 꽤 많은데 해당 책은 우선 그러한 적극적 해석 보다는 해방 이후 일본인들의 이동 양상과 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양상에 집중한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으로 이 분야는 이제 막 본격적 궤도에 오른 단계이니 차후에 보다 더 도발적인 저서들도 출간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32.jpg

<역비한국학연구총서 시리즈>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들 연구자가 아닌 역사비평사라는 역사학계에서 저명한 출판사에서 낸 학술 총서 시리즈입니다. 역사비평사의 모체가 가진 정치적 성향 여부를 떠나 앞서 소개한 많은 책들이 이 시리즈의 기획 하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학계의 연구에 기여한 바는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세기 한국사>시리즈 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내용이 다수를 이루는 시리즈이지만 시리즈 자체의 목적은 역사연구의 대중화를 이루고 연구 성과를 널리 보급하는데 있기 때문에 교양 수준에서도 볼만한 책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권을 읽어보진 않아 세세한 추천은 어려운데 읽었던 책들 중에서는 갑오개혁을 중심으로 19세기 말 조선의 정치 상황을 규명한 왕현종 선생님의 한국 근대국가의 형성과 갑오개혁, 일제강점기 부르주아의 기원을 연구한 이승렬 선생님의 제국과 상인, 해방 이후 이범석을 중심으로 한 족청계와 파시즘의 연관관계를 다룬 후지이 다케시 선생님의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본 글이 근현대사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근대사의 책은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에는 임진왜란, 조선 외교사에 관심 있다면 한 번 정도 들어보셨을 한명기 선생님의 책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인터넷 서점에 해당 시리즈를 검색해서 맘에 드는 책들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근현대사 추천도서들을 나열해봤습니다. 앞서 소개한 책들을 총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시작하기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서영희 지음 / 2012

● 『한국독립운동사박찬승 지음 / 2014

● 『일제강점기 사회와 문화이준식 지음 / 2014

● 『이승만과 제1공화국서중석 지음/ 2007

●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조희연 지음 / 2007

●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지음 / 2011

● 『북한의 역사 1 건국과 인민민주주의의 경험 1945~1960김성보 지음 / 2011

● 『북한의 역사 2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1960~1994이종석 지음 / 2011

●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정태헌 지음 / 2010

● 『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정재정 지음 / 2014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 『한국근대사 1 - 국민 국가 수립 운동과 좌절연갑수 외 / 2016

● 『한국근대사 2 - 식민지 근대와 민족 해방 운동김정인 외 / 2016

● 『한국현대사 1 -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정병준 외 / 2018

● 『한국현대사 2 -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통일의 과제/ 2018

 

 

● 『동아시아 근현대통사 - 화해와 협력을 위한 역사인식와다 하루키 외 / 2017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 - 동아시아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미야지마 히로시 외 / 2015

●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 - 역사의 길목에 선 동아시아 지식인들미야지마 히로시 외 / 2017

●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 - 지속과 변화, 관계와 비교미야지마 히로시 외 / 2017

● 『비교와 연동으로 본 19세기 동아시아 - 동아시아사의 새로운 발견배항섭 외 / 2020

 

 

<쟁점 한국사 시리즈>

● 『쟁점 한국사 : 근대편박찬승 외 / 2017

● 『쟁점 한국사 : 현대편박태균 외 / 2017

 

 

●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김호기 외 / 2019

 

 

1. 근대사

 

 

● 『고종대 정치변동 연구연갑수 / 2008

● 『조선정치의 마지막 얼굴연갑수 / 2012

● 『이토 히로부미의 한국 병합 구상과 조선 사회오가와라 히로유키 / 2012

●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염복규 / 2016

●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화 논쟁정연태 / 2011

●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 - 일제 식민농정의 동역학정연태 / 2014

●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적 근대이승일 외 / 2009

● 『제국 대학의 chosen징정종현 / 2019

● 『새롭게 쓴 한국독립운동사 강의한국근현대사학회 / 2020

● 『페치카 최재형박환 / 2018

● 『독립군과 무기박환 / 2020

● 『만주국 건국의 재해석: 괴뢰국의 국가 효과 1932-1936한석정 / 2007

● 『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체제의 기원한석정 / 2016

 

 

2. 현대사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1-20서중석 / 2020

● 『고쳐 쓴 한국근대사강만길 / 2018

● 『고쳐 쓴 한국현대사강만길 / 2018

●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김성보 / 2000

● 『우남 이승만 연구정병준 / 2005

● 『독도 1947정병준/ 2010

● 『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정용욱 / 2013

● 『해방의 공간, 점령의 시간정용욱 / 2018

●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박명림 / 1996

● 『폭격 -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김태우 / 2013

● 『역사와 지식과 사회 - 한국전쟁 이해와 한국사회박명림 / 2011

●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박태균 / 2006

● 『원형과 변용박태균 / 2013

● 『군자들의 행진 - 유교인의 건국운동과 민주화운동이황직 / 2017

 

3. 오늘날의 경향들

 

●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김건우 / 2017

● 『스러운 국민홍양희 외 / 2017

● 『조선을 떠나며이연식 / 2012

 

 

<역비한국학연구총서 시리즈>

● 『한국 근대국가의 형성과 갑오개혁왕현종 / 2003

● 『갑신정변 연구박은숙 / 2005

● 『제국과 상인이승렬 / 2007

●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후지이 다케시 / 2012

 

 

13개의 댓글

2020.08.13

고맙다 스크랩하고 나중에 다시 올게

0

이게 왜 따봉 2개뿐이냐... 는 1시간밖에 안됐네ㅎ

0
2020.08.13

어차피 저거 다 읽진 못할 거 같은데 만화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어떨런지?

0
2020.08.14
@궁아낌

그건 읽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음 ㅠㅠ

0
2020.08.13

고마워 스크랩 했어

0
2020.08.13

정성이 듬뿍담긴 이 글에 추천 안 누를 수가 없다..

0
2020.08.13

한국전쟁 관련해서 2020년에 나온 조선인민군 : 북한 무력의 형성과 유일체제의 기원도 추천함

0
2020.08.13

국뽕이 완벽하게 배제된 진짜 리얼 트루 역사서 없음? 왕들이 했던 ㅄ짓들 이라던가 그런거

0
2020.08.13
@고라파독

그런건 조선왕조실록이라던가 추안급국안 읽어보셈 되게 재밌음. 특히 추안급국안이 조선시대 사법 판례 모아놓은거라 읽다보면 시간 진짜 엄청 잘감

0
2020.08.13
@고라파독

왕조실록만 봐줘도 왕들이 나이거 쪽팔리는 데 적지마 알았지? 해놓은 것도 다 적음

0
2020.08.13

먼나라 이웃나라 왜 없냐고 아 ㅋㅋㅋ

0

20세기 한국사는 진짜 띵작임. 재벌쪽 관심많으면 재벌관련해서 3권으로 나온거 있는데 그것도 추천

0

고마워 사탐때 근현대사하고 손 놨는데 한번 봐야겠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0419 [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알박기의 정석 - Fort Drum 9 Intruder 18 16 시간 전
10418 [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엉클샘의 요술봉 - Bazooka 3 Intruder 9 16 시간 전
10417 [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멀리서 봐도 비극, 가까이서 봐도 비극 - Graf... 1 Intruder 7 16 시간 전
10416 [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 - Shinano 2 Intruder 11 16 시간 전
10415 [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생명 연장과 노인 학대의 사이 - Midway Class... 4 Intruder 14 16 시간 전
10414 [유머] 학생때 봉사활동 중 기억에 남았던 일 6 8한광어 1 20 시간 전
10413 [역사] 백제 수도 하남위례성, 풍납토성 이야기. 6 오향왕족발 7 21 시간 전
10412 [유머] 유격훈련 맞추는 걸그룹 9 우처르 4 1 일 전
10411 [역사] 식문화 이야기 4탄 - 그리스 로마 문명 (2부) 2 아스테라 4 1 일 전
10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종신형을 선고 받고 4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 1 그그그그 0 1 일 전
10409 [과학] (의학) 똥을 지린 도쿠가와 이에야스 10 고오오옴 6 1 일 전
10408 [역사] 모범적인 막장 왕조, 남조 유송(劉宋)왕조 이야기. 20 오향왕족발 8 1 일 전
10407 [역사] 식문화 이야기 3탄 - 그리스 로마 문명 (1부) 14 아스테라 6 2 일 전
10406 [과학] (의학) 똥을 치료제로 쓰는 이야기 29 고오오옴 9 2 일 전
10405 [역사] 저주받은 사마씨, 비극의 진(晉)왕조 이야기. 31 오향왕족발 14 2 일 전
10404 [역사] 북한군 6사단의 기동, 한 끗 차이가 낳은 실패 (1) 9 핑그르르 16 3 일 전
10403 [과학]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 9 포트넘앤메이슨 14 3 일 전
1040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가 한 짓. 1 그그그그 3 3 일 전
10401 [역사] 말 한마디가 가져 온 재앙. 염민(冉閔) 이야기. 7 오향왕족발 14 3 일 전
10400 [역사] 식문화 이야기 2탄 -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10 아스테라 9 3 일 전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