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취업으로 스무살때 큰 공기업 들어갔었음

군대같은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사실 크게 불편하지 않았음. 내 성격이 엄청 수동적인편이라 차라리 누가 뭘 확실하게 시키는거 하는게 좋아했거든

입사한 첫해 대충 다니다가 군대갔다와서 복직했는데, 그제서야 대가리에 피가 좀 말라서 그랬는지 회사 꼬라지가 한눈에 보이더라

첫째 업무분장이 개좆같다

말그대로 철밥통이기 때문에 짬차고 승진에 미련없는 직원들은 일을 아예 안한다

공바공이겠지만 우리 회사는 업무강도도 셌고 절대적인 업무량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음

10명 있는 부서라면 딱 10명이 일을 해야만 삐걱대지가 않는데, 이게 위에서 말한 철밥통이랑 겹쳐서 두세명한테 업무가 폭발적으로 밀린다

입사 첫해는 신입사원 버프에 날 좋아하는 부장님의 케어로 딱 1인분치의 업무를 하고있어서 이걸 느끼기가 힘들었다

나보다 8개월 먼저 입사했던 대졸채용 선배는 저 업무 폭발하는 두세명에 포함돼서 나한테 맨날 OO씨 아직 젊으니까 진지하게 다른회사 알아봐요라면서 매일같이 조언을 해줬었음

군대 전역하고 복직하고나서 내 앞으로 업무 개좆같이 깔리니까 씨발 그제서야 그 선배 말이 이해가 가더라

둘째 순환보직제

아예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는거 자체는 상관없었음. 그거 알고 입사한거기도 했고

근데 하는 업무가 발령지에 따라서 너무 판이하게 달라진다

공부해야할 업무지식이 적지가 않은데 1~3년마다 원래 하던일이랑 아예 다른일을 해야하다보니까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쥐고나가기까지 시간이 존나 오래 걸린다

당장 일 잘못하면 민원 발생하는 업무들이 지천인데 전임자도 존나 먼데로 발령나고 나도 존나 먼데에서 발령나서 오다보니까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기가 힘들다

입사하고나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맨땅에 헤딩하기다. 모든 직원들이 그러고 있는데 순환보직제가 없어지지않는한 따로 답이 나오지가 않는다 이건

지금은 때려치고 고졸무직백수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