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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2017)를 보고 느꼈다

'실패를 위한 성공' 영화를 보기 전, 누군가 요약해둔 이 한줄이 꽤 신경 쓰였다.

덩케르크 작전에 대해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던 나였기 때문에, 덩케르크란 지명 자체가 생소했고

예고편을 보았을때도, 전쟁영화였기에 놀란 감독이 전쟁영화를? 하면서 의구심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덩케르크는 배트맨 트릴로지-인셉션-인터스텔라를 통해 놀란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 많은 호불호가 갈린다.

트릴로지와 인셉션, 인터스텔라는 영화가 시작되고 이후부터 큰 사건들이 천천히 진행져가고 극이 절정에 달할때쯤

비주얼-사운드-스토리로 인해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덩케르크는 다르다.

 

관객들이 보기에, 덩케르크는 이미 시작된 사건 속에서 극이 진행 된다.

메멘토와 인셉션,인터스텔라,배트맨 트릴로지 등등 놀란의 전 작들을 보면, 극을 이끌어 나가는 놀란 식 캐릭터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모두 서사를 통해 점차 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며, 극의 완성을 이끌어 나가는 반면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극은 놀란의 가장 큰 특기중 하나인 교차 편집을 통해 진행된다.

영화를 보기 전, 누군가 요약해둔 이 한줄이 꽤 신경 쓰였다.

덩케르크 작전에 대해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던 나였기 때문에, 덩케르크란 지명 자체가 생소했고

예고편을 보았을때도, 전쟁영화였기에 놀란 감독이 전쟁영화를? 하면서 의구심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독일군에게 쫓겨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되어 구출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십만명의 연합군

덩케르크 근처 해협에서 징발된 배를 이끌고 연합군들을 구출하러 가는 민간 어선

포위된 연합군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격한 3대의 전투기 조종사

 

영화는 거칠고 투박하게, 또는 섬세하게 진행된다.

 

귀를 찌르는 듯한 사운드들과 전쟁 속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는 군인들의 절규

군인들을 끊임 없이 위협하며 차오르는 물과 밀폐된 공간들, 기름과 불

전쟁의 참상은 피가 튀기고 사지가 날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인간으로써,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전우가 된 그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지만

전장엔 실패가 감돌기 시작하고 죽음이 그들 앞에 다가오자 그들은 점점 하나의 무리가 아닌

생존을 위한 개인이 되고 만다.

 

영화를 보면서 덩케르크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수 많은 철학적 묘사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수 많은 사건들을

놀란 그 특유의 비주얼적인 묘사로 충분히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한 차별과 구출을 위한 전쟁이 큰 틀이라면 

그 속에서 상당히 많은 철학적인 묘사들이 일어난다.

 

작 중 자신을 도와준 깁슨을 독일군으로 의심하며 총구를 겨누지만, 좌초된 배는 독일군에게 공격 받고 바닷물이 끊임 없이 흘러들어오자

모두 우왕좌왕하며 배에서 탈출하게 된다.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깁슨은 끝까지 흘러들어오는 물들을 막기 위해 전체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깁슨을 놔두고 도망치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깁슨을 부르지만, 끝내 깁슨은 죽고 만다.

 

출격한 세대의 전투기는 극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군의 공격을 받게 되고

정신 없이 전투를 끝내고 나니 리더의 전투기는 추락하고 만다.

또 다시 공격을 받게 되고 이번엔 두 번째 전투기가 추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파리어는 고장난 연료계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우며 덩케르크 근처 해안에 비상착륙하며

임무를 완수한 채, 독일군에게 붙잡힌다.

 

포위된 연합군들을 구출하기 위해 배를 이끌고 직접 나서는 도슨과 피터, 그리고 그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따라 나서는 조지는

덩케르크를 향해 가던 중,  바닷가에 추락한 전투기에서 리더를 구조해 낸다.

이미 전투상황속에서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게 된 리더는 도슨에게 배를 돌리라 요구하고 이를 제지하다 조지는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하고 만다.

심각한 부상 속, 도슨은 대의를 위해 연합군들을 뜻을 저버리지 않고 이번엔 두번째로 추락한 콜린스를 구조하게 된다.

첫번째로 추락한 리더와 다르게 기세등등한 콜린스.

배는 계속해서 덩케르크를 향해 가고 이내 토미와 알렉스, 그리고 수 많은 연합군들을 구조해 낸다.

 

난 이 세가지 큰 사건들 중에서 전투기들을 통해 각 전투기에 부여한 영화적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첫번째, 좌절과 실패.

리더는 실패를 겪게 되고, 끊임 없이 좌절한다. 겁을 먹고 있으며, 그가 처음 가졌던 목표와 달리

끊임없이 공포에 휩싸이며, 절망한다.

제대로 된 이름 조차 없는 이 역할을 놀란은 왜 킬리언 머피에게 주었을까?

리더의 역할은 덩케르크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리더가 정확히 어떻게 추락했는지, 왜 갑자기 큰 트라우마에 휩싸였는지에 대해 영화는 자세히 묘사하고 있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매우 비슷하다.

 

 

두번째, 희망.

콜린스는 이미 파리어와 함께 독일군을 격추시켰다.

비록 콜린스의 기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하게 되지만, 그는 차오르는 바닷물 속에서

구조되어 생존된다. 추락한 리더와 달리 콜린스는 매우 기세등등하며 적극적이었다.

그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그의 장면이 도슨과 피터의 사건과 겹치면서 자주 비추게 되는 이유는 덩케르크란 영화가 흘러가는 극의 흐름을 묘사했다.

그 좁은 배안에서 콜린스와 리더는 끝내 마주치지 못한다.

리더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끊임없이 떨다가 콜린스가 구조되고 연합군들이 구조되면서 나중에는

콜린스에게 뒷모습만 보여준채 선실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세번째는 극의 완료.

제일 몸값 비싼 톰 하디는 왜 파리어라는 역할을 부여받았을까?

파리어가 부여받은 역할은 바로 극의 완료를 결정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고장난 연료계, 덩케르크를 향해 가면서 동료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매우 힘겹게 극의 종지부를 찍는다.

 

배는 영화의 흐름 속 사건을 만나게 되는 우리 관객과 비슷하다.

구조되는 연합군들과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맞물리게 되는 사건 속에서

나는 영화를 보면서 한순간 나도 영화와 동화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덩케르크처럼 영화속 세가지 큰 사건들 속에서 이만큼 수많은 철학적인 묘사와 영화적 구조를 녹여낸 작품들이 또 있을까?

그리고 더하여 높은 영상미와 영화 음악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수 있었던 작품들이 있었을까 싶다.

 

왓챠를 보면서 덩케르크가 상당히 많은 호불호가 갈리던데, 개인적인 입장으로서는 덩케르크는 인터스텔라와 비견되는

수작이 아닐까 싶다.

6개의 댓글

영화 마지막까지 적(독일군)이 거의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데

그게 적군에 대한 분노나 적대감 그런거 보다 주인공들의 위기감, 생존욕구에 관객들이 집중하게 하는 장치였다는 해설이 있더라구

나는 영화관에서 조조영화로 생각없이 봤던 영화인데 플레이 타임내내 주인공들에 과몰입해서 정신없이 봤었음

깁슨 ㅠㅠ

0
2020.08.10

육군의 일주일, 해군의 하루, 공군의 1시간이 잘 어우러짐

0

덩케르크 띵작이지..

근데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던' 이 부분 너무 불편한데 두번이나 나와서 뿔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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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프레스티지로 놀란 입문후 놀란영화는 진짜 개봉전부터ㅜ질질 싸면서 기다렸는데 유일하게 실망한게 덩케르크임.

뭔가 돈아깝고 하품나오는 노잼 이런 느낌이아니라 너무 잔잔하달까... 해변가씬나올때 뭔가 펑펑 라이언일병 느낌 날꺼같았는데 뭔가 내가 영화에 몰입은 하고있는데 싸지못하는 그런 미묘한 느낌만 받다가 끝났었음

0
2020.08.11
@080200807

시밤 쾅쾅 하는게 없어서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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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덩케르크 보고서 진짜 놀란은 전설임..

원래 난 저런 그 전쟁 다큐? 같은거 싫어했는데 덩케르키는 진짜 너무 재밌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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