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여러 민족/국가/지명 이름의 어원 #5

지난 글들의 링크를 넣어 달라는 부탁이 보여 전편 링크를 첨부합니다.

 

여러 민족/국가 이름의 어원 : https://www.dogdrip.net/270161637

여러 민족/국가 이름의 어원 #2 :  https://www.dogdrip.net/270215620

여러 민족/국가/지명의 어원 #3 : https://www.dogdrip.net/270403577

여러 민족/국가/지명의 어원 #4 : https://www.dogdrip.net/272236431

 

추가 정보:

아이누 민족은 고아시아를 뿌리로 두고 있는 민족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주요 동아시아 문명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고아시아 출신 민족들 (아이누, 티베트인, 안다만 제도인) 의 특징인데,

현재의 주류 아시아 민족들이 이 고아시아 출신 민족들을 밀어냈다고 추측합니다. (아이누를 극지, 티베트인들을 고원에, 안다만인들을 섬에)

언제나 더 많은 지식에 감사드립니다.

 

추가 정보2:

지난 편 댓글 중에 흉노의 신라 유입설을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이 들어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차별을 목적으로 둔 질 나쁜 가십거리입니다.

시공간부터가 흉노가 신라에 들어와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도 없었고,

진짜 그랬다면 백제와 고구려는 상식적으로 더 흉노스러운 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흉노는 분명히 중국 한나라를 거세게 위협했던 중원의 거대한 유목민족이었고, 그래서 한반도 국가들과는 교류는 있었겠지만

그런 교류로 발생한 몇 가지 흔적들은 민족의 대이동이나 유의미한 규모의 유입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흉'이라는 어감이 흉노를 사악하고 야만적인 유목민을 상기시키는데, 이런 점이 흉노를 야만인의 대명사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라 = 경상도, 백제 = 전라도라는 그릇된 역사인식이, 신라와 흉노를 연관짓는 지역차별 프로파간다 가십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일베에서 자주 보였던 지역드립인, '백제 전라도 홍어들은 일본과 한통속인 뒷통수 치는 족속'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한 반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것과 '신라 경상도 것들은 야만인 이민족 흉노 새끼들이래!' 이 둘은 차이가 없는 악질적인 욕설입니다.

마치 1,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알면서도 어거지로 독일을 '게르만은 훈족'이라고 퍼뜨렸던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흉노 ~=> 신라 라는 말은 잘못된 역사인식을 몇 개씩 담고 있는 가십거리일 뿐입니다. 그것도 야갤, 역갤, 일베 수준으로요.

 

 

서론이 길어졌는데, 5편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유럽의 서쪽인 스페인부터 점차 동쪽으로 이동해 보겠습니다.

 

 

1. 이베리아? 에스파냐?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는 피레네 산맥 이남의 반도를 가르키는 지명입니다.

현재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안도라 세 나라를 담고 잇는 반도입니다. 그렇다면 이베리아는 어디서 온 이름일까요?

이 이름은 켈트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켈트족은 현재는 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를 상징하는 민족이 되었지만,

사실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던,, '바다 민족'들 이후 유럽의 첫 주류 민족이었습니다.

이후 점차 밀려서 켈트의 나라는 사실상 아일랜드 하나만 남았고 그것마저 많이 지워졌지만요.

이베리아 반도 역시 켈트의 세력권이었고, 이베리아라는 이름 역시 켈트가 붙여주었을 거라 추측됩니다.

이베리아는 강 '에브로' 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에브로라는 이름의 근원은 불명입니다.

다만 켈트족보다 더 전에 유럽에 있던 민족의 후손으로 보이는 바스크인들의 언어로, '이브라'가 습지/계곡을, '이바리'가 강을 뜻하니

아마 켈트족이 바스크인들의 단어를 따와 이 강을 '강'(에브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이 된 후

그리스인들이 가져가 '저기는 이베리아야' 라고 한 것 아닐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정설도 아니며, 복잡해 신빙성도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에스파냐/스페인은?

이 이름은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 역사시대 후의 이베리아의 주인 카르타고를 봐야 합니다.

카르타고는 페니키아 문명의 마지막 후예로, 페니키아어 (셈어파) 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베리아 반도를 페니키아어로 '히스파니아'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첫 발음 'H' 가 탈락해 에스파냐,

한 번더 에스파냐에서 첫 발음 'E' 가 탈락해 스페인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주로 영미권에서 쓰는 단어이며, 한국도 스페인을 사용하죠.

그런 히스파니아는 무슨 뜻일까요? 황당하지만 '토끼들의 땅' 입니다.

네. 토끼가 많이 살아서 토끼들의 땅입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어원 중 가장 멋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토끼랜드의 무적함대 아르마다! 유럽 최고 축구리그 토끼랜드의 '라 리가'!

 

 

 

2. 마드리드

역사시대 이후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은 카르타고 -> 로마 -> 고트족 -> 이슬람 -> 이후 기독교 국가들 -> 근대 스페인 이었습니다.

로마 멸망 이후 들어온 이슬람의 이베리아 반도 점령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었는데,

이슬람 왕국인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의 서고트 왕국들을 몰아낸 후 (8세기 초) 서고트족은 강력한 이슬람 군대에 의해 북부로 밀려났고

서고트족은 722년 피레네 산맥 기슭에서 코바동가 전투에서 승리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나갑니다. 

이후 이베리아 반도의 탈환을 원하는 서고트/유럽인의 후예 기독교 국가들과 이베리아 반도를 계속 지키고 싶어하는 이슬람 왕조들을

1492년 마지막 이슬람 요새 그라나다가 함락되며 이베리아가 완전히 기독교인에게 탈환될 때까지 지루하게 밀고 밀리는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기독교 세력의 이베리아 탈환을 레콩키스타 (재정복) 이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쟁의 마지막인 1492년은 신대륙 발견의 해이기도 해서,

스페인의 황금기 시작을 알리는 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슬람의 몇 백년간 지속된 지배는 중부, 남부 스페인에 짙은 이슬람 문화를 남겨놓았는데, 여러 지명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스페인의 지방, 도시 이름들이 이슬람식으로 이름지어져 아직까지 남아있고, 스페인의 현 수도 마드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드리드는 아랍어로 '수원(水原)'을 뜻하는 마헤리트에서 나왔는데, 한 번 지어지면 웬만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 지명의 특성상,

지금까지도 마드리드로 발음만 변한 채 남아있습니다.

마드리드 이름에 대해 조금 재미있는 농담이 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소년이 딸기나무 위해서 딸기를 따고 있는데,

곰이 밑에서 소년을 노리고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그랬다가는 어머니까지 위험해 지기에 소년은 '엄마! 도망가!' (Madre, id!) 라고 소리쳤습니다.

이 '마드레! 이드!' 라는 외침이 마드리드가 되어 남아있다는 것인데, 이 농담은 꽤나 익살스러웠는지 아직까지 이어져

마드리드의 시 깃발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로고에도 남아있습니다.

 

마드리드 시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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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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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도 이야기 했으니 바르셀로나도 이야기 해보죠.

마드리드가 아랍어에서 왔으니 바르셀로나도? 하고 추측한다면 아쉽지만 틀렸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이름은 한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카르타고 시절까지 가야 합니다.

정말 유명한 고대 유럽의 영원한 명장 중 한 명인 한니발 바르카의 성, 바르카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즉, 바르셀로나는 바르카의 도시라는 뜻인데, 바르카는 고대 페니키아어 (셈어파입니다) 로 '번개'라는 뜻입니다.

한니발 바르카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고, 바르셀로나는 이 멋진 이름을 물려받았군요.

'바르카의 땅, 번개의 땅.' 솔직히 개인적으로 마드리드보다 멋진 것 같습니다.

서로 사이는 좋지 않지만, 앞으로도 싸울거면 축구로만 싸웠으면 합니다. 그게 전쟁보다 수천배 나으니까요.

 

 

 

4. 그라나다

4연속으로 스페인 관련 / 지명 관련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이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고,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면 익숙할 이름 그라나다 스페인 남부의 유서깊은 도시입니다.

이베리아 반도 최후의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수도가 이 곳 그라나다였는데,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에 남겨진 이슬람 건축의 정수로, 얼마 전 한국 드라마에도 비중있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라나다는 그럼 무슨 뜻일까요?

여기에도 방금 전의 엄마, 도망가! 처럼 진짜 어원과 농담 어원이 공존합니다.

농담 어원으로는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 Gracias, De Nada에서 Gra와 Nada가 붙여져 Granada 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어로 치면 도시 이름이 감사.괜찮. 이라는 건데, 재미는 있는지 그라나다의 준공식 슬로건 내지 문구입니다.

진짜 뜻은 '석류'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이 도시 안에는 수많은 석류 모양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후 스페인/포르투갈은 대항해시절 이 아름다운 도시의 이름을 다른 발견지에도 붙여주었는데, 그라나다는 엉뚱한 곳에 이름을 영원히 남깁니다.

수많은 알갱이들이 꽉 들어찬 모양이 인상깊었는지, 화약이 소개된 후 수류탄이 만들어지자, 파편과 석류 알갱이를 비슷하게 본 사람들은

수류탄을 석류라고 불렀는데, 이 그라나다, 석류라는 단어가 수류탄에 그대로 붙어져 현대에도 수류탄은 Grenade 그레네이드입니다.

석류 - 이슬람 - 레콩키스타 - 감사인사 - 수류탄.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요소들이 한 도시에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빨갱이 자식들아, 이건 석류여! 죽고싶지 않으면 까불지들 말더라고! 야! 던져라! 에라이! 아 안 돼!

 

 

 

5. 파키스탄

많은 사람들이 지도를 보다가 중앙아시아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왜 이리 ~스탄' 들이 많지?'

중국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름도 헷갈리는 여러 '스탄' 가족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에 자주 나와 익숙해진 아프가니스탄부터

축구 A매치만 하면 정겹도록 많이 만나는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다른 여러 독특한 이름을 가진 국가들이 있습니다.

몇몇 눈치빠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스탄은 '~~의 땅' 을 나타내는 접미사입 니다.

생각해보면 희한할 것도 없는 것이,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의 땅을 나타내는 접미사는 아주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a, ~ia 가 있죠. 땅을 여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도에 보면 ~아로 끝나는 지명이 아주 넘쳐납니다.

다른 예시로는 ~ton, ~hampton, ~burg, ~land 가 있고, 한자 문화권에서도 주(州), 성(城) 같은 한자들이 땅을 뜻하는 접미사로 통하죠.

그런데 여기서 굳이 다른 스탄 국가들이 아닌 파키스탄을 들고 온 이유는 파키스탄 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게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지명들과는 다르게 파키스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국명입니다.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벗어날 무렵, 현재의 파키스탄 지방과 인도 본토는 이슬람 vs 힌두교 분쟁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고,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가 읍소했음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되고 파키스탄은 독립국가로 나가버리죠.

(파키스탄은 사실 지금의 파키스탄인 서파키스탄 말고도 동파키스탄이 따로 있었습니다. 동파키스탄은 지금의 방글라데시가 됩니다)

이 때 국호를 정해야 하는데 민족과 문화가 다양해 선뜻 정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한 파키스탄인이 좋은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 파키스탄인은 파키스탄의 독립운동가 '초우드리 라흐마트 알리'로 그는 무슬림이 거주하는 인더스 강 유역의 다섯 지명을 합칩니다.

펀자브 + 아프간 + 카슈미르 + 신드 + 발루치스탄 => (Punjab + Afgan + Kashmir + Sindh + Balochistan)

이렇게 합쳐 그는 Paksstan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내었고, 발음의 용이성을 위해 i를 더해 Pakistan 이라는 국호를 정합니다.

우연의 일치로 pak 은 우르두어로 '정결함', '고결함'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니 상당히 잘 만든 이름입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가난도 무시하고 핵무기까지 아득바득 가져갈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는 두 국가: 인도와 파키스탄.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서로 강경한 종교라지만, 만약 영국이 갈등 조장만 하지 않았어도 조금 더 평화롭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입니다.

 

 

 

6. 네팔

스위스가 알프스를 몸통으로 삼는 국가라면, 네팔은 히말라야를 몸통으로 삼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압도적인 크기와, 불교적 문화로 인해 신비로운 시선을 받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지요.

지난 번에 에베레스트와 셰르파를 설명하면서 간접적으로 언급했지만 어원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군요.

네팔은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보호를 받는 땅' 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1768년이 될 때까지 통일된 국가 없이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진 상태에서 인도와 티베트의 지배를 번갈아 받았지만,

구르카의 활약으로 그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 영토 일부만 할양한 채 독립을 유지했으니,

신의 보호를 받았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유명한 사실이라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현재 세계의 국기 중 유일하게 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국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삼각형이 두 개 곂친 국기는 히말라야 산맥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문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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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국기

 

 

 

7. 타밀

인도는 하나의 국가라고 보는 것보다 하나의 아대륙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인도의 다양성, 문화, 사회 그리고 역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모국이 한국인/한국어로 통일되어 있고 주변 국가들도 주류 민족과 주류 언어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

인도를 보면서 인도 대륙 전체가 인도인/인도어로 통일되어 있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된 언어만 3000개가 넘으며 그 중 20개가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인도인도 아리아계, 드라비다계로 크게 나눌 수 있어도 세부적으로 보면 수많은 민족들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드라비다계는 인도의 고대 원주민으로 인도유럽어족을 쓰던 고대 아리아계가 인도 북부에 이주하면서

드라비다계는 인도 남부로 밀려났고 주류 민족의 지위도 잃어버립니다.

이 때 힌두교의 카스트가 매우 계급차별적이고 꼴통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되었다고 여겨지는데,

아리아계가 드라비다계에게 '너희가 우리를 잘 섬겨야 더 낮은 카스트로 환생하지 않고 현상유지라도 한다'고

힌두교로 종교적 세뇌를 가하기 위해 시스템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류로 인도 북부는 유지의 신 비슈누가 인기있고 (이런 좋은 지배자의 삶~ 천년만년~)

인도 남부는 파괴의 신 시바가 인기있습니다 (이런 x같은 삶 다 끝장났으면)

그래도 다행인 점은 시대가 변하면서 국제무역과 수출이 필수가 되었고, 인도양을 접한 남부의 경제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드라비다 계열 민족 중 하나인 '타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타밀족은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에 거주하는 민족입니다. 까무잡잡하고 이목구비가 강렬한,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인의 모습이 바로 이들입니다.

남인도를 대표하는 민족 중 하나로 무려 남인도 인구의 20%를 차지하며 (7천만명) 고향격인 스리랑카에도 3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타밀의 어원은 학자들마다 주장하는 바가 살짝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말'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가설들로는 '나의 말' 혹은 '제대로 된 말' 혹은 '달콤한 말'들이 있습니다.

고대부터 존재하는 인도의 첫 민족들이었다보니, 다른 고대민족, 고립민족들처럼 '말'과 관련된 어휘로 자신들을 정의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네 명의 인도인을 만났는데, 각자 정말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명은 중국인같은 외모의 북쪽 인도 출신, 모국어는 영어. 두 명은 남매로 갈색피부, 서양인 외모의 모국어는 우르두어,

또 한 명은 인도 남부 출신에 까무잡잡한 피부, 모국어는 타밀어였습니다.)

 

 

 

8. 뉴질랜드/질랜드/아우테아로아

호주, 파푸아뉴기니 다음으로 큰 오세아니아의 국가 뉴질랜드입니다.

절묘한 풍경으로 인해 여러 유명 판타지 영화들이 여기를 배경으로 촬영을 했지요.

뉴질랜드는 뉴욕과 같이 발견자가 자신들 고향 지역이랑 비슷하네? 하면서 New를 붙여진 작위적인 이름입니다.

네덜란드인 항해가 아벌 타스만이 뉴질랜드를 발견하고 네덜란드 남동부의 제일란트 (Zeeland) 와 지형이 비슷하다고

뉴질랜드를 또 하나의 제일란트라며 뉴질랜드로 이름 붙여 버립니다.

제일란트의 뜻은 'Zea'가 알려주듯이 'Sealand' 즉 '해안'입니다. 알고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섬나라 뉴질랜드에 아주 안 어울리는 이름은 아닙니다.

그럼 원주민들은 뉴질랜드를 뭐라고 불렀을까요?

마오리족은 그들의 언어 마오리어로 '아우테아로아' 라고 불렀습니다.

뜻은 '길고 하얀 구름의 땅' 입니다. 이 이름에 숨겨진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마오리족의 시조격 인물인 쿠페가 새 섬을 발견했을 때,

그는 땅이라고 확신했지만, 그의 아내는 뉴질랜드의 만년설을 보고 저건 길고 흰 구름이지 땅이 아니라며 상륙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쿠페의 말 대로 구름이 아니라 땅이었고, 그래도 자기도 구름 같아 보였는지 이 땅에 아우테아로아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럼 북섬과 남섬은?

마오리족은 그들의 신화 속 영웅 마우이가 건져올린 물고기가 북섬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테 이카 아 마우이(Te Ika-a-Māui) '마우이의 물고기' 라고 불렀습니다.

남섬은 테 와카 아 마우이(Te Waka a Māui) 로 부르며 '마우이의 배'라는 뜻인데,

마우이가 북섬물고기를 건질 때 썼던 배라고 여겼습니다. 마우이는 얼마 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로 유명하죠.

*(남섬은 녹옥의 땅이라는 의미로 테 와이-포우나무(Te Wai-pounamu) 라고도 불립니다.)

 

 

 

9. 하와이

폴리네시아계 왕국으로 시작해 미국의 현 마지막 주가 된 하와이입니다.

하와이는 여러 섬들이 모인 열도 국가에 가까운 태평양 한 가운데의 해양 국가이며, 하와이는 이 섬들 중 가장 큰 섬의 이름이자,

하와이와 여러 다른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들을 가르키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하와이라는 이름은 폴리네시아의 조상격 언어로 '고향'을 뜻하는 사와이키(Sawaiki) 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마오리족들이 자신들이 시작되었다고 믿는 어딘가: 하와이키 (Hawaiki) 

사모아 원주민들이 사모아를 일컫는 말: 사바이이 (Savaii)

이 둘도 모두 고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사와이키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저번 글의 댓글에 어느 분이 이야기 해주셨는데, 언어학에서 *h 발음과 *s 발음 그리고 *k 발음은 서로 음운추이,

즉 발음이 서로에게 이동하는 현상이 잘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형님을 성님으로 발음하는 사투리가 많지요.

목을 긁는 'ㅎ' 발음을 (독일어나 프랑스어의 r 발음) 하다보면 은근히 'ㅋ' 와 새는 'ㅅ' 발음이 섞인 느낌이 날 것입니다.

 

 

 

10. 퀘벡

아메리카 대륙까지 왔습니다.

잘 돌아가는 나라로 유명한 캐나다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습니다. 바로 퀘벡 주입니다.

퀘벡 주는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주이자 가장 넓은 주이며, 대표적인 대도시로는 몬트리올이 퀘벡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대부분이 영어권이고 캐나다 자체도 영어권 국가로 분류되지만 퀘벡만큼은 프랑스어가 우세한 지역입니다.

(퀘벡 시는 퀘벡 주 안에 있습니다. 마치 뉴욕 주 안에 뉴욕 시 처럼요. 구분법은 관사 'le' 를 붙이면 주, 안 붙이면 시 입니다)

하지만 퀘벡이라는 이름은 퀘벡의 정체성과도 같은 프랑스어와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원주민들의 언어, 알곤킨어로 'kepek' (케펙), '좁은 물길'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인 퀘벡의 뜻인 좁은 물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캐나다라는 국명 자체도 비슷하게 지어졌습니다.

캐나다에 상륙한 프랑스인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원주민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봤고, 이로쿼이 연맹 소속이던 원주민이 여긴 '마을'이라고

하면서 '카나타'라고 했는데, 그걸 이곳의 지명으로 착각한 카르티에가 캐나다라는 이름을 붙여버렸고 그게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원래인 캐나다인들 중 프랑스계/영국계를 분리하는 명칭으로 (프랑스계)를 캐나다인으로 부르는 게 이 단어의 용도였지만,

영국의 자치령이 세워지면서 '캐나다 자치령'이 되어버렸습니다.

주제가 벗어났는데 퀘벡의 분리주의 역사는 복잡하고 오래 되었으며,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닙니다. 부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어쩌면 세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다는 상징으로도 보입니다.

 

11개의 댓글

2020.08.07

많이 배워갑니다ㅎㅎ

지명에 이런 많은 뜻이...ㅎㅎ

뺏고 뺏기면서 남는건 이름과 역사에 새겨지는듯 합니다.

재미있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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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1번 스페인 어원이 확 깹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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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아조시 혹시 국내 지명의 유래같은것도 하실수 있어요?

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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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이런 글 너무 흥미롭습니다

더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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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흉노가 훈누에서 음차했다는 썰이있던데

이걸 짱들이 흉할 흉 자를 써서

어감이 별로가 되었다고 함..

 

이런정보글이 좋다

계속 연재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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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8

갠적으로 지명 인명 어원 되게 재밌어하는 사람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쭙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요,

1. 한국의 순우리말 지명, 인명 어원들도 더 많이 알 수 있을까요?

2. 고대 한국어(삼국시대)의 지명, 인명 발음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면 어느 쪽으로 조사해봐야 하나요?

3. 혹시 https://blog.naver.com/crazychop/90135775901 이 블로그 글들(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고대 한국어의 지명, 인명의 발음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발견했는데,

그럴듯하긴 하지만 신빙성이 너무 떨어져 보여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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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아치

1. 한국에 관련된 어원들은, 불행히도 고대사 관련 기록들이 너무 희박해서 저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어와 한자의 성격 차이가 너무 달라 해석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자의 성격이 동아시아의 고대사 연구에 큰 난관이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예를 들어 고구려라는 국명이,

i) 高 + 句麗, 즉 높고 위대한 '句麗'인지, 아니면

ii) 高句麗가 어떤 단어가 통째로 음차된 것인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한국/한민족에 관련된 글은 쓰고 싶어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 중입니다.

 

2. 좋은 자료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나마 국립국어원이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하면 명성있는 교수들의 주장을 빌려오려고 하는 편인데, 쉽지 않네요.

 

3. 굳이 반박할 필요가 있나 느낄 정도의 헛소리입니다.

한자를 읽는 방법은 진나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우 급격하게 몇 번씩 변해왔습니다.

현대 한국어의 한자 독음은 중고한어 시절의 독음이 건너왔다고 추정되는데,

그 이전의 중국어인 상고한어와는 발음이 완전히 다르고 중국어의 성격마저 상당히 다릅니다.

하나 더, 한국어는 고립어이며, 어족부터 다른 다른 언어들과 한국어는 연관이 거의 맺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어의 몇몇 한자 독음으로 고대 한국어 - 중국어 - 기타 언어를 이어버리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영어로 보리가 Barley 라고 해서 영어와 한국어에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세종'은 피휘를 위한 왕/황제의 묘호, 죽은 후에 지어주는 이름인데 왜 갑자기 등장하는지 우스울 따름입니다.

글이 엉성했는데, 너무 어이없는 주장이라 반박들을 정리하는 것조차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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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까치까치

상세하게 답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3.의 글에 대해서, 물론 사이비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고대국어에 대해 나름 조사해봐도 '현상태에서 답이 없음'이 전부라 막막해서 물어보게 되었네요. 현존하는 공식적인 자료들로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종종 이렇게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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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아치

아마추어도 아닌 검색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유의미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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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 뜻이 너무 깨네 ㅋㅋ 토끼들의 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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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글 사이사이 띄어쓰기와 함께 관련 삽화 및 사진 몇 개만 좀 넣어주시면, 훨씬 가독성과 흥미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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