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선의 7-9급 공무원, 참하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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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과거 시험이라는 대단히 선진적인 인재 등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가였다. 그러한 과거 시험 제도를 바탕으로 구도장원공 이율곡, 어사 박문수, 정약용,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의 걸출한 인재들이 배출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뛰어난 공을 세운 위인들 아래에는 미관말직에 해당하는 참하관(정7품 ~ 종9품)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오늘은 참하관에 대해 작성해 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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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과거시험 풍경 -

 

과거시험은 소과 초-복시, 대과 초-복-전시로 나뉜다. 무과 시험은 여기서 소과가 빠지고 대과로 끝이다.

 

소과는 생원/진사시로 나뉘는데, 생원은 경전(사서삼경)의 지식을 평가하며, 진사는 시 짓는 작문 능력을 평가하였다고 한다.

 

"작문 능력을 왜 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친 조선의 인재들은 최소한 유교 사회에서는 대단한 지식과 교양을 (강제로) 갖추게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말을 하지 못해도 한문으로 필담을 나눌 수 있었고, 일본에 사신으로 간 문신들의 시 한 구절을 얻어도 좋아했다는 일본의 예를 보면, 교양은 언제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소과 초시(1차 시험) 에서는 총 1400인을 선발한다. 여기서 선발된 1400인을 대상으로 복시(2차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면 소과 합격자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성균관에 진학하거나 종 9품 관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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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품계와 관직에 대해 정리하고 가자. 현대 공무원의 예는 이하와 같다.

 

사무관(직급, 5급) 김길동 개드립동장(직위)

 

조선시대의 품계도 아래와 같다.

 

정헌대부(정2품) 이순신 삼도수군통제사(직위 : 종2품)

 

이순신 장군은 원균의 모함으로 파직되어 서울에서 크나큰 고초를 겪고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하는데, 이때 선조가 내려준 품계는 절충장군(정3품) 이었다. 현대로 치면 중장 계급의 해군작전사령관을 잡아 신나게 고문한 후 다시 복직시켜줄 때 준장 계급장을 달아 준 셈이라 할 수 있다. 선조의 꼬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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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9품이 되면 아래와 같은 품계를 받는다.

 

양반 문과 양반 무과 잡직 문과 잡직 무과
장사랑
(將仕郞)
전력부위
(展力副尉)
전근랑
(展勤郞)
근력부위
(勤力副尉)

 

양반 출신 관리는 450일을 근무하면 정9품으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기타(중인, 양인) 출신 관리는 514일 ~ 2600일을 근무해야 일품 승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래는 종9품이 배치된 보직의 예이다.

 

회사(會士)

정원 2인. 호조에 소속된 종9품 관리이다. 인간 계산기 업무를 수행했으며, 514일이 지나면 승진할 수 있었다.

 

회사(繪史)

정원 2인. 도화서에 소속된 종9품 관리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였으며, 2600일이 지나면 승진할 수 있었다.

 

참봉(參奉)

아마 가장 유명한 종9품 관리일 것이다. 묘소를 관리하는 일을 하였다.

 

검률(檢律)

정원 10인. 형조에 소속된 종9품 관리. 법률을 해석, 검토하는 일을 하였다.

 

부사용(副司勇)

정원 460인. 병조에 소속된 종9품 관리. 오군영 소속 대(隊 : 15인 ~ 30인이 편제된 부대)의 부(副)대장인 대부(隊副)를 맡았으며, 현대의 부소대장에 상응한다.

 

권관(權管)

조선시대 변경지방 진관(鎭管)의 최하단위인 진보(鎭堡)를 담당하던 종9품 관리. 현대의 GP, GOP 소초장에 상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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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첫 관직이 바로 이 권관. 함경남도 삼수군(三水郡)에 위치한 동구비보(東仇非堡)에서 근무하였다. 충무공은 엄격한 군율로 보의 병력을 다스렸고, 당시 함경도 감사에게 그 엄격한 군율을 치하받았다고 전해진다.

 

--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정9품부턴 다음에!!

 

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각 항목

위키백과, 조선의 관직

나무위키, 과거 시험

28개의 댓글

2020.07.14

GP소초장으로 시작해

해군 사령관이 되었다?!

0
2020.07.14
@곰형

충무공의 관직 생활만큼 파란만장한 관직 생활도 없음.. 현대식 계급으로 따지면 대충 이럼

 

하사 -> 중사 -> 준장(진) -> 이등병(파직) -> 중사 -> 상사 -> 대위 -> 준장 -> 이등병(1차 백의종군 by 이일) -> 동장 -> 군수 -> 준장 -> (임진왜란 발발) -> 소장 -> 중장 -> 대장(진) -> 이등병(2차 백의종군 by 원균) -> 준장 -> 전사

 

자리를 줬다 뺏었다 줬다 뺏었다.. 선조의 당시 생각이 솔직히 존나 궁금함 난. 충무공이 명나라 정1품 수군 도독에 임명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사실이면 당시 선조에 버금가는 관직을 제수받았다는 말임.

4
2020.07.14
@3대20헬린이

당시 선좆의 심리학적 분석이

열등감이라고 하더만 ㅋㅋㅋ

0
2020.07.14
@곰형

선조는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좋은 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임진왜란 직전에 이순신을 급격히 승진시켜 전란에 대비한 건 분명 잘 한 일이지만, 이후에 괴롭히는 거 보면 네 말대로 자기보다 대단한 전과를 내는 이순신에게 열등감을 느꼈던 거 같음. 신하가 왕보다 유능할 수도 있지 뭘..

0
2020.07.14
@3대20헬린이

상사보다 유능한 직원이 있으면

딱 불러다가 술 한잔 칭찬 한 줄 써주고

 

야 내가 너 딱 알아보고 한방에 진급 시키지 않았냐 캬하하

앞으로도 잘 하자 이러면

아주 충성심 뿜뿜해서 일본 본토도 털 수 있던것을...

 

열등감 때문에 어휴...

0
2020.07.14
[삭제 되었습니다]
2020.07.14
@잡학곰

고맙소 ㅎㅎ

0
2020.07.14

참봉은 실직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느정도 유서깊은가문인데 벼슬길못드는 남자있으면백수로 놔두기는 뭣하니까 그냥 명예직개념으로 주던벼슬인데...그래서 조선말에 한량으로 유명한사람들이 참봉칭호를많이 달고있지...

0
2020.07.14
@닉네임은2

참봉이 직접 묘소 풀 자르고 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지.. 그래도 체면이 양반인데! 음서로 벼슬에 오른 사람들이나 나이들어 초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주로 명예직으로 받았다고 알고 있음.

 

조선 말기엔 공명첩을 통해 직위를 산 사람들이 많다던데, 그중 가장 만만한 게 참봉이라 조선 말에 머시기 참봉들이 많았다고 들었어!

0
2020.07.14
@3대20헬린이

공명첩으로 벼슬산사람들은 주로 선무군관한걸로 아는데 선무군관=예비군대대장

0
2020.07.14
@닉네임은2

선무군관하곤 별개. 양반은 군역이 면제되는데 평민은 군역이 면제되지 않지? 대신 군포를 연 1-2필씩 냈는데 점점 양반의 수가 늘어가니 군포를 낼 사람이 줄어들게 됨. 자연스럽게 군포가 덜 걷히고 돈이 모자라게 되겠지.

 

이 때 지방의 세력가들이나 돈 좀 많은 평민들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군포를 회피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한테도 군포를 부과하는 대신 명예직으로 "너 예비역 장교정돈 시켜줄게" 한 게 선무군관이라고 알고 있어.

 

공명첩은 "이름이 비어 있는 임명장" 이니, 공명첩을 사게 되면 선무군관하곤 다르게 양반 취급을 받게 되겠지. 공명첩으로 영의정이나 판서를 내려줄 순 없을테니 가장 만만한 게 봉사, 참봉 이런 거였다고 알고 있어! 실제로 봉사나 참봉 일을 했다기보단 명예직으로 주던 벼슬이겠지만.

0
2020.07.15
@3대20헬린이

맹인의 경우는....? 심봉사의 그 봉사가 원래 여기서 말하는 벼슬이름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0
2020.07.15
@마리괭이

아... 다음글 보니까 나와있네. 봉사를 맹인들한테 줬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맞구만

0
2020.07.15
@마리괭이

ㅎㅎ 조선도 생각보다 장애인을 잘 챙기던 나라

0
@3대20헬린이

묘소 관리는 능참봉이라고 따로 있지 않나

0
2020.07.18
@년만에가입성공

처음에는 관청에서 실무를 담당하면 일반 참봉과 묘소를 관리하는 능참봉으로 나뉘어 있었다는데, 점차 일반 업무는 사라지고 묘소 관리 업무만 남았다 하더라.

 

관직의 정식 명칭은 참봉이었음.

1
2020.07.14

재밌다 더 올려줭

0
2020.07.14
@론도

고맙당 ㅎㅎ

0
2020.07.14

2편 ㄱㄱ

0
2020.07.14
@남자간호사

금방 쓸게 ㄱㅅㄱㅅ

0
2020.07.14

지금 9급은 서리쯤 되려나

0
2020.07.14
@중립행열차

1대1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서리나 중인에 가깝다고 봐. 현재 순경에 해당하는 나장이나 포졸은 조선 시대의 칠반천역에 해당됐고, 지방직 9급은 서리가 하는 업무와 비슷한 업무를 보고 있지. 9급 출신은 관(官)이 붙는 5급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도 비슷하고..

 

결정적으로 조선 말기로 갈 수록 아전직도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졌단 것도 있고. 물론 9급을 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음!!

0
2020.07.14

신박한 정보글 ㅊㅊ

0
2020.07.14
@맞춤법전도사
0
2020.07.14

재밌다 ㅊㅊ

0
2020.07.15
@pakistan

ㄱㅅㄱㅅ!

0

짝녀앞에서 컴터고치다 현타온 서리 개붕이 재밌게

읽었음. 실제로 낮은 품계에 출사하면 승진겸해서

시험을 다시보는 경우도 있다 들음. 그래서 나도

시험 다시본다... 고시 준비할 깜냥이 아님은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ㅠㅠ

0
2020.07.15
@하와와군필여직원육아휴직각이에요

컴퓨터 상태가 어떤데?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개붕쟝도 잘 할 수 있을거야ㅎ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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