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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같은이야기지만, 라오어에 인생을 걸었던 사람이야기.

0607f229 2020.07.13 271

뭐 애들장난에 박스까지 사서 돈을 꼴아박냐?

 

그냥 친구들이랑 컴퓨터로나 즐길 무료게임이나 하지.

 

지금생각해보면, 과거에 나는 밖에서 술먹고 동아리 활동하는걸 좋아했지, 집돌이 스타일과는 거리가 굉장히 먼 사람이었긴 했다.

 

그당시 기껏해야 내 친구들은 롤충들이어서 롤이나 피파만 오지게 했고, 게임기에 돈쓰는 콘솔충들이 이해가 안갔다. 심지어 지금도 게임 안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대4때 라오어1을, 아니 플스 자체를 처음 접했다. 과정은 복잡하니 그냥 안적는다.

 

그리고 라오어1을 처음한 그날. 이 생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리고 난 게임개발자로 진로를 잡고, 남들 취업전선에 뛰어들때 게임개발을 처음부터 다시배워 2년간 공부 끝에 게임사에 들어가

 

5년간 3N사중에 인턴도 잠깐 해봤고, 이후 나름대로 유명한 게임 개발진에(지금은 븅신이다.) 이름도 올렸었다.

이름은 말 못하지만 크런치모드로 집에 안보내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홍보 끝?

 

여튼 신기한건, 솔직히 별로 안힘들었다. 너무 좋았다. 스케일은 다를지언정, 나도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내 썰을 풀수있는 게임을 만들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다만, 어떠한 기회로 그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 꼴에 이사직함달고 스타트업을 하는 모험을 했다.

 

정말 처참히 망하고 팀은 분해됬다.

 

나만의 탓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내탓이 없던것도 아니었지만, 이제 이때만큼의 드림팀은 못구할듯 싶다. 적어도 나중에 앙금이 회복되어 웃고 떠들수 있어도, 다시 작업 제안하기는 힘들겠지.

 

최고의 기회를 대차게 말아먹고 부족해진 돈으로 아는분의 소개로 일반 회사에 프로그래머 경력 살려서 취업했다.

 

내 실력에 대한 대우는 좋고, 정석적인 출퇴근으로 몸과 정신이 편안해지는등, 그간 고생을 잊게해주는 힐링의 시간이지만,

 

한편으로 무서웠다.

 

이러다 이러고 살고 마는게 아닐까.

 

얼른 라오어같은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편한 지금에 안주해버리는게 아닐까.

 

그때 라오어2 발매소식이 나왔다.

 

가슴이 뛰었다. 

 

조금씩 조금씩 남들몰래 이직준비를 했다. 그래도 여러 경험으로 인해 서류와 면접은 통과가 되었다.

 

근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거다.

 

"또 지옥굴 아가리로 들어갈꺼야? 또 맨날 버는돈 병원에 꼴아박는 삶을 살꺼야?"

 

하는 현재의 내가 발목을 잡았다.

 

안흔들릴줄 알았는데 자꾸 흔들렸다. 면접도 1차들은 통과했지만 당연히 해야할 2차를 갈까 말까 하는걸로 고민하게 될줄은 몰랐다.

 

마음을 다 잡기위해 라오어2를 플레이했다. (사실, 이직하고 할꺼라는 이상한(?) 발상이 있었다. 역시 내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라는 확신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는 마음을 다 잡을 동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3주간 봉인한 박스를 개봉했다.

 

사실 의도적으로 스포글을 피하더라도, 악평을 받는다는거 만큼은 알고있었다. 그래서 더 하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뭐랄까.

 

이 게임때문에 소리도 지르고, 펑펑 울면서, 시디를 부수는 유튜버들을 봤는데, 뭐 솔직히 오바쌀정도의 감정은 아니었다.

 

와 그냥 존나게 못만들었다 시간아까워 라고 얼굴 찌푸려주는정도가 딱이지. 무슨 게임에 목숨거는 사람마냥. 그럴필요까지가 있나.

 

그냥 조용히 게임을 삭제했다.

 

플스를 당장 팔것같진 않다. 그간 6~7년간 적응하고 바뀐 나라는 사람을 굳이 전면부정할 것 까지는 없다고 본다. 아직 서너개정도 안한게임이 몇개 있긴한데, 대충하고 한우리에 팔아야겠다.

 

출근 준비나 해야겠다. 주말 2일동안 몰아서 깼더니 당장 정리할 일이 쌓이고, 너무 피곤하다. 아, 이제 청년공제나 신청해야겠다. 열심히 일해야지.

 

돈이 안모여서 신청하는거긴 하지만. 여튼 이제 앞으로 나올 플스5나 이런거에 더 쓸데없이 돈을 쓰진 않겠지.

 

뭐 애들장난에 박스까지 사서 돈을 꼴아박냐?

8개의 댓글

fb689b8c
2020.07.13

게임을 애들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네 모순이 우습네;

1
0607f229
2020.07.13
@fb689b8c

글은 제대로 읽으셨습니까 휴먼???;;;;;

0
fb689b8c
2020.07.13
@0607f229

머리말부터 끝까지 "애들 장난에 돈을 꼬라박냐" 이러고 있잖아 다 읽어봤음

0
bd98747d
2020.07.13
@fb689b8c

독해력 수듄

0
08026fec
2020.07.13

청춘이네 멋진도전이다

0
6cc94928
2020.07.13

실망이 컷네 울 개붕이 토닥토닥

0
871799ec
2020.07.13

수미상관 아름다운 글이다. 글 잘쓰네

0
825bdcb8
2020.07.13

수미상관ㅋㅋㅋ 수필이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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