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삼국지] 장홍 : 의리와 충절, 그리고 식인

진수가 편찬한 정사 삼국지 위서(魏書) 7권은 여포장홍전(呂布臧洪傳) 이라는 제목의 내용이다. 여기서 여포는 모두가 아는 비장 여포가 맞다. 하지만 장홍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중국의 기전체 역사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데, 각 권은 서로 유사한 행보를 보인 인물들을 위주로 서술한다. 예를 들면, 위서 9권 제하후조전(諸夏侯曹傳)은 조조의 친척인 하후돈, 하후연, 조인, 조홍 등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촉서 6권 관장마황조전(關張馬黃趙傳)은 연의에서 오호대장군으로 알려져 있는 관우, 장비, 마초, 황충, 조운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그럼 여포와 장홍은 무슨 관계가 있어 같은 권에 수록된 것일까? 여포의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장홍의 일화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진 않을 것이다. 한번 그의 일대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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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등장하는 장홍

 

장홍(臧洪) 자 자원(子源).

 

장홍은 중랑장(현대의 대령-준장급)을 역임한 장민(臧旻)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홍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시점은 동탁 토벌을 위한 18로 제후 연합군의 등장 시점에서 등장한다.

 

당시 광릉군 태수 장초(張超)의 휘하에 있던 장홍은 장초에게 간신 동탁 토벌을 간언하였다. 장초는 이를 옳게 여겨 형인 장막(張邈)에게 이야기하고, 장막은 또 연주자사 유대(劉岱), 예주자사 공주(公緖) 등을 모아 순식간에 거대한 연합군이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너무 순식간에 일이 커져버린지라 아무도 이 연합군의 맹주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이유를 들어 맹주 자리를 양보하려 하고, 결국 모두의 의견이 맞아 처음 말을 꺼낸 장홍을 맹주로 추대하기로 하였다.

 

장홍은 연설을 하여 연합군의 사기를 격앙시켰으나, 문제는 아무도 동탁과의 싸움에서 앞장서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합군은 흐지부지되어 모두 흩어진다. 훗날 위왕이 되는 조조가 혼자 동탁을 공격하였으나, 서영의 공격을 받고 패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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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소(袁紹) 자 본초(本初)

 

장초는 이후 원소에게 장홍을 파견한다. 원소는 장홍을 정말 마음에 들어한 모양인지 장홍을 청주자사로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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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홍이 임명된 청주의 위치를 대충 확인합시다

 

장홍은 상당히 능력이 있었는지, 당시 황건적 등 도적이 들끓던 청주를 2년만에 안정화시켰다고 한다. 이후 공손찬의 군대가 청주로 돌아오자 원소의 장남 원담에게 자리를 넘기고 동군 태수로 임명된다.

 

그 무렵 장홍의 원래 주인이던 장초가 조조의 공격을 받아 대단히 위태로운 형세가 되었다. 장홍은 대단히 걱정하며 원소에게 장초를 구원하도록 허락해 달라 요청했지만 당시만 해도 원소와 조조는 동맹 관계였기에 원소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구원을 받지 못한 장초군은 멸망하고, 장초의 형인 장막도 도망가다가 잡혀 죽었다. 장초의 일족이 멸족한 이후 장홍은 원소와의 관계를 끊고 원소의 뒤를 치려는 낌새를 보이게 된다.

 

결국 원소는 자신이 아끼던 장홍을 직접 공격하게 되었고, 맹공을 퍼부었으나 장홍의 동군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이에 장홍의 고향 친구인 진림(陳琳)을 시켜 장홍을 회유하는 편지를 작성하게 하였고, 이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그대는 원가의 은덕을 받던 사람 아니오? 이미 원가의 군세가 그대의 옆에 대군을 이끌고 왔으니 저항해도 큰 소용이 없을 것이오. 다시 돌아오시오."

 

이에 대한 장홍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원장군의 은덕은 내가 깊이 받은 바 있소. 비천한 이 몸을 청주라는 큰 땅을 맡기는 중임을 내려준 것은 물론 원장군의 은혜요.

 

하지만 나는 원소의 허락을 받지 못해 나의 가장 큰 벗이자 상관(장초)이 멸족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소. 비록 원장군과 나의 관계가 돈둑하다 하나. 그 때문에 나는 나의 가장 큰 벗을 잃었소. 그래서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장군과의 관계를 끊을 수 밖에 없었소.

 

비록 미천한 나지만, 나는 의로운 사람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으며, 충성스러운 사람은 주군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들었소. 나는 나의 옛 군주에 대한 의리를 지킬 생각이니, 돌아가시오."

 

원소는 장홍이 항복할 마음이 없음을 깨닫고 공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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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홍을 도와줄 구원병을 보낼 사람은 없었고, 식량이 어디선가 샘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성은 함락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식량 담장자는 장홍에게 마지막 쌀 세 말을 가지고 왔다. 장홍은 눈물을 머금고 말하기를

 

"어찌 이걸 나 혼자 먹을 수 있겠소. 죽을 써 최대한 많은 이들이 같이 먹도록 나누시오."

 

라 하였고, 성 안의 사람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나와 함께 해 주어서 고맙소. 이제 원소의 군대가 이 성에 들이닥칠 것이니, 여러분 모두 살 길을 찾으시오. 나 장홍은 여기서 죽소."

 

하지만 그 누구도 성을 떠나거나 하지 않았다. 

 

장홍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첩을 죽여 모두에게 나누어 먹였으며, 이후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죽여 원소에게 항복하는 이가 없었다.

 

원소는 장홍을 매우 좋아했으므로 그를 회유하려 하였으나 장홍은 오히려 원소의 치부를 건드리며 비꼬았고, 원소는 결국 장홍을 처형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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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장홍은 딱히 여포와 엮인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포와 장홍은 서로의 이름만 알거나, 아니면 그 이름마저 서로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내 의견은 다음과 같다.

 

여포와 장홍은 모두 제 능력을 펼치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두 사람의 결과는 결국 처형으로 똑같으나, 항상 배신만을 거듭해 온 여포(정원 > 동탁 > 장막 > 조조 > 원술 > 유비)의 일생과, 처음의 주군(장초)을 끝없이 섬기다 목숨을 잃은 장홍의 예는 대비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위서에 적혀 있는 진수의 평은 이하와 같다.

 

"

여포(呂布)는 사나운 호랑이 같이 용맹스러웠으나, 뛰어난 재능이나 특이한 모략이 없었고, 천박하고 교활하며 번복하기를 잘하며, 오직 이익만 보고 일을 도모하였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사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중략..

장홍(臧洪)은 영웅의 기개와 장사의 절개가 있었으나 장홍은 약소한 군대로서 강대한 적을 대하여 원대한 뜻을 세우지도 못하였으니, 애석하도다!

"

 

진수는 배신의 상징인 여포와 의리의 상징인 장홍을 한 권에 같이 서술하여 대비되게 하려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부하들의 아내를 겁탈한 여포와, 자신의 첩을 죽여 먹인 장홍. 이 점까지 진수가 노렸는진 모르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여포와 장홍은 대비된다. (By 나무위키)

 

출처

장홍, 위키백과

장홍, 나무위키

정사 삼국지 위서 7권 [여포장홍전]

http://rexhistoria.net/history_sam/1929

12개의 댓글

2020.07.06
[삭제 되었습니다]
2020.07.07
@묵은지

그래도 자기 사람을 죽여 먹였다는건.. 난 좀

0
2020.07.06

저런 인물이 있었구나 싶은데 진짜 여포랑 대비되는 면이 많네 ㅋㅋㅋ

 

 

0
2020.07.07
@기뉴

혼란의 시대에서 저 정도로 인의를 지켰던 사람은 유관장이나 태사자 정도밖에 없지

0
2020.07.06

장홍 예~~~전에 들어본거같은데 지우개처럼 사라짐 ㅋㅋ 좋은글추

0
2020.07.07
@나는개인이오

동탁토벌군에선 원소와 비슷한 연합군 맹주로 추대된 인물이지만 너무나도 인지도가 없는 안타까운 인물이지

0
2020.07.06

그 첩 입장도 들어봐야하지 않을까요

0
2020.07.07
@궁쓰니

그러게 말입니다.

0
2020.07.08
@궁쓰니

어차피 먹은 녀석들도 먹고 나서 다 자살했대잖아.

0

애비초즌이랑 비교되네ㅋㅋㅋㅋㅋ

 

1
2020.07.07
@난죽음을택하겠다

성이 3개!

0
2020.07.08

잘 봤다 저때는 저런 시대라 뭐..

몇백년 전만해도 인신공양하고 난리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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