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기어코

 그것은 아무 징조도 없이 찾아왔다.

 평소처럼 달이 머리 위를 한참 지나갔을 때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당연하게도 해가 머리 위까지 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것은 이미 기어 오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그것은 굉장히 느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기어오고 있었다. 온 몸의 근육이 전부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기괴한 소리는 내 방문 사이를 가득 메워 안으로 채워넣고 있었고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는 듯 두 눈은 시뻘겋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그것과 마주했을 뿐이다.

 자기 전 침대에서 책을 읽는다며 사놓고 10번도 쓰지 않았던 이 스탠드로 머리를 내려찍는다면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럴싸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일 가까운 스탠드를 제 1 후보에 올려두고 무기로 삼을 다른 것들을 찾아 둘러보았다. 방 안쪽의 책상 위엔 연필, 부모님께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필요하다고 샀던 노트북도 있었다. 저것이 사람과 같다면 한방만 들어가면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행이라면 용모가, 눈을 아무리 비벼봐도 저것은 나와 닮아있었다. 세상에 둘이 있을 수 없는 그 모습으로 나에게 기어 오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섣불리 처치할 수 없는 핑계였다.

 무기의 후보에 올려둔 것들을 살펴보던 나는 노트북을 보고 해왔던 게임들을 생각했다. 게임으로 익혀온 나의 감각을 믿어보자. 처음엔 탐색이 필요했다. 저것의 내구도는 어떤가, 어느 정도의 공격으로 필요한 양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까.

 멍청하게도 그 논리로 나는 베개를 던졌다.

 첫째는 나로 보이는 저것을 해쳐도 되는가 망설였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내게 가장 가까이 있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던진다면 분명 데미지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게 달콤한 꿈을 흘려주던 베개를 던졌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지만 그것은 당연하게도 아무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전혀 달라질 것 없이 느릿하게 같은 속도로 베개를 밀며 나에게 기어 오고 있었다. 어쩌면 침대 위로는 못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내가 던진 쓸 데 없이 높은 그 베개가 계단 역할까지 해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다시 잠이라도 들면 자는 사이에 억하고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바보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또 시간을 조금 허비했다.

 내가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저것은 착실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분명 무언가를 해야했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노트북의 무게라면 통할지 모른다. 게임에 집중하며 열내서 꾹꾹 눌러대도 끄덕없던 것이 노트북아닌가. 나는 또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노트북을 골랐다.

 베개처럼 가벼운 물건이 아니었으니 던질 때 팔의 근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멍청하게도 나는 더 확신을 가졌던 것이다. 이렇게 묵직한 게 날아가 꽂히면 저것의 머리가 터지고 더는 내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날아간 노트북에 맞은 그것은 정수리가 조금 납작해졌나 모르겠다. 확실한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이제 더 미룰 수 없고 저 느린 괴물에게 덮쳐진 바보로 기록될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용기가 났다. 기록에 남을 것이면 연필을 들고 머리를 내리찍은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어졌다.

 생각을 마친 나는 연필을 손에 들고 그것이 충분히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좀 더, 좀 더. 발 밑까지 왔을 때 저건 정수리에 구멍이 뚫리고 나는 이 방에서 탈출할 수 있다. 빨리 와라, 좀 더.

 그런데 연필이 부러지지는 않을까? 연필이 충분히 날카로울까? 단단한 노트북으로도 끄떡없었는데 내 힘이 모자란건가? 저것은 막을 수 없나? 귀를 가득 채우는 의문을 하는 사이 그것이 다가왔고 나는 내리 찍기 위해 손에 힘을 가득 주었다.

 

 “아들! 괜찮아?”

 눈을 뜨니 어머니가 걱정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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