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하루 한 번 글 쓰기 -6-

앞집 현관에 개 짖는 소리를 주의해달라는 메모를 붙인 날 밤.

여전히 기타에 흥미가 있던 나는 당근 가게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적당한 매물이 없었다.

의기소침한 채 게임이나 해야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고 서너 시간을 즐기니 시간은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문밖으로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앞집 주인이 집에 있었으리라.

하지만 가서 문을 두드린다거나 초인종을 누른다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잠이 쏟아져 매트에 누웠다.

어두컴컴한 방바닥에 누워 다시 당근 가게로 들어가 기타를 검색하니 웬일, 괜찮은 매물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기타가 괜찮은 게 아니라 가격이 괜찮았다.

만 원.

못해도 5만 원 내외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게시글 주인에게 "혹시 망가진 곳이라도 있는지?" 물어봤고 이내 "그런 건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

다음 날 근처 동네로 12시 반까지 만나기로 하고 이불을 덮었다.

 

 

분명 자전거로 15분 거리라고 말해줬던 지도는 20분이 넘는 시간을 거짓말로 나를 속였고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꽤 후미진 동네인지 건물들이 초라해 보였고 근처 놀이터가 있어 자전거를 근처에 주차한 뒤 그늘막으로 햇빛을 피했다.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건네고 한참을 기다리니 이제야 메시지를 봤다는 답변과 함께 나타난 후줄근한 차림의 소녀.

나와 같은 청년이 나올 줄 알았던 생각은 착각으로 변했고 절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똑같이 고개를 숙여 답을 하는 소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아 이건가요?"

"네."

아무렇지 않게 기타를 받아들고 확인해도 되는지 물은 뒤 지퍼를 열어 기타를 꺼냈다.

"제가 우쿨렐레를 하다가 갑자기 기타가 하고 싶어서 문자 드렸어요."

별 시답잖은 얘기를 하며 볼 줄도 모르면서 이리저리 기타를 살피는 내 모습이 꽤 촌스러웠을 것이다.

"현금으로 드릴게요."

"네."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물었다.

"혹시 본인이 치셨던 건가요?"

"아뇨 저희 오빠가 쳤던 거에요."

왠지 가격이 싸다 했다.

돈을 건네받은 그녀는 그대로 뒤돌아 왔던 길을 돌아갔고 나 또한 허름한 기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갈 길을 갔다.

오는 길의 오르막길은 내리막길이 되었고, 반대로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이 되었다.

자꾸 어깨에서 떨어지려 하는 기타를 수시로 고쳐 매고 페달을 밟아 역 근처 악기점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줄 교체하러 왔어요."

마침 낮잠을 주무시던 사장님이 내 인기척에 눈을 뜨셨고 옆에서 작업 중이던 사모님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타 배우고 싶어서 중고로 사 온 길이에요. 어때요? 쓸 만할까요?"

의미심장한 미소로 사장님에게 물으니 더 볼 것도 없단 눈치로 말했다.

"와 이런 걸 어디서 구하셨대요? 이런 걸 돈 받고 파는 사람이 있나?"

만 원짜리 기타의 가치는 거기까지였던 모양이다.

줄 교체 비용은 만 오천원 이라는 말까지 듣고 매장 중앙에 있는 마이크와 각종 앰프 그리고 악기들이 즐비해 있는 걸 보고 화제를 돌렸다.

"사장님 여기서 밴드 같은 거 하시나 봐요?"

"아 이거요? 아니에요. 그냥 파는 건데 한번 보여줄까요?"

그러자 갑자기 자리에 앉아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시는 사장님.

매장이 떠나갈 듯 울리는 그의 목소리와 연주는 창밖으로 흘렀을 것이고 분명 지나가는 사람들도 들었을 것이다.

노래를 끝마치고 나니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사장님.

"잘하시네요 사장님. 근데 밖에서도 다 들리겠죠?"

"그렇죠 근데 괜찮아요. 워낙 시끄러운 동네라."

역 근처 번화가인 이곳은 대학생들의 거리였다.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고 있으니 교체가 끝나 인사를 건네고 기타를 챙겨 매장을 떠났다.

 

 

1개의 댓글

2020.07.03

가치는 파는 사람이 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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