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이렇게 말했다.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실현한다." 헤겔의 말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실현시키는 것! 시대를 실현시킨다는 것은 곧 자신이 그 시대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대가 된다는 것은 곧 자아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자기 손으로 직접 시대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고작 백 년도 채 살다가지 못하는 짧은 삶은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백 년이든 이백 년이든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시대를 실현시키면서 자아는 건설된다. 이 방대한 세계사의 한 장을 써내려가면서 나는 2m 남짓 길이의, 80kg 무게의, 하나의 보잘 것 없는 개인이 아니라 역사 속의 개인이 된다. 우리 의지의 지평은 이렇게 확대된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은 위인 홀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위인과 함께 우리가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헤겔의 말이 아주 조금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위인이란 홀로 위인이 아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의지가 새로운 시대를 실현시킬 수 있게 만든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정신적 고양과 일류적 노동을 견뎌낼 수 있는 특별한 사람에게 인민과 국가, 나아가 전체 문명의 향방이 달려있다("Schicksale von Völkern und Staaten, Richtungen von ganzen Zivilisationen können daran hängen, daß ein außerordentlicher Mensch gewisse Seelenspannungen und Anstrengungen ersten Ranges in gewissen Zeiten aushalten kann.")고 말했다. 이것 역시 조금 수정될 필요가 있다.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정신적 고양과 일류적 노동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사람에게 인민과 국가, 나아가 전체 문명의 향방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