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역덕후들 도움!!!

역사 판 있는 거 모르고 유게에 올렸다가 붐업 먹었네.

죄송합니다.

 

역덕후 친구들이랑 토론하던 중에 나온 주제라 한 번 역사에 해박한 개붕 교수님들의 의견 묻고자 올린다.

'조선 멸망에 가장 큰 원인은 어떤 왕인가?' 이게 주제였는데 나온 의견들이

 

의견 1. 세조부터 잘못됐다.

 

세계로 넓혀도 보기 드문 정통성의 단조 (왕세손 -> 왕자 -> 왕이라는 아름다운 정통성) 를 아무 이유없이

권력에 미쳐서 명분 없는 무리수 쿠데타 벌임.

그러고는 뒷처리도 공신 세력 만들고 숙청하려 다른 공신 세력 만드는 x같은 방법으로 일관.

이것 때문에 조선은 왕조 내내 신하와 왕 간의 목숨을 반쯤 건 견제가 끝없이 벌어졌고,

조선 조정은 자신들의 정치력을 건설적이 아닌 낭비에 가까운 견제와 정치싸움에 쏟아부어야만 했음.

사실상 조선 왕조 시스템의 가장 X같은 문제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패륜 면에서는 연산군도 오열할 인간성도 개쓰레기인 씹조야말로 조선 초기부터 종양을 심은 폭군

 

의견 2. 연산군이 망쳤다.

 

세조는 그래도 손자 성종이 어느정도 커버를 쳤지만,

정도전이 만들어두었던 왕 혼자 기분 잡쳐서 꼴아박는 트롤을 막을 수 있는 왕권-신권 견제 시스템을

세조보다 더 심하게 말아 쳐먹은 새끼가 연산군이다.

세조는 정치 때문이었지 연산군은 자기 성욕을 주체를 못해 조선의 국력을 전체적으로 몇 단계 다운그레이드 시켰음.

연산군이 조금이라도 자제력이 있었다면 조선이 임진왜란에 속절없이 무너질 만큼 상태가 메롱은 아니었을 것.

얼마나 조선의 핵심 시스템을 심하게 말아먹었길래 조선 최초의 신하 주도 쿠데타가 벌어졌겠냐?

 

의견 3. 선조

 

국가의 최고 권력이 적에게 죽거나 생포당하는 건 최악 중의 최악이고 그걸 막으려고 피난을 가는 것까진 이해가는데

종묘고 사직이고 국가고 백성이고 다 필요없고 나만 아니면 돼! 외치면서 기만 (평양까지는 지키겠다 한 뒤 ㅌㅌ)에 추태까지

보이면서 다른 나라로 튀려고 함. 명나라가 못 오게 막지 않았다면 압록강 헤엄쳐서라도 튀었을 인물.

게다가 전쟁은 10대 청소년 광해군에게 맡기고 통수권자로서 행해야 할 최소한의 전략검토도 밍기적거림.

차라리 집권 초기에 뽑았던 인물들 뒤에 숨어서 알아서 잘해~만 했어도 나름 괜찮았을 상황을 찌질함과 질투심에 온갖 트롤링에

장군들 공신 책봉까지 개찌질하게 진행함. 오죽하면 신하들이 전쟁 중에는 '너 명나라 가면 왕 아님' 에 전쟁 끝나고 나서는

'광해군에게 물려주고 왕 노릇 그만하지?' 라는 말까지 들었을까?

 

의견 4. 영조 & 정조

 

조선의 재부흥을 이뤘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선의 사인(死因)이라고 할 수 있는 세도정치가 작동하게 만든 1등공신.

영조는 경종 암살했다는 헛소문에 스트레스 받아 아들을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물게 잔인하게 갈구다가 말려 죽임.

ㅈㄴ 갈궈서 아들 정신병자 만들고 어머니가 죽여달라고 청하고 아버지가 축이라고 명령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듦.

그것도 왕-신하 관계와 아버지-아들 관계에 목매달은 유교 탈레반 국가 조선에서 이런 짓을 벌임.

게다가 탕평책 벌여보겠다고 해놓고는 아버지(숙종) 버릇 못 버리고 환국을 몇 번이고 벌여서 조정을 결국 노론 1극 체제로 만듦.

거기에 손자 정조는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 굶겨 죽이는걸 어릴 때 본 트라우마 때문에 살아있는 내내 신하들 필요 이상으로

욕하고 견제함. 여기서 왕 바뀔 때마다 불안하게 요동쳤던 신권-왕권 밸런스 완전히 깨져버리고 정조 죽자마자 세도 정치 시작됨.

어찌보면 막장정치 vs 철인정치 양자택일의 정치 체제 만들어 놓고 철인정치는 정조 자신만 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조선의 오늘을 위해 조선의 내일을 파멸로 몰아넣은 미디어가 만든 성군, 실제로는.....

 

의견 5. 순조

 

이름도 생소하지만 사실상 세도정치에 장작 넣어준 인물이 순조.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뭐 해보려 하지도 않고 그나마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 시켰지만 효명세자 요절하니까

만력제마냥 무기력하게 손 놔버림. 말년에 조금 왕권 되찾으려 하지만 늦었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19세기는 어떤 테크트리를 타고 어떤 군주가 있었느냐에 따라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국가서열이 정해질 정도로

급박하게 변하는 시기였는데 순조와 그 주변 신하들 보면 한숨만 나옴. 심각한 이벤트가 펑펑 터지는데도 뭔가 알아보거나

해결하려는 시늉도 없고 의지도 없었음. 이런 시기에 세종같은 인물이 한 번 더 나오는 걸 바라는 것도 욕심이겠지만

순조 때 조선보면 중 3때까지 공부 좀 하다가 고 1 되서 갑자기 공부 손 놔버리고 고등학교 내내 자기 친구들 진로 찾고

수시 합격하는 거 보고나서 귀찮아하는 찌질이가 보임.

 

의견 6. 고종

 

대망의 고종

즉위했을 때 이미 순조-헌종-철종, 헤헤 수라상 맛있다밖에 못 하던 암군 3인방이

조선에 망조를 들여놨고, 고종의 즉위시기도 반쯤 늦어버린 1864년이었지만, 그래도 기회는 분명히 있었는데 전혀 못 살림.

실수 한 두번이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서, 아버지도 못 막고, 아버지가 가니까 아내를 못 막고, 아내가 죽으니까 신하를 못 막음.

권력 좋아하는 성격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세력 구축도, 신하 제어도 못 하고 결국 신하들이 마지막에 적극적으로 매국하는 꼴을 자기 눈으로 봄.

차라리 나라가 망하는 게 어쩔 수 없었다면, '그래도 조선의 왕' 이라는 타이틀을 목숨 걸고 적극적으로 이용햇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조선의 자존심은 지킨 군주로 남았을텐데. 하지만 고종은 왕답게 저항한 때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밖에 없었고 너무 늦었음.

 

개붕이들 의견은 어떰?

물론 결과론적인 의미없는 역덕후 수다떨기일수도 있겠지만 의견들을 듣고 싶음.

 

내 개인적인 의견은

 

조선의 시스템 자체가 반쯤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함.

정도전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1. 능력과 성품이 모두 갖춰진 왕

2. 그런 왕을 존경하는 선비같은 신하들

3.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없음

4. 왕의 군림과 신하의 견제가 '적절하게' 이뤄짐

이 네 가지가 이뤄져야 나라가 돌아가는데 애초에 이게 제대로 만족된 건 역사의 행운이 겹친 세종 때가 거의 유일함.

 

그리고 왕과 신하간의 견제가 조선과 유교이념의 장점으로 자주 재평가되는데,

법이 아닌 유교 경전으로, 성문화된 규칙이 아닌 왕과 신하들의 말빨 & 정치력으로 애매모호하게 유지하느라

깨지기도 너무 쉬웠고 한 번 깨질 때마다 조선 조정에 남길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겼던 게 조선의 유교 시스템이라고 생각함.

 

조금 과장 섞어 말해서, 세종대왕의 긴 치세, 정도전이 상상했던 자기 시스템의 이상적인 아웃풋이 없었다면

조선이 500년을 갈 수 있었을까?

 

500년을 무시할 수는 없다지만 한반도, 한민족의 주류 국가들은 웬만하면 몇 백년은 유지되었음.

기적같은 구국영웅들의 헌신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험한 지리나 중국 왕조들의 목적이 한반도의 완전 정복이 아닌

영향권 아래에 두는 것이었음. 덕분에 각 국가의 상황이나 역량이 어떠했던간에 한민족은 자신이 세운 왕조를 꽤 잘 유지했음.

그래서 개인적으로 유교가 이어간 500년은 사실 조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 대단해! 이건 내 눈에 조금 이상하게 보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이제 개붕 교수님들의 강의 듣고 싶어.

 

 

69개의 댓글

2020.05.25
@닉네임은2

근데 증조부와 조부가 해놓은게 있어서 정조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도 없었을듯...

정조의 가장 큰 실책은 통치 시스템을 자기한테 맞춰놓은거라고 생각함.

초인급 능력을 가진 본인에게만 맞는 통치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니 일반인 능력을 가진 순조는 금방 번아웃 와서 정사에 손을 놓아버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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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쉽지않은남자

초계문신제 한것자체가 탈인간이지...공부 전국수석을 내가 재교육해서 부려먹겠다 이게 초계문신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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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순조가 잘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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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30kg

순조탓하기에는 순조는그냥 저냥한 평범한왕임 정조가 탈 인간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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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닉네임은2

순조가 잘못한 이유는 잘 모르겠꼬

고순조 방순조 명순조가 싫기때문이야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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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굳이 따지자면 위에 나온 군주의 잘못만은 아니지. 내부적으로 지지고볶고 해도 안정적인 정치체제로 아주 오랬동안 왕조를 유지했다. 그 정치체제에 대한 신뢰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것일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거고, 그 변화를 싫어하는 집단이 바로 지배계층인 양반이었음. 이 논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라 조금만 안주하면 도태된다. 보수가 집권하면 안되는 이유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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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람뿌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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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난 세조가 성장기 조선의 무릎성장판을 조져놓은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조평가 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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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인조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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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인조부터 잘못 되었다고 보는데..신하들을 제재할 왕권이 약화되면서 이후 반정과 세도정치로 얼룩지면서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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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왕 한명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순 없을거 같고 성리학 이데올로기를 너무 오래 써먹었지. 중국 일본 빼면 외침 위협도 없어서 중국한테 사바사바만 잘 하면 그런대로 안보는 보장되는데다(임진왜란같은 일본발 침략이야 5백년 동안 두번 있었던 거고) 나라가 작아서 고려때부터 중앙집권 확실하니 내부에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도 거의 없어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바꿀 타이밍을 놓쳐도(필요성도 거의 못느꼈겠지만) 5백년이나 갈 수 있었다고 봐. 하다못해 중국도 같은 유교라도 다른 시도를 해 본 적도 있고 일본에 이르면 지네 편한대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바꿀 수 있는 애들이니 말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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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e

나도 이 의견에 동의, 성리학 중심의 정신적 바탕이 후기로 갈수록 삐뚤어져서 지들 입맛에 맞는 병신같은 논리를 만들고, 개인의 능력보단 신분이나 집안 등등을 보니 정작 능력있는 사람들이 기용되지 못함. 영화 남한산성 보면 이런 발암 요소가 잘 나타나 있고 왜 조선이 망할 수 밖에 없는가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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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막장에서올라가는중

아니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을 해야 되고 세금을 더 걷을라면 경제를 성장시켜야 되는데 뭐 좀 문제만 있으면 그저 왕부터 근검절약하고 사치품 금지할 생각만 하니 경제가 성장할 수 있나. 이건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였지. 동시대 유럽은 지배계급이 졸라 사치하면서 돈 더 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부르주아 상인계급도 성장하고 하면서 자본주의 발전하고 거기서 나오는 세금으로 부국강병하고 그랬던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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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e

은광산 발견하고 정제할 기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물이 마음을 더럽힌다고 채취 금지시킨 양반님의 나라인데 할말 다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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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막장에서올라가는중

그게 좋았다고 빠는 인간들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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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막장에서올라가는중

다만 전근대의 인재등용시스템은 오히려 서구쪽이 더 신분이나 집안위주로 뽑지 않았나 싶음. 중국하고 조선에는 과거제란게 있어서 귀족 조까하고 상민 이상이면 능력으로 뽑는거고. 과거에 응시할 형편이 되는 인재는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 사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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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인조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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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선조 잘못이라기엔 무리가 있고 왜란 두 번에 조선 인프라 씹창난게 가장 큰 원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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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난 영-정조대가 컸다고 생각함.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부조리가 쌓여가고는 있었지만 초기에 원체 정교하게 짜여진 중앙집권+관료제 사회가 어떻게든 조선을 굴러가게 만들었고, 거의 국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임진왜란 이후에도 어떻게든 굴러갔던 시스템인데 이제 그 시스템에 한계점이 오고 외국에서도 신문물이 슬슬 조선으로도 흘러들어오던 시점이었는데 그런 장기간 쌓여진 모순을 엎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낼수 있는 권력을 가진 마지막 왕이 정조라고 생각함. 하지만 정조가 시도한 개혁은 근대국가로 나가는 개혁이 아니라 조선초기로 되돌아가는 개혁이었지. 거기서 사실상 끝났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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