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야매로 설명하는 고층 일기도 보는 법

https://www.dogdrip.net/260210607 여기 글에서 뭔지도 모를 500hPa영역 일기도 가져와서 블라블라 떠들어댄 개붕이야.

 

일단 난 기상쪽 종사자는 아니고 전공자는 더더욱 아님. 그냥 과학쪽 영역이 좋아서 이것저것 수박 겉핥기로 개념만 잡고 보는 수준이라 진짜 전공자가 있으면 오류나 잘못된거 알려주면 고마울 것 같아.(특히 기상쪽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상태로 설명하기 참 쉽더라)

 

일단 일기도라는 것은 고도에 따라서 지상일기도와 고층일기도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배운 일기도는 지상일기도임. 이건 말 그대로 지상에서 측정한 영역의 기압과 풍향, 전선대를 표시한 것이고 지표면의 기상 상황을 보는데 있어서는 이거만한 것이 없음

 

2020년 05월 18일 15 (KST) 기본일기도 지상12

일단 위의 것은 2020년 5월 18일 15:00 기준 한국 기상청 지상일기도야. 기상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북서쪽에 저기압대가 하나 지나는 것을 볼 수 있어 해당 저기압의 중심기압은 989hPa로 봄철 저기압 치고는 꽤 낮은 편이긴 하고 이것만으로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는 있어

 

그리고 저기 인도양 벵갈만쪽에 중심기압 976짜리 저기압이 하나 보이는데 동심원을 가지는 저기압은 보통 열대성이므로 저건 열대 사이클론이라고 보면 될거야. 실제로 저 저기압은 벵골만 1호 사이클론 암판이라고 하는 녀석이야.

 

근데 이 저기압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상일기도만 가지고 판별하기는 좀 어려움이 있어. 그리고 약간의 예측(?)을 하는데 있어서는 다른 고층일기도를 같이 겹쳐서 보는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내가 제일 애용하는 고층일기도는 일단 500hPa영역이야.

 

대기압이 500hPa가 되는 고도를 등고선으로 이은 일기도인데 보통 5500~6000m사이의 고도가 이 영역에 해당해.

 

이 영역의 특성으로는 비발산고도로 대기의 수렴이나 발산 현상 없이 순수하게 저기압과 고기압의 회전력 보여지는 고도라고 하더라고(나도 주워들음)

 

주로 여름철 날씨(특히 강수 예측이나 태풍 진로 예측)에 있어서 이걸 보는게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오고 쓰기도 쉽더라고.

2020년 05월 18일 15 (KST) 기본일기도 500hPa

이건 같은 시간대 500hPa영역 일기도야. 딱 보면 뭔가 다른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같은 것들이 보이기도 할거야.

 

일단 H, L로 써있는 글자는 알다시피 High, Low인데 여기서는 고기압/저기압이 아니라 높은 고도 영역이 H(산봉우리)에, 낮은 고도 영역이 L(분지나 골짜기)에 해당하는 것이 지상 일기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 됨.(지상은 등압선, 고층일기도는 등고선이 됨)

중간중간 W, C라고 써있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건 온도핵이라고 보면 된다. W는 Warm의 약자로 온난대기핵으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 덩어리고 C는 한랭대기핵으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파란 선과 빨간 점선이 보이는데 파란 선은 등고선으로 500hPa기압을 나타내는 고도 중 같은 높이를 이어준것으로 등고선간 간격은 60m가 된다. 빨간 점선은 해당 고도에서 같은 온도를 가지는 지점을 선으로 이은 등온선으로 5℃ 간격으로 이어준 선이라고 보면 됨.

 

이 영역 일기로를 볼 때는 기압골과 기압능을 판별을 우선 보면 된다. 등고선 있는 지도 볼 줄 아는 개붕이라면 능선과 골짜기 판별은 식은죽 먹기일 것이라고 보는데 일단 간단하게 표시하면 이런 식이 됨

 

캡처.PNG

위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건 기압골이고 남색 화살표로 표시한건 기압능에 해당됨.

 

그러면 위 설명과 그림을 바탕으로 하나씩 뜯어보면 2020.5.18. 15:00상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이 가능해짐

 

1. 우리나라 북서쪽에 한랭핵을 가진 저기압에 동반된 기압골이 지나가는 상황이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하지만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한 상황(통상 5880m를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로 본다고 하더라)

 

2. 기압골의 방향을 뜯어보면 남쪽 방향으로 하나, 남서쪽 방향으로 하나 이렇게 2개의 방향이 나옴

2-1. 15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비가 올 것으로 판단됨(보통 500ha영역과 지상 영역은 지상이 먼저 움직이고 500hPa영역이 뒤따라가는 방식임)

2-2. 기압골이 뒤쪽에 하나 더 있으므로 비가 잠시 그쳤다가 12~18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한번 더 올것으로 보임

 

3.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는데 기압골이 깊다보니 둘의 위치가 가까운 편

3-1. 우리나라 북서쪽의 저기압은 매우 차가운 한랭핵(-20℃)을 가진 깊은 기압골임(한랭건조)

3-2. 우리나라 남쪽 멀리 있기는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은 온난핵(-2℃)을 가진 높은 산봉우리에 해당(고온다습)

3-3. 꽤 좁은 영역에서 성질이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공기 덩어리가 충돌하면서 매우 좁은 영역에 전선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국지성 호우 +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돌풍 + 매우 강한 적란운 발생으로 인한 뇌우 발생의 콤보로 이어짐.(보통 가을장마가 이 방식으로 일어나게 됨) 이 정도로 한랭핵이 우리나라에 가까이 내려왔으면 일부 지역은 우박 가능성도 있었을거임

 

4. 우리나라와는 상관없지만 저기 인도양(벵갈만)쪽에 사이클론이 하나 활동중임

4-1. 500hPa영역에서 열대성 저기압이 표시된다는 의미는 슈퍼태풍급의 사이클론이라는 소리임(실제로 찾아보니 HWRF에서 CAT-4~5등급 붙여놨더라 강한 4등급부터 슈퍼사이클론 소리 듣는데 아마 JTWC에서 조만간 슈퍼사이클론 딱지 붙일 수도 있을거임)

4-2. 사이클론 주변에 특별하게 영향을 줄만한 기압계는 보이지 않으므로 조만간 인도 북동부 벵골지역과 방글라데시 지역은 제대로 대비 안할 경우 열대폭풍피해로 ㅈ될 것으로 보임(딱봐도 보통 강도가 아님)

 

덤> 아까 이 영역 일기도로 태풍 진로 예측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경우는 태풍의 위치를 감안해서 간단히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인 5880m 등고선과 평행한 선을 적당히 그으면 전체적인 경향이 나오게 됨.

 

만일 500hPa영역에서 등고선 하나도 표시가 안된다면 그렇게 강한 태풍은 아니라고 봐도 되는거고(일반적인 태풍은 등고선 한두개가 보통임) 만일 등고선을 세개 이상 뚫고 올라오는 태풍이라면 슈퍼태풍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이건 작년 10월 초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했던 태풍 미탁의 진로를 예측해 본 것인데 실제 태풍 진로도 저 가장자리를 따라가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음(세부내용은 https://typhoon-air.tistory.com/12?category=813502 참조)

 

다른 영역 일기도도 있지만 일단 여름이 다가오는만큼 이 영역 일기도 볼 줄 안다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 전체적인 날씨는 예측이 가능할거. 특히 태풍 올라올 때 썰 풀 거리도 꽤 많이 늘어나게 되고.

7개의 댓글

2020.05.18

분명히 일기토 고증으로 보고 들어왔는데

0
2020.05.18
@ㅁ옴ㅅㅌㅎ놎

안경 바꾸세요 센세

0
2020.05.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이런거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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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funsoon

그런데 왜 기압골이 남서 말고도 남쪽으로 간다는거지? 남쪽으로 더 벌어져서 그런가

0
2020.05.19
@funsoon

일본쪽 기압골이랑 연결하면 전체 방향은 남서방향인데 이번 저기압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남쪽 방향으로도 꽤 많이 골을 형성하고 들어와서 그렇게 된거로 보임 그리고 이 남쪽방향 골짜기가 대기불안정을 제대로 유발한거고...

0
2020.05.19

오 고마웡! 많이배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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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

정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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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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