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치아빠스, 고지대 마야, 사빠티스타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다보니 근 10년간 눈팅만 해온 개드립에 이런 글도 올리게되네. 요새 집에서 멕시코 음식을 자주 해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멕시코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더라고. 내가 특히 관심있는 지역은 요리로 유명한 남부의 와하까(Oaxaca)와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치아빠스(Chiapas) 주 인데, 이 두 주 모두 북부나 중부의 다른 주들에 비해 원주민 인구 비율도 높고 그들의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주 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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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 안 왼쪽부터 게레로, 와하까, 치아빠스 

 

특히 치아빠스는 이름이 흔히 치아(chia)로 알려진 치아 세이지(chia sage)가 자라는 땅이라는 뜻의 나와틀어 '치아판(Chiapan)'에서 유래했다고 하네. 참고로 나와틀어는 톨텍(Toltec 7~12세기)과 그 이후 탄생한 아즈텍제국(1248년 ~ 1521년)의 공용어로 엄밀히 말하면 중부 멕시코에서 쓰였던(쓰이는) 언어야. 자 슬슬 헤깔리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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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푸드 치아씨앗과 치아 세이지의 모습

 

 

 

중미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느낀게 마야, 아즈텍 등 들어본 이름들은 많은데 도대체 뭐가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를 기억하기가 어렵더라고. 외국인들이 백제, 신라, 고구려, 발해, 고려의 시대별 강역이 어땠는지를 기억하기 쉽지 않을 것 처럼. 특히 멕시코를 포함한 중앙아메리카의 경우 각 지역이 울창한 정글이나 산맥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아서 한국이나 중국처럼 근대 국가의 국경과 비슷하게 전 지역을 장악한 국가는 출현한 적이 없어. 아래 지도랑 연대기는 대략적으로 각 지역의 문명과 그들이 출현하고 사라진 시기를 매칭시켜 놓은거야. 아주 정확한 건 아니고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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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2020-05-17 17.11.01.png

 

우리에게 유명한 아즈텍은 현재의 멕시코 시티 주위의 고원분지 지형(노란색),

아즈텍의 속주(이자 식량?)이었던 틀락스칼라는 엄밀히는 아즈텍 제국 권역안에 속하기 때문에 작은 파란색. 

와하까의 사포텍 문명은 보라색. 

그리고 마야는 유카탄 반도 일대와 지금의 과테말라와 벨리즈, 그리고 치아빠스를 포함하는 광대한 권역을 가지고 있었지. 여기 나타난 문명/부족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부족들이 각자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이를 모두 표기하고 기억하는 건 전공자가 아닌 이상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여튼 다시 치아빠스로 돌아가면 치아빠스주의 5백만 인구 중 원주민 인구는 대략 1/4 이고, 마야어족에 속하는 초칠(Tzotzil)어와 첼탈어(Tzeltal)로 교육과 방송이 이루어지는 등 아직도 마야의 유산을 상대적으로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야. 1521년 스페인 침략자들과 정면 충돌하며 개발살난 아즈텍과는 달리 마야는 이미 15세기 이전에 중앙집권적 국가체제가 붕괴었기 때문에 아즈텍과 같은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다고해. 물론 정벌과정에서 천연두 등으로 인구가 엄청나게 줄고 가톨릭 수도회의 조직적인 기록 파괴로 많은 수의 마야어 문서가 사라졌지만, 이미 중앙집권적 경제구조가 무너져서 스페인이 약탈할 거리가 별로 없었고, 치아빠스의 경우 산간지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페인 정복자들로 부터 아웃오브안중이었기 때문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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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어족 언어 분포와 전통의상을 입은 초칠족 남성들

 

이렇듯 치아빠스는 원주민 비중도 높고 지리적으로도 변방에 속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낙후되어 있고 현대 멕시코 중앙정부로 부터도 차별과 무시를 당해왔어.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중앙정계는 그 시조를 유럽 이민자로 두고 있는 백인계들에 의해 장악되어왔고, 그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없는 원주민 출신 국민들은 2등 국민 취급을 받아왔지. 여기에 더해 멕시코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관료주의가 더해져 많은 수의 원주민 마을들이 수도나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해왔어.

 

이러한 차별에 정점을 찍은 것은 1994년 1월 1일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었지. 1988년 의도적인 정전을 틈탄 투표함 바꿔치기라는 부정선거 의혹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Carlos Salinas de Gortari)는 멕시코의 공기업을 거의 싸그리 매각하는 등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밀어부쳤어. 

 

살리나스의 개혁은 스페인 정벌 이전부터 뿌리를 두고 있는 에히도(ejido)제도의 개혁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에히도란 소규모 촌락 단위로 국가소유의 토지를 공동 경작하는 것으로 20세기 초 멕시코 혁명 이후 토지개혁이 실시되면서 1934년 법제화되었어. 소작농들은 국가에게 지주의 토지를 매입해 에히도로 만들어달라고 청원할 수 있었고, 심사와 지주와의 논의를 통해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면 이 토지는 에히도가 되어 매매와 임대는 금지되었지만, 2년 이상 토지를 놀리지 않는한 원하는 만큼 경작이 가능하고 또 그 경작권이 대물림 될 수 있었지. 

 

하지만 경작 가능한 토지는 한정돼 있는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농민들의 후손은 늘어나 결국 배정된 토지의 80% 이상이 사막이나 정글, 해안가 등 소규모 농민들에게는 사실상 경작이 불가능한 토지가 분배돼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어. 또 토지가 비옥한 남부지역 농민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좁은 농토를 배정한 반면, 관개시설이 거의 없고 척박해 농민수가 적었던 북부지역 주민들에게는 넓은 토지를 배당했지. 이는 남부지역의 경우 후손들에게 나눠줄 토지면적이 더욱 줄어들어 전통적인 가족농 형태의 경작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어. 이에 반해 북부지역은 초기에는 경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업자본이 등장하고 생산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업농 형태의 경작이 이뤄지기 시작해 두 지역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져갔지(http://www.korea.kr/special/policyFocusView.do?newsId=148611651&pkgId=49500170에서 거의 그대로 인용). 

 

여기에 더해서 나프타 조약의 내국민 대우 규정에 따라 멕시코에 투자하는 미국기업이나 미국인들에게도 토지를 나눠줘야 하는 문제를 안게되었지. 따라서 살리나스 대통령은 이 골치아픈 에히도 제도를 끝내고 현재의 에히도를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바꾸었어. 물론 에히도가 문제가 많은 시스템이긴 했지만 치아파스로 대변되는 남부의 소규모 원주민 소작농들은 값싼 미국산 농산물의 대량유입과 거대 식품업체의 잠식을 통해 그들이 가진 유일한 밑천인 토지마저 잃게될까 두려워했고, 이는 이후 실제로 멕시코의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게 된 일이었지. NAFTA 이후 멕시코의 농장경제는 급격히 몰락하였고 망가진 멕시코의 농지들은 양귀비나 대마 등의 마약류 작물들을 재배하면서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원동력이 되었고, 농민들은 땅을 팔고 보다 나은 임금과 생활을 찾아 북부지역의 농장이나 산업지구, 멕시코시티로 이동해 저임금 노동자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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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살리나스는 1991년 원주민들의 공동경작토지 사유화와 매매를 금지하는 1917 혁명 헌법 27조를 수정하고 이는 치아빠스에서 사파티스타(Ejército Zapatista de Liberación Nacional,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이하 EZLN)라고 불리우는 무장단체가 봉기하는 원인이 돼. EZLN은 나프타가 발효되는1994년 1월 1일 멕시코 국가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치아빠스의 자치권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지. 사실 우리가 아는 다른 무장단체에 비하면 사파티스타의 무장은 오합지졸 수준이었어. 그러나 그들에게는 세계화에 따른 전세계적 불평등에 저항한다는 명분이 이었고 마침 꽃피고 있었던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여론전을 펼쳐 전세계적으로 많은 운동가들의 지지를 받았어.

 

어떤 사람들은 사파티스타의 저항을 스페인 정복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야인들의 유럽인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보기도 해. 현재 멕시코에도 보다 개혁적인 정권들이 들어서면서 EZLN도 무장투쟁을 중단하고 치아빠스주 내 5개 지역의 자치와 교육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면 치아빠스는 멕시코에서 커피재배로 유명한 곳이야. 1700m 이상의 고원지대에 화산토양이라 커피재배에 적합한데 예전에는 질보다 양에 치중해서 멕시코 커피를 별로 쳐주지 않았는데 최근들어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커피가 나름 인정받는다고 하더라고. 찾아보면 원주민 생산자에게 직접 지원이 가는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도 있으니 관심있는 친구들은 한번 주문해서 먹어봐. 난 커알못이라 이러쿵 저러쿵 품평은 어렵지만 라이트 로스트 핸드드립으로 마시니 대략 치아빠스의 고원에서 아침이슬을 마시며 초칠족 여인과 춤을 추는.. 여튼 향이 좋더라고. 

 

그럼 다들 건강조심하고 이번 한 주도 화이팅~ 


 

7개의 댓글

2020.05.18

[삭제 되었습니다]

2020.05.18
@63738481

고것은 이딸리아노

0
2020.05.19

저거 국내에도 몇년전부터 유행탔지않음?

0
2020.05.22

ㅋㅋ 나 께추아어 좀 할줄 아는데 ㅋㅋ 인디헤나 사는 산골마을 살아서 ㅋㅋ

0
2020.05.25
@인생낙천

머나먼 남쪽.. 교민이니 아님 코이카했니

0
2020.05.25
@방구석티라노

당근빠따 코이카지 ㅋㅋㅋ

 

핸드폰도 안통하는 마을에 왜 일하겠어 엌ㅋㅋ

0
2020.05.26
@인생낙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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