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몇일전에 소설써보고 싶다고한 개붕이가 쓴 첫 단편소설?

춥지는 않지만 절대 따뜻하지는 않은 3월 초.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에 보기 좋게 부정이라도 하려는 듯 차마 못 뗀 눈곱을 떼어내기 위해 눈을 비비며 문밖을 나서는 남자가 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타닥 타닥.

곧이어 담뱃불을 붙이고는 두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음악을 고른다. 그 남자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금요일이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남자는 일하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남자가 일하는 곳은 작은 동사무소.

그렇다고 공무원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공익”, 그것이 그 남자가 하는 일이다.

몸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웠다. 분명 내일이 주말이니까라고 생각한 남자는 이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사무소를 향했다.

아직 아침이라 조용한 골목길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만이 있어 조용하고 한적했다. 그 남자는 그저 풍경화를 보듯이 스윽 둘러보고는 이내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도 한가하겠지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만 한 채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저 가볍게 걸어갈 뿐이었다.

실제로 출근하고 그저 시간을 때우며 하루를 멍한 채 보내는, 그런 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렇다고 퇴근 후에 의미 있는 일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가령 운동을 한다든가 공부를 한다던가, 그러한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풀기 위한 가벼운 게임이라던가, 간단한 음주라던가 하는 유희적 행동. 그 정도의 가벼운 힐링과 출근하면서 하는 여러 가지 망상, 무언가를 보고 간단히 생각하며 걷는 일만이 삶의 낙이었다. 그저 별 볼일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한순간의 오락으로 즐거워 질 수 있다면 그 외에는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남자. 그 남자는 그런 남자였다.

그 남자도 알고 있다.

이러면 분명 좋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삶이란, 목표가 있으면 달성하기는 것은 쉽지 않고 그 길이 순탄치 않더라도 그렇기에 더 즐겁다는 것을 그 남자는 안다. 여행을 떠날 때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야 가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을 정할 수 있듯이 삶 또한 목표가 있어야 이루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고 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없다.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삶 또한 무언가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시간이 흘러간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출근길.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월요일에 출근하는 평소보다 기분이 언짢은 남자가 있다는 정도.

평소와 같이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던 남자는 영 기분이 별로인지, 흥이 나지 않는지 꽂았던 이어폰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한숨을 푹 쉬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로변에 마당이 딸린 집이 나온다.

항상 이 집을 지나면서 집이 넓네, 나도 저런 마당 있는 집에서 살면 개라도 키울 텐데라고 피식 웃으며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지나치던 찰나에 그 집 앞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남자는 피식 웃었다. 분명 같이 등교하기로 한 친구가 늦게 나와서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피식 웃고는 남자는 이내 중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의 그는 밝았고 항상 웃었다. 그때의 그는 어떤 말을 들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즐기고 웃었지만 그 밝음과 웃음이 절대 가볍지는 않았다. 삶에 충실했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우수했다. 실제로 남들보다 머리가 좋았다. 학업은 물론이며 어떠한 일에도 요령 습득이 빨라서 주변인들의 호감을 곧잘 얻고는 했다. 그 시절 그에게 있던 작은 흠은 학업 때문에 발생하는 부모님과의 작은 충돌 정도 일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저 작은 흠에 불과했던 마음의 구멍은 사춘기,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되면서 점차 커져갔고 이는 곧 반항심으로 변하여 그가 사는 삶은 변하게 되었다. 학업을 강요받았던 그는 점차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갈망했고, 고리타분한 공부가 아닌 오락을 추구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빵빵하게 눌렸던 풍선이 터지듯 그의 욕망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이 행동이

진짜 고리타분한 삶의 시발점이 되었다.

즐거웠다. 혼자 앉은 독서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는 축구가.

재밌었다. 지루하고 시시한 공부가 아닌 재밌고 시간이 잘가는 게임이.

짜릿했다. 부모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이 원했던 일을 몰래하는 그 순간들이.

사실 이 정도면 누구나가 겪는 일들이고 추억이며 사소한 일탈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제를 몰랐다. 한번이 쉽지 두 번은 안 어렵다는 속설이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대범해졌고 그만큼 더 방탕해졌다.

일탈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삶의 목표를 잊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일탈이 계속되면 분명 정체될 것이라고.

하지만 한순간의 즐거움과 안락함에 취해버리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깨지 않는다. 정확히는 자각을 해도 깨고 싶지 않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한 순간의 즐거움과 짜릿함이 그에게 우선이 되었고 이는 곧 일상이 되었으며 그렇게 그는 자제를 잃어버렸다.

 

잠깐의 생각에서 돌아온 그 남자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즐거움과 짜릿함은 이미 그에게 있어 차선조차 되지 못한다. 즐거움과 짜릿함은 이제 그에게 있어 그저 도피처일 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길이 없다. 도리가 없다.

그는 이미 자제를 잊어버렸다.

 

 

 

하아아...

금요일이 오긴 오나보다. 아니지. 금요일은 항상 오는 법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안오는 것 같지? 아니지 오늘은 금요일이다. 한숨 쉴 필요가 없지. 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진 그 남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길을 나선다.

금요일에 듣는 노래는 언제나 상쾌하다. 이별 노래조차도 흥이 날 정도이니 금요일은 그 남자에게 있어 축제인 것이다.

노래의 절정.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긴다.

그러고는 울리는 전화.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확인하곤 인상을 더욱 찌푸리며 전화를 받는다.

괜히 더 퉁명스럽게 받았다.

전화 받는 태도가 왜 그래? 웃기는 놈이네~”

네가 내 숭고한 음악 감상을 방해했어. 멍청한 놈. ”

괜스레 더 퉁명스럽게 대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누구보다 친한 사이였기에 가능한 대화였다.

야 오늘 금요일인데 술이나 한잔하자. 나 요즘 외롭다 이놈아

넉살좋게 술을 권유한 친구 목소리를 들으니 편안함을 느꼈는지 남자 또한 피식 웃으며 흔쾌히 승낙했다.

전화를 끊은 남자는 이내 끊겼던 노래를 마저 들으며 다시 흥얼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은 훌쩍 다가오고 남자는 채비를 마치고 곧 바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발걸음은 경쾌하고 가벼웠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그 남자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친구를 발견했다.

평소에도 꾸미기를 좋아하던 친구는 오늘도 한껏 꾸며 입고 나왔다.

펑퍼짐한 추리닝을 입고 갔던 그 남자는 친구를 보고 자신을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본 후

칫하고 혀를 차며 친구쪽으로 걸어갔다.

친구와 가벼운 인사를 마친 후 술집에 가서 그간 있었던 일이나 간단한 근황정도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술자리를 시작했다.

야 내가 여자 친구랑 사귄지 99일째에 여자 친구랑 싸웠어

푸하하 멍청한 놈. 100일 기념일은 어떻게 됐는데? 왜 싸웠는데? ”

그 남자는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웃으며 자세한 사정을 물어보았다.

내가 여자 친구랑 서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너무 졸려서 기절하듯이 잠들었거든. 그래서...”

친구는 그 후 사정을 얘기 했지만 그 남자는 이미 생각에 빠진 뒤였다.

첫 마디만 들어도 연락문제로 싸운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연락문제는 당연히 항상 있을 법한 갈등이었고 남자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그래도 그런 것에 서로 맞춰가며 불편하게 살아야할 필요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더 깊게 생각했다.

그 남자 또한 이성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들처럼 서로를 알아갔고 고백했고 그렇게 사귀기도 했었다. 남들 다하는 연애를 자신도 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고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 그 여자가 예뻐 보였고 좋았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남자의 대답은

아니.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면 어떤 거리여도 그 거리는 꽃밭이 되었고, 한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영화를 봐도 스크린을 보다 그녀를 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영화 내용도 기억 못하곤 했다. 그 만큼 연애를 즐겼다.

달콤한 첫 키스를 하고 난 뒤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그 무엇보다 귀여웠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관계를 가지고 더더욱 그녀가 좋아지는 듯한 생각이 들곤 했다.

누구나 그렇듯. 시작은 순조로웠다. 강렬했다.

차츰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연심으로 가려진 시야가 걷히면서 그 남자에게 새로운 문제가 직면했다.

그녀와 그에겐 다른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습관, 생각, 가치관등 많은 것이 달랐고 서로 타협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사실 남자는 내심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만큼 많은 것들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문제에 직면했다고 하기 보다는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남자 또한 그녀를 좋아했고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했고 의견을 조율했으며 그렇게 생긴 사소한 갈등들을 해결해나갔다.

표면적으로는.

갈등들이 해결해나갈수록 남자는 그녀와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자신이 그녀한테 맞춘다는 느낌, 억제 받는다는 느낌. 답답함이 느껴지며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맞춰주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남자는 자신이 우선이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시간들을 자신이 즐기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시간을 소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쉬면 더 편할텐데, 누군가에게 맞춰줄 필요도 없을텐데, 소비하는 시간들이 낭비라고 생각되고, 점점 견디기 힘들어 진 것이다.

마치 충전시켜놓은 휴대 전화를 사용하면 점점 배터리가 닳듯이 집에서 쉬고 놀던 충전과정이 끝나야 그녀를 만날 수 있고, 그녀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 배터리가 닳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남자는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 또한 차가워지게 되었고 점점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녀에게 실례라는 것을 안다. 진심인줄 알았던 마음은 자신의 안락함, 나태함보다 못하다는 것 또한 안다. 그래서 그 남자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많은 결례를 범했고 이대로는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그 남자 자신이 답답하고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도망쳤다.

그렇게 그는 참고 견디고 타협하는 방법.

인내를 잊었다.

 

 

 

“.....그래서 결국엔 오늘 내가 먼저 사과할려고 생각하는.. ! 내 얘기 듣고 있냐? 사람이 얘기하는데 멍을 때리고 그러냐?”

그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고 이내 피식 웃으며 넉살좋게 말했다.

아 듣고 있어~ 그냥 네가 사과해. 너 남자중에 남자 아니냐~”

그렇겠지? 그래야겠다. 야 한잔해! !”

하며 호쾌하게 웃으며 친구는 잔을 치켜세웠다.

크으으 아오, 엄청 쓰네 으엑

얼굴을 한껏 구긴 채 쓰다고 소리치던 친구는 이내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너 고등학교 때 민제 기억하냐?”

아 그 살 조금 찌고 빡빡이처럼 머리 깍고 다니던 애?”

하하하하하하 빡빡이가 뭐냐, 뭐 맞기는 해.”

친구는 개그 프로그램이라도 본 듯 호쾌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걔 말이야, 이번에 공대에서 몇 년 바쁘게 살면서 공부하더니 의대로 전과했다더라.”

술기운에 게슴츠레 해 있던 그 남자의 눈이 잠깐이나마 커지면서 호오...하고 살짝 놀라며 말했다.

잘됐네, 걔 엄청 공부하지 않았어? 노력이 보상받았네, 아 나도 잘되고 싶다~”

하며 영혼도 없는 대답을 하며 술을 홀짝였다.

그 후로도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어느 덧 친구와 헤어질 때가 왔다.

야 먼저 들어간다! 넌 지하철 타야 되잖아 하하

그 남자는 장난이 가득담긴 말투로 친구를 놀리며 인사를 했다.

아오, 못된 놈이네, 여튼 오늘 만나서 즐거웠다 담에 또 시간되면 만나자!!”

넉살 좋은 친구는 잘 받아주며 그렇게 지하철역 안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하아아 하며 숨을 깊게 내쉬고는 집으로 향한다.

3월이, 봄이 와도 역시 밤에는 춥다고 느끼며 팔을 여미며 걷기 시작한다.

아까 친구가 얘기했던 민제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시절 민제, 그는 그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남고생이었다.

물론 남들과의 스펙이나 외형적인 부분만 비교했을 때의 경우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그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괴물 같은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노력”, 그는 남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어마어마한 노력이 가능했다.

단어 하나로 정의를 내리기에는 노력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느 목표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힘을 말하며

무언가를 목표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자제를 해야만 행해지는 힘이고, 무언가를 목표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그 고통들을 참고 인내해야만 행해지는 힘이며, 무언가를 목표로 노력을 한다는 것은 하고자 하는 확고하고 단단한 마음. , “의지가 있어야만 한다.

그 남자는 가지지 못한 것들이 모여 노력이 되니 그 남자의 인생에 있어서는 관련이 없는 단어이기도 했다.

민제는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 적게 가지고 태어났고 살아왔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지도 않았고, 가난하면 가난했지 절대 부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달랐다. 그 누구보다 견고했고 정교했으며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렇게 시작은 작고 초라했던 민제였지만, 지금은 남들보다 퀄리티가 높은 성공한 인생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후우우.

잠시 길 모퉁이에서 발걸음을 멈춘 후 담배를 피우며 그 남자는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오락만이 삶의 대부분 이었고 또 사람간의 관계 또한 소홀했던 그 남자도

모든 시간을 그렇게 살아온 것만은 아니었다. 아주 잠깐의 반짝임 같은 정도의 시간. 그 남자도 노력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저 따라가기에 늦었고 힘들었고 귀찮았기에 곧 포기했을 뿐이었다. 분명 하고자하는 마음, “의지는 있었다. 그렇기에 노력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그 남자는 자제와 인내를 잊어버리고 난 뒤였다.

그렇기에 의지하나 만으로는 노력을 할 수 없었고, 이내 남자는 노력하기를 포기했다.

, “의지조차 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남자는 어느 덧 집 앞까지 와 있었고 술 기운이 이런 감성을 만드나?

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이내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갔다.

 

늦은 아침. 정오를 향해가는 시간에 남자는 눈을 떴다.

주말 아침이란 그런 것이다.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는 것, 출근하는 사람들의 특권.

불쾌한 알람소리에 맞춰 무거운 눈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날.

나태함의 정점인 그 남자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생일만큼이나 중요한 날이다.

 

허나 남자는 이내 곧 이상함을 느꼈다. 주말임을 알고 있음에도 평소보다 더 무기력했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렇게 천천히 왜 그런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어제 집에 들어오면서 하던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어제에서야 자신이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고, 자신이 멈춰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아니, 정확히는 인정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남자처럼 사는 삶 또한 무언가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미 남자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남자는 생각하기를 계속했다. 확실히 최근 들어 잦은 두통이 있었고 이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신기하리만치 그 두통이 따라왔던 것이다.

또 최근 들어 항상 무기력한 감도 느껴졌다. 확실히 몸으로 체감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인생은 비루할 뿐이라는 것을.

그저 목표가 없으니 의지가 생기지 않고, 의지가 없으니 인내하고 자제할 필요도 없었을 뿐이었다.

 

 

 

남자는 인정했다.

지금 자신은 이런 인생을 무서워한다. 바라지 않는다.

이제야 앞이 보인다. 눈 앞 시야가 뚜렷해진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직 전혀 감은 안 잡힌다.

그래도 이것하나는 단언할 수 있다.

시야가 돌아왔다. 움직여야 한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나갔고, 이는 남들보다 충분히 늦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제는 몸을 움직이면서 무엇이든 하면서 소거법으로 찾아야한다.

분명 복잡하고 힘들고 할 것이 많겠지.

좌우지간 지금 이렇게 사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인생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 한편을 떠올린다.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말 남자와 비슷할 만큼 무기력했고 무능했으며 그저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아갈 뿐인 사람이었다.

허나 마지막엔 마음을 고치고 나아가고자 한다.

그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는 그 나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나온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분명 이런 대사였던가. 남자의 마음이 울린다.

 

이내 남자는 생각한다.

이미 날개를 달기에는 늦었고 퇴화했다.

난 이미 멈춰있고 남들은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먼저 뛴 사람들의 등조차 흐릿해져가고 있다.

혼자만 멈춰있기 싫다. 남들을 앞지르지는 못해도, 적어도 그 등은 눈에 담아두고 싶다.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날 수는 없으니 걷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후에 달릴 수 있다.

 

목표가 생겼고 잊었던 의지 또한 생각났다. 이제는 인내할 수 있다. 이제는 자제할 수 있다.

막연하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신감이 생겨났다.

날개는 커녕 아킬레스건조차도 헐렁해진 나지만, 이제는 단단히 조이고 앞을 향해 나아갈 때다. 이제는 일어설 수 있다. 다시 한번 달려보자.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막연히 집을 나섰다.

 

 

 

 

 

 

 

 

이게 소설인가 싶기도하고 솔직히 마음 가는대로 쓴거여서 잘 모르겠다. 내가 수필을 쓴건지 소설을 쓴건지.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을 학생시절에 굉장히 인상깊게 봐서 요즘 내가 사는 인생이 여기 주인공 인생하고 부분적으로 치환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처음 소설 쓸때는 자신의 얘기나 관련된 것을을 단편 소설식으로 써보는게 좋다해서 써봤어.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사실 시원시원하고 달달한 로멘스 웹소설이거등 ㅋㅋ 

근데 글쓰면서 느꼈는데 한문장 한문장이 쉽지 않더라.

 

냉정하게 평가해도 좋으니까 읽고 솔직한 감상 남겨주라. 

비판은 하더라도 비난은 하지 말아주고 ㅠ

 

용기내서 올려볼게 

 

 

 

9개의 댓글

2020.04.01

잘썼네

이게 첨쓰는거면 이런게 재능있다고 말하는거갰지?

급식들 sf찐따소설보단 낫다

0
2020.04.01
@뭔일이여

읽어줘서 고마웡 뭔가 부족해보이거나 그런건 없었어?

0
2020.04.01
[삭제 되었습니다]
2020.04.01
@sooh009

폐인

0
2020.04.01

담담히 잘 쓰기가 참 어려운건데

0
2020.04.01
@Quissont

미안 ㅠ 어디가 부족했어?

0
2020.04.02
@퐁퐁이

ㄴㄴ 담담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잘 쓴 것 같음

0

소설의 가장 힘든 점은 이런 내용을 200번 정도 써야한다는 부분이지.

 

끝을 맺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함. 재능의 영역은 글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끈기라고 생각해.

0
2020.04.03
@눈에뵈는게없는게

좋은말 고마워 마음에 새길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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